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블러드 텍스트T 20
탁경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소년 소설 <까페 블러드>는 비밀스러운 까페를 둘러싼 미스테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문방구, 편의점, 분식점 등 최근 동화와 청소년 소설에서는 특정 장소에서 비밀스러운 메뉴나 상품을 접하는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비슷한 이야기일까? 웹툰이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끌릴 법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표지.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일러스트. 이런 표지가 유행인가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그려진 표지 일러스트의 구석구석, 탁자 위에 손톱깎이? 지퍼백 속의 칫솔? 그리고 탁자 아래는 토끼까지?

분명 카페 블러드엔 무언가 있구나 싶었다.

.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까페 블러드>는 매일 긴 줄이 이어진다.

신비로운 분위기의 주인장도, 몇 안되는 메뉴 중 딱 한 잔만 마실 수 있다는 점도 까페블러드의 흥행요소. 원래 제한을 두면 둘 수록 더 간절해지는게 사람의 욕망이 아니었던가.

만약 긴 줄을 서면서 까페 블러드에 들어가 하나를 주문한다면?

나라면 어떤 메뉴를 고를까?


#욕망

  소설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이것은' 바라는 바, '욕망'에 관한 이야기이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작게는 메뉴를 고르는 일부터.

어느새 까페 블러드의 음료를 마시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정말 이들이 그렇게 이 음료에 집착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카페 사장은 정말 무엇때문에 이런 음료를 만들게 된 것일까?

이 책의 구성은 이런 미스테리를 파헤치는 주인공 하랑, 나결을 중심으로 각 주인공의 시점에서 번갈아 이야기가 전개된다. 자꾸 내 방을 뒤지는 엄마가 수상한 하랑과 오로지 몰입하는 순간을 맛보고 싶은 나결. 도무지 딸의 일상에 관심없던 엄마가 딸의 방을 뒤진 이유도, 모범생 나결이 카페 알바를 하면서까지 무리를 하게 된 것도 이 곳에서만 파는 그 음료에 달려있음이 밝혀지는데~

까페 블러드과 대비된 공간으로 허름한 국수집에서 교차되는 이야기의 구성도 흥미롭다. 하랑이가 심리적으로 허기진 상태에서 찾게되는~ 따뜻한 국물이 있는 국수집. 애써 소개한 단골집이지만 이 집의 진면모를 단짝친구인 소진과 미스테리를 파헤치면서 친해진 나결이 알게 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관계

  소설을 읽으며 밑줄 그은 부분 중 '사람 사이의 기운과 기세'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는데~

카페 블러드에 집착하는 엄마와의 관계를 돌아보면서 하랑은 엄마가 채워주지 못한 부분을 친구인 소진과 이모가 대신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하랑에게 소진은 무슨 말을 하든 귀 기울여주고 의견을 이야기하면 차분히 되짚어주는 소중한 존재였고, 이모는 뭐든 다 들어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뭐든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

이모의 따스한 말에 콧등이 시큰해졌다. 이모 말을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하랑이 늘 엄마에게 듣고 싶었던 말을 방금 이모가 해주었다는 것을.

(중략)

나를 걱정해 주고 아껴 주는 사람이 있어 기뻤다.

그게 엄마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쩌겠는가.

엄마를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대신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주는 이모의 사랑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게

오히려 마음이 덜 괴로울 것 같았다.

p.95

  분명 미스테리를 해결하는게 주를 이룰 거라 생각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부분이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부모가 채워 줄 수 없는 기운과 기세는 어디서 채울 수 있을까?

부모나 가족이 채울 수 없다면 주변에서라도 그 기운과 기세를 채울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원하는 것과 약점은 연결된다.

원하는 것이 많고 강렬할수록 그 사람은 약자가 된다.

p.120

  사람들의 욕망과 약점을 이용해서 부당한 요구를 하는 사장. 블러드 까페의 비밀에 다가갈 수록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맞닥뜨리게 되는 아이들.

너한테도 장점이 있는데 그걸 네가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남들을 ㅏㅂ라보듯 네 자신을 바라봐 줘.

친구들은 따스하게 바라보면서 왜 스스로에게는 냉정하게 굴어?

죽는 순간까지 너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사람은 너야.

사랑해 주라고.

미워하지 좀 말고.

p.105

  하랑에게 건네는 말이자 자신에게 하는 말을 쏟아 낸 나결의 말을 통해 결국 그 기운과 기세를 채우는 것은

'나'밖에 없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하지만 나결 선배와 소진이 아무리 이야기해 줘도 나 스스로 자기를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단점도 그러려니 껴안아 주는 일.

내가 하찮아 보일 때조차 "괜찮아." "충분히 애썼어."라고 말해 주며

더 따뜻하게 바라봐 주는 일.

그건 부단히 애쓰고 노력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오늘부터 조금씩 해 봐야겠다.

매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p.126

  욕망을 채우러 까페 블러드를 찾는 사람들. 하지만 정작 그들이 잊고 있었던 것은 자신을 사랑하고 단점을 껴안아주줄만한 넉넉함이었다. 소설에서는 카페 블러드란 이름으로 등장했지만 나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없으면 어디든 제2, 제3의 카페 블러드에서 정체불명의 메뉴에 집착할 수 밖에 없을테니까.

어쨌거나 정성껏 오늘을 살아내야 한다.

오늘의 태양이 떴고 해가 이미 중천이니까

p,169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첫장을 읽으며 '나라면 어떤 메뉴로 오늘을 시작할까'라는 궁금증이 '오늘 나를 위해 무엇을 해줄까? '하는기대로 바뀌었다. 젊고 똑똑하지 않아도, 롤러코스터처럼 마음이 흔들거려도, 무기력에 허우적대도 이성이든 동성이든 사람 만나는 것에 심드렁해진 나라도~ 충분히 오늘을 정성껏 살아낼 가치가 있는 존재니까.



*이 글은 <나는교사다>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 행복한 나비
알렉스 라티머 지음, 도은선 옮김 / 제이픽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두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을 때

'난 행복한 ~야'라고 외치는 이가 있다면?

처음 이 책의 화려한 표지를 만나고 든 생각은.

주변의 화려한 색감에 주눅들지 않고 빛나게 웃고 있는 나비 한 마리였습니다.



모두가 나중을 꿈꿀 때 프랭크는 왜 아무말도 하지 않았을까?

아무것도 없어서? 내세울게 없어서?

있는 그래도 나를 받아들인다.

어떻게 이보다 더 좋겠어요?

.

멋진 강물도 보이고,

잎사귀는 꿀맛인 데다,

곁에는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화려한 무늬가 없어도

평범하게 생겼어도

프랭크에게는 있었어요.

지금 내가 머무는 곳

내가 먹는 것

내 곁에 사람들.

프랭크는 곁을 살펴 볼 줄 아는

지금의 순간을 온전히 느낄 줄 아는

여유가 있었어요.

그런 마음으로 이 장면을 바라봐서 그럴까요


표지와 달리 비슷한 녹색 톤으로 채워진 이 장면에서

유난히 반짝임이 느껴졌습니다.

내가 빛나지 않아도 빛나는 프레임으로 바라보고 있는 내가 있으니까요.

모두 캄캄한 시기를 지나 충분히 각자의 빛으로 아름다운 날개를 얻었음에도

투덜거리던 장면은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주기적으로 찾아오고야마는 내 자신의 비루함과 마주하는 순간이 떠올랐죠.

여전히 SNS속 장면을 넘기면서 나는/우리 아이들은~

왜 이것밖에 못하는가

왜 이렇게 안될까?

그때 더--했었어야했는데

한없이 초라해지던 ~

그래서 무가치하게 느껴지던 순간들 말이에요.

'이만하면 꽤 괜찮은데? -'에도 불구하고 해냈네 하는 말을 해주지 못했던 순간들.


프랭크가 정말 멋지다고 느낀건

얘들아 함께 가자 라고 파닥이는 순간이었어요.

날 보고, 나랑 같이 날고 싶어지면 좋잖아.


요즘 제가 조금씩 꿈꾸는 것들도

나만, 내 가족만, 우리 반만에서 조금 더 나아가고 싶다.

이 멋진 세상을 함께 누리고 싶다.

아니 세상이 얼마나 험하고 각박한가라고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도

그래도 네가 있어서. 우리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그전에 먼저 끝내주게 아름다운 오늘을, 나를 받아들여야겠지요.

나를 궁금해하고 보듬어줘야겠지요.

그래야 네가 보이고

감탄할 순간, 하고픈 것들이 넘쳐날테니까요.

그 순간을 즐기고 있는 나는,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절로 영감을 줄테니까요.


아이들과 교실에서 나누고 싶은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프랭크는 어떤 날개를 지니게 되었을까?

세상 최고 멋진 나비란 어떤 나비일까?

'평범하다'는건 어떤 것일까?

난 행복한 -라 말할 수 있는 순간은?

그 밖에 아이들과 책장을 함께 넘기면 어떤 장면이 보일까요?

어떤 질문이 쏟아지려나요?

행복에 집착하기 보다는 바로 지금, 여기, 나를 아낌없이 품어줘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든 책.

가족의 달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 이 글을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남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베프 가족입니다 파란 이야기 26
김혜정 지음, 오삼이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화 좀 읽는 사람들에게는 말해뭐해 작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김혜정 작가.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오가며 <헌터걸> <판타스틱 걸>, <오백년 째 열다섯> <열세 살의 걷기 클럽><맞아 언니 상담소> <시간 유전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책을 세 딸과 함께 읽는 터라 봄에 맞는 김혜정 작가의 가족이야기는 뭐~ 말해뭐해~! 당장 읽어야지!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가족의 필요조건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만나게 되는 질문이었다.

엄마의 베스트 프렌드 하나 이모.

교통사고로 남편을 떠나보낸 이모와 아빠를 잃은 아리와 함께 살게 된 윤하.

엄마와 아빠의 이혼 후 평일에는 엄마와, 주말에는 아빠와 시간을 보내는 윤하는 어딘가 둥 뜬 상태다.

한때 어울리던 친구들과도 멀어져 방학만 기다리고 있는 윤하에겐 같은 학교로 전학온다는 윤하가 자신의 이런 상태를 알아챌까봐도 걱정되는데~

윤하는 엄마처럼 쉽게 하나이모와 아리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윤하야, 인생이 쓸 때는 단 걸 먹으면 돼.

p.45

  여전히 학교에서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 윤하. 무작정 달려와

꼬치꼬치 묻기 보다는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어주는 어른, 하나 이모.

점심시간마다 도서관에서 함께 해준 아리.

엄마들 역시 베스트 프렌드라하지만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고 삐걱대기도하는데

네덜란드에서 엄마가 둘인 가정이 등장하는 점이나

또다른 인물로 새아빠가 생겨 성을 바꾼 전휘의 이야기가

전체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이렇게 다양한 가족이 우리 곁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점차 세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되는 ' 가족' 이야기.

-괜히 이름 이야기 했나 봐. 모른 척할걸

-근데 걔는 별로 신경 안 쓸 수도 있어

p.84

  처음엔 아리나, 전휘에게 '아빠'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면 안된다고 생각했던 아리에게 생기는 변화나 인물들의 대화 부분이 좋았다.

아빠가 없다는 것도

아빠와 따로 살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새로운 아빠가 생겼다는 것도

난처할 일도, 숨길 일도 이상한 일도 아니니까.

-윤하야, 콩알이도 행복할 거야. 너무 걱정하지마. 지금 아빠 만나기 전에 나랑 엄마 둘이 살았어. 다들 우리가 불행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니었어.

- 당연하지. 뭐 엄마, 아빠 둘 다 있어야만 행복한가? 나도 지금 아리네랑 같이 사는 것도 좋지만 엄마랑 둘이 살 때도 괜찮았어.


아니, 세상에 뭐 그런 일이 있어

어쩜 이런 일이 내게 생겨 라고 반응할 수 있는 일들도

그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내가 선택할 수 없었던 가족이든, 내가 선택한 가족이든

함께 웃고 울고, 때로는 가족이라 속마음을 더 터놓을 수 없지만 그저 곁에서 서로를 걱정해주고, 티격태격 하다가도 다시 손잡고 기댈 수 있는 존재. 그래서 더 표현하고 보듬어 줘야하는 존재가 가족 아닐까

윤하야,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많이 표현해야 하더라.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닐 수도 있어. 말해야 알아, 그리고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을 때가 오기도 해

p.143

  금상첨화란 말은 이번 김혜정 작가와 오삼이 작가의 조합을 두고도 딱 어울릴 듯하다. 오삼이 작가의 그림은 김해정 작가의 따스한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 넣어준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딱 좋아하는 그림체라 서평책으로 받자마자 책을 빼겼으니까.

곧 '가족의 달'이라는 5월이 온다.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 떠올려봤으면 좋겠다.

그저 선물만 주고 받는 관계가 가족의 전부는 아니니깐



* 이 글은 <나는 교사다> 서평단 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절당하기 숙제 스콜라 어린이문고 47
이수용 지음, 이해정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6분 소설가 하준수>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기다렸을 이수용 작가의 새로운 동화, <거절당하기 숙제>.

거절을 좋아하는 이도 있을까? 아니, 거절을 당당히 즐길 수 있는 이도 있을까?

요즘 학교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이 '거절' 때문에 갈등 상황에 놓일 때가 많다고 느끼는 터라, 이번 이야기가 더 기대되었다.

선생님의 거절에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친구의 '거절'에 지나치게 날 선 반응을 보이는 모습.

그리고 '거절'을 못해 끙끙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거절당하기 숙제>를 함께 읽고 '거절'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중년의 나이에 든 나도 점점 관계에서 '거절'당할까봐 지레 겁먹기도 하고, 마음을 접기도 하던 터라

'거절'을 소재로 어떻게 아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낼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주인공 태양이는 방학 첫날인데 숙제부터 한다는 친구, 성하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방학이니 함께 놀자는 제안을 보기좋게 거절당하고, 때마침 유튜브 영상에서 백 번 거절당하기 프로젝트를 통해 실패가 두렵지 않게 됐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만난다.

거절은 마음이 상할 뿐이라고 믿는 태양이는 자신이 직접 도전해서 '거절당하면 의외로 들어주는 사람도 있고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유튜버의 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보고자 하고~ 도전 일지 쓰기의 주제를 '10번 거절당하기'로 정하는데~

조금 걸리는 건, 거절당하려면 누구에게든 부탁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p.21

  사실 거절당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거절 당하기 전엔 무언가 부탁을 해야하니까.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말고 살아야지 하는 쪽으로 마음이 굳어지게 마련이니까.

언제부터였을까? 누구에게든 ' ---좀 해주세요.'라고 자연스럽게 내밀던 손을 거두어 들이게 된 것은.

입도 뻥긋해보지 못하고 속으로만 애태우던 것은.

이야기를 읽으며 부탁도 전에 안될거라며 접었던 수많은 장면을 떠올려봤다.

가족에게든, 친구에게든,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든

어쩌면 부탁을 해야하는 그 상황 자체가 번거롭고 마음쓰기 싫어서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태양이가 시도하는 여러 도전자체가 지켜보는 어른으로서는 대견스럽게 보였다.

빵집에서 빵목걸이를 만들어달라고 하고~ 미용실에서 소액으로 그 값어치만큼 머리를 자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가 얼마나 될까. 우리가 살다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부탁을 해야만하는 순간도 있으니까.

거절당할 것이 분명한데도 문을 두르려야할 순간이 있을테니까.

장난 삼아 시작한 태양이의 도전이, 좋아하는 친구의 조언으로 진지해진다. 평소 가장 부탁하기 힘들었던 사람에게 도전해보기로 하고 한 것. 매번 불친절한 대답으로 아이들을 쫓아내는 문방구 주인에게 새로운 제안을 하지만 역시나 거절~!

하지만 거절당할 것이 뻔한 부탁을 했는데 도리어 고맙다고 말해주고 거절해서 미안하다고 마음을 써주는 어른들을 만나자, 태양이는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동화를 읽는 어른으로서 이야기 속에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런 어른들의 모습이 반갑다.

거절당하기 숙제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주변에도 이렇게 거절당하는 것이 마음 상하는 일만은 아님을, 생각보다 따뜻하게 품을 내주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현실에서도 경험하며 자랐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거절을 하기도 한다는 것을 깨달으며,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며 살아가면 좋겠다.

10번의 도전 이후에 거절 당해도 속상함 보다는 거절하는 상대의 상황을 헤아릴 만한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된 태양이처럼. 숙제가 아닌 진짜 도전을 시작할 수 있을테니까.



*이글은 위즈덤하우스 <나는 교사다>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잊어도 괜찮아
오모리 히로코 지음, 엄혜숙 옮김 / 초록귤(우리학교)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창문 틈으로 볼을 스치는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고

적당히 따스한 볕과 온기가 맴돌 것 같은 우리가 있는 표지.

어딘가 투박하지만 따스함이 느껴지는 그림체가 제 마음을 잡아 당겼습니다.

손글씨처럼 보이는 폰트도요.

잊어도 괜찮다니 도대체 뭘 잊어도 괜찮다는걸까.



여기는 내 자리.

여기는 우리의 자리

여기는 나만 남은 자리.


큰 장소의 변화 없이 창가에서 주로 뒷모습으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에서

자꾸 내 삶의 전체 그림도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 보다 먼저 '자리'가 있던 아이.

커가는 속도는 다르지만 함께 자란 아이.

아이의 곁에서

아이가 웃고 울고

아이가 무언갈 배우고

아이가 떠나는 순간을 지켜보는 존재.

그 사이 스스로 작아지는 걸 느끼는 존재.


이 그림책을 보면서 '토이 스토리'의 영화 장면이 떠올랐고

아이와 함께 자란 고양이 그림자에

'부모'의 모습이 자꾸 겹쳐져 보였습니다.

떠나가는 아이의

새로운 자리를 바라보는 순간.


잘 지내.

난 잊어도 괜찮으니까.


이 마지막 장에서는 왜 울컥 한 건 가요.

아~ 얼른 독립해라.

아무도 없는 집에 홀로 남고파라 외치던 순간이 바로 어제 같은데

시끌시끌 함께 하는 자리가

결국 혼자 남는 자리가 될까봐.

아직은

잊어도 괜찮다고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사랑만 남겨 놓고 떠나가느냐. 얄미운 것' 이라고 바로 나와버릴 거 같은데

잘가~ (가지마)

행복해~(떠나지마)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나를 잊지마)

전 아직 거짓말 모드 이기도 하고요~


이 책의 마지막 장처럼

말해 줄 수 있을 때는, 보다 성숙하고 섬세한 표현이 가능해진 양육자가 되어있을 때일까요.

그런 때가 제게 오려나요.


실은~ 아무리 섬세하고 담대하게 말할 수 있다해도

마지막 장면의 고양이처럼 저렇게 창밖으로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 처럼 온몸을 빼들고

사라지는 아이의 모습을 쫓고 있지 않을까요.

한 번이라도 돌아봐주길 바라면서요.

자주 아니 곧 다시 우리 자리를 찾겠다는 목소리를 기대하면서.

아직 저는....잊혀질 용기가 없는 어설픈 사랑꾼이군요.

이 책은 매일 아이의 자리를 쓸고 닦고, 때로는 아이의 자리를 타박하고, 아이가 언제 새 자리를 찾으려나. 그러면서도 아이가 지나간 자리를 한 번더 쓰다듬는 양육자들과 함께 읽고 싶어요.


이 책의 따스한 감성이 좋아서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봤어요. 처음 표지의 그림을 보고선 <살아있다는 건>의 작가님인가 했는데, 다른 분이군요.

이 작가님을 왜 이제 만난거지? 싶게 읽고 싶어진 책들이 많았습니다.

고양이와 함께하는 장면을 그리는 작가님들은 특히 고양이들에대한 애정이 남다른 거같아요.

작가님의 모든 책이 궁금했지만 이 책은 꼭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