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목욕탕 파란 이야기 24
정유소영 지음, 모루토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때 목욕탕집 딸이었던 내게 '목욕탕'이 배경이 되는 이야기는 늘 우선 집어 들게 되는데~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은 표지. 요즘은 흔히 볼 수 없는 동네 목욕탕. 엿보는 아이와 곁에 고양이. 근데 목욕탕 주인이 설마 원숭이인가? 일단 호기심을 자극하는 표지는 어른인, 나뿐 아니라 딸아이의 눈도 사로잡은 눈치다. 게다 얇은 두께여서 책과 멀어진 듯한 10대 자녀에게 넌지시 '한 번 읽어봐 '해도 좋을 책이다.

위즈덤 하우스의 많은 책들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파란 이야기 시리즈'가 따로 있었구나.

파란 이야기는 위즈덤 하우스의 십 대를 위한 문학 시리즈로 인상깊게 읽은 '비누인간', ' 찰랑찰랑 비밀하나' 최근의 '어린 변호사'와 '창밖의 기린'까지 모두 파란 이야기 시리즈였음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나올 시리즈들도 궁금해지는군!

'그때 목욕탕'은 파란 이야기 시리즈의 가장 최신작인데 1년을 마무리하는 12월에. 추운 겨울에 읽으면 딱이 아닐까 싶다. 이야기의 주된 내용이

나는 도대체 뭘 후회하는 거지?


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너에게 후회되는 때는 언제이니? 그 때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하고 싶어? 하면서 이야기 나누기에 좋은 책.

 책 속 주인공인 은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악플의 주인공이자 자기가 키우고 있는 유기묘의 주인을 추적하다 친구를 의심해 핸드폰을 몰래 엿보게 되고. 이를 반 친구들이 알게 되면서 또 실수하는 장면이 인터넷에 박제될 위기에 처한다. 그때 목욕탕은 과거로 돌아가 실수를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이자 최선의 선택. 은하는 그때 목욕탕을 통해 어떤 선택과 어떤 기회를 얻게 될까. 그리고 어떻게 실수와 갈등에 대처할까?

그때 목욕탕은 제목부터 시작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채치있는 말장난이 가득하다. '때'의 이중적 의미로 목욕탕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라는 설정 외에도 '탈의실을 탈바꿈실'로 목욕탕에 붙은 각종 안내문 속 문구들. 후회되는 그때로 밀어드린다는 목욕탕. '먹고가게' 매점과 메뉴들. 후회되는 그때와 싸워 이기라는 '싸우나'. 이야기 속 대사이자 작가가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은 말 속에도!

몸에 때가 끼듯 마음에 후회가 쌓이는 건 당연한 거야.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는 조금씩 남기 마련이니까.

그떄 목욕탕은 그런 후회를 털고 홀가분하게 앞으로 나아가라고 만든거야.

지금을 바꾸는 건 그때가 아니라 그대니까

p.83

  이 책을 읽는 어른들에겐 뜨끈하게 때 불리고 싹싹 묵은 때를 밀어버리던 후련함을. 그리고 목욕탕을 나오면서 마시던 우유의 달큰함을 떠올릴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고, 어쩌면 태어나 대중 목욕탕을 한 번도 가지 못한 아이들에겐 공감가는 에피소드로 시작하여 후회되는 순간들로부터, 실수나 잘못으로부터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묻고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괜찮아.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

실수하고 잘못하고 후회하면서 배워 나가는 거야.

너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네가 잘못 좀 했다고 너를 매몰차게 버리고 떠나지 않아.

진심으로 용서를 빌면 따뜻하게 안아 줄 거야.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이거든

p.37

  은하에게 그때 목욕탕의 초대권이 날라온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겨울의 시작과 함께. 올해의 마무리와 함께 뜨끈한 목욕탕 배경의 '그때목욕탕' 속에서 작가의 말장난 설정에 키득거리며~ 내게 그때목욕탕의 초대권이 도착한다면? 올해의 실수와 잘못, 후회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책.

'나는 교사다' 서평단으로 마무리에 딱이었떤 책. 12월엔 교실에서 아이들과 이 책으로 한해를 마무리를 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딩 망명 공화국 - 제2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파란 이야기 23
노룡 지음, 카인비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을 쓰기 위해 이 책을 교실 책상 위에 두자마자 아이들은 호기심을 보인다.

"'초딩망명공화국'이라고요? 왜 제목이 초딩망명공화국이에요?"

"이 책 저 부터 읽으면 안되요?"

선생님이 서평을 다 쓰면 가장 이 책을 좋아할 것 같은 사람에게 선물하겠다고 약속하고 책을 펼쳤다.

책을 펴면 자연스레 작가의 프로필부터 확인한다.~혹시나 내가 이 전에 읽은 작가의 작품이 있을까 해서. 노룡 작가의 이야기는 아직까지 만난 적이 없군. 이어 책날개 안쪽에 마주한 작가소개에- '판타지와 철학을 공부하고 동화쓰다 자고 책읽다 자며, 산다-는 소개에서 작가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어쩌면 작가의 이름부터 ~ 범상치 않은데~

형광색 표지에 자유로운 몸짓의 아이들 일러스트. '초딩망명공화국'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짐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선 유연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5개의 장으로 나눠진 구성으로 매 장마다 등장인물 중 하나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 형식이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마수리마트'에서 경품을 뽑으며 아이템을 선물로 받고 이로 인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라는 공통점이 있다.

첫에피소드는 특별히 욕심도 없고 , 뭐든 손대기만 하면 꽝인 아들 이서로. 아들의 일등을 위해 마트에서 새 손과, 다리, 머리까지 사온 서로의 부모님. 서로는 부모님의 바람대로 주목받는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이어 부모님의 희망사항에 따라 의사를 꿈꾸지만,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게된 방랑이 이야기. 친구들과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러 갔다가 '레알 리모콘'을 뽑게 되고 드디어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조절해 들을 수 있게 된다. 방랑이가 주변 소리를 줄이고 멈추면서 드디어 듣게 된 자신의 목소리는 무엇이었을까?

바람이 비탈을 타고 불어왔다. 참나무들 지나는 바람은 재잘거렸고, 소나무들 지나는 바람은 웅성거렸다. 나는 바위에 누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았다.

이런 게 자유일지도 모른다.

내 마음에 좋은 대로 놔두는 것.

-p.44

  세 번째 경품은 늑대와 함께 사는 탁수를 위한 스톱워치. 여러 에피소드 중 가장 마음이 아프면서도 가정폭력을 이렇게 그릴 수 있구나 했던 에피소드다.

야! 너 왜 그래?

네 소원 생각해! 아빠같이 되지 않겠다고 한 거.

그 말이 나를 깨웠다. 뱃속에서 올라오던 화가 잠잠해졌다.

나는 주저 앉았다. 이건 유전일까, 전염일까?

손등에 난 붉은 두 줄을 내려다 봤다. 그래, 해보자!

이제 내 속에 어느새 들어와 웅크리고 있는 늑대를 쫓아낼 차례다.

p.89

  마지못해 억지로 밥을 먹는 우주가 받게 된 '슈퍼소화제'. 이것을 먹은 뒤 뭐든 집어 삼키게 되는데. 음식 뿐 아니라악보, 피아노, 참고서 닥치는대로 먹어치워도 배고픔을 느끼는 우주. 우주가 뭐든 먹게 된 이유는 단순히 소화제의 위력일까? 우주의 배고픔은 어떻게 해소될 수 있을까?

  마지막 장은 꽝손인 이서로가 드디어 '뻥튀기 돋보기'를 뽑게 되는데, 마지막 에피소드에는 이전 이야기에서 등장했던 아이템들까지 모두 모아 그들만의 세상에서 마음껏 놀이와 모험을 즐기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야기를 쭉 읽으며 이미 기성세대, 어른이 된 내게 이 책의 설정이나 이야기 전개가 당혹스럽기도 했다. 그저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부모님의 기대와 목소리에 눌려 있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선물하는 이야기인가. 마트에서 아이들의 일탈을 돕는 아이템을 뽑는다는 것은 이젠 너무 진부한 설정이 아닐까.

하지만 주말이건, 방학이 되도 꽉 짜여진 스케줄 속에 그저 학원 덜 가고, 숙제 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날이요 낙이 되버린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읽는 동안은 '해방'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아무일도 하지 않고 멍때릴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은 빠져서 할 수 있는 순간들. 이 사소한 것마저 허용하지 않는 어른들에게 반기를 드는 이야기라고 해야할까. 꼭 마수리마트 같은 가상의 공간이 아니어도 이 책을 함께 읽는 어른들이 얼마든지 아이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그들이 '그들만의 세상'으로 모두 떠나버리기 전에 말이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의 코트 웅진 모두의 그림책 76
송미경 지음, 이수연 그림 / 웅진주니어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수연 작가의 책이잖아!'

분명 이수연 작가는 매 작품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매번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림체와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요.

그런데 글은 송미경 작가님!!!

송미경 작가님과 이수연 작가님이라

두 분의 콜라보가 처음이었던가?

어째서 처음이지? 왜 진즉 만나지 않았지? 하는 생각이 들던 조합.

그동안의 두 작가의 작품을 떠올려보니 글과 그림에서 두 분의 결이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이수연 작가 하면 특유의 푸른 빛에 따스한 노란 빛이 떠올라요.

송미경 작가의 글 또한 외로움, 엉뚱함 속에 깃든 따스함이 떠오르구요.

현실의 모습을 그리면서도 환상적인 글과 그림의 만남이랄까요.

기대감을 안고 책을 기다렸고 페이지를 열었습니다.


면지에서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밖에서 누군가를 몰래 보는 장면일까?

유리는 나를 입지 않아요.

물론 옷장에서 꺼내지도 않죠.

유리는 왜 나와 함께 놀지 않을까요?


첫 시작부터 흥미롭습니다.

옷장 속 옷의 독백이라~

아하!

면지 속 장면 바로 옷장에서 유리는 지켜보는 코트의 시선이구나!

이제야 방 전체가 보입니다,

화려한 방이네요.

펼쳐진 악보와 열려있는 피아노 건반, 수많은 액자 더 화려한 벽지의 무늬.

한 쪽에선 뜨개질에 반려식물을 뒤로하고 인형과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군요.

취향 부자, 유리

화려한 물건들로 가득찬 공간 속엔 나름의 질서가 엿보입니다.

옷장 서랍이 인형이 잠드는 곳.

그 위 착착 종류별, 색깔별로 정리된 옷장

이 중에 또다른 주인공 '코트'는 어떤 것일까?

코트와 유리가 번갈아 화자가 되며 독백을 하고

페이지가 분할되는 구성도 특이했어요.

왼쪽 상단에서 유리와 함께 바깥으로 나가 햇살도 비바람도 맘껏 맞고 싶은 코트의 바람과

오른쪽 아래 아끼는 코트를 본 모습 그대로~ 조금도 손상되지 않게 절대로 입고 나가지 않을거라는 유리

서로의 입장차가 절로 느껴지는 구성이랄까요? 한쪽에 그림, 한쪽에 글을 배치하니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어긋나는 대화같기도 하고, 과연 유리와 코트가 같이 동행하게 될 날이 올까 궁금해졌습니다.


이 그림책에서 좋았던 장면입니다. 홀연히 단추 하나만을 남겨두고 창밖을 뛰쳐나간 코트라니!

이 책을 받자마자 떠오른 그림책이 있었는데 바로 사노요코의 <아저씨우산>이었거든요.

우산을 아끼는 마음에 비가 내릴 때도 펼칠 수 없던 우산.

그때 아저씨는 비를 맘껏 즐기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우산을 펼칠 용기를 내게 되는데

유리에게도 '곁에 그런 목소리를 내 줄 존재가 있을까? '하고 또다른 존재가 등장하려나 하며 페이지를 넘기니

코트가 스스로 창문을 넘어 날아가던 저 장면에서 헉~ 하면서도 왜이렇게 속이 시원했을까요?


비로소 꽉 찬 화면 가득 코트가 펼쳐지고~ 코트의 목소리도 왼쪽 상단을 넘어갑니다.

그야말로 날아가는 새가 떠오르는 장면이었어요. 코트가 향한 곳은 어디었을까요?

이 장면에서 지난 제이포럼에서 짧지만 작가님과 함께한 워크샵도 떠올랐습니다.

이 부분은 잉크일까 물감일까 궁금해지면서

자유롭게 이런 저런 시도를 하는 작가님의 집중한 모습이 떠올랐구요

지난 워크샵에서 아니 이런 재료로도 그릴 수 있나?

한낮의 더위도 잊을만큼 마구 붓을 튕기고 흔들어대며 해방감을 느끼던 그 때가 떠올랐습니다

훨훨 나는 코트처럼 말이죠^^

유리는 쑥쑥 자랄 거예요.

나는 점점 낡겠지만 괜찮아요.

.

언젠가 코트는 내게 작아질 거예요.

그땐 입을 수 없겠지만 괜찮아요.


마침내 코트와 유리의 목소리가 한 화면에 나란히 마주서면서 등장하는 이 부분에서

화면가득 채우는 노란 빛깔은 절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평은 지면 공개 제한이 있으니~ 생생한 색감과 이 그림책을 가득 채우는 아름다운 그림들. 글과의 조화는 직접 책장을 넘기면서 확인하세요^^)

서로 함께 있다는 감각

마지막 면지의 옷걸이에 걸린 코트에서 설레임이 느껴집니다

바로 유리와 한 몸이 되어 어디라도 갈 준비가 되어있으니.

책을 덮으면서

살아있다는 것은

'오늘' 내게 주어진 것들을

오로지 지금 누릴 수 있는 순간들의 모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젖을 지언정

여기저기 얼룩이 묻을지라도

때로는 뜯겨지고 일부를 잃게 된다 하더라도

내게 주어진 순간을 누려야 하는 이유가 반드시 있지요.

그게 바로 '오늘'의 코트여야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한편으로는 내게 '오늘'의 ----은 무엇이 있을까?

나는 '오늘' 온전히 누리고 있을까?

하는 질문들도 떠올랐습니다.

서평응모 당시 들었던 고이 모셔두고 있는 물건들 외에도

어쩌면 나에게 코트는 보이지 않는 인간관계가 될 수도 있겠고, 꼭꼭 눌러둔 욕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벽지 무늬 속의 새가 아닌

진짜 새들과 비바람을 만끽하는 코트의 장면이 오래오래 마음에 남을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온 책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1월에 만나 더 좋았던 책.

지금 내가 고이고이 모셔두기만 한 것들을 꺼내

함께 볕도 쬐고 비바람도 맞아야지

어쩌면 유리가 두려워한 것은 '처음 코트의 모습을 잃게 되는 것' 너머 '따갑고 차갑고 넘어지는 순간'이 아니었을까?내게 꺼내지 못한 코트는 무엇이 있을까?' 자꾸 내 마음 속 옷장도 열어봐야겠습니다.



*이 글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린들 파일 시옷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이영림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니, <프린들 주세요>의 후속작품이 나왔다고?

앤드루 클레먼츠 작가의 책의 매력을 아는 사람은 작가님의 책을 연달아 읽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책을 읽는 데 유일한 진입장벽이라면 선뜻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지 못하는 '표지'라 할까?

워낙 여기저기서 앤드루 클레먼츠의 책은 아이들이 꼭 읽어야할 책, 교과서에 수록된 책으로 알려진지라~ 제목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거나, 학교에서 온책읽기 도서로, 권장도서로 만났을 것이다. 하지만 '프린들 주세요'가 후속작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 짐작한다.

25년만에 나온 후속작!~ 25년만에도 후속작이 나올 수 있다니, 게다 작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이라니~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난 교사였기에 누구보다 아이들의 생생한 모습을 담았던 작가. 어쩌면 마지막까지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아이들,교사, 학교.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

전작이 한 학생이 만든 '신조어'를 두고 벌인 소동이었다면, 후속작에서는

'전자책과 종이책', '코딩과 글쓰기'를 화두에 두고 끊임없는 논쟁이 펼쳐진다.

하지만 전작과 후속작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변화와 규칙이라는 틀 아래 학생과 교사의 의견 대립과 소통과정이 주가 되는 구성은 유사하다.

글쎄, 뭔가 대단한 대결이 벌어진 건 아니었어.

그보다는 선생님들은 바닷가이고 아이들은 바다라서, 파도가 바닷가로 계속 밀려오는 것 같았다고 할까. 그래서 선생님들이 결국 손을 들어 버렸지.

.

"프린들이란 말에는 그 이상의 것이 있었어.

(중략)

"아이들이 다 같이 우리만의 힘으로 뭔가를 이루어 내는 일이었으니까.

뭔가를 바꾸는 일이었거든."

p.74-75

전작이 그저 엉뚱한 말을 사용하게 아이들의 해달라는 고집스런 반항이라고 정의할수 없는 이유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뭔가를 바꾸고 싶었고, 그것이 가장 익숙하게 사용하는 단어로 표출된 것일뿐. 단순히 펜을 프린들로 부르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통의 문제와 의사결정의 과정이 더 중요한 이유이다. 그리고 교사의 입장에서, 어른의 입장에서 이 책을 만난다면 당연한듯 전달되었던 교사-학생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하는 이유를 다시 알려주는 따끔한 책이기도 하다.


'이게 정말 책일까'

니콜선생님의 글쓰기 수업에서는 오직 종이책만 허용된다. 매번 과제도 '단정하게 쓴 손글씨'로 기록한 보고서를 제출해야하고. 대부분의 수업시간에 노트북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인터넷 검색이 자연스러운 학생들은 뭔가를 바꾸고 싶다. 특히 <파이썬의 철학>을 즐겨 읽으며 '이지선다식'으로 접근하는 세상에서 완벽함을 느끼는 조시는 니콜 선생님의 말을 그대로 따를 수 없다. 어느날 수업 시간에 책 대신 노트북의 전자책을 준비한 조시와 친구들.

니콜 선생님은 니들이 들고 온 것은 화면에 모양을 만들어 내도록 프로그래밍된 비트와 바이트일 뿐이리고 말한다.너희들이 가지고 온것은 책이 아니라 전기가 끊기고 화면이 부서지면 혹은 기계의 온도에 따라 사라질 지도 모르는, 학년말에는 반납하면 사라지는 것이라며. 하지만 종이책은 '책값을 내고 산 순간부터, 내 이름을 써 놓을 수 있는 내 것. 배터리도 필요없고 평생동안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것. 자식들이나 손주들하고도 같이 볼 수 있는 것이라 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전자책은 종이책과 똑같은 정보를 담았을 분 아니라 모르는 단어도 바로바로 찾아주는 책. 그리고 읽는 사람에 따라 글의 크기도 잃어버리면 다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최신 기술의 산물이다. 이 좋은 것을 수업중 쓰지 못하게 하는 선생님을 이해할 수 없다. 아이들도' 노트북 vs구닥다리 책' 컴퓨터 족, 컴퓨터 팀 화이팅으로 분위기를 몰고가며 조시를 지지하기 시작하고~ 선생님은 전자책 속 원서와 다른, 수많은 오타를 지적하며 왜 이런 오류가 생겼을까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널리 퍼지게 되는 매체가 전편에서 '방송국'이었다면 후속작에서는 학급 학생의 '유튜브 채널'이 이용된 점도 현실감 넘친다.이제 학생이 사전의 시작이자 전개, 결말까지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


여전히 공들여 읽고 써야하는 이유

조시는 불현듯 깨달았다. 알맞은 낱말을 찾는 것을 알맞은 코드를 쓰는 것과 같았다.

제대로 찾아내기만 하면 모든 것이 딱 맞아 떨어진다.

조시는 또 6학년 첫날부터 니콜 선생님이 자신을 프로그래밍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공을 들여 글쓰기를 하도록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113

손가락만 까딱하면 쉽게 정보를 찾고 그 정보를 옮길 수 있는 세상. 이것으로 배움을 끝났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전자책 속 오류를 바로 잡는데 뛰어들며, 변함없이 페이지를 넘기며 읽고, 써야하는 이유를 찾게 된다. 그리고 독자에게는 정말 쓱 넘겨 알아낸 것들이. '내가 아는 것이 정말 알고 있는 것일까.'하는 질문을 던진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이야.

내가 전자책에 틀린 곳이 있다고 너희에게 말하지 않은 이유는

사람은 스스로 배우는 게 좋기 때문이야.

스스로 탐험하고, 스스로 질문하고 궁금해하고 스스로 찾아보면서,

그래 맞아. 너희한테 말해 줄 수도 있었어.

p.123

배움의 과정에서 전자책이나 종이책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것은 배움은 ' 스스로 질문하고 궁금해하는 것을 찾아보는 과정. 그 자체를 탐험하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학생들이 그 배움의 과정에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사의, 어른들의 역할이 아닐까. 책을 읽는 내내, 결국 교실에서 '살아 남아야할 것들' 우리가 함께 지켜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뭔가를 말하는 데에는 백만 가지 다른방식이 있었다.

p.203

'불필요한 낱말은 생략하라.'는 글을 쓸 때도, 코딩을 할 때도 아주 유용한 조언이었다.

하지만 조시는 대화에는 다른규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바네사와 이야기 할 때는, '말은 많이 할 수록 좋은 편이다.'라거나, '세상에 불필요한 말은 없다.'라거나, "잘했어.", "고마워."같은 말이 특히 그렇다. 그런 말은 두 배로, 어쩌면 세 배로 쳐주어야 한다.

p.211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모든 장면에서 제대로 말하고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서로 다른 방식이 존중되어야하는 세상에서 기계에 의존해 빠르고 편한 방식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자 이 책의 주인공에 얽힌 비밀은 반드시 이 책을 손에 잡고 '읽어서' 만나보길 권한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난 후에는 '크은 화면' 속 세상을 걸어서 만나러 가서 읽으면서 떠올린 생각을 더듬어 보길!

가르친다는 것은 근사한 삶의 방식, 겸허한 봉사의 삶이야.

내 시간이 잘 쓰이고 있는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다른 사람이, 특히 나이가 어린 사람이 인생의 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니?

그보다 더 높은 목표는 바랄 수 없단다.

지칠 때도 있지만, 놀랄 만큼 뿌듯하지.

p.254

개인적으로 이 책이 '위대한 선생님들, 용감한 아이들, 그리고 언어의 힘에 대한 헌사'란 평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선생님의 편지에서 학교에서 흔들릴 때마다 이 구절을 잘 봐둬야 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작년에 온책읽기로 읽었다던 <프린들 주세요>에 이어 <프린들파일>을 읽어줘야겠다고. 교사의 품격은 함께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데서 나온다고 믿으니까.


원서표지도 궁금해 찾아보니 이영림 작가의 표지가 새삼 더 친근하고 읽고 싶게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함께 읽거나 다시 읽어보며 좋을 책들은 <샬롯의 거미줄>과 <트리갭의 샘물>이 두 책도 지금의 우리 아이들과 곧 만날 아이들과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 책 속에 이 두 책을 언급한 것은~ 좋은 책을 거듭 읽히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후기 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빅터 D. O. 산토스 지음, 안나 포를라티 그림, 신수진 옮김 / 초록귤(우리학교)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곧 토요일입니다.

여기, 토요일을 맞는게 내키지 않는 아이가 있네요. 아이의 취향이 가득한 방에서 아이가 향하는 곳은 그리 유쾌한 곳이 아닌가 봅니다.

아이는 외출 준비 중에 우두커니 서 있는 아빠를 발견합니다.

아빠를 멈추게 한 것은 바로 할머니의 편지.

편지 속 어머니의 목소리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림책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드라마나 영화의 예고편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인공들과 눈을 마주치거나 주인공들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게 만드는 그림 구도. 그리고 이야기를 따라 다시 오가며 넘기게 만드는 장치들.

'---날을 기억해'라는 반복되는 문장 속에서 들리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시처럼 들리기도 했구요.

그 모든 기억 속에 어머니는, 어머니의 눈은 항상 아들을 향해 있네요.

마주 보며 서로를 응시하는 눈

그리고 가만히 지켜보는 눈

너는 왜 해님이 하루 종일 빛날 수 없느냐고 물었지.

내가 추울까 봐 너는 아끼던 담요로 나를 감싸 주었어.

흔히 인생을 계절에, 하루에 비유하기도 하죠. 요즘 저도 인생에 가을에 진입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하루로 치면 한낮을 지나 저녁을 향하고 있다고 해야할까요.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어 아들을 바라보던 엄마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늘 돌봄을 받는 아이가, 내게 담요로 온기를 불어 넣어줄 정도로 자랐을 때. 그리고 마침 해가 지던 그때.

모든 기억이 쨍하기만 했을까요?

곧 이어지는 장면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잔을 들고 방문 앞에서 기다리는 엄마와

페이지를 넘어가야 보이는 아들.

엄마는 좋은 엄마가 아니라고 소리치는 모습에

얼어붙던 순간도 있었죠.

그렇지만 엄마는 알았어요. 아들의 진심을

아이의 방에는 여전히 폴라로이드와 사진이

그리고 침대 위엔 함께 덮던 담요가

침대 아래엔 추억의 조각을 모으는 가방이 있었으니까요.

때때로 우리는 오래된 걸 잃어버려야만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단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는 한결같이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억하고 있었죠.

그 모든 순간들을

이제 어머니는 기억을 잃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새롭게 기억할 것들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았을까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해, 우리는 기억을 나누어야 한다.”

편지를 다 읽고 난 아이의 표정에도 변화가 있네요.

이제 평소와는 다른, 내키지 않는 토요일이 아니라

함께 보낼, 잊지 못할 토요일이 될거에요.

이 그림책에서 저와 막둥이가 뽑은 최고의 장면이에요.

함께 지는 해를 바라보며 손을 포개는 장면.

<사랑해. 기억해>는 너무 당연하게도 일방적인 것이 아니었네요.

어느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구요.

참고로 둘째딸은 엄마가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에도 기억을 더듬어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감동을 했다고 했어요.

,

그리고 결국은 사랑.

그 사랑은 기억되겠지요.

어머니에게서 아들로 그리고 손녀로

사라지는 기억과 남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

중요한 것은 지금 함께 셋이 손을 모으고 바라보고 있다는 것

감탄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기억이 사라진 뒤에 새롭게 채워질 기억들, 얻게 될 순간들

책의 마지막 옮긴이의 말에서 '치매'라는 말 자체가 어리석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오래전부터 명칭 변경에 관한 논의를 이어 오고 있다고 알려주네요. '뇌인지증', '신경저하장애'와 같은 대체 용어를 고려하고 있다는데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그들이 누구였고 누구인지가 잊혀지지 않기를. 그리고 존중되기를.

글 작가와 그림작가의 이름이 생소하다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전에 발상에 감탄하며 읽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의 작가 조합이군요. 다시 첫장면에서 이 책의 표지를 찾아보세요!

+전작에서도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존중하는 작가의 주제의식이 돋보였는데 이 책 장면장면에서 보이는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도 이 책을 읽는 또다른 재미요소 입니다.


이번 토요일.

사랑으로 채워질 그 자리. 마련해두셨나요?

잎이 날리는 가을날에

해가 지는 저녁에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읽으면 더 없이 좋은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제이포럼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