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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치다 ㅣ 바람그림책 165
윤여림 지음, 김고은 그림 / 천개의바람 / 2025년 6월
평점 :
이 책이 처음 제 마음을 훔친 것은 단연코 '표지'덕입니다.

김고운 작가님이 묘사하는 캐릭터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어요. '무슨 내용일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익살스럽고 유쾌한 주인공들. 그러고보니 윤여림작가님과의 협업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군요.
이번에도 이상하게 끌린다 싶었더니 김고운 작가님의 그림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고민이 있는 모습입니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듯도 하구요. 그림책을 마주하는 독자와의 눈맞춤이 영 어색한 이 표정
자세도 똥싼 포즈인데 주먹은 꽉 쥐고 있군요.
제목이 <훔치다> 이기에 분명 이 아이가 무언가를 훔쳤구나 싶은데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제목에 훔친 물건의 단서까지 등장해버립니다.
양심, 정직, 용기...이 모든 단어들이 어른들의 입을 통해,
때로는 도덕책에 등장해 우리 마음에 자리잡고 있죠.
사람이라면 마땅히~ 라는 수식어도 함께.
양심이 있으면~~~
그런데 언제 양심의 존재를 느꼈더라.
이 책의 글작가인 윤여림 작가는 작가의 소개란에 -처음 '양심'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썼다-고 밝히고 있어요. 이 책을 어린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자연스레 엄마의 양심고백도 이어질 것만 같은 책입니다.
그러면서 은근히 아이에게 '너는 이런 양심의 흔들림을 느낀 적이 없는지' 유도질문?을 하고만 싶구요.
그림책을 넘기면서 단순히 아이가 무언가를, 왜 훔쳤나 보다 심경의 변화가 더 눈에 들어오는 전개입니다.

장면의 구석에서 친구의 반지를 슬쩍 훔쳐보는 장면에서
쫙 펼쳐진 친구의 손가락 마디마디 새겨진, 하나에 갖고 싶다는 욕망
물끄러미 갖고 싶던 물건이 내 눈 앞에 나타났을 때의 표정과
드디어 그 반지를 주머니에 슬쩍 집어 넣고서 만나는
아이의 심경변화가
아이의 표정으로
화면에 가득하게 때로는 숨겨진 글자체의 변주로
나타나요.
아이와 함께 읽다보니 아이의 표정도 어느새 심각해지더군요.
더 이야기 나누고픈데~
꼬치꼬치 질문보다는
아이의 마음이 자꾸 궁금해져요.
이 책을 만나는 아이들은 이 장면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
내가 생각한 그 답을 강요하지 않고 묻는 질문엔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하게 되구요.
이 책이 주는 또하나의 즐거움은 앞뒤 면지의 변화를 만날 때에요.
마치 하나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 처럼~
분명 앞면지에는 아이들의 소지품에 눈에 띄게 칠해진 노란색이
야기가 마칠 때쯤엔 양 볼에 가득하거든요.
도대체 아이들에겐 무슨 변화가 생겼을까?
도대체 면지 속 이 장면이
'훔치다'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해지기도 하구요.
몸이 근질근질해지다가 마음이 근질근질해지고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그림책 <훔치다>
어서, 더 많은 어린이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어요.
* 이 책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