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는 화려하게 화가 노석미 사계절 음식 에세이
노석미 지음 / 사계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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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게나 술을 마시고 싶지 않다.

끼니가 그렇듯 술도 그렇게 마시고 싶다.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어느 하나도 의미가 없는 것이 없이,

"한 잔의 술로 한 줌의 먹이와 함께 촉촉하게 먹고 휴식을 갖는다."가

내가 술과 안주를 먹는, 대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p.12

  비오는 창밖을 보고 있으니 저도 오늘 기름냄새 나는 전에 막걸리 한 잔. 아니면 냉파스타 샐러드 이런 예쁜 음식에 스파클링 와인 한 잔 마시고 싶은걸요. 이 책은 이런 날 읽어야지요. 작가가 설명하듯 <안주는 화려하게>는 전작 <먹이는 간소하게>와 대구를 이루는 책입니다. 특히 이번 책에는 작가의 '술과 안주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요. 


저는 술을 아니, 술자리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정말 갈수록 아무렇게나, 아무와 마시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젊어서는 안주는 스페샬이면 호강이고 아무거나^^: 주의였는데 나이들 수록 점점 안주 고르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요즘은 집에서 남편과 가볍게 한 잔 할 때가 가끔 있는데, 두 권을 다 읽고 나니 전작보다 오히려 <안주는 화려하게> 속 요리들이 가볍게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어요.

세상에 지켜야 될 법칙 같은 건 따로 없다는 것은 알지만, 또는 법칙은 깨지라고 있다는 주장에도 꽤나 수긍하는 편임에도

굳이 법칙을 만들어 사는 꼬장꼬장한 인간이 여기에 있다.

나는 언제나 괜찮은 것은 종잇장 차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의 차이가 전부이다. 맛있는 음식이나 아름다운 물건이나 

모두 조금의 차이가 만들어낸다.

처음부터 좋은 것을 쓰고 사소한 것에도 타협하지 않았다면

무조건 아름다운 음식이 된다.

그것이 내겐 가장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요리이다.

p.78

  작가의 요리 철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꼭 요리가 아니라도 '괜찮은 것이 종잇장 차이'라는 말에 공감했습니다. 디테일이라고 하죠. 의외로 사소한 것에서 큰 차이가 벌어지더라구요.

어딘가 아름다운 장소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면 그 이상 무슨 안주가 필요하겠는가.

최고의 안주는 배경이다.

아름다운 정원, 숲, 산, 바다, 도시의 화려하고 빛나는 조명들, 빌딩숲,

강과 다리가 보이는 어딘가 또는 이국적인 여행지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이 한 잔의 술을 마시려고 이렇게 멀리 떠나왔던 것이냐!"를 외치며 감격에 젖기도 한다.

그리고 함께 하는 이다, 친구나 지인과 같은 마음, 

적어도 비슷한 마음으로 함게하는 술자리가 가장 즐겁다.

p.116

  작가처럼 요리는 못해도, 술 좀 하는 사람들(절대 주량 문제가 아니라 술 자리를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는 부분 아닐까요. 문득 지난 술자리가 생각나기도 하고~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어떤 날은 줌으로 여러 친구들과 만나 각자 준비한 술을 마시며 수다꽃을 피우기도 한다.

각자 화면을 통해서 만나는 것임에도 그야말로 사운드가 겹쳐 어지간히 왁자한 느낌을 준다.

그렇게 보면 이건 혼술은 분명 아니다.

반명 어떤 자리에 나갔는데 상대는 술을 마시지 않고 나홀로

술을 마신다면 이건 혼술인가? 아닌가? 헷갈린다.

p.128

이 부분에선 클럽 주책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더라구요. 나이가 들면서 건강문제를 생각하게 되고 여러 사정으로 친구들과 술자리 만들기도 힘들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술과 함께 자꾸 함께 할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건 왜일까요?

이제 건강 생각해서 금주하고 절주해야하는 나이임을 실감하지만

그래서 단 한 잔을 마시더라도 더 화려하게! 좋은 이들과 기꺼이 시간을 내서 함께 마시고픈 마음!

그리고 좋아하는 이들을 불러 내가 만든 화려안 안주들을 차려내고픈 마음.


안주는 화려하게를 읽다가 발견한 새로운 조합의 안주는 김치볶음밥과 화이트와인!

화이트 와인은 해산물이랑 먹는거 아냐? 하는 했는데 꼭 한 번 함께 먹어봐야곘다 체크체크 해두고요.

조미김과 흰쌀밥(툭하면 등장하는 우리집 주식)에 브리치즈를 함께 하는 조합이라니!

장봐온다는 남편에게 당장 브리치즈를 부탁해봅니다.

요리를 할 때 언제나 즐겁게 하기는 어렵겠지만.

요리가 즐겁지 않다면 괴로운 일이다.

외부로부터 즐거운 일이 오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기꺼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 요리를 하고 누군가와 함께 맛나게 먹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즐거운 분위기를 올려줄 알코올도 함께라면 더 좋겠지.

물론 매일 그렇게 살 수는 없다.

다 귀찮고 지치는 날도 있다.

철퍼덕하고 누워서 가로 생활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늘 긍정적이고 활기찬 상태로 사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렇게 철퍼덕 누워있다가도 또 벌떡 일어나 에너지를 파보자.

파다보면 또 뭔가 나온다. 그렇게 오르락내리락하며 사는 거지, 뭐!

p.169

책을 읽다 나도 모르게 냉장고 속에서 이것저것 꺼내 안주상을 만들고

그래~ 아 좋다. 오늘하루도 잘 보냈네. 스스로 위안삼다보니 


작가가 처음 한 말이 떠오르네요.

지나친 음주는 해롭고요, 지나친 안주는...살쪄요.


아무래도 술을 끊을 수는 없으니 운동을 좀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화려하게 한 잔 해야겠어요.



*이 책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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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는 간소하게 화가 노석미 사계절 음식 에세이
노석미 지음 / 사계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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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출간된 화가 노석미의 사계절 에세이, <먹이는 간소하게>..

이번에 <안주는 화려하게>가 출간되면서 재출간 되었어요.

전 노석미 작가의 그림에 끌렸다가 에세이에서 엿보는 그녀의 삶의 태도에 반했던터라

이미 이 책이 있었지만(읽고 제 주변에 생각나는 이들이 있어서 누군가에게 빌려준거 같아요),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안주는 화려하게>가 나올 수 밖에 없던 전편 이었더라구요.

매일 먹고 사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빠질 수 없는 것들이 술과 어울리는 사람들. 함께 하는 음식 이야기였으니

여기에 못다한 이야기는 <안주는 화려하게>에서 이어집니다.

때론 겹치기도 하구요.

<먹이는 간소하게>이야기로 다시 넘어갈까요? 차례부터 귀여운 음식 그림들이 사계절로 챕터가 나뉘어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지금은 여름'이니까 여름의 음식들이 먼저 들어오죠?

눈에 띄게 많이 보이는 재료는 '토마토'

저도 제가 토마토 이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다가 날도 덥고 휘리릭 샐러드 해먹기도 간편하고 카레나 어떤 이는 찌개에 넣어도 된다해서 조금씩 토마토의 매력에 스며들고 있었거든요.

요즘 새롭게 빠진 '토마토스프'를 이제 만들어 먹어봐야겠다 생각하며 페이지에 인덱스를 붙여봅니다. 냉장고 털이할 때 '토마토스튜'로 분위기 내도 좋겠어요.

그리고 가을엔 꼭 '오미자효소'를 만들어보리라 마음먹어 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음식들에 이 '오미자효소'가 감초처럼 등장하는데 그런건 농사짓는 사람들이나 만들어 먹을 수 있는거 아냐 했더니 '오미자 열매'만 구하면 의외로 간단할지도요!


짐작하셨겠지만 <먹이는 간소하게>는 지금 쉬이 구해서, 먹기에 딱인 재료들이 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결코 간단하고 손쉽지는 않은 듯해요. 물론 재료나 요리과정이 복잡하고 힘든 것은 아닌 듯한데

작가의 식재료는 주로 작가의 밭에서 나오거든요.

작가가 '간소하게'라고 이야기했지만 지나치게 겸손한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의 앞에 실린 작가의 말은 이 책을 관통하는 '먹이 철학',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어요.

그 부분이 통으로 좋았구요.

단순하고 예쁜 그리고 담백한 음식을 만들어서 먹고 살고 싶다.

조금 수고롭더라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음식의 재료를 직접 키우고 요리해서 먹고 살고 싶다.

먹이가 어디서 왔는지, 그 먹이를 어떻게 요리해서 어디에 담아서 어느 곳에서 누구와 함께 먹는지, 그런 것들이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먹이의 형태와 색감, 냄새 등을 탐닉하는 것을 좋아한다. 

먹이에 깃든 사연들을 떠올려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먹이를 그린 그림이 꽤 되었다. 어쩌면 음식을 만드는 것이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나 비슷한 것도 같다.

'음식'이나 '요리'가 아닌 '먹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것은 

소박하다거나 간소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이 먹고 사는 일이 동물의 그것에 비해 특별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p.15

  작가가 왜 널린 '집밥, 음식, 요리'등의 단어를 쓰지 않고 '먹이'라는 표현을 썼는지.

음식을 만드는 것이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나 비슷하다고 했는데 다시 보니 내가 사랑했던 노석미 작가의 선, 색, 단순한 형태지만 여러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그림들이 작가가 먹이를 준비하는 과정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제된 선과 색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잖아요? 여기엔 딱 이 색. 같은 초록이여도 여기엔 딱 이 초록. 군더더기 없는 선들. 그래서 작가가 소개하는 음식들도 갖은 양념으로 본재료의 맛을 숨기지 않습니다.

이것저것 넣지 않아도 그 자체의 담백함으로. 본연의 색과 맛으로 계절을 느끼게 해주는 먹이들.

딱 내가 먹을 만큼의 탐닉. 여유가 있으면 함께 나누는 이야기.

음식 하나 만들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들. 삶의 에피소드들을 듣고 있자니

평소 "난 주방일이 제일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 아 진짜 또 먹을 시간이야. 아 대충 끼니나~ 아무거나 먹어'했던 게으름이 떠올라 내가 놓친것은 정말 단순히 '한끼의 음식'이 아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음식 그림에 맞아 그맛이지~ 입맛을 다시다보면 페이지는 잘도 넘어가는데 예나 지금이나 제가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송편'에 관한 이야기! 은근 자주 등장하는 어머님과의 추억. 저도 딸들에게 기억나는 그리운 맛의 먹이쯤은 자신있게 내놓고 싶은데 말이죠!

그냥은 없는듯해요.

정성과 수고스러움이 더해져 딱 내 할만큼, 내가 필요한 만큼의 먹이도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제겐 <먹이는 간소하게>가 <먹이는 근사하게>로 읽혔습니다.


이 책은 계절에 맞게 챕터별로 읽어도 좋을 것 같고,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재료들(작가처럼 직접 재배할 수는 없겠지만 바로 주변에 식재료가 널렸잖아요? 생각해보니 그것도 참 감사한 일!)을 찾아 읽어도 좋은 책이에요.

물론, 구체적인 개량수치나, 요리과정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조금 애써서 먹고 싶다면

뭐 요리과정 하나 찾는거 일도 아니잖아요? 오늘은 어두침침 비가 오락가락하니 부추전 페이지에 자꾸 눈길이 머뭅니다. 막걸리와 함께 먹어야한다는데~ 둘째가 열이 나네요: 일단 오늘 점심은 뭉글하게 미역국부터 끓어야겠습니다.

노석미 작가의 이번 에세이에 끌렸다면 삶의 이야기를 쓴 또다른기록, <매우 초록>도 추천해요.

사시사철 제 각각 다 때가 있고 즐겨야 할 맛이 있다면

오늘은 어떤 맛을 즐기실 건가요? 우리 간소하지만 근사하게 또 오늘을 맛나게 살아봐요.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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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랑찰랑 슬픔 하나 파란 이야기 22
황선미 지음, 김정은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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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를 열자 "슬픔도 의미가 있을 거예요."라는 황선미 작가의 사인이 눈에 들어왔다.

인사이드 아웃의 사랑스런 슬픔이를 만날 날 부터~

내 안의 모든 감정을 사랑해주어야지 했지만

피하고 싶고 감추고 싶은 슬픔.

동화 속에서 아이가 만난 슬픔은 어떻게 그려질까 궁금해졌다.

찰랑시리즈는 '십대를 위한 문학 시리즈'이다.

'찰랑찰랑 비밀 하나'

'찰랑찰랑 사랑 하나'

이번에 나온 '찰랑찰랑 슬픔하나'까지

분명 집에서 시리즈의 다른 책들을 봤던 것 같은데 찾을 수 없어 슬픔하나부터 읽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찾기 힘든 책이란 말은 딸 셋 중 한 명의 책꽂이 속에 있다는 것. 딸들의 손길을 거친다는 건 마음을 사로잡은 책이기도 하다.

동화책을 수준이나 성별에 따라 나누는 걸 지양하지만,

이 책은 중학년에서 고학년에 이르는 여자 어린이들에게 많이 다가갈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찾기 힘든 어린이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던 이야기. 찰랑찰랑 시리즈의 앞 이야기들을 먼저 읽고 이 책을 만났다면 초반부터 봄인이를 둘러싼 여러 인물과 상황들이 더 공감이 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이미 읽은 딸들과 함께 너는 시리즈 중에서 어떤 이야기가, 어떤 에피소드가 좋았어? 어떤 주인공이 마음에 들어와 하고 수다 떨고 싶은 이야기.

주인, 봄인이의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엄마아빠는 의료봉사로 아프리카에 가 있고

치매인 할머니는 요양원에

어쩔 수 없이 함께 사는 삼촌은 사춘기 감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어설픈 보호자이고~

어? 근데 알고보니 삼촌이 봄인이의 아빠인듯한데~

자신의 감정조절도 어려운 시기에 너무 산넘어 산 아니야 싶지만~

이상하게 주인공에겐 그런 사정 쯤은 큰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찰랑찰랑 슬픔하나'는 함께 사는 유일한 가족, 삼촌이 내가 모르는 여자를 만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알고보니 그 낯선 여자는 봄인이와 여러모로 연결고리가 있었는데~

영원할 듯한 관계는 끝이 나고

예상치 못한 연결 고리가 생기는 상황을 맞닥들일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피치파이프'라는 소품과

삼촌이 만화가란 직업과 함께 '게릴라 가드너'라는 설정이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주인공의 상황이- '알고보면 내가 네 아빠야 엄마야' 하는 설정- 드라마에서는 흔한 설정일지 몰라도 익숙한 상황은 아니다. 동화에서 조차도. 하지만 봄인이가 삼촌 방에서 피치파이프라는 소품을 보고 찾았던 것이나. 손에 들어올 것 같지 않았던 피치파이프가 자연스레 내 것이 된 것처럼. 피치파이프가 바이올린이나 첼로의 음을 조율하는 것처럼. 어느새 이야기 속에 등장인물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봄인이와 삼촌.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관계들에서 처음엔 삐걱대고 서로를 밀어낼 지 몰라도 서로의 목소리를 들으며 맞춰가는 시간들이 펼쳐지리라 믿는다.

또 게릴라 가드너라는 생소한 일이, 쓰레기가 쌓인 땅이나 빈 땅에 꽃을 심는 일처럼 삼촌과 겉도는 상황들도~ 차차 하나씩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되겠지. 다음 편에선(분명히 이 시리즈는 아직 풀어낼 이야기가 더 있다고 본다.) 봄인이가 멀리 떠난 부모님의 존재를 그리워하기보다 삼촌과 통하는 이야기들이 더 많이 등장할 듯 하다.

우리 안에 있어.

친구들 안 놀라게 초인종 눌러 줘.

열쇠로 대문 열고 들어와서 우리를 야단칠까 봐 그런 거야. 나는 야단맞아도 괜찮아. 하지만 친구들이 야단맞거나 놀라는 건 싫어. 그러면 나는 창피할 거야. 여긴 할머니랑 내 집이야. 누구든 여기 오려면 손님처럼 굴어야 한다고. 삼촌이라고 해도.

딩동!

p.124

그리고 무엇보다 이야기 속에서 반가운 목소리는 바로 이 메세지 속 윤봄인의 목소리였다.

아직은 나를 제대로 이해 못하는, 보호자 삼촌. 그리고 낯설기만 한 '엄마'라는 존재에게

나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는 찰랑찰랑 윤봄이의 당찬 이 메세지가.

찰랑이는 윤봄인의 이야기가 만날 다음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찰랑찰랑 비밀 하나' , '찰랑찰랑 사랑 하나'를 찾아 읽고

손이 시린 어느 날에, 코코아 후후 불면서 다시 읽고 싶다.


*이 글은 <나는 교사다> 서포터즈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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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 기린 파란 이야기 20
김유경 지음, 홍지혜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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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본 기린과 아이의 모습으로 가득한 표지. 동물과 인간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것은 '리버뷰'라는 낯선 세계. 마인드 업로딩 기술로 육체없이 정신만 옮겨놓은 네트워크 세상이라는 설정이 친근하지 않은 터라 처음에는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기후위기에 따른 지구 청소 정책으로 인공지능 에모스의 통치하에 있는 세계라니.

익숙한 환경문제에 곧 다가올 AI세상에 대한 경고+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인가. 다소 뻔한 이야기가 아닐까~이어질 이야기를 예상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에 드러나는 여러 장치는 예상을 빗나가며 예리하게 질문꺼리를 남긴다.

일단 리버뷰라는 세계가 원한다고 아무나 갈 수 없는 세계란 것.

주인공 재이는 연이은 업로딩 실패로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자의로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 지구에 남은 친구와 다른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AI가 통치하는 세상은 당연히 디스토피아일거야~AI는 악당으로 그려지겠지 하는 선입견과 달리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자의식이 있는 에모스의 존재이다.

지구에 남은 인간을 케어하고 지구에 소수의 인간만 남으면 그들이 원할 때만 케어하겠다는 존재.

칭찬을 좋아하고 자신의 평판에 신경쓰는 AI라니. 주기적 여론조사로 행동을 수정하고 자애로운 지도자가 되고 싶은 AI 모습에 웃음이 났다. 최근에도 AI로 업무 외에도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사주며 미래에 대한 전망. 어느새 속마음까지 나누는 존재가 그들이기에. 인간이 모든 세상을 통치할 수 있고 그것이 최선이라는 것은 착각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한 등장인물의 이중성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기 위해 지구에 남은 사람들.

재난에서 늘가장 먼저 버려지기 마련인 동물들을 정말 가족처럼 대하는 사람들.

나는 반려동물도 가족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부모를 버릴 수 있다거나, 부모가 자녀를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것처럼 반려동물에 대해서도 똑같이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반려동물은 상황에 따라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반려동물만 지상에 남겨 두고 리버뷰에 들어간 사람들은 애초에 그들을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걸 거야. 정말 너무 이기적이야."

p.81

소라를 만난 뒤로 나는 정말 '이기적인 사람'일까 의문이 들기 시작한 재이. 함께 사는 동물을 두고서라도 얼른 가족들이 있는 리버뷰에 가는 것만 바라던 재이에겐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볼수 있다. 재미에게 마음의 파동을 일으킨 사람들에겐 또다른 면이 있다. 바로 동물을 불법으로 납치하는 사람들 또한 그들이기 때문이다.

아저씨들은 잔인한 사람들이었다. 동물을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들이 살아하는 동물은 자기의 반려동물뿐이었다. 자신의 반려동물을 살리기 위해 다른동물의 생명을 희생시켰다.

그건 동물을 위하는 게 아니다. 사랑하는 게 아니다. 그저 어리석은 소유물일 뿐이다.

p.129

또한 재이가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애초에 리버뷰에 합류하지 못한 이유도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었기에. 동물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게 진짜 내 모습이라며 그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기로 한 재이.

재이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인류가 동물과 함께 만들어갈 세상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본다.

우리는 쉽게 그들을 선택하고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이름을 바꾸어 더 생각해주는 척 하지만,

정말 그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매일의 더위가 '여름이라 그래'라고 하기엔 참을 수 없을 지경인 요즘~

각종 냉방기에 둘러싸야 하루를 보내는 가운데도

밖에서 종일을 보내며 이 무더위에 사투를 벌이고 있을 동물들을 생각해본다.

꼭 '리버뷰'라는 가상의 세계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살 자격이 있는 존재들인지.

함께 살아가는 감각에 대해.

그리고 서로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주는 "창밖의 기린".

지금 우리 창밖에 우리에게 말거는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 글은 <나는교사다>서포터즈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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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치다 바람그림책 165
윤여림 지음, 김고은 그림 / 천개의바람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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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처음 제 마음을 훔친 것은 단연코 '표지'덕입니다.

김고운 작가님이 묘사하는 캐릭터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어요. '무슨 내용일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익살스럽고 유쾌한 주인공들. 그러고보니 윤여림작가님과의 협업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군요.

이번에도 이상하게 끌린다 싶었더니 김고운 작가님의 그림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고민이 있는 모습입니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듯도 하구요. 그림책을 마주하는 독자와의 눈맞춤이 영 어색한 이 표정

자세도 똥싼 포즈인데 주먹은 꽉 쥐고 있군요.

제목이 <훔치다> 이기에 분명 이 아이가 무언가를 훔쳤구나 싶은데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제목에 훔친 물건의 단서까지 등장해버립니다.

양심, 정직, 용기...이 모든 단어들이 어른들의 입을 통해,

때로는 도덕책에 등장해 우리 마음에 자리잡고 있죠.

사람이라면 마땅히~ 라는 수식어도 함께.

양심이 있으면~~~

그런데 언제 양심의 존재를 느꼈더라.

이 책의 글작가인 윤여림 작가는 작가의 소개란에 -처음 '양심'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썼다-고 밝히고 있어요. 이 책을 어린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자연스레 엄마의 양심고백도 이어질 것만 같은 책입니다.

그러면서 은근히 아이에게 '너는 이런 양심의 흔들림을 느낀 적이 없는지' 유도질문?을 하고만 싶구요.

그림책을 넘기면서 단순히 아이가 무언가를, 왜 훔쳤나 보다 심경의 변화가 더 눈에 들어오는 전개입니다.

장면의 구석에서 친구의 반지를 슬쩍 훔쳐보는 장면에서

쫙 펼쳐진 친구의 손가락 마디마디 새겨진, 하나에 갖고 싶다는 욕망

물끄러미 갖고 싶던 물건이 내 눈 앞에 나타났을 때의 표정과

드디어 그 반지를 주머니에 슬쩍 집어 넣고서 만나는

아이의 심경변화가

아이의 표정으로

화면에 가득하게 때로는 숨겨진 글자체의 변주로

나타나요.

아이와 함께 읽다보니 아이의 표정도 어느새 심각해지더군요.

더 이야기 나누고픈데~

꼬치꼬치 질문보다는

아이의 마음이 자꾸 궁금해져요.

이 책을 만나는 아이들은 이 장면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

내가 생각한 그 답을 강요하지 않고 묻는 질문엔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하게 되구요.

이 책이 주는 또하나의 즐거움은 앞뒤 면지의 변화를 만날 때에요.

마치 하나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 처럼~

분명 앞면지에는 아이들의 소지품에 눈에 띄게 칠해진 노란색이

야기가 마칠 때쯤엔 양 볼에 가득하거든요.

도대체 아이들에겐 무슨 변화가 생겼을까?

도대체 면지 속 이 장면이

'훔치다'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해지기도 하구요.

몸이 근질근질해지다가 마음이 근질근질해지고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그림책 <훔치다>

어서, 더 많은 어린이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어요.


* 이 책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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