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무한오타 > [소설] PC통신 살인 사건을 읽고.
PC통신 살인사건
구리모토 가오루 / 도서출판 규장각 / 1995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 : PC통신 살인사건
저자 : 구리모토 가오루
역자 : 임희선
출판 : 규장각
작성 : 2002. 10. 15.


   중학교 때일까요? 동구청에서 빨간색의 책 등에 은빛의 글씨가 적혀있는 책을 본 것이.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이 우습지도 않는 소위 감상문이라는 것을 적고 있기 전의 몇 주전. 또다시 몇 년 전의 짜릿한 쾌감을 불러일으킨 빨간 책 등의 은빛 글씨를 헌책방에서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그 글씨는 ‘PC통신 살인사건’.

   저 또한 한때 전화선과 모뎀을 이용해 하이텔이란 곳에 몸을 담고 있었던 적이 있던 터라 이 소설의 세계관이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통신을 하기 위해서는 전화를 사용하지 말아야 했던 시절. 통신을 하고 있다가도 누군가 전화기를 사용하면 끊어지는 통신. 파란색의 배경에 흰색의 글씨들이 일정한 형식을 이루던 또 하나의 세계. 흠…… 그런 수없이 많은 추억을 되씹으며 이 작품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의 이름은 미노루. ‘아톰’이라는 대화명으로 살아가는 자칭 오타꾸(일본어로 해석하자면 집에 머무르는 사람을 말한다.)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통신’에서의 인기절정의 미녀 ‘히메(일본어로 뜻이 ‘공주’이다)’와 관계가 꼬이게 되지요. 그것은 히메가 자신의 애인을 아톰이라고 말한 것. 하지만 히메의 정체는 현실에서는 미노루의 고등학교 때 친구이며 성별이 남자입니다. 본명은 히메노. 미노루에게 PC통신을 배우게 되고 소위 통신 게이(실제 성별을 속이고 다른 성별로 통신에 상주하는 사람)가 되어 반 장난으로 히메로 활동하기 시작하게 된 것이지요.
   아톰(미노루)은 통신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히메에게 통신게이를 그만하고 오해를 풀라고 합니다. 그래서 히메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OFF(통신 밖에서의 모임으로 On Line의 반대개념)에 참가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히메는 약속 장소에서 살해당하게 되는데. 하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히메노는 ‘히메’의 역활로 다른 사람을 세워두었고 히메노가 아닌 한 여대생이 살해당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당황하는 두 사람과 OFF때 참가했던 사람들. 그 와중에 미노루의 과거 속의 한 인물이 미노루 곁에 나타나게 됩니다. 그의 이름은 ‘이주인 다이스께’. 어떤 사건을 처리한 후 행방불명되었던 일본의 명탐정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시작됩니다. 그의 등장과 함께 살인사건의 진상이 하나둘씩 풀려나가기 시작하는데…….

   통신의 세상을 ‘가면무도회’라고 표현하고 있는 소설. 중학교 때 읽은 그 한 구절이 이제 대학생이 된 저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가 않더군요. 뭐 요즘은 그 표현을 많이 쓰고 있지만 말입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세상.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가는 세상. 익명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 그렇기에 그 누구도 인기인이 될 수 있는 세상. 세월이 흘러 전화선에서 전용선으로 바뀐 요즘. 단색의 바탕화면과 글씨들이 많이 사라지고 예쁜 그림들로 덮여가는 현재의 통신세상. 하지만 그 중심 세계관은 바뀌지 않았다라는 기분이 드는군요. 자기 자신을 좀더 환상적으로 꾸밀 수 있게 된 것만이 다른 점일까요?

   1990년도쯤인 초기 모뎀시절에 쓰인 이 소설은 아무 생각 없이 통신을 하는 우리들에게 큰 교훈 내지 경고를 하는 듯 합니다. ‘통신은 또 하나의 세상이 아니다. 이것은 현실일 수밖에 없다.’라는 말하는 듯 하군요.

   훗. 떠오르는 생각은 많은데…… 적고 싶은 것도 많은데…… 이거 머리가 너무 복잡해지는군요. 이 책―‘PC통신살인사건’또한 구할 수가 없는 책 중의 하나랍니다. 큰 도서관 구석에 가면 있을까나?

   이번 작품은 통신문화가 일상인 우리에게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을 일깨워줄 수 있을 것이라 감히 말합니다.

Ps. ‘인격’이란 무엇일까요?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with 얼음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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