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의 걷기 클럽 사계절 아동문고 108
김혜정 지음, 김연제 그림 / 사계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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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미세먼지 알림 앱보다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된 만보기 앱.

걷는 날과 걷지 못한 날은 삶의 질이 다르다고 느낀다. 매번 나의 새해 목표이자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다짐으로 ' #매일걷다 '까지 만들고 걷던 순간의 마주한 풍경들을 올리기도 하지만 그 매일이 그 매일이 아니니.... 방학 전 마지막 긴 연휴엔 무조건 걷기다! 다짐하며 책으로도 '걷기'를 만났다.

헌터걸, 오백 년 째 열다섯의 김혜정 작가님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이 책은 읽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내가 좋아하는 '걷기'를 소재로 한 이야기라니. 그런데 열세 살, 사춘기 아이들이 걷기의 맛을 알기나 할까하며 첫 장을 펼치다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었다. 그리고 옆의 큰 아이에게 넘기자 아무리 책을 추천해줘도 거들떠도 안보던 곧 열세 살 첫째가 이 책은 웬일로 가져가 키킥대며 읽는다.

또래 아이들의 대화와 사건들이 익숙한 탓일까?

"어떤 장면 읽고 있어?"

함께 산을 오르며 간식을 건네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는데

"아~ 엄마도 그 장면 좋았는데~~"

오랜만에 사춘기 큰 아이와 같은 이야기를 읽고 떠드는 순간, 이때다 싶어 책을 덮은 아이와 대화를 이어갔다.

"어떤 주인공이 가장 끌려?"

아이는 네 명의 주인공 중 '혜윤'에게 많이 끌렸다고 했다.

헉, 왜 혜윤일까? 그 머리띠 시스터즈! 어울리던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던 장면이 기억나면서 행여 아이에게도 내가 모르는 상처가 있지 않을까 싶어 바로 ' 너도 따돌림 받은 기억이 있니?' 했더니

3학년 때 어울리던 친구들과 어쩐지 자기가 맞지 않아 자연스레 멀어진 이야기를 해준다. 그리고 지금 둘도 없이 친해진 친구들 이야기까지.

"아, 그랬구나."

유달리 까칠하고 짜증이 많던 시기. 아이는 나름의 방식으로 그 기간을 잘 통과하고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표지를 보면 밝고 경쾌한 아이들의 명랑한 이야기 같지만 그 속엔 열세 살에 만난 상처가 있다. 따돌림, 학교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신고, 악플, 외모비하, 짝사랑 등 각기 다른 이유로 '걷기'밖에 선택할 수 없던 아이들이 따로 그리고 함께 걸으며 마지막 어린이의 계절을 보낸다. 설레는 열네 살을 기다리며.

"손가락 하나로도 사람을 살릴 수 있어. 고작 손가락 하나가 아니라니까."

"아,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왜 행복하지만은 않을까. 내 마음 안에 누군가 들어오면 그 아이와의 관계에 따라 좋을 때도 있지만 슬프거나 속상할 때도 있다. 내 마음이 마음대로만 되지 않는다. 이건 남녀 사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고마워, 너희들이 한 말들을 꼭꼭 씹어서 삼켰어. 더러운 말들, 나쁜 말들은 뱉었어."


이어서 아이는 강은이가 악플로 상처받을 때 친구들이 문앞에 응원의 편지를 잔뜩 붙여둔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했다. 친구가 어려울 때 곁에서 도와주는 그 장면이 좋았다나.네 명의 주인공이 연결되게 만든 친구가 강은이가 아닐까 생각되었는데, 늘 다른 친구들을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던 강은이 힘들어하자 그간 도움을 받던 친구들이 힘을 모아 응원하는 모습에서 친구들의 마음이 잘 드러나서 따뜻하고 좋았다한다. 어른인 나도 이 책 속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읽으며 온통 친구사이에서 겪는 고민들로 가득찼던 그때가 떠올랐다. 좋아하는 만큼 말 한 마디, 눈빛 하나에 상처받고 주던 날들. 그리고 함께 본 영화, 같이 오르던 뒷산, 라면 하나 끓여먹어도 신나던 순간들.

많은 이들이 건강하게 자신만의 시간을 채워 나갔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대로 건강한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강한 이야기, 열세 살의 걷기클럽.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 작가님에게 무한 감사를 드리고픈 날이다. 건강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 어떻게 위로해줘야할까? 어떻게 다가가야할까? 망설이는 아이들과 나누고픈 이야기들.

기는 이기고 지는 운동이 아니다. 천천히 걷고 싶으면 천천히 걸을 수 있다. 앞서 걷는 사람을 꼭 따라잡을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이렇게 함께 손을 잡고도 걸을 수 있다.

 걷기 참 좋은 계절이다. 따뜻하다 못해 덥고 습습한 한 낮을 잘 보내고 어둑해지기 전에, 딱 좋은 바람이 부는 때, 딸과 함께 더 자주 걸어야겠다. 손도 잡고, 속닥속닥 낄낄 거리면서...


*이 글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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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놀러 와 스콜라 창작 그림책 58
엘리자 헐.샐리 리핀 지음, 대니얼 그레이 바넷 그림, 김지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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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달입니다. 나와 함께하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표현하는 날이 이어지는 5월.

정말 선물같은 책을 만났어요.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 영화, 광고를 본 적이 있나요?

물론 예전보다는 매체에 장애인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은 도움을 받아야할 존재, 특별한 능력을 가져야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 역경을 딛고 극복해야하는 장애 등으로 묘사되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봅니다.

여기, 우리집에 놀러오라고 초대하는 이들이 있어요.


표지에서 만난 친구들이 하나씩 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뒤에 책 뒤에 덧붙이는 이야기나 작가에 대한 설명은 저 혼자 읽고 추려 아이들에게 들려주곤 하는데 이 책은 뒷 부분까지 함께 읽었어요. 책을 덮으려는데 아이가

"엄마, 한 번 더 읽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다시 첫 표지부터 천천히 살피며 읽게 되요.

그제서야 아이는 " 아~ 그래서 그랬구나. 사실 이 장면이 궁금했어. 하면서 궁금했던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아이가 이용하는 보조기구에 대하여- 워커라고 불리는 이 기구가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사용하는 것이 아님을 ~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이가 조용하게 집중하고 싶을 때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헤드폰을 쓰는 모습에선 최근 아이들과도 함께 본 드라마 속 주인공 우영우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어요.

" 아, 그래서 그때 우영우가 헤드폰을 쓰고 출근하는구나."

시각장애인 엄마가 읽는 점자책과 안내견 이야기



아이와 아빠만이 놀 수 있는 해적선, 왜소증을 일으키는 연골무형성증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어요.

요리도 , 새집만들기도 뚝딱뚝딱 해내는 주리 아빠의 멋진 손, 알고보니 아빠는 패혈증으로 팔을 잃었어요. 패혈증 역시 어렵고 생소한 단어여서 아이들의 질문에 답해주는데 저 역시 ~~를 못하는, ~~에 문제/이상이 생겨서 라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은가 다시 점검하게 되네요.

무엇보다 이 부분은, 소리내어 읽다보니 더 와 닿던 장면이었습니다.

" 우리 모두의 집에 놀러와. 서로 다정하게 대하면, 멋진 하루를 보내게 될거야.

누구나 따뜻하게 맞이할 거야. 우린 그렇게 할 거야.

그럼 새 친구들이 와도 언제나 재미있게 놀 수 있어."

우리집에 놀러와 어울리다보면 장애는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아요.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신나게 놀 것들이 가득하죠.

장애는 특별한 것, 불쌍하고 도움을 요하는 것, 등의 부정적 시선을 거두고

서로 다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가득찬 하루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무심하게 지나친 순간들 속엔 함께 놀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함께 사랑하기 위해. 마음 속 자리를 내주는 책을 만났어요.

장애인의 날이 있는 4월에는 학교에서 장애이해교육이나 각종 행사를 실시합니다. 앞으로 4월이면 이 책은 늘 함께하지 않을까해요. 하지만 그림책이 꼭 읽어야 할 시기가 있는 것은 아니죠. 무엇보다 5월에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어린이날을 맞아 인기캐릭터가 그려진 장난감, 용돈, 전자기기 등을 선물로 떠올리곤 하지만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금세 잊혀질 물건들보다 '함께'살아가는 세상 아닐까요^^

이 책을 덮으면서 아는 만큼 함께 살 수 있겠구나 싶어요.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시선을 선물하는 책, 우리집에 같이 놀러갈래요?


*이 글은 해당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우리집에놀러와 #엘리자헐_샐리리핀_글#대니얼그레이바넷_그림#김지은_옮김#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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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뜰에서 작은 곰자리 64
조던 스콧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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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의 뜰에서는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로 이미 우리 마음을 뒤흔든 조던 스콧과 시드니 스미스의 작품이에요. 이 표지 딱 보자마자 아 시드니 스미스! 이번에도 좋겠구나 했는데, 역시 좋더군요^^

서정적인 이야기에 잘 마음이 동하지 않는 제가 그의 그림엔 늘 흔들흔들립니다.

표지 속 할머니와 손자의 등 뒤로 따스한 빛. 그의 작품을 보면 '빛을 가지고 논다'라는 말로는 부족한 듯해요.

어떻게 이런 순간을 이렇게 담아낼까 따스하고 따스하다. 위로가 필요한 날, 정말 딱 필요한 그 따스함.


이 책은 꼭 구입하셔서 커버를 벗겨보세요. 더스트커버 안 속에 할머니와 손주의 사진 그림. 작가의 두 가지 버전 책을 만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작가가 이 이야기가 탄생하기 까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짤막하게 적어놓았습니다.

바바는 폴란드어로 할머니를 뜻하는 말이래요. 처음엔 유명 캐릭터의 이름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어쩐지 입에 담을수록 자꾸 부르게 되는 어감

책의 장면 하나하나가 소중했는데 이렇게 손주의 시선에서 바라본 할머니의 주방과 그 속에서 손주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우리 할머니가 겹쳐 보입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감자 삶는 냄새.

그 사이를 바쁘게 오가는 할머니

양 손이 모자라 다리까지 바삐게 움직이면서도

흥얼흥얼 노래 부르며 요리하시던 할머니

  제 기억 속에 할머니도 늘 무언가는 내어주시기 위해 사시는 분 같았어요. 특히 어린시절 유난히 입짧고 카탈스런 식성을 가졌던 제가 한 끼라도 거를까봐 냉장고 속에서 이것저것 꺼내 뚝딱 한 상 차려주시던 기억. 그렇게 먹기 싫던 밥이 할머니가 차려주신 상에서 나던 모락모락 김과 밥 먹을 때까지 벌리는 입 하나하나에 우쭈쭈 해주시던 다정한 말소리를 들으면 밥 한 공기 다 비울 때까지 절로 숟가락이 움직이곤 했죠. 무엇보다 흥얼흥얼 할머니가 제 밥상을 따로 준비하시며 부르시던 노래도 들기는 듯하고. 

할머니에겐 어린 손주가 이해하기엔 조금 이상한 구석도 있어요.

어쩌다 음식을 흘릴 때 재빨리 손주가 흘린 음식을 주어 입을 맞추고 다시 그릇에 집어 넣어주시는 할머니

비오는 날엔 손주와 함께 걸으며 유리병에 지렁이를 채우던 할머니

할머니의 존재와 지렁이라는 존재도 어쩐지 겹쳐져요.

겉보기엔 징그럽게도 느껴지고, 늙고 주름 가득한 몸

하지만 땅 속 구석구석 구멍을 내어 흙이 숨쉬게 만들어주는 존재가 지렁이이듯 집안 구석구석 애정을 담아 손길을 주시던 할머니

어두침침한 비오는 날도 따스한 기억으로 채워놓은 할머니.

무엇보다 내가 지금 이렇게 힘들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만들어주시는 나의 지지자^^


이 이야기를 만나며 제겐 사랑의 화수분 같던 할머니가 유난히 그리웠는데 특히 할머니를 떠올릴 때 할머니와 마주잡던 손, 함께 걷던 길의 빛, 주방에서 나던 구수한 냄새, 할머니의 노랫 소리..온 몸으로 할머니를 떠올리게 되네요.

나를 바라보시던 그 고운 눈 빛, 따스한 손

많이 그리운 날 꺼내보고파요.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은 어떤 '할머니'를 떠올리실까요?

이제 '할머니'의 삶을 생각해 봐야할 때, 내가 꺼내 줄 수 있는 사랑은 어떤 형태일까 생각해봅니다^^


* 이 책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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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공부 사전 슬기사전 4
김원아 지음, 간장 그림 / 사계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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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의 슬기사전 시리즈는 매번 나올 때마다 하나씩 모았는데 4번 째 책은 사계절의 책읽는 가족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아니,근데 이번 공부사전의 작가님이 바로 김원아 작가님!

두 아이 모두 <나는 3학년 2반 7번 애벌레>를  재미있게 읽은터라, <예의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을 학기 초 학교생활에 적응하며 유용하게 읽은터라. 작가님이 들려주시는 공부 이야기라는 사실 만으로 기대가 되었다.


목차부터 함께 넘겨보는데


"아니, 이거 우리 딸이 맨날 하는 이야기 아냐?"

"아니, 이거 맨날 엄마가 잔소리하는 이야기아냐?"

1장에 등장하는 제목들은 아이가 공부하기 전에 늘상 입에 다는 말이다.


차근차근 하나씩 알려주자. 믿고 기다리자는 말은 언제나 다짐으로만 끝나고...

막상 그날 채워야할 양 분량도 하지 않고

책상에 앉기까지 왔다갔다

글씨는 삐뚤삐뚤

이미 배운 문제를 , 틀려서 가르쳐줬던 문제를 또 틀린 것을 보고 나면

"야 다 그만해. 공부는 아무나 하냐

그거 틀린게 뭐 있다고?" 독하고 모진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불안하고 초조한 아이에게 그 무게를 더할 뿐인 의미없는 말들. 감정소모의 순간들.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나도  공부하는 아이들을 응원하는 부모로서, 선생님으로서 곁에서 건넬 조언을 다시 '공부'한다.

아이의 공부하는 과정을 지지하고 격려하고픈데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건넬지 막막할 때

아이에게 물질적 보상보다는 내적 동기가 되는 칭찬을 해주고 싶을 때

무엇보다 공부 하면 부모와 아이 모두 머리가 아프고 , 가슴도 아픈 시간만 떠올려질 때

오늘도 또 아이를 다그치며 후회하기 전에

다른 아이와 비교하기 전에

아무 페이지나 넘겨 함께 읽어보면 어떨까 한다.

아이의 고민이 귀여운 캐릭터와 만나 따스한 조언이 덧붙여지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1장에서 아이들이 공부가 두렵고 재미없는 다양한 이유와 상황에 따른 조언을 담았다면

2장에서는 실질적으로 공부하는데 어떤 것들이 필요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계획하면 좋은지 이야기가 나온다.

'오늘 할 일 했어 안했어?' 하기 전에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체크할 수 있도록 어른과 아이가 함께 참고해 의미있고 재미있게 해나갈 길라잡이.

책장에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고 틈틈이 함께 읽어갈 책을 만난 듯하다.


아직 시간부자인 우리 아이들에게

슬기로운 부모, 선생님으로서 당당해지기 위해

그러니까 우리 어린이들, 어른들 모두 이 책 보며 함께 공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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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 세상이야 스콜라 창작 그림책 57
하야시 기린 지음, 쇼노 나오코 그림, 황진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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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딘가 익숙한 그림이다!

'그 소문 들었어?' 와 '이 세상 최고의 딸기'로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하야시 기린의 글과 쇼노 나오코의 그림이 만난 새로운 그림책을 선물 받았다. 전작을 통해 이미 유쾌하면서 허를 찌르는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던 터라 <동그라미 세상이야>는 진즉 눈여겨 봐둔 터였다.


동그라미 가게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동글동글 경연대회를 지켜보고,

동그라미에 동그라미가 더해지는 광경을 촬영하는 사람들로 가득찬 그림책 속 장면을 바라보며

묘하게 나의 하루가 겹쳐진다.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찾고, 넘겨보는 피드들.

아~ 사람들은 지난 주말에 이런 데를 갔구나.

이 음료 나도 꼭 먹어보고픈데

요즘 이런 옷이 유행인가보네

이런 전시가 있었네. 아~ 근데 예약이 불가능하네.

내가 보려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찾으려던 것이 무엇인지 잊고

이 피드에서 저 피드로

이 사이트에서 저 사이트로 옮겨가며 채워지는 장바구니들.

동물들이 남기는 것은 기적적인 순간일까? 아니, 우리가 남긴 이 피드들은 기적적인 순간의 모음일까?

그저 스마트폰 화면 속에 갇혀 '좋아요'가 하나라도 더 달리는 기적을 바라는 걸까?

아직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모양 찾기 재미에 빠졌다. 그림책 속에서 모양을 찾는 것 외에도 모양을 따라 쓴 글단락의 디자인이나 문장끝에 붙은 모양 기호들까지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누가 먼저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모두 ---를 좋아하는 듯한 세상.

그림책 장면 속에 경연대회가 열리듯

유행하는 아이템을

누가 더 기발하게 이용하는가

누가 더 많이

누가 더 자주

누가 더 더더 경쟁아닌 경쟁이 벌어진다보면

어쩐지 꺼림칙한 것들이 생겨난다

아니 또 --야?

눈 깜짝 사이에 떨어지는 --의 인기

좋아 좋아 정말 좋아

근데 정말 좋을까?

"막상 해보니 별로네" 라는 말을 처음 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다음 유행하는 기간은 점점 짧아져 온전히 인기를 누리기도 전에 등장하는 다음 아이템들.

이 장면 속에서 아이들은' 난~~ 가 좋은데' 라는 말보다

"그 다음은 어떤 모양이 유행일까?" 라고 묻는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모양은 어떤 모양일까?

내가 좋아하는 맛은?

나에게 어울리는 장소와 순간들을 난 온전히 느끼고 누리고 있는 것일까 뜨끔했던 책.

이번에도 하야시 기린*쇼노 나오코 작가님은 유쾌한 장면 속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동그라미 세상에서 덩그라니 한 발 물러나와

떼구르르 휩쓸려 가지 않도록 날카롭게 조언해주던 이야기. 두 작가님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행과 상관없이 고전처럼 남을 책^^

이 글은 위즈덤 하우스 <나는 교사다>활동으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동그라미세상이야#하야시기린#쇼노나오코#황진희#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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