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잘해요 죄 3부작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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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찾다 죄를 짓고 죄를 벌하지만 끝내 나는 나의 죄를 생각하지 못했다.
이기호의 소설은 재밌다. 일상적이어서 일상적으로 저지르고 마는 죄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하는 시선이 좋다. 다만 읽는순간 한번에 와 닿지 못하면 끝내 미궁에 빠져버리는게 (나 자신에게)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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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것은 자연스러운 관성 같은 것이었는지도 몰랐다. 가정을 진실로 만들어버리는 관성 같은 것.

이곳을 벗어나기만 한다면, 수술에 대한 생각만 버린다면, 이 모든 모멸감과 수치스러움, 그리고 그것들을 감추기 위해 어쩌면 억지로 꾸며낸 모든 말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1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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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원고를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그들에게서 숱하게 보아왔더 누구에게나 호감과 신뢰를 줄 만한 여유롭고 자신감 있는 미소가 이제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해진 것을 보았고, 그들이 긴장한 채, 어떤 간절함을 품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나는 그제야 그들이 나를 찾은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오직 둘만이 존재했던 세계에 이제는 그들에게 동의해줄 타인이 필요하다고 느꼈으며 그게 그들의 세계가 지속될 수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들은 어떤 유적도 역사도 없는 그들의 애처로울 정도로 빈약한 세계를 증언해줄 목격자를 원했고, 최후의 순간에 그들의 편에 서줄 동조자를 원했으며, 점점 커져가는 그들의 죄책감을 함께 나눌 공범을 원했다.

"우리 매년 여름마다 여기 올까?"
우리가 단 한 번도 이야기해본 적 없는 다음 여름에 대해 이야기할 만큼 현수는 그곳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우리가 단 한 번도 이야기해본 적 없는 다음의 다음, 또 다음의 여름에 대해 이야기할 만큼 현수는, 그리고 우리는 그날의 분위기가 좋았던 것이다.
이후 잠시 동안, 결코 길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하게 정적이 흘렀다. 매해 여름이란, 이런 아름다운 계절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이 지속될 여름이란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아득하고 눈부신 말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종종 나누기도 했던 조금은 과장된 약속들과 달리 그건우리 모두를 미몽에서 깨울 만큼 강력한 주문이었다. 물론 그 짧은 정적 이후에 우리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고, 문학과 삶에 대해 목소 리를 높였지만 그뒤로는 모든 게 공허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 주 문이 내게 준 실감은 언젠가 우리가 서로를 잃을 거라는 것이었고,
그 상실에 대한 두려움만큼 내가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그때 느낀 공허함은 다른 누구의 것이 아닌 분명 나의다. 그 공허함은 정은의 것이고 현수의 것이었지만, 그만큼이나 나의 것이기도 했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내가 현수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던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게 사과를 받으려던 것도 아니고 그에게 글을 이어 쓰라고 강요하려던 것도 아니었다. 아마도 그를 만나 무언가를 확인하거나 기다리기 위함이라기보다는그저 어떤 시기를 연장시키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나는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게 되는 걸 피하고자 했던 것 같다. 꽤 오랫동안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나 돌이켜보았지만, 그건 옳은 질문이 아니었다. 오히려무엇이, 그들이 나를 그렇게 만들 수 있도록 했는지가 더 나은 질문이었다.

소설은 누군가가 누군가를 만나 어떠한 사건을 겪고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맞이하는 것입니다
........
여전히 내가 그 이후를 어떻게 지나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후,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서는 나는 말할 수 있다. 누군가가 내 몸을 보고 흥분하고 발기하는 일을 선물처럼 여기게 되었다. 첫이 아닌 것들의 의미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이 되었다. 사랑에서 애걸로 되는 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 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 조금은덜 실패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도 영화도 내가 선택한 잘못 찾아들 어간 길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3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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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지극히 인간다운데 이 인간다움을 벗어나기위해, 멋진신세계에 가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이 더위 속에서 원기왕성하게 일할 수 있도록 조건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하고 포스터 군은 말을 맺었다. "위층에 있는 우리의 동료들이 그들에게 더위를 사랑하도록 가르치는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 하고 소장이 격언을 말하듯 입을열었다. "바로 그것이 행복과 미덕의 비결이야 ㅡ 자신이 해야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 모든 조건반사적 단련이 목표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야. 자신들의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숙명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

하층계급의 인간이 독서로 인하여 세계국가의 시간을 낭비한다든가, 해로운 독서를 함으로써 그들의 조건반사 작용을 약화시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우리의 세계는 오셀로의 세계와 같지 않기 때문이야. 강철이없이는 값싼 플리버 승용차도 만들 수 없어. 사회의 불안정이 없이는 비극을 만들 수 없는 것이야. 세계는 이제 안정된 세계야.
인간들은 행복해.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고 있단 말일세. 얻을 수없는 것은 원하지도 않아. 그들은 잘 살고 있어. 생활이 안정되고 질병도 없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행복하게도 격정이니 노령이란 것을 모르고 살지. 모친이나 부친 때문에 괴로워하지도 않아. 아내라든가 자식이라든가 연인과 같은 격렬한 감정의 대상도없어. 그들은 조건반사 교육을 받아서 사실상 마땅히 행동해야만 되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없어. 뭔가가 잘못되면 소마가 있지. 자네가 자유라는 이름으로 창 밖으로 집어던진 것 말일세. 자유라!" 총통은 여기서 웃음을 터뜨렸다. "델타 계급들이 자유가 무엇인지 알기를 기대하다니! 그들이 오셀로를 이해하기를 기대하다니! 정말 자네답군!"

"그렇다면 부조리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알파의 병에서 태어나 알파로서 조건반사 훈련을 받은 인간이 엡실론 세미 모론의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할 때 미쳐 버릴 거야 —— 미치든가 아니면 닥치는 대로 부수기 시작할 거야. 알파도 완전히 사회화되는 것은 가능하겠지 ㅡㅡ 그러나 그것은 그들에게 알파에게맞는 임무를 맡길 때에 한해서 가능한 일이야. 엡실론적 희생은단지 엡실론에게만 기대할 수 있는 거야. 그들에겐 그것이 희생이 될 수 없기 때문이지. 그런 희생은 최소저항선이야. 엡실론의조건반사 훈련이 자신이 달릴 궤도를 미리 설치해 놓았기 때문 이야. 그들은 어쩔 수 없지. 애당초부터 예정된 것이니까. 설령병에서 나온 후라 하더라도 엡실론은 여전히 병 속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 유아기와 태아기의 성격적 고정이라는 보이지않는 병 속에 들어 있는 거야. 하긴 우리 모두가 ….…."

"그들도 짧은 작업시간을요구하고 있지. 까짓거 우리는 보다 짧은 작업시간을 부과할 수도 있네. 기술적으로 하층계급의 작업시간을 하루 세 시간이나네 시간으로 줄이는 것은 간단한 일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그네들이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아냐, 그렇지 않을 거야. 벌써 일세기반 전에 실험이 행해졌었지. 아일랜드 전역에 걸쳐 네 시간 노동제를 실시했던 거야. 결과가 어떠했는지 알겠나? 다만 불안과 소마 소비량의 증가라는 결과가 따라왔었네. 단지 그것뿐이었지. 세시간 반이나 늘어난 여가는 행복의 원천이 되기는커녕 그 여가로부터 어떻게 하면 도피할 수 있을까 하는 강박관념이 사람들을 사로잡고 말았단 말일세. 발명국에는 노동절약을 위한 계획이산적돼 있네. 수천 가지의 계획서가 작성되어 있단 말일세."
무스타파 몬드는 과장된 제스처를 지어 보였다.
"그런 계획을 왜 집행하지 않느냐구? 노동자들을 위해서지. 노동자들에게 과다한 여가를 안겨 주는 것은 정말 잔인한 처사가 되는 것이야. 농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원하기만 하면보는 식료품을 인공합성으로 제조할 수 있어. 그러나 그런 짓은 하지 않고 있지. 우리는 인구의 삼분의 일을 토지에 배당시키고있네. 그것도 그들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야. 공장으로부터 식량을얻는 것보다 땅에서 식량을 얻는 데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단말일세. 게다가 안정이라는 것도 고려해야 되기 때문이지. 우리는변화를 원하지 않고 있거든. 모든 변화는 안정을 위협해, 우리가새로운 발명을 선뜻 적용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지. 순수과학에서의 모든 발견은 유해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거든. 과학도 때로는 적이 될 수 있는 존재로 다루어야 돼. 그렇지, 과학조차도 그렇지."

"자네 말을 듣고 있으니까 브래들리라는 이름의 옛날 사람이 생각나는군. 그 사람은 철학이란 인간이 본능적으로 믿는 것에 형편없는 이유를 붙이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던 사람이었네. 인간은 본능적으로 무엇이나 믿는다는 투였지. 사실 인간이 어떤 것을 믿게 되는 것은 그렇게 믿도록 조건이 주어지기 때문이야. 인간이 어떤 그릇된 이유로 무엇을 믿게 될 때 그에 대한 다른 엉터리 이유를 발견하는 것 이것이 철학이란 것이야. 인간이 신을 믿는 것은 신을 믿도록 조건지워지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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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샹즈 황소자리 중국 현대소설선
라오서 지음, 심규호 옮김 / 황소자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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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학은 아큐정전말고 접해본 적이 없었기에 호기심이 갔다.
작가의 위트넘치는 등장인물의 감정묘사와 이야기전개에 울고 웃을 수 있고, 비참한 샹즈의 인생과 현대인들의 평행이론에 씁쓸해지기도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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