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이야기 우리 아이 인성교육 29
하이메 감보아 골덴베르 지음, 웬슈첸 그림, 김난령 옮김 / 불광출판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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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배경에 매끈매끈한 형체의 꽃, 새 , 뱀과 같은 형상이 보여요. 나도 모르게 손을 대서 문지르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이야기에 도트 점이 손끝으로 느껴져요. 처음엔 '보이지 않는'이라는 제목과 점자를 형상화한 제목에서 '시각 장애인이 등장하는 이야기거나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막연히 짐작했습니다.


  보통 작가를 살펴보면 작가의 전작을 유심히 봤는데. 이 작가는 생소했어요, 글 작가나, 그림작가나. 처음에 글 작가가 '하이메 감보아 골덴베르'라고 해서 세 사람이 지었나 했다니까요? 코스타리카 출신 작가이자 음악가라니. 노래를 작곡하는 작가가 보이지 않는 이야기의 글을 썼다는 것이 "보이지 않아도 들을 수 있잖아?" 라고 말해주는 거 같구요.

그림작가 웬슈첸 또한 페이퍼 커팅 작품을 주로 작업하던 작가라 더 기대가 컸습니다. 그동안 제가 접한 페이커 커팅 책들은 직접 커팅한 면을 만질 수 있는 책들이었는데(그래서 읽다보면 손상이 갈 수 밖에 없던 애지중지하던 책들)


  이 책은 페이퍼 커팅과 콜라주로 작업해 그 장면을 찍어 옮긴 것이잖아요? 그렇다면 페이퍼 커팅 기법만의 그 느낌이 살아날 것인가 궁금했거든요. 게다 배경이 온통 흰 색이라니~ 모험 아닌가 했는데~ 역시 기우였어요. 작가가 선택한 색과 기법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더 돋보이게 해줬다고 생각합니다.

알고보니 배경으로 보이던 곳은 도서관인 듯해요. 표지 속 주인공들은 '이야기'를 상징하는 듯 하구요.


  가지각색의 다양한 이야기들.

그 중에 특별한 '이야기'가 주인공입니다. 이야기가 주인공인 이야기죠.

도서관의 깊고 어두운 구석에 숨어사는 '이야기'.

유명한 이야기들이 서로 내가 더 많이 사랑받는다고 다툴 때

그늘진 곳에서 한숨쉬는 '이야기'.

구석에 있다고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요.

사랑받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구요.

스스로를 유령이가 부르며 아무에게도 안보이는 존재라고 말하는 '이야기'.


  하지만 어느날 한 소녀가 나타납니다.

손 끝으로 책 표지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마침내 숨어있던' 이야기'에도 손을 뻗는데

안 돼. 제발 읽지 마.

난 닳아서 사라질까 봐 두려워


  지레 겁먹고 도망치려는 이야기.

이야기는 왜

그렇게 누군가 찾아주길 바랐으면서

자기도 사랑받기 원했으면서 왜 소녀의 손길을 거부했을까?

넌 아무나 볼 수 있는 책이 아니야.

눈으로는 너의 멋진 이야기를 읽을 수 없단다


소녀를 만나자 마자 반갑게 다가가기는 커녕 도망치려는 이야기를 소녀는 이렇게 멋진 말로 품어 줍니다.

'이야기'가 주인공이었지만

우린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지닌 존재들이잖아요.

하루라도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존재들이고.

생각해보니 이야기는 들을 수도 있고

볼 수도 있고

게다 만질 수도 있는 것이군요.


  그리고 책 장을 넘길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세상에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이토록 많음에 늘 놀라잖아요.

뒷장에 <옮긴이의 말>을 통해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 이야기가 더 와닿습니다,

처음에 작가에 대해 가졌던 호기심도 조금 풀렸구요

왜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것은 무조건 나쁘게만 보는 걸까?


  중앙 아메리카의 작은 나라, 코스타리카의 시골에 태어나 고향의 음악을 연주하는 작가가 늘 품었던 생각이라해요. 어쩌면 작가 자체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과 겹쳐지기도 합니다.

페이퍼커팅과 콜라주 기법으로 완성된 그림은 숨겨진 이야기를 더 주목하게 만드는게 효과적인 방법이었다고 생각해요. 언뜻 보면 텅 빈 듯한 하얀 배경에 알고보면 겹겹이 채워진 도서관 속의 책들. 그리고 책 속의 이야기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 그 속에 알록달록 "나야, 또다른 이야기" 하고 숨겨진 이야기들.

작가의 바람대로 이 책을 읽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발견하는 용기, 그리고 다름을 바라보는 너른 마음'을 얻게 되기를. 이 책은 기법과 내용 모든 면에서 제게 새로움과 놀라움을 안긴 책이었습니다.

새학기를 준비하며 하나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데 이렇게 숨은 이야기들이 많구나 실감하는 요즘.

혹시 구석에 숨어 내 이야기를 누가 읽어주겠어~ 불안에 떨고 있는 숨은 아이들의 마음도 찾아내보고 싶다고 다짐하는 책이기도 하구요. 아무튼, 그림책입니다. 바쁜 중에 아이와 오랜만에 노란 불을 켜고 이 책을 읽으니 자꾸 이야기가 끊이질 않네요. 오늘도 나름의 이야기를 펼쳐낸 우리들. 내일은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달라서 자꾸자꾸 더 찾게 되고 빛나는 이야기의 세계에서 우리 내일도 만나요.



*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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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호랑이는 설날이 제일 싫어!
박경임 지음, 박서영 그림 / 후즈갓마이테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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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가 되면 대문에 붙이는 그림이 있다는 거 아시나요?

'입춘대길, 건양다경' 처럼 새해의 복을 비는 문구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림이 따로 있다는 것은 몰랐는데요.

'세화'는 새해를 축하하는 그림이에요.

옛날 사람들은 신비한 힘을 가진 동물을 그려

설날 아침이나 전날 밤, 대문이나 벽에 붙였답니다.

.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익숙한 호랑이+까치 커플.

아니, 근데 이 호랑이는 옛그림에서 익숙하게 봤던 모습이 아니네요. 용맹스럽고 위엄있는 모습이 아니라 겁에 질린 것도 같고 우스꽝스럽기도 한 표정.

집앞에 호랑이 그림을 그려두는 이유는 나쁜 귀신은 쫓아내고 복만 불러오기 위함인데

문제는 이 호랑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귀신이라는 것.

다른 동물 모두가 탐내는, 올해 벼리네 현관을 지켜줄 세화 속 주인공이 되었다 한들

기쁠 리 없는 호랑이입니다.


  결국 호랑이는 그림 밖으로 뛰쳐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불 밖은 위험해!'가 아니라

'세화 밖은 더더더더 험해!' 였어요.

귀신이 무서워 도망쳤는데 귀신보다 더 험한 꼴을 볼 줄이야.

다른 동물들이 이미 자리 잡은 그림 속에 호랑이가 들어가는 설정이 웃음 포인트입니다.

그리고 호랑이가 겁도 없이 국경을 넘어 외국의 그림 속까지 들어갈 줄이야.

그때마다 우리의 호랑이는 난처해지는데 왜 저는 함께 읽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미리 들리는 듯하죠?


  과연 호랑이가 어떤 그림에 들어갔길래~ 궁금해지지 않으신가요?

왜 하필 거기에 들어가서~ 이왕이면 그 그림에 들어가면 좋았을텐데 조언하고 싶은신가요?

일부러 상상하시라고 그부분의 사진 스포는 뺐습니다~

진짜 우리 새해. 설날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새해를 두려움보다는 설레임으로 맞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겁낼 게 무엇이냐 우리에겐 무엇이 있다?


이야기의 끝은

이제 벼리네 호랑이는

귀신이 무섭지 않아요.

(                       )니까요.

  과연 벼리네 호랑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길래 귀신이 더이상 무섭지 않게 되었을까요?

귀신이 무섭지 않은 호랑이는 어떤 모습으로 벼리네 집앞을 지키고 있을까요?

마침 책 속에 세화의 컬러링 도안이 들어있었는데요. 색을 칠하는 것을 넘어

아이들과 상상하며 세화로 표현해보면, 완성된 아이들의 그림으로 현관을 장식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퐁!

새해엔 마법의 주문을 외쳐보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자리를 지키겠다는 마음로~

퐁! 퐁! 퐁!

지나가던 복도 다시 들어올지니!

새해 퐁! 도 복! 도 많이 받으세요!!!!!!!!!!!!!!!!!!



* 이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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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길
김철순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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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을 모으다보면 나도 모르게 동하는 '주제'가 생기더라구요.

최근에 제가 모으기 시작한 책들은 '사과' 가 주인공 된 책. 백설공주가 유혹에 넘어간 그 사과요.

저는 표지의 사과만 보고도 사과의 길에 빨려 들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집에서 쌀을 떨어져도 사과는 떨어지지 않게 매일 하나씩 돌돌돌 돌아가며 깎는 사과.

그래서 이 계절에만 딱 먹는 과일이라는 특별함은 없을지 몰라도 매일 함께 해야 안심이 되는 사과인데

왜 그냥 사과를 사실적으로 그린듯한 이 그림에 매혹당했을까.


온라인 서점에 마침 재료의 비밀이 나와 있네요, 삼합 장지에 황토와 안료로 바탕을 깔고~

'먹의 깊은 검정, 호분의 닥닥한 백색으로 토대를 올린 뒤~'>와~ 그림을 그리기까지 이렇게 공들인 작업이 있었구나.

표지의 검정이 그냥 검정이 아니고

면지의 황토빛이고 그냥 나온 것이 아니구나

소중히 포장된 상자 속 그림책을 꺼내 보듬으니, 표지의 까끌까끌한 질감도 병풍을 쓰다듬으며 느꼈던 그 감촉이에요.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와 색으로 표현해서 처음부터 그렇게 끌렸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헌데 설레임으로 책장을 열고 주르륵 넘겨본 책은

어라, 그냥 사과가 우리 입에 닿기까지 과정이잖아.

뭐, 생명의 위대함. 때로는 삶의 길과도 견줄 수 있는 사과의 길인가

내게 확 와닿지 않는데 하면서 딸아이에게 넌 이 책이 어떻게 보이냐고, 읽히냐고 물었죠.


딸아이는 이 책을 읽자마자

"엄마, 모르겠어?

이거 사과 껍질이 탯줄이잖아!

생명의 탄생, 위대함 그런 이야기 하고 싶은거 같은데!" 라고 말하는거에요.

응?


그리고 이 장면은 엄마 뱃속 같지 않아?

작가님이 일부러 이렇게 그리신게 아닐까?

아이의 한 마디에 처음부터 책장을 다시 넘기니

신기하게도 '사과의 길'이 '엄마의 길'이라 읽힙니다.

마침, 오늘이 제가 엄마로서 역사를 시작한 날이거든요.

동그란 길을 따라 내게 온 아이.

연분홍 사과꽃을 피게 하고

돌돌돌 아이가 오는 그 길을 내주다보면

아이를 안아주는 해님도 만나고

젖줄기 같은 비님도 만나고

때로는 마구 흔들어대는 바람도 만나지만


그끝에 사각사각 그 새콤하고 달디 단 것을 내주고 싶은 아이.

언제까지 그 길을 내 줄 순 없을테고뚝~ 끊어져 스스로 새로운 길을 낼 아이지만

달달한 과육을 맛본 아이는 또 노랗고 푸르스름하고 빨갛고 자신만의 구불구불한 길을 낼테죠.문학동네 동시집 시리즈 역시 모으고 있는데 왜 '사과의 길'은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을까. <사과의 길>은 김철순 시인의 첫 번째 동시집이라고 해요.

  문학동네 동시집 시리즈 역시 모으고 있는데 왜 '사과의 길'은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을까. <사과의 길>은 김철순 시인의 첫 번째 동시집이라고 해요.사과의 한살이와 함께 살아 낸 시인의 시간이 동그란 동그란 모습으로 그 속에 쌓여 있다는데 이 시가 다시 그림책으로 만들어진 배경도 궁금해졌어요.

 + 김철순 시인이 궁금해 찾아보니 10여년 전 시집을 내면서 50대 산골 아줌마의 첫 동시집 이란 타이틀로 각종 인터뷰 기사들이 많이 실렸더라구요. 사과향이 가득한 마을에서 살다가 이렇게 고운 시를 만들어낸 김철순 시인.

그리고 자신만의 길로 그림을 그리던 김세현 화가가 만나 너울너울 춤추는 아름다운 시 그림책 한 편이 탄생했네요.

마지막 두 분 작가의 말도 시처럼 들려요.

처음부터 끝까지 시적인 그림책.

돌돌돌 돌아가는 하루하루가

이렇게 귀하고 아름다운 여정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 같고

그 길이 끝나더라도 달디달고 상큼한 한 입이 기다리니 지금의 볕과 바람과 비를 즐기라고 말해주는 아름다운 그림책.

그리고 왜 그림책은 아이와 함께 읽어야하는지 다시금 알려준 그림책.

이 책을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님들과, 오늘 우리 아이 뭐 먹이나 고민하고 있는 부모님들과 함께 읽고 싶어요.

돌돌돌~ 오늘도 오늘의 길을 잘 내어봐요. 우리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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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빛 Dear 그림책
문지나 지음 / 사계절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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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빛'을 따라 한 아이가 보낸 휴가의 순간들을 쨍한 색감으로 쏟아냈던 문지나 작가가

<겨울빛>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가 제철 행복을 누리려면 제철 음식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제철 그림책을 읽는 순간들이잖아요? 여름빛이 너무 좋아서 같은 책을 여러 권 사기도 했는데 겨울빛이라니. 반가운 마음에 책장을 넘겼습니다.


  여름에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볍고 밝고 화사한 색감. 쏟아내리는 햇볕, 출렁이는 파도. 매미 소리와 같은 생동감. 열정 같은 것들이 떠오르잖아요. 반면 겨울은 어떠한가요?

짙은 색의 패딩으로 꽁꽁 싸맨 사람들. 움추러든 어깨와 등. 어쩐지 생기 없는 거리. 미세먼지로 휩싸인 누르스름한 바깥풍경. 회색빛 도시가 더 차갑게 느껴지는 것이 겨울이라고 생각했는데

'겨울빛'속 평화로운 장면들을 만나면서 내가 놓치고 있는 소중한 일상, 특히 겨울의 색이 과연 무채색이기만 했는지 다시 들여다보게 됩니다.

이 겨울을 오감으로 생생하게 느껴보라고~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누리라고 말해주는 책.

눈이 날리는 날. 보풀이 늘어 가는 장갑을 끼고 장봐서 들어가는 퇴근길.

새콤한 귤의 향도 나고 내일 아침은 바삭바삭한 토스트려나 싶고

저 스노우볼은 누굴 주려는 것일까 궁금해지는 장면.

  어라, 그런데 퇴근 길에 부부가 함께 만나 집으로 들어가는군요. 따뜻하여라.

한 우산을 쓰고. 분명 추운 겨울밤일텐데, 알록달록 목도리도 새빨간 우산도 그리고 그들은 분명 도란도란 종일 있었던 일을 나누며 갈 거 같아요.

  귤향은 퍼져나가고 아빠가 넘기는 마티스 책처럼 따스한 색감으로 물든 거실 속

장 본 음식들을 나눠 먹으며

책장을 넘기며

좋아하는 것을 끼적이며 마무리하는 하루가 얼마나 평온한 순간인지

아무리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왔더라도

돌아갈 곳이, 기다려주는 이가 있는 삶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도 얼마나 큰 행운인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놓치는 순간들.

시리도록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이토록 평화롭고 따스한 계절.

그게 겨울이야 라고 색으로, 선으로, 향으로, 감촉으로, 속삭이며 말해주던 책.

사실 책의 내용은 일터에서 하루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먹을꺼리, 소소한 선물꺼리를 사서 함께 나누는 저녁인데

우리 알잖아요. 이런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거나. 속상하거나. 때로는 서로 날이 선 상태의 날엔

이런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 참 좋다~ 하는 때가 얼마나 귀한지 알게되죠.

우리에게 지친 하루의 끝을, 애썼네, 하고 품어주는 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이 이어지기를


사실 마지막 장면에선 가족들이 함께 하는 순간에도 길 밖에는 홀로 서 있는 누군가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나무 아래 한 사람이 서 있는 것 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리고 여름빛에서 책장을 넘기다가 오일파스텔을 꺼낼 수 밖에 없었는데 이번 겨울빛에서도 '나도 이 겨울을 그리고 싶다. 붙잡아두고 싶다'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사실, 어떤 한 장면을 그리려면 그냥 흐르는 순간들 중 붙잡고 싶은 순간을 찾아

자세히 들여다보고 멈추게 되잖아요.

방학이라고 늘어지고

투닥거리는 일상 중에도

입안에 고구마를 잔뜩 넣고 호호 부는 아이의 볼.

짜증만 내는 줄 알았더니 좋아하는 아이돌의 노래에 엉덩이를 흔들대는 사춘기 아이의 몸놀림.

좋아하는 영화의 ost를 몇 번이나 다시 들어보고 같은 구간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손.

일상의 모든 순간에 빛이 깃들어 있었더라구요.

나만의 겨울빛을 찾아. 오늘도 일상의 감각을 풍푸하게~ 누려야겠습니다. 작가의 봄빛, 가을빛도 나올 것 같은 예감은 뭘까요^^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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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 - 다른 생명에게 배우기 반갑다 과학 5
이은희 지음, 해랑 그림 / 사계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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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딸들과 함께 하는 방학.

이번 방학에는 아이들과 다양한 분야의 책도 골고루 읽어보고, 좀 더 욕심부려 책대화도 나누고 싶은데

마침 사계절출판사의 <어른이 된다는 것>이라는 제목과 소개 내용에 흥미가 생겨 서평단을 신청했다.

책을 받자 마자 가벼운 두께의 책이라 핸드폰 화면에 시선을 빼앗긴 십대 아이들에게도 이 정도면 같이 읽자하기에 부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라인 서점에 책소개에 올라온 저자의 책소개 영상을 보면 이런 부모의 마음과 겹쳐진 집필의도가 보인다.

<어른이 된다는 것>. 비슷한 제목의 책들이 많지 않나.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한 제목인데 했지만 여기에 붙은 부제는 특별함을 더한다. '다른 생명체에게 배우기'라. 장르는 '과학 성장 에세이'다.

사춘기를 주제로 한 책을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생물학과 사춘기의 결합은 생소한 걸.

큰 맘먹고 딸들과 브런치를 하러 나가면서 가볍고 사랑스러운 이 책을 들고 나간다.


  목차를 살펴보면 우리에게 대부분 익숙한 동물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특성을 인간사회의 가치과 연결한 점이 흥미롭다.

생물학적 생존에 꼭 필요한 방법을 배우는 것은 어떤 생물이든 어른이 되기 전까지 꼭 해내야 하는 최대 과업이라고 재규어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서 '집안일의 물리학'에 대해 설명하는 것. 사냥하고 번식하는 재규어랑 인간이 같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어른이 되기까지 인간에게 필요한 생존기술이 무엇일까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당장 생계유지를 위해 돈을 벌고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제 한 몸 건사하고, 제 누울 것 정도는 정돈하는 방법부터 실천하라고 알려주는데 무릎을 탁 쳤다. 이불정리해라 책상 정리해라 매일 입아프게 이야기하지 말고 이 부분 같이 읽으면 좋겠다 하면서.


  '사회의 질서와 규율도 배우고 지킬 줄 알아야한다'를 코끼리의 삶에서 찾은 부분도 흥미로웠다. 인류역사에서 코끼리 상아를 쟁취하기 위해 대량 학살당했다는 참혹한 사실을 익히 들어왔지만, 이때 밀렵꾼에게 나이든 수컷의 상아가 집중 대상이 되면서 코끼리 사회에 가르침을 줄 어른 수컷이 사라졌다는 것. 이 때문에 덩치만 큰 채 미숙하게 남은 청년 코끼리들이 난동을 일으키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 요즘 사회에 발생하는 20대 남성들의 극우화나 어린 아이들부터 청년층에 유행처럼 번지는 '혐오문화'에 대해 나는 어른으로서 어떻게 아이들을 대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이 코끼리가 가르쳐주는 '사회적 생존'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어떤 어른으로 자랄 것인가 고민에는 늘사회적 시스템을 익히고, 규율을 지키며, 타인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가르쳐줄 어른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해달도 청소년 시기에 무모하고 위험한 일탈 행위를 한다는 부분이었는데, 이 시기의 해달들은 지금껏 잠수해 본 적 없는 깊은 바닷속까지 내려가거나, 먹어 본 적 없는 것을 먹기도 하고 같은 무리의 어른 해달에게 일부러 시비를 걸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도대체 왜저래?'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장면이 수시로 목격되는 때. 상어떼에 도창친 경험을 통해 안전거리 확보하는 법을 배우고 어른에게 대든 경험을 바탕으로 서열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법을 배우는 해달의 모습을 겹쳐보면서.

밑줄 그은 문장을 읽어보려한다.

사춘기 청소년 해달의 돌발 해동은 무모하고 위험한 일탈 행동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삶의 범위를 확장하고 경험을 쌓는 도전이자 모험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해달의 무모함은 짧은 사춘기 시기에만 나타나며

어른이 되면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어른이 되는 것은 지금껏 보호받아 왔던 안전하지만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넓지만 위험할 수 있는, 성공뿐 아니라 실패를 할 수도 있는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망망대해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소간의 무모함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비록 결과가 좋지 못할 수도 있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죠.

해보지 않았던 일에 도전하고, 가 보지 않았던 곳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청소년 시기의 특권이자, 제대로 된 어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이기도 합니다.

p.58

  이 외에도 #인내심 #환경적응 #연대의힘 #시련을견디는힘 #멘토로부터배우는모방과창조 #다정함 #희생 #공존 등 생물의 성장 모습에서 배우는 사회적 가치들은 이제 막 어른이 되는 통로에 서있는 아이들 뿐 아니라. 좋은 어른으로서 그들과 함께 설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출판사에서 함께 보내준 '동물 멘토 카드'는 가정에서는 아이들과 대화 주제로, 교실에서는 <진로>를 주제로 한 수업에서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창체의 '진로'부분을 수업할 때마다, 뻔하지 않게~ 단순히 다양한 직업을 탐색하는 것에서 나아가 어떤 어른으로 자랄 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늘 들었는데, 동물 멘토카드에 나온 질문을 활용하여 어떤 어른으로 자라고 싶은가.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보면 어떨까.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부분에서 이런 동물은 ----습성이 있는데, 너는 어때? 하고 물어보면 좋겠다는 부분이 많았는데 마침 동물 멘토카드가 이런 바람을 잘 담아 제작되었다.

다른 양서류와 달리 아가미를 가진채로 성장하는 아홀로. 이 모습을 유년시절의부터 간직하고 싶은 나만의 특성으로 바꾸어 질문해보면. '어른이 되어도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것?'이라는 질문으로 멋지게 탄생한다.이런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까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지금 내 모습을 더 긍정하고 앞으로 성장할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며 자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생물의 모습을 살펴보고, 함께 나눈 질문과 이야기들, 그 시간들이 우리 아이들이 단단하게 성장하는데 심리적 지지의 기반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번 기회에 사계절에서 나오는 '반갑다 과학' 시리즈를 알게 된 것은 늘상 어린이와 함께 읽을 좋은 책 고르는 것에 마음을 쓰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 <어른이 된다는 것>은 반갑다 과학 시리즈의 6번째 책이다. 다른 책들도 모두 주제가 흥미로워서 기존 과학책들에 인문학 요소가 더해진 책을 찾고 있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다.


* 이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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