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코코죠 > 누가 뭐래든 나는 뽈랄라
뽈랄라 대행진
현태준 지음 / 안그라픽스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현태준을 뭐라고 정의하면 좋을까. 황신혜 밴드의 김형태처럼, 무규칙 이종 예술가 라고 부르면 어떨까. 그림 그리는 사람, 디자이너, 만화가, 종류를 알 수 없는 각종 작품을 만들어내기, 그리고 장난감 콜렉터, 탕수육과 제육볶음 킬러... 그를 지칭할 수 있는 이름은 아주 많다. 그것은 다 현태준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현태준의 그림은 우선 파격적이다. 음란한 것 같지 않으면서도 상당히 야하다.  주인공들이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것처럼 어색한 몸놀림과 한결같은 표정을 지닌 2등신이지만, 그들의 세상은 컬트적이고 다소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한 남자가 있는데, 여자의 빤스를 벗기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너를 위해 뭐든지 다 했어. 그러니까 너도 나를 위해 뭐든지 다 해야돼!" 그럼 여자가 말하는 거다. "어머, 정말 그렇네~" 그래서 이 작품의 제목은 <치사빤스>다. 현태준이 바라보는 세상에는 어쩌면 비겁하고 치사한 모습을 한 어른들만 가득할지도 모른다.
장난감 이야기만 집중적으로 다룬 <아저씨의 장난감 일기>와 잡지 '나'에 연재했던(인기는 별로 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네컷 만화를 묶은 <뿌지직 행진곡>도 나와 있지만, 나는 뽈랄라 대행진이야 말로 그의 황당무계하고 유치찬란한 정신세계를 가장 잘 드러낸 작품집이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태준은 말한다. 어른들도 장난감을 좋아한다. 아무도 안 보는 데선 코도 후비고 방귀도 뿡뿡 뀐다.  하루 종일 머릿 속엔 남자 혹은 여자 생각 뿐이고 점잖은 척 하지만 속으로는 응큼한 생각 뿐이다. 욕구만큼 사람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은 세상에 없다. 현태준은 이 책을 통해 묻는다. 왜 그렇게 바쁘게 살어?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너도 나랑 같이 놀자, 내숭 떨지 말고!
작가의 깜짝 놀랄만한 키취적인 상상력과, 아기자기한 스토리, 그리고 절대 성인용의 즐겁고 유쾌하지만 씁쓸한 풍자의 그림, 깔끔하고 아름다운 디자인 속에 빠져보자. 뽈랄라, 세상은 이토록 즐거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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