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 (50만 부 기념 드림 에디션)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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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은 높이살 만하나 재미는 없다.

그녀는 회사의 일은 물론이고, 결혼과 출산 등의 강제성도 없고 마감기한도 없는 모든 일에 스스로 기한을 두고 압박을 받는자신의 모습도 알아차리게 됐다.
사흘 연속으로 시험 치는 꿈을 꾸고 일어난 어느 비 오는 아침,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무의식에 휘둘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비 내리는 창가에 편안한 자세로 눈을 감고 앉아, 시험 기간에 스트레스 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는 대신, 어쨌거나 시험을 잘 치러냈던 순간들에만 집중했다.
‘난 지금까지 잘해낸 내가 자랑스러워. 이전에도 잘해냈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든 결국은 잘해낼 거야 자신을 무조건 믿는 마음, 압박감에서 벗어나는 마음, 여자에게는 이런 느슨한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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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 1 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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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진수.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 강물이 지나간 시간의 흐름을 버리면서 거느리듯이, 자전거를 저어갈 때 25,000분의 1 지도 위에 머리카락처럼 표기된 지방도 · 우마차로 · 소로·임도 · 등산로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오고 몸 밖으로 흘러나간다. - P11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몸은 세상의 길 위로 흘러나간다. 구르는바퀴 위에서 몸과 길은 순결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결되는데, 몸과길 사이에 엔진이 없는 것은 자전거의 축복이다. 그러므로 자전거는몸이 확인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하고, 몸이 갈 수 없는 길을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 - P12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그리워하지 않으면서도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 P12

강운구의 카메라 뷰파인더 속에는 먼 산과 가까운 산이 잡히는 것이 아니라 먼빛과 가까운 빛이 잡히는 것 같았다. - P41

강은 인간의 것이 아니어서 흘러가면 돌아올 수 없지만, 길은 인간의 것이므로 마을에서 마을로 되돌아올 수 있었고, 모든 길은 그 위를가는 자가 주인인 것이어서 이 강가마을 사람들의 사랑과 결혼과 친인척과 이웃은 흔히 상류와 하류 사이의 물가 길을 오가며 이루어졌다. 그러므로 이 늙은 길은 가街가 아니고 로路도 아니며 삶의 원리로서의 도道이다. 자전거는 이 우마찻길을 따라서 강물을 바짝 끼고 달렸다.
겨울 섬진강은 적막하다. 돌길에 자전거가 덜커덕거리자 졸던 물새들 놀라서 날아오른다. 겨울의 강은 흐름이 아니라 이음이었다. 강은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인간의 표정으로 깊이 가라앉아 있었고, 물은 속으로만 깊게 흘렀다. 가파른 산굽이를 여울져 흐르는 젊은 여름 강의 휘모리장단이나, 이윽고 하구에 이르러 아득한 산야를 느리게 휘돌아나가는 늙은 강의 진양조장단도 들리지 않았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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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의 탄생
김하나.황선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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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때 사람들이 하는 별 다를 바 없는 진부한 생각…

내가 불안하고 초조했던 건 결혼을 못 해서라기보다 ‘결혼 못 한 너에게 문제가 있어‘ ‘이대로 결혼 안 하고 지내면 너에게 큰 문제가 생길 거야‘ 라고 불안과 초조를 부추기고 겁을 줬던 사람들 때문이라는 걸, 오지라퍼들이 아무리 깎아내린다 해도 나는 내가 하자가 있는 물건도, 까탈스럽고 분수를 모르는 사람도 아니라는 걸 안다. 다만 몇 번의 연애가 잘 되지 않은 시간이 있었고, 일이 너무 바쁘거나 재미있어서 새로운 사람 만날 시간이 없던 시기가 있었고, 결혼을 하고싶어서 열심히 소개팅을 나갔지만 번번이 상대와 가치관이나 라이프 스타일이 맞지 않았던 때가 있었고, 그 모든 시간을 지나와이제 결혼하지 않은 채로도 잘 살아가고 있음을, 나만이 아는 나의 길고 다채로운 역사 속에서 나는 남의 입으로 함부로 요약될수 없는 사람이며, 미안하지만 그들이 바라는 이상으로 행복하다. - P82

찰랑. 언젠가 부부 상담 TV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다. 어떤 문제로 싸우느냐는 질문에 아내가 "정말 사소한 걸로 싸워요.
양말을 왜 동그랗게 말아서 벗어놨냐 같은 걸로도 싸운다니까요."라고 답하자 상담해주는 분이 찰진 경상도 억양으로 이렇게 말했다. "부부 사이에는요, 사소한 기 하~나도 유슴니다. 쌓이고 쌓였든 기 양말 하나로 터지는 거그든요. 컵에 물이 찰랑찰랑할 때 딱한 방울 더해지면 늠치잖아요. 그거랑 똑같습니다." - P117

"둘만 같이 살아도 단체 생활이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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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안락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은모든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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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의 삶을 선택했기에 내 인생의 마지막 장은 늘 막막하기만 했다. 존엄사도 인생을 군더더기 없이 마무리하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들었는데, 책을 보고 나니 오히려 독신의 삶이 내 죽음을 선택하는 점에서는 막막히기 보다 오히려 더 수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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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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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시인의 시집을 펼쳤다 완주를 하지 못했다. 시는 생각만큼 잘 읽히지 않았다. 그 얇은 책을 완주하기 버거울 만큼 시는 너무 많은 관념과 추상적인 사색이 담겨있었다.

이번엔 박준시인의 에세이고 완주를 해서 다행이다. 시인들의 에세이는 시만큼 간결하지만 그 양은 부족함이 없다. 글을 닮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내 인생이 이 문장이었으면 좋을 만큼.

고등학교 3학년, 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날 아버지는평소 잘 들어오지 않는 내 방에 들어왔다. 그러고는 나에게시험을 치르지 말라고 했다. 내일 시험을 보면 대학에 갈 것이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을 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결혼을하고 아이도 낳을 공산이 큰데 얼핏 생각하면 그렇게 사는것이 정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너무 불행하고 고된 일이라고 했다. 더욱이 가족이 생기면 그 불행이 개인을 넘어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번져나가므로 여기에서 그 불행의 끈을 자르자고 했다. 절을 알아봐줄 테니 출가를 하는 것도 생각해보라고도 덧붙였다. 당시 나는 그길로 신경질을 내며 아버지에게 나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과 삶에 지친 날이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에서 설핏 가난을 느낄때면 나는 그때 아버지의 말을 생각한다. - P141

광부의 삶과 저희 아버지의 삶은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하루 일이 끝났다는 사실만으로 즐거워하는 모습이그렇고 생의 대부분을 노동과 다음 노동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보내는 것도 그렇습니다. 수면욕, 식욕 같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만을 채우기 급급하다가 나이가 들어병을 얻는 것도 그렇습니다. - P143

"제가 잘은 모르지만 한창 힘들 때겠어요. 적어도 저는 그랬거든요. 사랑이든 진로든 경제적 문제든 어느 한 가지쯤은 마음처럼 되지 않았지요. 아니면 모든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거나, 그런데 나이를 한참 먹다가생각한 것인데 원래 삶은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겠더라고요. 다만 점점 내 마음에 들어가는 것이겠지요. 나이 먹는일 생각보다 괜찮아요. 준이씨도 걱정하지 말고 어서 나이드세요."
충격이었다. 자신의 과거를 후회로 채워둔 사람과 무엇을이루었든 이루지 못했든 간에 어느 한 시절 후회 없이 살아냈던 사람의 말은 이렇게 달랐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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