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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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유명한 칼럼 하나를 읽어본 적이 있어서 도서관에서 슬쩍 빌려왔는데, 중간쯤 읽다보니 드는 생각이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번 쯤은 한다는 것... 그래도 그 한번의 실수가 너무나 많은 유명세를 안겨다 줬으니 인생의 성과는 역시 운빨에 좌우된다는 진리를 학생들한태 강의하고 다니면 좋겠다.
몇몇 단편적인 면만 봤을 때는 자칫하면 염세적인 사고로 인생의 동기를 추구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엔 이런 모든 것들이 남의 치부를 들춰내고 공격하는 데 써버리려는 밑밥이었다. 이게 보편적인 에세이마냥 성찰을 위한 글쓰기인지, 남의 치부를 이용해 자신의 존엄성을 돋보이려는 배설물인지...(세월호는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면서 정작 자신들은 왜 정치적 뉘앙스를 배제하지 못하고 세월호를 들먹이는 걸까?)
비판의식이 강하고 자아가 충만한 어린아이가 나이를 먹고 꼰대가 되어 전 세대를 아우르며 헐뜯으며 비난하는 것이 참 위선적이라 불편하다.(서울대 교수들의 특징인가? 행여나 이 유명세를 밀물 삼아 정치라는 섬으로 노를 저어 가다 그놈처럼 이 책이 자신의 적이 되지는 않으려나...)

자신은 경험해 보지 못한 현실을 자기만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타인의 인생을 고작 몇 줄 되지도 않는 글로 요약하여 비방하려 들다니, 자기 인생이 티끌만도 못하다는 것도 모르고 살만큼 살았으니 남을 평가하겠다는 꼰대리즘이 이런게 아니고 뭔가.

후반부에는 왠 쌩뚱맞은 영화평론? 맙소사, 기레기들과의 인터뷰까지 실었다!! 빈약한 개똥 철학도 모자라 구성이 조잡스럽기까지 하다.

살아 있지 않음을 슬퍼하거나 두려워한다면, 태어나기 이전도 슬퍼하거나 두려워해야 한다고. - P5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다. 작년만 해도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였으며, 통계상 37분당 한 명씩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중에는 투신을 했다가 채 목숨이 끊어지지 않아 부서진 몸을 끌고 옥상으로 올라가 몸을 다시 던진 경우도 있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옥상으로 올라가던 그 사람들이그토록 살고 싶지 않았던 그 하루를 사는 것이다. - P18

새해라는 건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고, 과학소설에 나오듯이, 통속에 든 뇌에다가 어떤 미친 과학자가 새해라는 이름의 자극을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 미친 과학자가 바로 우리 자신일 수도있다고. 그런 가상현실을 통해서라도 우리 삶에 리듬감을 주는 것이 영장류가 발견한 삶의 지혜일 수 있다고. - P24

대학 간판 말고는 딱히 자존감을 얻을 거리가 없는 인생을 살아갈 사람에게는 수능 성적이야말로 자기 인생의 결정적 지표일지 모른다. 그러나 미래를 향해 활보해나갈 사람들에게 대학 입시는 지나가는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그 에피소드를 위해 온통 수단화된 공부만 하라고 다그치는 분위기 속에서 고교 시절을 보내야만 하는 청소년은 불행하다. - P74

먹고살기 힘들다 보니, 세상 사람들이 진리를 일종의 먹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지금 하는 연구가 먹고사는 일에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증명하라는 사회적 요구가 심해요. - P92

무식할수록 용감하다. 무식한 사람일수록 진리를 안다고 설치는 반면, 유식한 사람일수록 진리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하는 거죠.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매체에 나와서 ‘진리‘를 설파하는 사람은 대개사기꾼일 가능성이 높아요. 사람은 결국 죽는다는 게 인생에 대한 스포일러라면, 진리를 결국 다 알 수 없다는 게 학문에 대한 스포일러입니다. - P93

그러나 이 졸업의 순간, 지금까지 젊음의 시간을 누려온 졸업생 여러분들이 부럽습니다. 뭔가 귀중한 것들을 과감하게 소비한이에 대해서는 부러운 마음이 들게 마련입니다. 실로 여러분들은학창 시절 동안 귀중한 것들을 가차 없이 소비했습니다. 비싼 학자금이랄지, 젊음이라는 이름의 소중한 시간이랄지, 흡연과 과음으로 거덜 나기 이전의 깨끗한 장기臟器랄지. 그처럼 귀중한 것을소비해서 뭔가 이루어나가는 것도 멋있어 보이고, 심지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그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해버리는 경우에도, 부러웠습니다. 젊음같이 귀중한 것을 낭비해버리는 것은 그 나름 쾌감이 따르는 일입니다. - P114

그렇군, 태초에 부정행위가 있었으리라. 그것을 발견한 사람이있었으리라. 그리고 상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부정행위를 눈감아준 사람이 있었으리라. 부정행위를 눈감아준 대가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이의 충성을 얻고, 그 충성에 기초해서 이득을 얻거나 권력을 누렸으리라. 그 과정을 지켜본 다른 사람들도 서서히 비슷한 거래에 동참했으리라. 그리하여 부정행위弊의 용인이 쌓이고 쌓이자積, 그 적폐積는 관행이 되었으리라. 급기야는, 그 관행에 한통속이 되지 못하면 오히려 상대적 손해를 보게 되었으리라. 마치 자기 혼자만 교통질서를 지키다 보면 목적지에 남보다 늦게 도착하는 것처럼, 위장전입, 이중국적, 전관예우, 남발되는 자격증과 상…… 그것들을 못 하게 하면, 항변하는 거다. 다들 하는 일인데, 왜 나만 갖고 그래, 불공평하게! 그리하여 마침내 부정행위가 관행을 넘어 정의의 반열에 올랐으리라. - P119

"학교 행정 본부의 권위에 비판적인 것은 좋지만, 너무 거친 비판이군요. 왜 세세한 논증 과정 없이 그 연설문의 내용이 나쁘다는 결론으로 비약하는 거죠? 내용이 나쁘려면 일단내용이 있어야 합니다. 내용이 없는 글을 가지고 내용이 나쁘다고비판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오류를 범하는 겁니다, 운운." - P123

진상이 무엇이든 정체성이 부재한 대상에게 원칙에 입각한 비판을 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연체동물에게 뼈를 때리는 비판을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근년에 이 사회를 뒤흔든 정치적 격동의 촉매가 된 한 여자 대학의 총장은, 여성 교육이 충분히 실현된 나머지 더 이상 여자 대학이 필요 없게 되는 세상을 염원한다는 점에서, 자신이 재직하는대학의 정체성을 자기 소멸을 향해 달려가는 역설적인 학교라고정의한 바 있다. 격동기의 서울대도 자신의 소명을 보다 정교하게정의하고, 그것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은 뒤, 그 소명을 달성함을 통해 결국 소멸하기를 기원한다. - P128

셋째, 체질상 굳은살이 생기지 않는 이들은, 각종 불의와 헛소리에 대한 알레르기를 지병으로 갖게 된다. 이들은 상시적 분노 상태에 있다. 젠장, 태어나버렸군, 혹은 희망은 바보의 특권이지……라고 중얼거린다. 이들의 분노는 고독한 독백으로만 표현될 뿐, 함성이 되지 못한다. 그들은 그저 옷깃을 여미고, 오늘도 춥고 비열한 거리를 걷는다. - P159

그들마저도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홀로 기표소에들어가야 한다. 공공 화장실과 마찬가지로 기표소는 국가가 운영하는 고독의 공간이다. 화장실에서 홀로 변비를 신음하며 자신의개인적인 똥을 공공의 변기에 흘려보내듯, 기표소에서 홀로 얼룩진 현대사를 신음하며 자신의 한 표를 공화국의 식도로 흘려보내야 한다. 이 고독을 통해 우리는 역설적으로 사적私的 개인을 넘어마침내 공화국의 시민이 된다. - P167

참고로 2001년 조사에의하면, 우리나라의 문자 해독률은 높지만 문서를 제대로 파악할수 있는 능력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내용은 잘 모르고 글자만 아는 사람이 성인의 38퍼센트에 달하는 데 비해 고급 지식 노동을 할 수 있는 성인은 2.4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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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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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소설은 비극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그래서 결말을 비극으로 단정짓고는 독서를 앞으로 나아갔는데, 글쎄 이 소설이 주행방향을 틀지 않는 것이다.
사실 장류진소설은 대부분 유쾌했다.
근데 왜 웃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그게 정말 웃겨서는 아니다. 오늘도 내 인생을 자조하는 현실이 슬프기 때문에, 그런 슬픔이 있기 때문에 웃기다. 드라마틱한 역경도 없지만 그냥 슬픈 현실, 또 한편 그게 그냥 웃고 넘어갈 수도 있는 어정쩡한 슬픔이라는 그냥 그런 보통사람들의 현실이라서, 웃기지만 슬프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는…

그래서 먼저 꺼내지 않는 이상 그 일에 대해서 일부러 물어보지는 않았는데 가끔 저녁을 먹으러 가는 회사 근처 백반집 텔레비전에서 투자했던 회사에 관한 뉴스가 나오면 언니는 전에 없이 상스럽게 욕을 해댔다. 쥐벼룩을 놔도 뛸 장에 저 혼자 바닥을 쳐 뚫고 앉아 있는 ‘개잡주‘ 라면서. - P88

생각이 여기까지 오면 여유 있는 집안에서자란 게 부러운 게 아니라 사람을 그 사람의 존재만으로볼 수 있는 건강한 마음이 부러웠다. 반대로 나는 속으로이렇게 좀스럽게 굴면서 쉽게 사람을 좋아하지 못했다.
하지만 은상 언니, 지송이와 이야기할 때는 그런 게 없었다. 첫날부터 우리는 우리가 같은 부류‘라는 걸 직감으로 알았고, 그 느낌을 바탕으로 한 호감으로 자주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완전히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일상은 아무리 탈탈 털어도 부모가 대졸자라거나, 더 나아가 공무원이라거나, 전문직이라거나 즉 경제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형편이라는 정보값은 없었다. 대신 여러가지 이유들로 집안에 빚이 있고, 아직 다 못 갚았으며, 집값이 싸고 인기 없는 동네에 살고, 주거 형태가 월세이고5평, 6평, 9평 원룸에 살고 있다는 공통 정보가 나왔다. 나는 이 사람들을 마음 놓고 편히 좋아할 수 있었다. 이 둘과 있으면 내 삶이 딱히 별로라는 생각도 잘 들지 않았다.
서로가 자신의 자리에서 이 정도면 성실하게 잘 지내고있다는 생각만 들었다. 여태까지는 그랬다. - P105

딱 그 연차가 그런 뽕에 취할 때지. - P286

"저 사람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 했단 말이야."
"무슨 말?"
"나한테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 너한테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 난 그 말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
역시, 그것 때문이었구나. 은상 언니가 목소리를 낮춘채 이어 말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을 정말로 싫어한다고. 그렇게 사람을 아래로 보면서 하는 말이 어디 있느냐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 정도‘라는 말 앞에 ‘나한테는 아니지만‘이 생략된 것 같다고 했다. 나한텐 아니지만 너한테는 그 정도면 족하지. 그 정도면 감사해야지, 그런 말들. 기만적이라고 했다. 그런 종류의 말을 하는 사람의 면면을 잘 봐두라고 했다. 그게 정말로 자신을 포함한 누구에게나 모자람 없이 넉넉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인지를. - P309

주말의 회사는 평일만큼 기운을 축내는 공간은 아니라는 것을 어떤 면에서는 충전이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단, 나를 제외하고 사람이 한명도 없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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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렬지
옌롄커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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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을 워낙 많이 읽었던지라…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전개가 반복되는가 싶었지만 단순한 기우에 불과했다.

옌롄커 작품의 특징이라면 선과 악을 무너트리며 위기상황을 겪는 공동체 내부의 갈등을 그린다는 점(딩씨 마을의 꿈, 레닌의 키스)과 중국현대사를 과장된 풍자를 넘어 신랄하게 조롱하며 성찰하고 있다는 점(물처럼 단단하게, 작렬지)일 것이다.

그들의 근대논리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허풍을 차용(?)하여 소설을 써나가는 것이 특히나 이번 소설에서는 두드러졌다. (‘연월일’에서 보였던 환상성이라고 하기엔 억지스럽다.) 작위적인 허황됨이 의도한 바는 분명 현실고발을 통한 통쾌함이었겠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중국의 현실은 새로운 글쓰기를 강요하고 있다.
정말 이해하기 힘든 역사와 실재가 이른바 신실주의라는 문학의 탄생을 촉발하고 있다. 신실주의는 독특한 문학 기법을 통해 보이지 않는 진실을 드러내고 가려진 진실을 들추며 존재하지 않는 진실을 그려낸다. 또한 문학이 영혼과 정신(생활이 아니라)의 길을 걷도록 함으로써 깊은 곳에서 현실과 삶을 폭발시키는 핵에너지를 찾도록 한다. - P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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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된 사실
이산화 지음 / 아작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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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성은 없고 상상력만 있다면 소설이라기 보다는 그냥 자작 썰.

지성이 있는 생명체로서 다른 지성이 있는 생명체를그런 식으로 죽일 수는 없습니다. 당신도 사실은 죽고 싶지않잖아요? 알고 있어요. 그리고 울지 마세요. 대신에 생각을합시다. 지성이 있다는 건 생각을 한다는 뜻이니까요.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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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 지음 / 마음산책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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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니까. 책은 재밌고, 그 재미는 철없는 나를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방식을 작가 자신을 유쾌하게 디스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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