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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눈물 ㅣ 파랑새 청소년문학 5
안 로르 봉두 지음, 이주영 옮김 / 파랑새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한 인생의 목표를 다르게 할 수 있고 많은 것을 움직이게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살인자의 눈물도 어쩜 이 사랑의 힘을 그대로 눈물에 담아 보여준 것이 아닐까. 눈에 보이지도 손에 만져지지도 않는 사랑, 하지만 그 사랑이 가슴으로 느껴지면 어디서부터 솟아나오는 지 알 수 없지만 강력한 힘을 내뿜고 세상에 새로운 삶을 선사하기도 한다.
여기에 나오는 알렌도 그리고 파올로도, 루이스도 처음 사랑을 만나지 못했을 때는 구석에 앉아 아무런 힘도 없이 어깨을 축 늘어뜨린 아웃사이더인 삶의 주인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렌이 애정 없이 건조한 파올로 부모를 죽이고 이내 파올로와 만나면서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여정이 그려진다.
책을 읽다보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지명수배자로 얼음 같은 맘의 소유자로 알려진 그에게도 따뜻한 맘이 있었다. 다만 그 따스함이 나올 틈이 없었기에 누구보다 차가운 살인자로 삶을 꾸려나갈 수밖에 없었던 알렌이 파올로의 순수함에 새로 태어남이, 아주 천천히 내게 다가와 마지막 눈물의 카타르시스적 감동을 준다.
그리고 어쩜 세상은 아이에게 스톨홀름 증후군에 빠졌다고 바라보겠지만 아이와 여정을 함께 한 독자라면 파올로에게도 눈물 나는 애정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태고적 따스함이 묻어나는 사랑이. 그랬기에 부모를 죽인 살인자 알렌이지만 그가 파올로를 향해 보여준 진심어린 사랑은 아이가 마음으로 알렌을 원하고 곧 되고 곧 어른이 되어서도 알렌의 사랑을 그리워할 수 있게 만들었음을 깨달을 수 있다.
파올로의 티 없이 맑고 희망에 가득 찬 영혼 앞에서 자신의 거친 삶의 모습을 지워가던 알렌과 더불어 어린 시절에서 벗어나는 힘을 되찾고자 했던 루이스. 결국 루이스는 그 힘을 또 다른 사랑에서 얻고 꿈꾸던 세계 일주를 떠난다. 물론 이 과정 속에서 파올로가 속으로 내뱉은 말 한마디 ‘사는 건 정말 힘들구나.’는 읽는 이의 가슴이 저리게 만든다. 아!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하면서 말이다.
파올로의 성장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그 아이의 삶의 여정 속에서 나도 함께 삶의 힘겨움, 사는 것이 아니라 어찌 되었든 살아있는 사람은 그 삶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했던 책이다. 그리고 부모의 죽음이 있는 날 다시 태어났다는 파올로와 알렌의 삶의 여정과 함께하면서 읽은 희망의 메시지에 새로운 힘을 느꼈으며, 탄탄한 구성과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이기에 단숨에 책 속에 빠져버릴 수밖에 없는 감동적인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