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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재봉사와 바느질 가게 ㅣ 숲속 재봉사
최향랑 지음 / 창비 / 2026년 10월
평점 :
"숲속 재봉사 시리즈가 나왔네!"
숲속 재봉사에서 시작해서 숲속 재봉사와 털뭉치 괴물, 숲속 재봉사의 꽃잎 드레스, 숲속 재봉사의 옷장까지. 매번 최향랑 작가의 그림책을 만날 때마다 감탄하며 장을 넘겼던 추억이 있습니다. 숲속 재봉사를 따라 꽃잎으로 그림을 그리고 나뭇잎과 가지, 열매를 주웠던 아이들이 이제 중학생,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내게도 조금은 멀었졌던 숲속 재봉사. 계절의 변화에도 무감각해졌던 제게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걸으러 나가자"고 말하는 책이 도착했어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온가족에게 사랑받았던 책을 다시 만나는 기쁨. 갑자기 추억의 그 길, 예전 단골 가게가 기억나 찾아갔더니 여전히 멋진 모습으로 불 밝히고 있을 때의 반가움이라고 할까요.
'이제 조카가 태어났으니 우리 조카랑 같이 읽으면 좋겠네!' '일단 우리반 녀석들과 이 책으로 가을 감각 좀 깨워볼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열었습니다.
면지 속 커튼을 젖히면 숲속 재봉사가 마중나올 것 같지 않나요?
문득 다시 표지를 놓고 살펴보니 #숲, #재봉사, #바느질 라는 단어가 들어옵니다.
그나저나 요즘 아이들이 '재봉사'라는 직업을 알까? '바느질'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집에서 바느질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까? 나는 여전히 이 책이 좋은데 아이들도 이 아름다움에 시선을 멈출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 특히 좋았던 부분은 숲속 재봉사와 더불어 살아가는 숲속 동물들 이야기가 비중있게 등장했다는 것이에요. 옷 한 번을 만드는데 여러 과정이 필요하잖아요. 숲속 재봉사가 재료를 구하러 바느질 소품 가게를 찾을 때마다 '이번엔 어떤 가게일까?' 기대하며 장을 넘길 수 있었어요. 작가의 드로잉와 실제 식물의 사진, 콜라주가 함께하는 모습이 숲속 다양한 생물이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처럼 이질감없이 잘 어우러졌더라구요 . 자연도감은 꽂아두기만 했는데, 자연스레 식물 종의 이름과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는 저와 딸의 모습을 보며 다시금 그림책의 힘을 느꼈습니다.
그림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숲속 재봉사에 나를 대입하게 되는대요. 내가 만약 숲속 재봉사라면 '거미씨의 레이스 공방'에 제일 오래 머물고 싶어요. '숲속에서 레이스를 만들 수 있는게 있겠어?' 싶었는데

꽃잎 말린 것부터 '팽나무잎', '졸참나무잎' 의 구멍이 레이스가 되다니~! 평소 가을잎을 주울 때도 벌레먹고 밟힌 잎이네 ~하고 지나치던 잎이 레이스로 다시 태어나다니~ 자연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숲속 재봉사가 사는 곳은 느리게 흘러가는 세상이에요. 딸깍 하면 내가 그리던 그 장면이 이 장면인가 하면서 이미지가 촤라라 펼쳐지고 방대한 작업물이 뚝딱 만들어지는 시대에 옷 한 번을 짓기 위해 밖으로 나가 자연에서 재료를 찾고 한 땀한 땀 바느질 해 완성하는 옷 이야기라니. 하지만 그림책을 실물로 접하고 나니 오히려 예전보다 더 필요한 책이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뒤에 부록처럼 함께한 '숲속 재봉사의 작업일지'도 좋았어요. 혹시 작가의 작업 노트를 보지 않으면이 모든 것이 직접 한땀한땀 공들여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할 듯 할 정도로 정교하거든요. 온라인 서점에 올라온 북트레일러 속엔 작업 장면을 영상으로 짧게 만날 수 있어요.
요즘 아이들과 영상을 보면 툭 "AI에요?" 라고 먼저 묻곤 해요. 그림책 장면을 다 보고 나서 장면에 숨어 있는 작가의 작업의도나 재료, 표현방법을 다시 살펴보면 같은 장면을 보고 또 보면서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되고~ 손이 근질근질 해질겁니다. 왕년에 종이 인형 좀 갖고 놀았다~ 맘에 드는 종이인형이 없어서 내가 직접 옷 좀 만들어봤다 하는 엄마들이라면 더더~~~그러고 보니 최근에 일상에서 만났던 장면이 다시 펼쳐집니다.
아침에 등굣길에 엄마 손을 잡고 가던 아이가 한참을 나팔 꽃 앞에서 꽃을 바라보고
벌써 이렇게 예쁘게 물들었다면서 교실에 빨간 잎을 주워오고
점심시간, 은행 나무 아래서 한 참을 흙을 파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고
그틈에 비둘기 깃털을 주웠다며 들고 오는 아이들.
어쩌면 아이들은 여전히 열려있는데
어른들만 닫힌 눈으로 세상이 변했다고 외쳤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어른이 되면서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모두가 스마트폰 화면에 파묻혀 사는 시대에 천천히 걸으며 식물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 속에서 섬세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작가. 최향랑 작가의 신작을 만나면서 오래오래 작업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손의 감각이 생생히 담긴 그림책을 보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 숲 속에 이런 것도 있었어? 저마다 고유한 존재로서 아름답고 쓰임있는 것들을 살펴보는 마음씨와 깊은 눈. 같이 살아가는 세계의 감각을 잃지 않고 자라나길 바랍니다.
'바느질, 재봉사'라는 이름은 낯설어도 시간과 정성이 빚어내는 감동을 품고 살아가길요.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