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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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짧아서 금세 읽었는데, 두 번 울었다. 하나는 주인공인 '나'가 보육원 원장님에게 "원장님을 만날 수 있어서요" 라고 말하던 부분과, 마지막 장의 야마이의 편지에서 "...당신이 형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부분. 아이고, 요즘 많이 우울한 듯하다ㅡ,.ㅡ  

 사람이 사람을 구원할 수 있음을 찬찬히 적어내려간 이야기였다고 느꼈다. 보육원의 원장님이 '나'를, 내가 야마이를. 또한 그 구원은 사실 일방향이 아니라 그 수준은 다를지언정 쌍방이라는 것. 어느 한쪽이 더 대단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기댈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연결되어 있다는 한마디가 매우 적절하겠다.  

소설의 제목은, 5장의 마시타의 노트 구절 중에 등장한다. 

 ps. 사형수와 교도관 사이의 관계를 그리고 있는 책이라, 읽기 전과 읽으면서 계속 만화 [교도관 나오키] 생각이 났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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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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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싫지 않아. 이건 참말이구먼. 젊고 정의감이 넘쳐. 아니, 정의감이 넘치는 척하는 거지...... 사실은 정의감 같은 건 하나도 없는데 말이야. 게다가 그런 건 하나도 없는 주제에 지금 그런 직업을 갖고 있다고 너 자신을 나무라기까지 하고 있어......"-137쪽

잠이 오지 않아 괴로운 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모닥불을 둘러싸고, 한자리에 있으면 된다. 한밤중부터 이른 아침까지, 이 사회가 모두 잠들어버린 가운데, 모닥불 불빛 아래 무수한 그림자가 한자리에 모여 있으면 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이야기하고, 듣고 싶은 사람은 듣고, 이야기하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은 사람은 입을 다물고, 그냥 그곳에 있으면 된다. 모닥불은 언제까지나 타오르리라.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이라도.-112-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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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의 아이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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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귀>에 이어 두번째로 읽는 오노 후유미의 소설이었다.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는데, 미묘하게 판타지로 끝나버리는-12국기와 연결되는-결말의 배경은, 이해할 만 하면서도 엇, 싶었다. 생각해보면 그 이전의 이야기가 뚜렷하게 현실적인 것도 아니지만. 갑자기 술술술 풀려가는 바람에 좀 맥이 탁 풀리기는 했다.

한 학교의 선생과 제자로 만나는 세 사람. 고토-히로세-다카사토. 고토의 제자가 히로세이고, 그 히로세가 교생이 되어 모교에 실습을 나와 만난 학생이 다카사토이다. 세 사람은 모두 이 세계에서 유리된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고토도 히로세도 그래서 '동류인 듯한' 다카사토를 의식하고 있다. 그렇지만 연륜 있는 고토는 히로세에게 '너와 나는 같은 방향으로 삐져나와 있지만, 다카사토는 다르다'고 초반에 언질을 준다. 히로세는 괴롭힘 당하는 다카사토를 감싸면서 자신과 그를 거의 동일시하지만, 고토는 그것마저 꿰뚫고 히로세를 계속 일깨운다. 히로세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결국 소설 후반에, 다카사토와 두 사람- 정확히는 다카사토와 히로세 간의 차이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한 사람은 정말로 돌아갈 세계가 있는 이생명체, 다른 한 사람은 그저 인간일 뿐.다카사토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었다고 말하지만, 이면에는 그만큼의 질투를 품고 있던 히로세. 그는 '선택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히로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꿈꾸는 고향은 허무하고 어리석지만 달콤한 꿈,이라고.

ps. 한편 소설은, 자신과 다른 존재를 대하는 인간들의 태도(혹은 광기, 두려움)를 적절하게 묘사하지 않았나 싶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계속 턱턱 걸렸다. 학교의 학생들이, 이웃들이, 기자들이 다카사토와 히로세에게 던지는 시선들, 심지어 그들의 가족들마저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최고로 불편했던 것은, 결국 마지막에 다카사토를 대하는 히로세의 태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그래서 보고 있으면 슬퍼진다.

-인간은 인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토록 더럽다.(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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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밥상 -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
피터 싱어.짐 메이슨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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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밑줄긋기'를 통해서 서문과 결론 부분을 인용함으로써, 더 이상의 리뷰는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피터 싱어가 책에서 말하고자 한 방향은, '내'가 아닌 '타자'를 위한 윤리적인 식생활- 그래서 극단적으로는 모든 육식을 거부하는 베건이 되어야만 하는 당위에 대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결론 부분에서 비교적 소극적으로 마무리한다. 즉, 실천하는데 상당한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유기농 식품을 사는 것보다, 공장식 농장 제품 구입을 엄격하게 피하는 것이 더 가치있고 합당한 대안이라고 말한다(p.398). 절대적으로 옳은 하나보다, '더 나은 선택'이 반드시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실천윤리학이 제시할 수 있는 행동은, 아마도 거의 이 수준 정도일 것이다. 끊임없이 대안이 논의될 것이고 토론은 끝나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을 읽고, 내가 직접적으로 지불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전가되는 '비용'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식생활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보는 경험을 한다면 무척 바람직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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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밥상 -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
피터 싱어.짐 메이슨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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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건강하지 못한 식품을 즐기며 병이나 때 이른 죽음에 직면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음식 선택이 우리 아닌 타자(他者)에 미치는 영향에 중점을 둔다.-16쪽

농업은 거의 모든 생명에 손을 뻗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다름 아닌 우리가 내린 먹을거리 선택으로 빚어진 일이다. 더 나은 선택은 가능하다. -3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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