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 자란다! - 읽는 힘도, 깊은 생각도, 단단한 마음도
신동흔 지음, 젤라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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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마아이들도 '오디세이아'라는 말이 익숙해진 지난 여름을 돌이켜보면, 새삼스레 고전의 힘을 느꼈다.

괜히 고전이 아니구나. 들어도 또 듣고 싶고 수없이 변주가 가능해 결국은 살아남은 이야기의 힘은 무엇일까.

'고전'에 대한 키워드를 어떻게 풀어 냈을 지 궁금해 이번 달 서평책으로 <고전으로 자란다!>를 선택했다.

띠지엔 '김지훤 선생님' 강력추천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는데, 내겐 인플루언서 교사보다 '신동흔 글'라는 점이 더 신뢰가 갔다. 평생 고전연구를 지속해오신 신동흔 선생님이 내신 신간이라니. 도깨비보다 요정이 더 익숙해진 시대에 우리의 옛이야기를 계속해 들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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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책을 읽기도 전에 띠지 안에 있는 엿듣는 호랑이 일러스트! 재치만점이구만~ 이 책은 보면 볼 수록 젤라님의 그림이 매력에 빠지게 된다. 최근 '다자구 할머니'에서도 눈여겨봤던 그림책 작가라 더 반가웠다.

이 중에 내가 만나는 어린이들은 몇 가지 이야기를 알고 있을까?

책 속에는 초등교과서에 실린 위의 이야기 외에도 다양한 옛이야기가 실려 있다. 생각보다 많이! 이 중에는 처음 만나는 이야기도 있어서 ' 나 그 이야기 알아요'하고 듣기도 전에 습관처럼 말하는 아이들도 끌어들여 재미나게 읽을 수 있겠다.


  옛이야기 한 편 뒤에 '이야기에서 길찾기'라고 하여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나 생각꺼리- 속담이나 고사성어, 격언까지 소개하는 구성은 짧은 이야기 한 편에도 줄줄이 꿰어 알차게 구성하려는 편집자의 의지가 보이는 책이라고나 할까. 짧은 옛이야기 모음집이지만 글의 폰트가 작아서 초등학교 저학년 보다는 중학년 이상에 추천하고 싶다. 그래서 이 책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보호자나 선생님의 잔소리, 훈화 말씀 대신 자녀들과 한 편씩 읽고, 혹은 미리 읽은 어른이 옛날 이야기 하듯이 한 편 들려주고 자녀, 어린이와 대화의 물꼬를 트는데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질문의 책 처럼~ 책장 속 잘 보이는 위치에 꽂아두고, 답답할 때 내 맘에 드는 카테고리의 이야기를 찾아서 한편 쓱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는데 나> 함께> 세상 으로 시선을 넓혀가면서 마음을 돌보고, 지혜를 나누고, 시련을 이겨낸다는 편집이 매끄럽다. 요즘 아이들이 만나는 고민을 질문 형태로 소제목으로 잡고 그에 어울리는 옛이야기를 소개하는 방식이라니~ 어린이 독자가 '고전'을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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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에서 만난 두 사람 - 주시경과 호머 헐버트 ㅣ 다른 시선 특별한 인물
유다정 지음, 최도은 그림 / 별빛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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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랗고, 노리끼리하기도 하고, 노르스름하게 물들어가는 가을 입니다. 날이 흐려 샛노란 잎들은 반짝이지 못했지만 가을 주말,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흐린 주말엔 따뜻한 차와 책 한 권을 펴는 호사를 누리기 딱이죠.


모처럼 지식그림책을 읽었습니다. <한글에서 만난 두 사람> 주시경과 호머 헐버트의 이야기에요.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안과 밖을 향한 시선의 만남. 그 만남의 광장에 '한글'이 있었습니다. 이방인으로서 한글의 매력에 빠져 세상 밖으로 알리고자 했던 헐버트와 외세의 침입에도 한글을 통해 나라를 구하려 했던 주시경. 방식은 달랐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절망의 시대에 민족의 혼을 일깨워 준 두 사람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자유로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 둘은 후에 배재학당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나게 됩니다. 조선 최초의 한글 교과서가 외국인인 헐버트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되었답니다.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이 면지를 펼쳐놓고 한 참 이야기를 나누고 시작하면 좋겠어요.

 "면지 속에 무엇이 보이니? 보이는 것과 지금 너희들이 '한글'에 대해 알고 잇는 것을 엮어 이야기해볼까?" 하고 이미 알고 있는 지식들을 꺼내 정리해 본다음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과 비교해보면 좋을 것 같거든요.

교육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이 바로 '한글 창제'에 대한 내용과 '바르고 고운말, 언어사용'부분일 거에요. 매년 한글날이 다가오면 각 교실에서 세종대왕의 훈민정음과 한글날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죠. 주시경 선생님에 대해 잘 모르던 친구들도 한글날을 계기로 '한글' 새로운 시작을 알게 되요.

초등학교 들어가 한글을 배울 때, 제일 먼저 시작하는 것은 닿소리와, 홀소리가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고 어떻게 조합되는지 체계적으로 배우게 됩니다. 학교 가기 전에 후다닥 떼어야할 글자가 아니라, 발음기관의 특성을 살려 소리나는대로 글자로 만들 수 있어 누구나 쉬이 배울 수 있는데다 우주를 품은 글자임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죠. 올해 1학년 어린이들과 국어시간에 한글의 기초를 배우면서, '우리나라'라는 통합교과 단원을 배우면서, 한글날을 앞두고~ 여러 번 한글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그중 가장 여러 번 강조한 것은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의 시대 상황이나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에 담긴 뜻, 한글이라는 이름을 새롭게 붙여준 주시경 선생님과 한글을 지키기까지의 노력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매번 한글에 대해 이야기 할 때 ,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할까? 인물을 중심으로, 일어난 일을 중심으로, 어디까지 이야기 해주면 좋을까?' 고민할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이 책을 만나기 전에' 이미 교육과정 상에도 자주 등장하는 '주시경'과 '헐버트'의 이야기를 어떻게 엮었을까'호기심에 서평단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새로운 내용이 있을까, 기존의 역사적 사실들을 두 인물을 중심으로 어떻게 연결했을까 궁금했거든요.

  읽고 나니 단 한 권의 책으로 이렇게 짜임새 있게 이야기를 엮을 수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문체의 내용이 친절하고 쉬운 표현으로 전개되어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부터 고햑년 어린이들까지 두루 읽을 수 있어요.

이번 서평 참여를 통해 '별빛책방'이라는 출판사도 발견하게 되고 무엇보다 '다른 시선 특별한 인물'이라는 역사 속 두 인물을 하나의 주제로 엮은 시리즈를 알게 된 것도 좋았습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려고 해요.

최도은 작가의 그림도 좋았습니다. 책의 내용을 더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도록 감각적인 그림이 장마다 등장했기에 꽤 내용이 긴 지식그림책임에도 불구하고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따로 페이지를 넣지 않아도 매 장별로 글의 내용을 한 눈에 보여주는 작은 제목들과 그림이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나중에 더 자세히 읽고 싶은 부분만 찾을 떄도 그림을 떠올리면 쉽게 찾을 수 있겠더라구요.


이 책을 읽고 나니 평소 산책길에 스치듯 지나가던 문구들이 새롭게 들어옵니다.

세종로를 따라 가면서 만나는 이런 표시들.

찾아보니 종로 구석구석 한글과 관련된 장소들이 많더라구요.

주시경과 헐버트의 동상도 있다니 이 책을 들고 산책 한 번 다녀와야겠습니다.


나는 백성들이 자기 말과 자기 삶을 글로 적을 수 있게 하고자 한다.

그것이 나라의 근본이다!


  책 속 세종대왕의 이 말이 콕 들어왔어요. 자기 말과 자기 삶을 글로 적을 수 있다는 것. 세종대왕의 이 깊은 뜻이 여러 후손들, 특히 주시경과 헐버트를 거쳐 그들이 양성한 수많은 후배학자들에 의해 이어져 내려왔기에 지금의 삶이 가능하겠지요?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는 한글을 위해 어떤 노력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한글의 역사와 더불어 두 학자가 꿈꾸었던 목표. '모두의 글자로서 한글. 한글을 통해 나라의 정신을 지키고 각자의 삶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 이 뜻을 되새겨 본다면 내가 남기는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이. 한 자 한 자의 기록이 다르게 보일 거에요. 그래서 이 책은 한글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게 만들고, 나아가 내 삶을 더 가꾸며 살아가야겠다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데 마중이 되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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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줄 체육 대회 ㅣ 또또또 그림책
문명예 지음 / 책읽는곰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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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나는 기다립니다' '리본'에 이어 줄로~ 끈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그림책이 나왔네요.

귀여운 동물들이 돌돌돌 말린 빨간 줄을 함께 들고 있는 장면.

표지를 쓰다듬어 보니 만질만질한 것이 느낌이 좋아요.

가을은 체육대회 시즌이기도 하죠.

마침 운동회 준비에 한창이었던터라 이 책 속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어린이들과 지난 운동회 장면을 떠올리며 같이 읽어보면 좋겠구나 싶었구요.

한 장씩 넘겨보니 오랫동안 '출판디자이너'로 일한 작가님의 감각이 스며든 책이구나 싶었습니다.

줄줄줄 체육대회에 가운데를 가르는 빨간 줄이 거의 모든 페이지 동일한 위치에서 이어지거든요.

주로 가운데에 위치한 빨간 줄의 변주를 보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재미!


빨간 리본끈은 운동회의 입장 선으로

응원단과 경기장을 가르는 경계 선으로

역도의 봉으로


높이 뛰기의 장대로

철봉으로

스케이트 보드로


암벽등반의 줄로

그리고 또 무엇으로 이어질까요?

등장하는 동물들과 체육대회 경기에 참여하는 기분으로, 응원하는 기분으로 장을 넘기다보면

다음엔 어떤 종목이 펼쳐질까 궁금해집니다.

거기서 줄은 또 어떻게 변신할까 상상하게 되구요.

1학년 교실에선 수업 중 수시로 그림책을 꺼내 읽는데

이 책은 '흉내내는 말'을 공부하는 단원에서

상상장면을 꾸며내는 단원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정말 그림책을 보고 또 보고 읽고 또 읽고 사고 또 사게 만드는 1학년 교육과정 야호~!)

오늘 1학년 어린이들과 수행평가로 모양꾸미기를 하다가

아이들이 '정리 정돈'도 평가 항목에 넣어주면 안되냐 했는데

이 책 역시 체육대회의 시작에서 마무리의 정리 장면까지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물론, 빨간줄은 단 한 장면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구요.

그야말로 줄줄줄 이어지던 체육대회.

승패와 관계 없이 경기 자체가 흥미롭게 느껴지던 체육대회의 장면들.

어린이들은 어떤 장면이 가장 좋았을까 궁금해져요.(상상 단원에서 읽어주려고 교실에서는 아직 못읽어주었습니다)

어린이들은 빨간 줄로 어떤 장면을 상상할까도요.

줄줄이 이어지는 상상놀이도 가능한 책. 이 책을 어서 교실에서 넘겨보기 위해서라도

상상단원이 얼른 들어가고 싶어지네요~


*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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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ㅣ 우리 아이 인성교육 37
리우쉬궁 지음, 우디 옮김 / 불광출판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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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이 쌓였을 때 훌쩍 여행을 갈 수도 있고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 명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제겐 그림책이 있습니다.

한 장 한 장 정말 소중히 넘기고 싶은 책을 만났어요.


리우쉬궁 작가의 비雨 입니다.

지난 전주국제도서전에서 이 책을 넘겨보고 범상치 않다 했는데 일정에 쫓겨 천천히 넘겨보질 못했어요.

어쩐지 이 책은 그냥 휘리릭 넘길 책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표지부터 너무 좋았던 터라 담아두고 있었는데 제이포럼에 서평단으로 참여할 기회가 생겨 만났네요. 사실 곧 만날 느낌이 강하게 있었죠. 어떻게든 가까이 두고 싶었던 책이니까.

받아서 잔잔한 음악을 틀고 천천히 넘겨 보는데 월요일부터 이것저것 심란했던 마음을 한 올 한 올 쓰다듬어 주는 느낌입니다.

이 책은 아래에서 위로 넘기면서 읽는 책이에요.

제가 최근 산 대만 작가의 책 중 이렇게 넘기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책을 여러 권 만났는데 대만에서는 이런 형식의 그림책이 더 많은가도 궁금해졌습니다.

그림책<비雨>는 책의 내용을 따라 펼쳐지는 그림을 만나니, 역시 이렇게 이야기가 열려야 작가의 그림이 제대로 펼쳐지겠네 싶었어요. 스탠드 조명 아래 사진을 찍어 노란 빛이 더 강하지만 실제 붓의 질감과 재치어린 그림체를 보다보면 슬며시 웃음이 납니다.


숲 속에 홀로 남겨진 아이.

전 이 표현이 특히 좋았습니다.

태어나면서 부터 절에서 자란 아이.

하루하루 천천히 자라는 아이.

천천히 자라는 아이라니.작가의 섬세함일까요? 번역가의 역량일까요?

쓸 줄 아는 글자는 비 雨 밖에 없던 아이.

그 비雨라는 글자에는 매일 매일 스님의 본 것과 생각한 것이 담겨 있었죠.

속상할 때, 화가 날 때, 슬플 때, 기쁠 때도 써내려가던

스님의 모든 순간을 담아온, 단 한 글자.


평생 쓸 줄 아는 글자라곤 한 글자 밖에 없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읽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글자가 비雨이어서 쓰기 시작한 글씨지만

경전을 읽을 수 없는 스님은 단 한 글자로 수행을 합니다.

그리고 나라에 비가 내리지 않아 근심일 때, 산에서 수행중이던 스님들이 힘을 보태고자 경전과 염주를 챙겨 내려가기로 하자, 비 스님 또한 그동한 써온 수많은 비 글씨를 챙겨 따라나섭니다.

스님의 정성에 하늘도 감동한 것일까요?

생각해보니 하늘도 감동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살아온 모든 순간을 꾹꾹 담아 적은 글씨이니

꾸준한 정성을 무엇이 대신 할 수 있을까요?

마침 스님이 쓸 수 있던 글자가 비雨였던 것은 운명이었을까요?

어떤 방식이든,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그저 묵묵히 적어 내려갔던 글씨들.

그림책을 넘겨 보는 내내 '캘리그래피 같은 글씨체네. 이건 그냥 폰트가 아닐거 같은데' 하면서 책을 살펴보았는데

앞에 서지정보에 캘리그래피 '해랑혜란'이라고 적혀있네요.

알고보니 해랑혜란 작가도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였군요.


원서 또한 캘리그래피로 쓰여졌을까요?

작가의 그림과 이 글씨체가 너무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한 장 한 장 머물게 만드는 힘이 있었어요.


원서의 그림책 장면을 찾아봤는데 어때요? 한글로 번역된 캘리그래피 글씨가 이질감이 없죠?

무엇보다 마음이 편해지는 그림은 컬러 잉크와 아크릴 물감, 연필로 그린 그림이라는데

완성하는데 약 3년이 걸렸다는 부분을 읽으며 작가가 책을 만드는 과정 또한 스님이 '비雨'를 써내려가는 과정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이 달라지고 조금더 많이 빠르게를 외쳐야 할 것 같은 요즘,

차분히 비를 넘겨보세요.

내 안에 한결같이 품고 픈 말이 있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해나가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따스한 손으로 등을 쓰다듬으며 응원해주던 책이었습니다.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남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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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아 주려고 왔지
서정홍 지음, 김명 그림 / 창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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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노래하는 산골 농부가 쓴 시.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는 시인이라~ 누구보다 흙과 바람과 볕에 가까이 살고, 생명을 키우는 업을 삼는 시인이 짓는 시들은 어떤 느낌일까. 첫장의 '시인의 말'을 읽는 순간 부터 궁금해졌다.

정확하게 '시인의 말'부터 나를 다독여주는 느낌이랄까.

시를 쓴다고 세상이 나아질까요?

그건 알 수 없어요.

그러나 시를 쓰면서, 내가 쓴 시를 읽으면서 울기도 했어요.

어쩐지 올고 나면 속이 후련했지요.

그떄마다 시가 나를 보듬고 다독였어요.

'괜찮아요.'하면서 제 손을 잡아 주었어요.

-p.5, 시인의 말 중에서

시를 읽다보니 시인이 사는 동네가 궁금해지고

시 속에 등장하는 준우 삼촌과 진돗개도, 준우 삼촌 얼굴을 봄날처럼 만든 이도

뻐꾹새와 소쩍새도

선우와 민주 삼촌과 할머니도 궁금해진다.

할머니 집에 놀러온 서로와 함께

할미가 차려준 밥상의 밥을 입안 가득 넣고 싶어지고

구석구석 숨겨진 잡초들도 이름을 불러주며 찾고 싶어지던 시들.

'누가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고, 모두 나란히 걷는 세상'을 꿈꾸는 시인의 바람처럼

시 속 세상에선 모두가 나란히 서 동그란 등을 때로는 기대고 때로는 토닥이며 걷는 느낌이다.

그리고 흙냄새 폴폴 나던 시들.

속살속살 이야기허며 쑥쑥 자라는 작은 존재들과 함께

우리는 하나로 이어진 존재라는 감각을 일깨워주던 동시집

예전처럼 외가에 갔던 추석 즈음 읽어 그런가

할머니 집에서만 느낄 수 있던 뜨끈함과 다정함이 몰려들어오던 마음이 뜨끈해지던 동시집이었다.

모두모두 빛나는 별이다

보잘것없는 하늘 없듯이

보잘것없는 사람은 없다

보잘것없는 산이 없듯이

보잘것없는 사람은 없다

보잘것없는 나무 없듯이

보잘것없는 사람은 없다

보잘것없는 새가 없듯이

보잘것 없는 사람은 없다

보잘것없는 꽃이 없듯이

보잘것없는 사람은 없다

보잘것없는 나비 없듯이

보잘것없는 사람은 없다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모두 빛나는 별이다


아이들과 함께 필사하고 싶어지던 시들이 많아 동시집을 다 읽고 나니 여기저기 표시해 둔 곳이 삐죽삐죽 나와있다.

찬 바람 불기 시작한 가을,

모두와 풍성한 연휴를 누리고 볕을 쬐고 있는 틈에도

외로운 구석이 빼꼼 내밀때면 책장에 이 시집을 꺼내 보려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하나씩 읽어주고 소개해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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