차트의 유혹 - 주식 투자에 대한 지각심리학적 이해
오성주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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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에서 단타를 배운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차트이고 그다음은 세력의 심리다. 단타는 그날 변동성이 강한 종목을 대상으로 거래하기에 가치투자에 비해 지수의 영향을 덜 받는다. 주식시장이 붕괴된다 하더라도 경제공황이 오지 않는 이상, 지수를 역행하는 종목은 언제나 존재했다. 그런 종목들은 소위 큰손이라 불리는 세력이 가격을 컨트롤하고 있기에 단타 포지션을 잡는 사람들은 세력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따라서 단타 매매의 알고리즘을 도식화해보자면 차트 안에 숨겨진 세력의 흔적을 분석하고 진입하여 세력이 만드는 추세를 타고 움직여서 자신이 목표한 부분에서 칼같이 익절하고 나와야 한다. 만약 자신의 시나리오대로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손절 기준에 맞춰서 미련 없이 털고 나와야 한다. 그렇기에 단타 매매에서 가격의 우위권을 가지고 있는 세력의 심리를 읽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단타매매의 핵심은 무엇일까? 단타를 흔히 기술적 분석이라고 칭하기에 핵심으로 '차트'를 손꼽는 분들이 많다. 차트,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차트 역시 크게 보자면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단타매매의 핵심은 '심리'다. 단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력의 심리'를 차트에서 읽어야 하고, 차트의 눈속임으로부터 '나의 심리'를 보호하며 거래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시중에 많은 단타 관련 책들은 저자 나름의 기법을 통하여 세력의 심리를 차트로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단타로 주식 바닥에서 좀 놀아본 사람들은 '세력의 심리를 알아야 한다.'라는 덕목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 단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력의 심리도 중요하지만 나의 심리 역시도 온전해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주식 책에서는 투자자의 심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두루뭉술하게 강조하는데 대체로 이렇다. '주식은 결국 멘탈 싸움입니다. 멘탈을 잡아야 합니다.'라고. 사실 이 표현도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력에 관한 심리는 그토록 자세하고 집요하게 분석한 사람들이 유독 투자자 개인의 심리에 대해서는 왜 추상적으로 갈음하고, 자세하게 고찰하지 않는 것일까? 아마도 개인의 멘탈을 소상하게 분석하고 진단하는 것은 어렵고 전문적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세력의 심리는 차트의 흔적으로 분석할 수 있지만 개인의 심리 분석은 전문적인 심리학과 연관되어 있다. 이를 자세히 고찰하기 위해서는 주식시장에 대한 이해도와 심리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결합되어야 하는데,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의 저자는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다. 주식에 대해서는 성적도 좋지 않고 경험도 일천하다고 겸손해하지만 책에 나오는 단어나 내용을 보면 책을 준비하기 위해 주식에 대해서도 기본 이상 공부한 것이 느껴졌다. 지금까지의 단타 책이 투자자의 외부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다면 이 책은 투자자 내부에 심리와 멘탈에 대해서 집중하고 있다. 책에는 차트와 투자자를 통하여 여러 심리 이론들을 설명하고 있다. 왜 고점에서 물리는 것인지, 왜 내가 산 주식은 내리고 팔면 오르는 것인지, 현실 세계의 인식과 주식차트의 인식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일상적인 시간의 흐름과 주식장의 시간은 어떻게 다르게 느껴지는지, 거래가 꼬일 때마다 왜 자꾸 뇌동매매를 하는 것인지, 도박과 단타의 닮은 점은 무엇인지 등등... 단타 주린이라면 필수적으로 고민하고 번뇌하던 심리들이 전문가의 해박한 설명을 통하여 자세하게 풀어져 있다.

 

 책에 따르면 단타매매는 가치투자보다 훨씬 어렵다. 단타매매에서 인간의 심리를 흩트리고 유혹할 수 있는 여지가 가치투자보다 많기 때문이다. 책에서 급등주나 변동성이 강한 주식은 인간의 심리를 어지럽히고 뇌동매수를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그래서 저자는 되도록이면 급등주는 쳐다보지 말고 묵직한 투자를 할 것을 은근히 권하고 있다. 이 말을 바꿔보자면 "단타 매매자일수록 자신만의 '투자철학'과 '투자기법'을 확립하여 기계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나는 단타를 학습할 때 가장 먼저 배운 것이 '기준에 맞는 손절'이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손실을 회피하고자 하는 희망도 끝이 없다. 그렇기에 칼 같은 손절은 투자자에게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손절에 익숙하지 않다면 단타로 돈을 버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많을 것이다. 기계 같은 손절을 지킬 수 없다면 단타매매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손절이 어려운 기도 매매를 할 요량이라면 차라리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사서 존버하는 편이 훨씬 안정적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다고 전해지는 명언 중 이런 말이 있다.(실제로는 델피 신전에 쓰인 글귀다.) '너 자신을 알라.' 주식 투자에도 마찬가지다. 세력의 심리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나의 심리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특히 단타 매매를 주로 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보면서 스스로를 점검할 것을 추천한다. 뒤늦게라도 투자자의 심리에 대해 전문가가 분석한 책이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말대로 주식시장은 심리적으로 고찰할 부분이 많은 분야다. 이 책을 기점으로 개인투자자의 심리에 대해서 소상하게 밝힌 책들을 자주 볼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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