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망명 공화국 - 제2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파란 이야기 23
노룡 지음, 카인비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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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쓰기 위해 이 책을 교실 책상 위에 두자마자 아이들은 호기심을 보인다.

"'초딩망명공화국'이라고요? 왜 제목이 초딩망명공화국이에요?"

"이 책 저 부터 읽으면 안되요?"

선생님이 서평을 다 쓰면 가장 이 책을 좋아할 것 같은 사람에게 선물하겠다고 약속하고 책을 펼쳤다.

책을 펴면 자연스레 작가의 프로필부터 확인한다.~혹시나 내가 이 전에 읽은 작가의 작품이 있을까 해서. 노룡 작가의 이야기는 아직까지 만난 적이 없군. 이어 책날개 안쪽에 마주한 작가소개에- '판타지와 철학을 공부하고 동화쓰다 자고 책읽다 자며, 산다-는 소개에서 작가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어쩌면 작가의 이름부터 ~ 범상치 않은데~

형광색 표지에 자유로운 몸짓의 아이들 일러스트. '초딩망명공화국'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짐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선 유연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5개의 장으로 나눠진 구성으로 매 장마다 등장인물 중 하나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 형식이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마수리마트'에서 경품을 뽑으며 아이템을 선물로 받고 이로 인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라는 공통점이 있다.

첫에피소드는 특별히 욕심도 없고 , 뭐든 손대기만 하면 꽝인 아들 이서로. 아들의 일등을 위해 마트에서 새 손과, 다리, 머리까지 사온 서로의 부모님. 서로는 부모님의 바람대로 주목받는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이어 부모님의 희망사항에 따라 의사를 꿈꾸지만,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게된 방랑이 이야기. 친구들과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러 갔다가 '레알 리모콘'을 뽑게 되고 드디어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조절해 들을 수 있게 된다. 방랑이가 주변 소리를 줄이고 멈추면서 드디어 듣게 된 자신의 목소리는 무엇이었을까?

바람이 비탈을 타고 불어왔다. 참나무들 지나는 바람은 재잘거렸고, 소나무들 지나는 바람은 웅성거렸다. 나는 바위에 누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았다.

이런 게 자유일지도 모른다.

내 마음에 좋은 대로 놔두는 것.

-p.44

  세 번째 경품은 늑대와 함께 사는 탁수를 위한 스톱워치. 여러 에피소드 중 가장 마음이 아프면서도 가정폭력을 이렇게 그릴 수 있구나 했던 에피소드다.

야! 너 왜 그래?

네 소원 생각해! 아빠같이 되지 않겠다고 한 거.

그 말이 나를 깨웠다. 뱃속에서 올라오던 화가 잠잠해졌다.

나는 주저 앉았다. 이건 유전일까, 전염일까?

손등에 난 붉은 두 줄을 내려다 봤다. 그래, 해보자!

이제 내 속에 어느새 들어와 웅크리고 있는 늑대를 쫓아낼 차례다.

p.89

  마지못해 억지로 밥을 먹는 우주가 받게 된 '슈퍼소화제'. 이것을 먹은 뒤 뭐든 집어 삼키게 되는데. 음식 뿐 아니라악보, 피아노, 참고서 닥치는대로 먹어치워도 배고픔을 느끼는 우주. 우주가 뭐든 먹게 된 이유는 단순히 소화제의 위력일까? 우주의 배고픔은 어떻게 해소될 수 있을까?

  마지막 장은 꽝손인 이서로가 드디어 '뻥튀기 돋보기'를 뽑게 되는데, 마지막 에피소드에는 이전 이야기에서 등장했던 아이템들까지 모두 모아 그들만의 세상에서 마음껏 놀이와 모험을 즐기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야기를 쭉 읽으며 이미 기성세대, 어른이 된 내게 이 책의 설정이나 이야기 전개가 당혹스럽기도 했다. 그저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부모님의 기대와 목소리에 눌려 있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선물하는 이야기인가. 마트에서 아이들의 일탈을 돕는 아이템을 뽑는다는 것은 이젠 너무 진부한 설정이 아닐까.

하지만 주말이건, 방학이 되도 꽉 짜여진 스케줄 속에 그저 학원 덜 가고, 숙제 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날이요 낙이 되버린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읽는 동안은 '해방'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아무일도 하지 않고 멍때릴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은 빠져서 할 수 있는 순간들. 이 사소한 것마저 허용하지 않는 어른들에게 반기를 드는 이야기라고 해야할까. 꼭 마수리마트 같은 가상의 공간이 아니어도 이 책을 함께 읽는 어른들이 얼마든지 아이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그들이 '그들만의 세상'으로 모두 떠나버리기 전에 말이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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