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의 시칠리아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삶에 들러붙어 있던 이 모든 것들, 그러니까 물건, 약정, 계약, 자동이체, 그리고 이런저런 의무사항들을 털어내면서 나는 이제는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쓸데없는 것들을 정말이지 너무도 많이 가지고 있었으며 그것들로부터 도움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그것들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읽지 않는 책들, 보지 않은 DVD들, 듣지 않는 CD들이 너무 많았다. 인터넷서점에서 습관적으로 사들인 책들이 왜 자기를 읽어주지 않느냐고 일제히 나를 비난하고 있었다. 그런 비난이 두려워 우리는 후회의 순간을미래로 이월해버린다. 나중에는 보겠지. 언젠가 들을 날이 있을 거야.
그러나 그런 날은 여간해서 오지 않는다. 새로운 물건들이 계속 도착하기 때문이다. 나는 한순간의 만족을 위해 사들인, 너무 오래 존재 - P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1
백세희 지음 / 흔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떡볶이에 환장하는 나로서는 사실 좀 당황스러운 에세이였다. 떡볶이의 절대적인 정당성을 토로할 때 유용한 책이길 바랐는데…

영화를 보면 꼭 의미를 찾아내야 할까요? 내가 좋았던 부분을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고, 나는 재미없었는데 타인은 좋았을 수도 있잖아요. 모든 것을너무 지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감정에중점을 두는 거죠. 아무렴 뭐 어때‘라는 생각이 중요해요. - P45

"힘들 땐 무조건 내가 제일 힘든 거예요..
그건 이기적인 게 아니에요." - P47

회사에서 만난 이들 중 내가 가장 질투했던(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쓰고 감성도 풍부하며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여직원은 지방대 출신이었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난 내가 느꼈던 열등감을 나보다 낮았던 그 직원의 학벌 하나로 만회하려 했다. 학벌은 생각보다 별로네 하는 못난 생각을 하며, 어떻게든 우월감을 느끼려고.
이걸 머리로는 정말 잘 알면서도, 아직도 내게 주어진 수식어들로만 나를 평가하는 다수의 시선을 느낀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질투했던 사람이 나보다 낮은 학벌일 때 느꼈던 안도감, 관심 없던 사람의 높은학벌을 듣고 갑자기 그 사람이 다르게 보였던 일, 그리고 그 괴리감 속에서 나 자신을 자책했던 나날들, 진심으로 바뀌고싶다. 아니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 P18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하현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인간의 간사한 심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제목이네요. 어느 맑은 날 약속도 없는 외로움이 아닌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이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승태가 볼 때, 태주와 같은 소년들은 폭력에 의한 굴복에 대해 양가적인감정을 갖고 있다. 이들은 패자로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부분을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부분과 구별하지 못한다. 힘에서 졌기 때문에 뭐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면이 가련한 수컷들에게는있는 것이다. 복수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의 윤리에 호소해야하는 성질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소년들에 대한 성폭행이 흔히 더 오래 혹은 완전히 은폐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 P205

승태는 세상에서 폭주족을 가장 미워하는 부류가 이들이라는 것을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이들에게 있어 폭주족들은 위험한 행동을 일삼아 ‘건전한‘ 오토바이 문화 정착에 해를 끼치고 오토바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는 악질적 존재였다. - P2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년세세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떻게 글을 이렇게 쓰지?

한영진은 그걸 두번 세번 읽은 뒤에야 자기가 불신한 것이 외국인이나 그의 말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외국인, 그는 불순한 의도를 숨기려고 거짓말을 했을 수도있고 아닐 수도 있었다. 그의 의도 같은 건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나였어, 하고 한영진은 생각했다. 내가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불신한 건 그 외국인이나 그의 말이아니고 나였어…… 네가 그 정도로 매력 있을 리가 없잖아. 그게 김원상의 생각인 것 같았고 한영진 자신의 생각이기도 한 것 같았다. 더러운 거짓말. - P53

어린 동생에게 잘못을 했다고 느꼈다. 손써볼수 없는 먼 과거에 그 동생을 두고 온 것 같았다. 이제 어른이 된 한세진에게 사과한다고 해도 그 시절 그 아이에겐 닿을 수가 없을 것 같았고, - P63

실망스럽고 두려운 순간도 더러 있었지만 한영진은 김원상에게 특별한 악의가 있다고 믿지는 않았다. 그는 그냥…… 그 사람은 그냥, 생각을 덜 하는 것뿐이라고 한영진은 믿었다. 한영진이 생각하기에 생각이란 안간힘같은 것이었다. 어떤 생각이 든다고 그 생각을 말이나행동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고 버텨보는 것. 말하고 싶고하고 싶다고 바로 말하거나 하지 않고 버텨보는 것. 그는 그것을 덜 할 뿐이었고 그게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일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매일 하는 일. - P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