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길 - 2026 볼로냐 라가치상 어메이징 북쉘프 선정 2026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
김철순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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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을 모으다보면 나도 모르게 동하는 '주제'가 생기더라구요.

최근에 제가 모으기 시작한 책들은 '사과' 가 주인공 된 책. 백설공주가 유혹에 넘어간 그 사과요.

저는 표지의 사과만 보고도 사과의 길에 빨려 들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집에서 쌀을 떨어져도 사과는 떨어지지 않게 매일 하나씩 돌돌돌 돌아가며 깎는 사과.

그래서 이 계절에만 딱 먹는 과일이라는 특별함은 없을지 몰라도 매일 함께 해야 안심이 되는 사과인데

왜 그냥 사과를 사실적으로 그린듯한 이 그림에 매혹당했을까.


온라인 서점에 마침 재료의 비밀이 나와 있네요, 삼합 장지에 황토와 안료로 바탕을 깔고~

'먹의 깊은 검정, 호분의 닥닥한 백색으로 토대를 올린 뒤~'>와~ 그림을 그리기까지 이렇게 공들인 작업이 있었구나.

표지의 검정이 그냥 검정이 아니고

면지의 황토빛이고 그냥 나온 것이 아니구나

소중히 포장된 상자 속 그림책을 꺼내 보듬으니, 표지의 까끌까끌한 질감도 병풍을 쓰다듬으며 느꼈던 그 감촉이에요.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와 색으로 표현해서 처음부터 그렇게 끌렸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헌데 설레임으로 책장을 열고 주르륵 넘겨본 책은

어라, 그냥 사과가 우리 입에 닿기까지 과정이잖아.

뭐, 생명의 위대함. 때로는 삶의 길과도 견줄 수 있는 사과의 길인가

내게 확 와닿지 않는데 하면서 딸아이에게 넌 이 책이 어떻게 보이냐고, 읽히냐고 물었죠.


딸아이는 이 책을 읽자마자

"엄마, 모르겠어?

이거 사과 껍질이 탯줄이잖아!

생명의 탄생, 위대함 그런 이야기 하고 싶은거 같은데!" 라고 말하는거에요.

응?


그리고 이 장면은 엄마 뱃속 같지 않아?

작가님이 일부러 이렇게 그리신게 아닐까?

아이의 한 마디에 처음부터 책장을 다시 넘기니

신기하게도 '사과의 길'이 '엄마의 길'이라 읽힙니다.

마침, 오늘이 제가 엄마로서 역사를 시작한 날이거든요.

동그란 길을 따라 내게 온 아이.

연분홍 사과꽃을 피게 하고

돌돌돌 아이가 오는 그 길을 내주다보면

아이를 안아주는 해님도 만나고

젖줄기 같은 비님도 만나고

때로는 마구 흔들어대는 바람도 만나지만


그끝에 사각사각 그 새콤하고 달디 단 것을 내주고 싶은 아이.

언제까지 그 길을 내 줄 순 없을테고뚝~ 끊어져 스스로 새로운 길을 낼 아이지만

달달한 과육을 맛본 아이는 또 노랗고 푸르스름하고 빨갛고 자신만의 구불구불한 길을 낼테죠.문학동네 동시집 시리즈 역시 모으고 있는데 왜 '사과의 길'은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을까. <사과의 길>은 김철순 시인의 첫 번째 동시집이라고 해요.

  문학동네 동시집 시리즈 역시 모으고 있는데 왜 '사과의 길'은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을까. <사과의 길>은 김철순 시인의 첫 번째 동시집이라고 해요.사과의 한살이와 함께 살아 낸 시인의 시간이 동그란 동그란 모습으로 그 속에 쌓여 있다는데 이 시가 다시 그림책으로 만들어진 배경도 궁금해졌어요.

 + 김철순 시인이 궁금해 찾아보니 10여년 전 시집을 내면서 50대 산골 아줌마의 첫 동시집 이란 타이틀로 각종 인터뷰 기사들이 많이 실렸더라구요. 사과향이 가득한 마을에서 살다가 이렇게 고운 시를 만들어낸 김철순 시인.

그리고 자신만의 길로 그림을 그리던 김세현 화가가 만나 너울너울 춤추는 아름다운 시 그림책 한 편이 탄생했네요.

마지막 두 분 작가의 말도 시처럼 들려요.

처음부터 끝까지 시적인 그림책.

돌돌돌 돌아가는 하루하루가

이렇게 귀하고 아름다운 여정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 같고

그 길이 끝나더라도 달디달고 상큼한 한 입이 기다리니 지금의 볕과 바람과 비를 즐기라고 말해주는 아름다운 그림책.

그리고 왜 그림책은 아이와 함께 읽어야하는지 다시금 알려준 그림책.

이 책을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님들과, 오늘 우리 아이 뭐 먹이나 고민하고 있는 부모님들과 함께 읽고 싶어요.

돌돌돌~ 오늘도 오늘의 길을 잘 내어봐요. 우리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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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빛 Dear 그림책
문지나 지음 / 사계절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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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빛'을 따라 한 아이가 보낸 휴가의 순간들을 쨍한 색감으로 쏟아냈던 문지나 작가가

<겨울빛>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가 제철 행복을 누리려면 제철 음식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제철 그림책을 읽는 순간들이잖아요? 여름빛이 너무 좋아서 같은 책을 여러 권 사기도 했는데 겨울빛이라니. 반가운 마음에 책장을 넘겼습니다.


  여름에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볍고 밝고 화사한 색감. 쏟아내리는 햇볕, 출렁이는 파도. 매미 소리와 같은 생동감. 열정 같은 것들이 떠오르잖아요. 반면 겨울은 어떠한가요?

짙은 색의 패딩으로 꽁꽁 싸맨 사람들. 움추러든 어깨와 등. 어쩐지 생기 없는 거리. 미세먼지로 휩싸인 누르스름한 바깥풍경. 회색빛 도시가 더 차갑게 느껴지는 것이 겨울이라고 생각했는데

'겨울빛'속 평화로운 장면들을 만나면서 내가 놓치고 있는 소중한 일상, 특히 겨울의 색이 과연 무채색이기만 했는지 다시 들여다보게 됩니다.

이 겨울을 오감으로 생생하게 느껴보라고~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누리라고 말해주는 책.

눈이 날리는 날. 보풀이 늘어 가는 장갑을 끼고 장봐서 들어가는 퇴근길.

새콤한 귤의 향도 나고 내일 아침은 바삭바삭한 토스트려나 싶고

저 스노우볼은 누굴 주려는 것일까 궁금해지는 장면.

  어라, 그런데 퇴근 길에 부부가 함께 만나 집으로 들어가는군요. 따뜻하여라.

한 우산을 쓰고. 분명 추운 겨울밤일텐데, 알록달록 목도리도 새빨간 우산도 그리고 그들은 분명 도란도란 종일 있었던 일을 나누며 갈 거 같아요.

  귤향은 퍼져나가고 아빠가 넘기는 마티스 책처럼 따스한 색감으로 물든 거실 속

장 본 음식들을 나눠 먹으며

책장을 넘기며

좋아하는 것을 끼적이며 마무리하는 하루가 얼마나 평온한 순간인지

아무리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왔더라도

돌아갈 곳이, 기다려주는 이가 있는 삶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얼마나 큰 행운인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놓치는 순간들.

시리도록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이토록 평화롭고 따스한 계절.

그게 겨울이야 라고 색으로, 선으로, 향으로, 감촉으로, 속삭이며 말해주던 책.

사실 책의 내용은 일터에서 하루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먹을꺼리, 소소한 선물꺼리를 사서 함께 나누는 저녁인데

우리 알잖아요. 이런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거나. 속상하거나. 때로는 서로 날이 선 상태의 날엔

이런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 참 좋다~ 하는 때가 얼마나 귀한지 알게되죠.

우리에게 지친 하루의 끝을, 애썼네, 하고 품어주는 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이 이어지기를


사실 마지막 장면에선 가족들이 함께 하는 순간에도 길 밖에는 홀로 서 있는 누군가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나무 아래 한 사람이 서 있는 것 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리고 여름빛에서 책장을 넘기다가 오일파스텔을 꺼낼 수 밖에 없었는데 이번 겨울빛에서도 '나도 이 겨울을 그리고 싶다. 붙잡아두고 싶다'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사실, 어떤 한 장면을 그리려면 그냥 흐르는 순간들 중 붙잡고 싶은 순간을 찾아

자세히 들여다보고 멈추게 되잖아요.

방학이라고 늘어지고

투닥거리는 일상 중에도

입안에 고구마를 잔뜩 넣고 호호 부는 아이의 볼.

짜증만 내는 줄 알았더니 좋아하는 아이돌의 노래에 엉덩이를 흔들대는 사춘기 아이의 몸놀림.

좋아하는 영화의 ost를 몇 번이나 다시 들어보고 같은 구간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손.

일상의 모든 순간에 빛이 깃들어 있었더라구요.

나만의 겨울빛을 찾아. 오늘도 일상의 감각을 풍푸하게~ 누려야겠습니다. 작가의 봄빛, 가을빛도 나올 것 같은 예감은 뭘까요^^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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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 - 다른 생명에게 배우기 반갑다 과학 5
이은희 지음, 해랑 그림 / 사계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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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딸들과 함께 하는 방학.

이번 방학에는 아이들과 다양한 분야의 책도 골고루 읽어보고, 좀 더 욕심부려 책대화도 나누고 싶은데

마침 사계절출판사의 <어른이 된다는 것>이라는 제목과 소개 내용에 흥미가 생겨 서평단을 신청했다.

책을 받자 마자 가벼운 두께의 책이라 핸드폰 화면에 시선을 빼앗긴 십대 아이들에게도 이 정도면 같이 읽자하기에 부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서점에 책소개에 올라온 저자의 책소개 영상을 보면 이런 부모의 마음과 겹쳐진 집필의도가 보인다.

<어른이 된다는 것>. 비슷한 제목의 책들이 많지 않나.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한 제목인데 했지만 여기에 붙은 부제는 특별함을 더한다. '다른 생명체에게 배우기'라. 장르는 '과학 성장 에세이'다.

사춘기를 주제로 한 책을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생물학과 사춘기의 결합은 생소한 걸.

큰 맘먹고 딸들과 브런치를 하러 나가면서 가볍고 사랑스러운 이 책을 들고 나간다.


  목차를 살펴보면 우리에게 대부분 익숙한 동물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특성을 인간사회의 가치과 연결한 점이 흥미롭다.

생물학적 생존에 꼭 필요한 방법을 배우는 것은 어떤 생물이든 어른이 되기 전까지 꼭 해내야 하는 최대 과업이라고 재규어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서 '집안일의 물리학'에 대해 설명하는 것. 사냥하고 번식하는 재규어랑 인간이 같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어른이 되기까지 인간에게 필요한 생존기술이 무엇일까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당장 생계유지를 위해 돈을 벌고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제 한 몸 건사하고, 제 누울 것 정도는 정돈하는 방법부터 실천하라고 알려주는데 무릎을 탁 쳤다. 이불정리해라 책상 정리해라 매일 입아프게 이야기하지 말고 이 부분 같이 읽으면 좋겠다 하면서.


  '사회의 질서와 규율도 배우고 지킬 줄 알아야한다'를 코끼리의 삶에서 찾은 부분도 흥미로웠다. 인류역사에서 코끼리 상아를 쟁취하기 위해 대량 학살당했다는 참혹한 사실을 익히 들어왔지만, 이때 밀렵꾼에게 나이든 수컷의 상아가 집중 대상이 되면서 코끼리 사회에 가르침을 줄 어른 수컷이 사라졌다는 것. 이 때문에 덩치만 큰 채 미숙하게 남은 청년 코끼리들이 난동을 일으키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 요즘 사회에 발생하는 20대 남성들의 극우화나 어린 아이들부터 청년층에 유행처럼 번지는 '혐오문화'에 대해 나는 어른으로서 어떻게 아이들을 대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이 코끼리가 가르쳐주는 '사회적 생존'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어떤 어른으로 자랄 것인가 고민에는 늘사회적 시스템을 익히고, 규율을 지키며, 타인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가르쳐줄 어른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해달도 청소년 시기에 무모하고 위험한 일탈 행위를 한다는 부분이었는데, 이 시기의 해달들은 지금껏 잠수해 본 적 없는 깊은 바닷속까지 내려가거나, 먹어 본 적 없는 것을 먹기도 하고 같은 무리의 어른 해달에게 일부러 시비를 걸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도대체 왜저래?'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장면이 수시로 목격되는 때. 상어떼에 도창친 경험을 통해 안전거리 확보하는 법을 배우고 어른에게 대든 경험을 바탕으로 서열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법을 배우는 해달의 모습을 겹쳐보면서.

밑줄 그은 문장을 읽어보려한다.

사춘기 청소년 해달의 돌발 해동은 무모하고 위험한 일탈 행동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삶의 범위를 확장하고 경험을 쌓는 도전이자 모험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해달의 무모함은 짧은 사춘기 시기에만 나타나며

어른이 되면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어른이 되는 것은 지금껏 보호받아 왔던 안전하지만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넓지만 위험할 수 있는, 성공뿐 아니라 실패를 할 수도 있는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망망대해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소간의 무모함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비록 결과가 좋지 못할 수도 있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죠.

해보지 않았던 일에 도전하고, 가 보지 않았던 곳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청소년 시기의 특권이자, 제대로 된 어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이기도 합니다.

p.58

  이 외에도 #인내심 #환경적응 #연대의힘 #시련을견디는힘 #멘토로부터배우는모방과창조 #다정함 #희생 #공존 등 생물의 성장 모습에서 배우는 사회적 가치들은 이제 막 어른이 되는 통로에 서있는 아이들 뿐 아니라. 좋은 어른으로서 그들과 함께 설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출판사에서 함께 보내준 '동물 멘토 카드'는 가정에서는 아이들과 대화 주제로, 교실에서는 <진로>를 주제로 한 수업에서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창체의 '진로'부분을 수업할 때마다, 뻔하지 않게~ 단순히 다양한 직업을 탐색하는 것에서 나아가 어떤 어른으로 자랄 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늘 들었는데, 동물 멘토카드에 나온 질문을 활용하여 어떤 어른으로 자라고 싶은가.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보면 어떨까.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부분에서 이런 동물은 ----습성이 있는데, 너는 어때? 하고 물어보면 좋겠다는 부분이 많았는데 마침 동물 멘토카드가 이런 바람을 잘 담아 제작되었다.

다른 양서류와 달리 아가미를 가진채로 성장하는 아홀로. 이 모습을 유년시절의부터 간직하고 싶은 나만의 특성으로 바꾸어 질문해보면. '어른이 되어도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것?'이라는 질문으로 멋지게 탄생한다.이런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까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지금 내 모습을 더 긍정하고 앞으로 성장할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며 자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생물의 모습을 살펴보고, 함께 나눈 질문과 이야기들, 그 시간들이 우리 아이들이 단단하게 성장하는데 심리적 지지의 기반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사계절에서 나오는 '반갑다 과학' 시리즈를 알게 된 것은 늘상 어린이와 함께 읽을 좋은 책 고르는 것에 마음을 쓰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 <어른이 된다는 것>은 반갑다 과학 시리즈의 6번째 책이다. 다른 책들도 모두 주제가 흥미로워서 기존 과학책들에 인문학 요소가 더해진 책을 찾고 있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다.


* 이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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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목욕탕 파란 이야기 24
정유소영 지음, 모루토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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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목욕탕집 딸이었던 내게 '목욕탕'이 배경이 되는 이야기는 늘 우선 집어 들게 되는데~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은 표지. 요즘은 흔히 볼 수 없는 동네 목욕탕. 엿보는 아이와 곁에 고양이. 근데 목욕탕 주인이 설마 원숭이인가? 일단 호기심을 자극하는 표지는 어른인, 나뿐 아니라 딸아이의 눈도 사로잡은 눈치다. 게다 얇은 두께여서 책과 멀어진 듯한 10대 자녀에게 넌지시 '한 번 읽어봐 '해도 좋을 책이다.

위즈덤 하우스의 많은 책들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파란 이야기 시리즈'가 따로 있었구나.

파란 이야기는 위즈덤 하우스의 십 대를 위한 문학 시리즈로 인상깊게 읽은 '비누인간', ' 찰랑찰랑 비밀하나' 최근의 '어린 변호사'와 '창밖의 기린'까지 모두 파란 이야기 시리즈였음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나올 시리즈들도 궁금해지는군!

'그때 목욕탕'은 파란 이야기 시리즈의 가장 최신작인데 1년을 마무리하는 12월에. 추운 겨울에 읽으면 딱이 아닐까 싶다. 이야기의 주된 내용이

나는 도대체 뭘 후회하는 거지?


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너에게 후회되는 때는 언제이니? 그 때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하고 싶어? 하면서 이야기 나누기에 좋은 책.

 책 속 주인공인 은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악플의 주인공이자 자기가 키우고 있는 유기묘의 주인을 추적하다 친구를 의심해 핸드폰을 몰래 엿보게 되고. 이를 반 친구들이 알게 되면서 또 실수하는 장면이 인터넷에 박제될 위기에 처한다. 그때 목욕탕은 과거로 돌아가 실수를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이자 최선의 선택. 은하는 그때 목욕탕을 통해 어떤 선택과 어떤 기회를 얻게 될까. 그리고 어떻게 실수와 갈등에 대처할까?

그때 목욕탕은 제목부터 시작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채치있는 말장난이 가득하다. '때'의 이중적 의미로 목욕탕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라는 설정 외에도 '탈의실을 탈바꿈실'로 목욕탕에 붙은 각종 안내문 속 문구들. 후회되는 그때로 밀어드린다는 목욕탕. '먹고가게' 매점과 메뉴들. 후회되는 그때와 싸워 이기라는 '싸우나'. 이야기 속 대사이자 작가가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은 말 속에도!

몸에 때가 끼듯 마음에 후회가 쌓이는 건 당연한 거야.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는 조금씩 남기 마련이니까.

그떄 목욕탕은 그런 후회를 털고 홀가분하게 앞으로 나아가라고 만든거야.

지금을 바꾸는 건 그때가 아니라 그대니까

p.83

  이 책을 읽는 어른들에겐 뜨끈하게 때 불리고 싹싹 묵은 때를 밀어버리던 후련함을. 그리고 목욕탕을 나오면서 마시던 우유의 달큰함을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고, 어쩌면 태어나 대중 목욕탕을 한 번도 가지 못한 아이들에겐 공감가는 에피소드로 시작하여 후회되는 순간들로부터, 실수나 잘못으로부터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묻고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괜찮아.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

실수하고 잘못하고 후회하면서 배워 나가는 거야.

너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네가 잘못 좀 했다고 너를 매몰차게 버리고 떠나지 않아.

진심으로 용서를 빌면 따뜻하게 안아 줄 거야.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이거든

p.37

  은하에게 그때 목욕탕의 초대권이 날라온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겨울의 시작과 함께. 올해의 마무리와 함께 뜨끈한 목욕탕 배경의 '그때목욕탕' 속에서 작가의 말장난 설정에 키득거리며~ 내게 그때목욕탕의 초대권이 도착한다면? 올해의 실수와 잘못, 후회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책.

'나는 교사다' 서평단으로 마무리에 딱이었떤 책. 12월엔 교실에서 아이들과 이 책으로 한해를 마무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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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망명 공화국 - 제2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파란 이야기 23
노룡 지음, 카인비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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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쓰기 위해 이 책을 교실 책상 위에 두자마자 아이들은 호기심을 보인다.

"'초딩망명공화국'이라고요? 왜 제목이 초딩망명공화국이에요?"

"이 책 저 부터 읽으면 안되요?"

선생님이 서평을 다 쓰면 가장 이 책을 좋아할 것 같은 사람에게 선물하겠다고 약속하고 책을 펼쳤다.

책을 펴면 자연스레 작가의 프로필부터 확인한다.~혹시나 내가 이 전에 읽은 작가의 작품이 있을까 해서. 노룡 작가의 이야기는 아직까지 만난 적이 없군. 이어 책날개 안쪽에 마주한 작가소개에- '판타지와 철학을 공부하고 동화쓰다 자고 책읽다 자며, 산다-는 소개에서 작가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어쩌면 작가의 이름부터 ~ 범상치 않은데~

형광색 표지에 자유로운 몸짓의 아이들 일러스트. '초딩망명공화국'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짐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선 유연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5개의 장으로 나눠진 구성으로 매 장마다 등장인물 중 하나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 형식이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마수리마트'에서 경품을 뽑으며 아이템을 선물로 받고 이로 인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라는 공통점이 있다.

첫에피소드는 특별히 욕심도 없고 , 뭐든 손대기만 하면 꽝인 아들 이서로. 아들의 일등을 위해 마트에서 새 손과, 다리, 머리까지 사온 서로의 부모님. 서로는 부모님의 바람대로 주목받는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이어 부모님의 희망사항에 따라 의사를 꿈꾸지만,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게된 방랑이 이야기. 친구들과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러 갔다가 '레알 리모콘'을 뽑게 되고 드디어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조절해 들을 수 있게 된다. 방랑이가 주변 소리를 줄이고 멈추면서 드디어 듣게 된 자신의 목소리는 무엇이었을까?

바람이 비탈을 타고 불어왔다. 참나무들 지나는 바람은 재잘거렸고, 소나무들 지나는 바람은 웅성거렸다. 나는 바위에 누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았다.

이런 게 자유일지도 모른다.

내 마음에 좋은 대로 놔두는 것.

-p.44

  세 번째 경품은 늑대와 함께 사는 탁수를 위한 스톱워치. 여러 에피소드 중 가장 마음이 아프면서도 가정폭력을 이렇게 그릴 수 있구나 했던 에피소드다.

야! 너 왜 그래?

네 소원 생각해! 아빠같이 되지 않겠다고 한 거.

그 말이 나를 깨웠다. 뱃속에서 올라오던 화가 잠잠해졌다.

나는 주저 앉았다. 이건 유전일까, 전염일까?

손등에 난 붉은 두 줄을 내려다 봤다. 그래, 해보자!

이제 내 속에 어느새 들어와 웅크리고 있는 늑대를 쫓아낼 차례다.

p.89

  마지못해 억지로 밥을 먹는 우주가 받게 된 '슈퍼소화제'. 이것을 먹은 뒤 뭐든 집어 삼키게 되는데. 음식 뿐 아니라악보, 피아노, 참고서 닥치는대로 먹어치워도 배고픔을 느끼는 우주. 우주가 뭐든 먹게 된 이유는 단순히 소화제의 위력일까? 우주의 배고픔은 어떻게 해소될 수 있을까?

  마지막 장은 꽝손인 이서로가 드디어 '뻥튀기 돋보기'를 뽑게 되는데, 마지막 에피소드에는 이전 이야기에서 등장했던 아이템들까지 모두 모아 그들만의 세상에서 마음껏 놀이와 모험을 즐기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야기를 쭉 읽으며 이미 기성세대, 어른이 된 내게 이 책의 설정이나 이야기 전개가 당혹스럽기도 했다. 그저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부모님의 기대와 목소리에 눌려 있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선물하는 이야기인가. 마트에서 아이들의 일탈을 돕는 아이템을 뽑는다는 것은 이젠 너무 진부한 설정이 아닐까.

하지만 주말이건, 방학이 되도 꽉 짜여진 스케줄 속에 그저 학원 덜 가고, 숙제 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날이요 낙이 되버린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읽는 동안은 '해방'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아무일도 하지 않고 멍때릴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은 빠져서 할 수 있는 순간들. 이 사소한 것마저 허용하지 않는 어른들에게 반기를 드는 이야기라고 해야할까. 꼭 마수리마트 같은 가상의 공간이 아니어도 이 책을 함께 읽는 어른들이 얼마든지 아이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그들이 '그들만의 세상'으로 모두 떠나버리기 전에 말이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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