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병원미생물학 - 원색도감, 4판
이건섭 외 지음 / 고려의학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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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부분 총론에도 그림과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앞뒤로 움직여야 되네요. 그래도 고려의학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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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창녀다
이상우 감독, 권범택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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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화 <엄마는 창녀다>는 제목만으로도 파격적이다. 그 동안 모든 엄마를 숭고하고 희생의 대명사로 여기던 인식을 싸그리 무너트리고 굴러다니는 종이조각보다 못한 싸구려로 만들어버리는 제목이다. 관객의 심리를 톡톡히 건드리고 깊은 추악함까지 끌고 들어가는 영화는 제목만큼이나 시놉시도 끝을 달리는 영화이다.  그러나 영화를 다보고 나면 엄마는 창녀가 아니였다로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다.

 

 

 

 

  영화는 에이즈에 걸린 노총각 상우, 그리고 몸이 불편한 엄마의 삶을 중심으로 하여 새로운 삶을 꾸린 아버지와 그에게 딸린 교회광신도로 나오는 새로운 처, 방황하는 희수, 히키코모리 희철과 사촌, 혹은 그냥 게이소년으로 나오는 남자한명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어쩐지 주인공만 들어도 '역시나 그렇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지만, 이들은 왜 이렇게 밑바닥에서 구질구질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영화가 아닐까 한다.

 

새로운 삶을 꾸린 아버지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맞이한 상우 모자는 서울 변두리 오두막이라고 말하기도 뭣 한 정말 초라하고 쓰러져가는 그 곳에서 상우가 포주가 되고 엄마가 창녀가 된다. 시간당 9900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손님을 맞이하고 게시하는데, 손님이라고 해봐야 지체장애우 혹은 내일모레가 걱정되는 노인, 풀 곳없는 군인과 같은 사람들 뿐이다. 파격적인 돈을 받으며 엄마는 창녀노릇을 하고, 그 돈으로 모자는 삶을 영위한다. 고기를 사기도 하고 책을 사기도 하며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그렇다고해서 아들 상우가 엄마를 하찮게 여기거나 벌레취급하듯 대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상우는 자신이 에이즈란 것에 대해 그리고 엄마가 창녀노릇을 한다는 것에 대해 강박증세를 보이기도 하며 또 세상과 유일한 끈인 엄마를 계속적으로 돌보며,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하고자 노력하는 인물로 나온다. 즉, 상우에게서 창녀엄마는 에이즈에 걸린 자신을 대신해서 몸이 불편한 엄마가 창녀노릇을 하여 돈을 버는 안타까운 존재이고 아버지로부터 버려진 아픔을 보듬고 세상과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끈인 것이다.   

 

 

 

 

  새로운 살림을 꾸린 상우의 아버지는 어딘가 정상적이지 않다. 영화에서는 상우의 모와 어떻게 이별을 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은 나와 있지는 않지만, 새로운 집의 아들인 히키코모리 희철을 대하는 아버지의 태도로 충분히 유추가 가능하며 이는 상우가 아버지를 증오하는 이유도 눈에 보이는 듯 하다. 

히키코모리 희철은 집에서도 가족 그 누구와도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다. 그런 희철은 아버지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었고 그는 가족들이 없을 때 희철을 무자비 하게 탐한다. 그 결과 마지막에서는 희철이 자살하기도 하는 결과를 낳는다.

 

한편 어쨌거나 같은 동네에서 살고 있는 아버지는 상우에게 엄마 피 빨아먹고사는 못난 놈이라고 욕을 하지만, 상우는 오히려 그에게 차가운 냉소를 흘리며 희수와 새로운 가정에 충실하라는 충고만 남길 뿐이다.  

그도 그럴것이 그의 새로운 가족에 포함된 방황하는 희수는 상우를 좋아하며 쫓아다니고 급기야 한 번 자고 싶다고 말는가하면, 식물인간인 자신의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새로운 아버지(즉, 상우의 아버지)는 증오하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는 창녀다>에서 진짜 불행 혹은 끝의 시작은 상우의 엄마가 군인으로 부터 강간당하는 것과 창우가 게이소년에게 강간을 당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창녀가 강간이라니 조금 아이러니 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창우는 엄마를 창녀 이면서도 창녀가 아닌 것 처럼 대하기 때문에 군인들의 반발심을 자극하였고 그 결과 엄마는 강간을 당한다. 상우는 지금 자신들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있던 찰나 엄마가 납치되면서 영화는 조금씩 결말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엄마는 창녀다>를 검색하면 결말에 대해 어떻게 해석해야 될 지 많은 물음이 올라온다. 이 부분에 대해서 나의 견해는 이렇게 내리고 싶다.

이는 결말에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므로 궁금하다면, 더보기 부분을 클릭하였으면 한다.

 

 

접힌 부분 펼치기 ▼

아버지의 지금 처는 광신도다. 그녀는 어째서인지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전 남편이 죽어바라기를 바라고 있고 가정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상우 모자에게 교회찬가를 부르는 청년을 보내어 그들의 삶을 엿보기도 한다. 마침 두 사람이 현재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상우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그들은 엄마를 납치했다. 상우는 엄마를 찾아 샅샅이 헤매이지만 끝내 찾지 못하고 결국 아버지에게 까지 도움을 청하지만, 새로운 아내와 고기를 먹으며 상우를 외면한다. 상우는 아버지를 저주하고 자신이 더러운 피, 에이즈에 감염되어 더럽기도 하지만 그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피라 더럽기도 한 그것을 주사기로 빼내어 며칠 후 아버지의 집으로 찾아갔고 그가 보게 된 것은 자신의 처지와 전혀 상반된 것들이었을 뿐이다.

두 사람은 '장애인을 가두어 두고 끝내 죽음으로 닿게 했다'라는 뉴스, 상우 엄마에 관한 뉴스를 뒤로 하며 결혼 1주년과 전 남편의 죽음, 상우엄마의 죽음을 축배하며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결국 아버지의 목에 자신이 혈액이 담긴 주사를 주입함으로써 상우의 복수는 막을 내린다.

 

펼친 부분 접기 ▲

 

  

  영화를 보는 동안 제목이 주는 자극적인 요소라던가, 사회에서 불쾌하기 그지 없는 이야기들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보단 이 영화를 만들었을 감독이 오히려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평범할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최악의 조건을 하나씩 달아줌으로써 그들은 저 밑바닥까지 내려 앉았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듣는 것만으로도 혐오감을 주고 있지만, 나름의 사정이 있고 그 삶이 있다.

엄마라는 숭고한 이미지에 검고 붉게 창녀라는 이미지를 덧 씌웠지만, 엄마는 상우를 위해 우리가 익히아는 이미지데로 희생했다.

결국,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은 새로운 이미지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라는 존재는 끌어내리고 밑바닥에 있어도 희생을 하며, 암울하기 그지 없는 삶속에서도 의지하고 부둥켜 안는 두 모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 '상우'가 실제 영화감독인 만큼, 아마 이 영화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기에 시리즈로 '아버지는 개다', '나는 쓰레기다'를 만들려고 하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불편한 제목으로 또 다른 삶 속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같은 시리즈인 두 영화가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 또 어떠한 시선으로 어떻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기대된다.

 

불편한 영화가 아닌 감독의 묵직한 메시지가 담긴 영화였다고 생각된다.

 

 

http://pariskitty.blog.me@은근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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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찰스 부코스키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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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 부코스키의 소설 <우체국>을 읽었다. 적지 않을 시간을 <우체국> 읽는 것에 투자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책을 다 읽고 책상 위에 올려둔 책은 지금 내 옆에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찰스 부코스키의 삶을 조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확연한 굴곡과 함께 깊게 파인 주름, 툭 튀어나온 턱, 게슴츠레한 눈. 실제로 그는 전업 작가가 되기 전 하급노동자로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하였고 우연히 우체국에 취직하게 되어 10년 동안 근무하였던 전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 글은 자전적인 느낌을 적지 않게 받을 수 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몇몇 인물은 실제 인물을 묘사했지만, 절대 사실은 아니다. 이에 대하여 책을 들어서기 전 찰스 부코스키는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허구이며 아무에게도 바치지 않는다.” 라고

 

 

  앞서 언급했듯이 <우체국>을 읽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을 소요했다. 내가 보통 책을 읽는 방법은 한권을 시작하였으면 나와 맞지 않더라도 끝까지 읽는데, 이 책이 딱 그러했다. 보통 소설에서 보기 어려운 운문형의 압축된 문장이라던가, 기승전결 없이 매일이 똑같이 그려지고 있는 나날들은 내가 과연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느 초등학생의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읽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 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노골적으로 표현되는 언어들은 이 책을 과연 19세 딱지 없이 청소년들이 읽게 해도 좋을까? 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다.

 

 

  이쯤 되면 알겠지만, 모두가 추앙하는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어째서 이 따위 글이 추앙받을 수 있냐고 말했었다. 매번 책을 피면서 또 지겨운 치나스키(우체국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삶속으로 들어가야 하냐고 절규했었다. 그러나 참 묘하게도 찰스 부코스키의 책을 읽다보면 어느 새 집중하고 있다.

치나스키의 삶은 단 세 가지로 정리된다. 여자와 술 그리고 경마. 치나스키는 술을 마시고 여자와 섹스하며 그리고 찌든 몸을 이끌고 우체국으로 간다. 우체국에서는 대충대충 일하면서 적당히 요령피우다가 벌게 된 돈으로는 다시 경마를 하고 술을 사먹는다. 순환되는 삶 속에서 치나스키는 어떠한 소속도 원치 않고 노동에서도 해방될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을 꿈꾼다.

 

 

  여기서 치나스키가 왜! 어떠한 소속도 원치 않고 노동에서도 해방되고 싶어 했는가가 중요하다.

<우체국>은 1952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치나스키가 근무하는 우체국들은 한결같이 반복적인 노동을 요구한다. 가장 하급계층으로 취직 하게 된 그에게는 특별히 요구하는 것은 없으나 매일 과도하게 몸을 쓰는 반복적인 노동뿐이다. 어쩌면 우리는 ‘생활의 달인’과 같은 단순반복 노동의 달인들이 나와서 재미있게 일하는 것을 보고 괜찮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는 당신이라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당신은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서 같은 볼펜 뚜껑 짝을 지어주는 일을 한다고. 처음에는 이보다 쉬운 일이 없을 거라며 신날 것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 다시 같은 일을 하자 조금 지루하긴 했지만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당신을 다독일 것 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 퇴근까지 시간 내에 할당량을 해야 돼서 마음이 조급해져오기 시작했다. 또 쉬운 일이지만 계속 반복되는 일은 당신의 인내심을 시험할 것이다. 드디어 하루 12시간의 노동이 끝났다. 당신의 손에 들어오는 건 고작 만원이 되지 않는 얼마였다. 얼마나 허탈한가. 이 허탈함의 연속이 당신에게 펼쳐져 있다고 생각해보라. 의미도 없이 오직 목적과 절차만을 따라야 하며 개인의 특성은 모조리 집단이라는 이름하에 말살된다. 오로지 규칙과 결과만을 준수하며 계급을 철저하게 분리하여 하층계급을 비웃는 노동에 대하여 치나스키는 저항하는 인물로 나온다. 다만, 그는 저항가가 아닌 집단노동에서 요구하는 삶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말이다.

 

 

  <우체국>이 이렇게 심각한 책은 아니다. 저속한 욕들이 한 페이지 내에서도 몇 번이나 나오고 섹스 하는 장면이 묘사기도 한다. 그러나 p.50에서 시작되는 착한 아저씨 G.G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푹 빠지게 되었다. 헨리 치나스키가 그저 색과 유흥만 즐기는 멍청이 같은 놈이라고 생각하던 내가 그의 삶을 다시 바라보고 그를 이해하려고 했던 지점 말이다. 그가 아무런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이 책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조금 깨달아 가면서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

 

 

  반노동에 대한 책이라고 설명했지만, 나는 이 책이 그 보다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싶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노동에 대한 운동치고는 그가 바꾸어 놓은 것도 또 자신이 변한 것도 혹은 대체물을 마련한 것도 없지 않은가? 그저 현실에 수용되고 싶지 않은 자유로운 남자의 이야기 이었다고 생각된다.

 

 

  기어코 <우체국>을 다 읽게 되었을 때 마지막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p.241 아침이 되자 아침이었고 여전히 살아 있었다.
아마 소설을 쓸 것 같군, 생각했다.
그래서 소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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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사랑 - 심리학자 곽금주, 사랑을 묻고 사랑을 말하다
곽금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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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사랑>

 

 

  도대체 사랑이 뭘까? 간단한 질문인데다가 흔해 빠진 질문이라서 오락프로그램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질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겉멋이 가득한 멋들어진 답변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어쩌고 저쩌고. 그런데 그러한 남에게 들려주기 위한 대답이 아닌, 나 자신에게 조금 더 솔직해 진 뒤 스스로에게 대답해 보았으면 한다.

 


  도대체 사랑이란 무엇일까?

 


  나의 경우에는 선뜻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책을 펼치기 전에 분명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을 각오가 된 뒤에 책을 펼쳐야 하는 것은 아는데, 어찌 대답하기가 이리도 힘든지… 결국 몇 명의 지인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를 듣고 나서야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나는 ‘사랑’에 대해서 대답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웠던 것이라는 것을.


개인적으로 내가 삶을 살아오면서 겪은 사랑은 부모와 자식간의 가장 1차원적인 사랑 밖에 주고 받지 않은 것 같다. 물론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이성과의 2차원적인 사랑을 못해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정한 2차원적인 사랑은 아직 해보지 못해보았다고 생각한다.

 

 

  번번히 사랑 앞에서 부딪히는 실패.
이는 과연 나의 미숙함인가 아니면 그 사람의 미숙함인가 그도 아니라면 우리 두사람의 미숙함인가.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열렬히 사랑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그 사람과 내가 결국 이별을 맞이하였는가.

 

 

  곽금주교수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시기부터 시작하여 소위말하는 밀당(밀고 당기기)의 시기, 연애시기 그리고 결혼 그 후에 함께 하는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가 부딪히는 ‘미숙함’에 대하여 다양한 사례와 함께 충분히 공감갈 수 있도록 조근조근 설명한다. 너무나 재미있는 이야기와 내 옆에서 볼 수 있는 사례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나의 경우에는 한번쯤 궁금하였던 ‘못생겨도 연애 잘하는 여자, 예뻐도 연애 못하는 여자’ 였는데 이 부분은 사실 나에겐 공감이 될 듯 말 듯 하지만 어쨌든간 주제가 너무 재미있지 않은가?
더군다나 이 질문에 대해 어쨌든간 대답을 내린 곽교수의 생각이 정말 재미있어서 책을 덮고 난 지금도 한참이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처음 읽으면서 나는 조금쯤은 ‘답’을 찾길 원했다.

 

  얼마전부터 대화가 잘 통한다고 여겨서 자연스럽게 연애를 시작하게 된 사람이 있다. 매사에 진지하고 걱정이 많은 나와 달리 그 사람은 유머러스 한데다가 좀 체 걱정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 외에는 비슷한 점도 많고 달라도 서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게 너무 즐거웠었다. 이렇게 나와 반대되면서 내가 ‘워너비(wanna be)’로 생각하고 있던 부분을 가지고 있으니 그 사람은 내가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였다. 순식간에 나는 그 사람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그 사람이 너무 좋았고 이 사람과 함께라면 유머스럽게 모든 일을 잘 헤쳐나가 오랬동안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언제부터 나와 달리 유머러스 함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진지한데 왜 그 사람은 진지 하지 않은걸까 라는 생각을 하기 되었기 때문이리라.


곽 교수는 이에 대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이야기 한다. 처음에는 달라서 매력적으로 보이던 것이 나와 다르니 조금씩 멀어지는 것이 말이다. 이 부분에서 한 번 위안을 받고 이어 달리 생각하면 간단하다는 곽 교수의 글을 찬찬히 읽어내려갔다.
적절한 사례에 이어 내 마음을 다스리고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 그 사람과의 관계가 곽 교수의 조언으로 인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책을 읽기 시작하면 조금이나마 ‘답’을 찾고파 한 나에게 이 책은 ‘위로’를 해주었다.

 

 

P.49 사랑은 배우는 것이다. 인생은 한 번 뿐이라 우리는 언제나 서투르고, 그래서 사랑을 하면서 수 많은 상처를 받곤 한다. 그

         과정에서 무언가 배우고 더 성숙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지금 그 사람과 함께 나는 사랑을 다시 배우려고 한다. 곽 교수가 말한대로 나는 늘 비슷한 사람을 만난다.(우리가 사랑하는 그 상대는 늘 비슷하다고 곽 교수는 책에서 언급한다. 곰곰히 사랑해왔던 사랑하는 상대를 생각해보라!) 사랑하는 상대의 유형은 이미 비슷한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실패이다. 그러나 비슷하지만 또 다른 사람이라 이 사람은 내 인생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다. 서툴러서 상처를 주고 받지만 무언가를 또 배워가고 있다.

 

도대체 그 사랑 그 놈이 무엇인지 또 다시 이 놈이 나를 힘들게 하면 다시 <도대체 사랑>을 통해 곽 교수를 만나러 갈지도 모른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곽 교수는 나의 사랑 멘토로써는 충분하다.
그리고 곽 교수가 사랑의 멘토로써 나 말고도 사랑에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의 멘토가 되었으면 좋겠다.

 

 

Pariski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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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사용설명서 - 이럴 때 이런 클래식
이현모 지음 / 부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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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클래식을 좋아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음악을 즐겨들으세요? 라고 묻는다면, 요즘 나오는 가요들이요. 라고 대답한다.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하면 대단히 고상한 취미로 가진 것으로 생각해서 꼴 볼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또 그에 관련하여 많은 지식을 겸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부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클래식을 취미로 가진 고상한 사람도 아니며 클래식에 관하여 많은 지식을 겸비한 ‘전문가’ 수준도 아니다. 클래식은 어렵다는 공식이 정립되어 있는 것처럼 클래식을 불편해 하지만 클래식은 요즘 나오는 대중가요만큼이나 쉽고 재미있다.

<클래식 사용설명서>는 사용설명서이다. 즉, 클래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명해돈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클래식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생물학을 전공하신 분이지만,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고 30년간 클래식 애호가로 살아오면서 다양한 활동을 해 오신 분이다. 그는 클래식은 고급 취미가 아니라 생활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만큼 이 책에서는 생활속에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클래식을 풀어두었다. 아침을 활기차게 시작하고 싶다면 그리그의 모음곡 프레귄트 제 1번 제1곡 ’아침의 분위기’를 손님을 저녁식사에 초청했다면 텔레만의 ‘타펠 무지크’를. 책을 읽다보면 관심이 가는 노래가 있고 책을 펼쳐두고 검색을 하여 들어보면 제목만 몰랐을 뿐이지 너무나도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경우도 있다.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마치 타국에서 같은 한국인을 만난 것처럼 반가운 마음에 제목을 몇 번 이나 보고 몇 번이나 다시 들어보는지 모른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한 곡들에 얽힌 일화들을 소개하여 곡에 대한 호기심을 한층 더 높이기도 하였으며 ‘임신을 했을 때’와 같은 다소 엉뚱한 느낌을 주는 항목들도 있어 책을 읽는 동안 클래식에 관한 책을 읽는지 아니면 유쾌한 유머집을 읽고 있는 건지 헷갈린 정도였다. 클래식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고 읽다보면 클래식은 이미 우리생활에 깊숙이 침투해있는데, 다만 우리가 어렵다고 외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클래식 사용설명서>는 클래식에 관한 그 어떤 책 보다 재미있었다고 생각한다. 클래식에 관한 다양한 책들을 읽어보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읽은 책도 적지 않다. 그러나 곡에 담긴 음악적 해설과 음악적 분위기와 같은 전문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일반인이 읽기에는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기분에 따라 들을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들을 수 있도록 7가지의 파트로 나누어 두었다. 나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듣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듣기에 가장 좋은 곡들이 위로와 위안을 준다고 했다. 클래식도 대중가요처럼 내가 듣기에 좋은 것들을 그냥 듣기만 하면 될 뿐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을 꼽으라면 곡을 일일이 찾아봐야 한다는 점이다. CD에 담겨있거나 혹은 홈페이지를 통하여 mp3를 다운 받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클래식 사용설명서>에는 내가 직접 찾아 들어야 한다는 수고스러운 점이 있다. 어쩌면 직접 찾아보고 들어보라는 저자와 출판사측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이 두 가비 버전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 CD가 포함된 책과 CD불 포함 책으로. 독자들의 입맛에 골라먹을 수 있도록 말이다.

클래식을 좋아만 할 뿐이지 그와 관련된 지식은 다소 부담스러워 했던 나에게 용기를 준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말처럼 그냥 즐길 수 있는 음악이면 됐다. 누구라도 클래식에 관심이 있거나 혹은 클래식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좋은 사용설명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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