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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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폭력성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기보다는 폭력적인 아이와 평안한 가정 중에서 선택의 갈등을 겪는 여자의 이야기이다. 초반엔 ‘벤’이 어떻게 될까 궁금했지만, 이 소설에서는 결국 ‘헤리엇’은 어떤 기분으로 남겨지게 될까를 고민하게 하며 결말을 맞는다.

헤리엇과 데이비드는 직장 파티에서 처음 만나 서로에게 반해 런던 외곽의 도시에서 빅토리아풍의 3층 저택에 신혼을 차린다. 수입이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데이비드의 아버지 제임스의 도움으로 집을 마련했고, 이혼해 각각 재혼한 배우자를 두고 있는 데이비드의 아버지와 어머니 몰리의 식구들을 비롯해 헤리엇의 어머니 도로시, 사촌들까지 모여 대저택에서 미래를 계획하며 풍성한 파티를 즐긴다. 많은 아이를 낳을 계획으로 루크, 헬렌, 제인, 폴 등의 자녀를 출산하고, 제임스의 경제력과 도로시의 양육을 토대로 양가의 지원을 받으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지만, 폭력적인 성향의 다섯째 아이 벤을 낳으면서 가정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태생부터 힘이 세고 폭력적인 성향이 강했던 벤은 다른 형제들을 위협하고, 강아지를 목 졸라 죽이는 등 비정상적이고 통제 불능한 아이이다. 벤에 대한 공포심과 두려움은 로버트 부부와 친지들과의 왕래를 드물게 만들고, 헤리엇은 벤을 낳은 엄마라는 비난의 시선을 감당한다. 다른 가족들은 벤을 로버트 가와 분리 시키기로 합의하고 몰리의 남편 프레데릭이 나서 벤을 요양소로 보내버린다. 하지만 헤리엇은 벤을 보내고 난 후 계속해서 죄책감과 죄의식에 시달리다 결국 몰리를 통해 벤의 요양소를 찾아내고, 요양소에서 구속복에 묶여 진정제를 투약받고 정신이 나가 있는 벤을 보고는 기겁을 하고 그를 구출해낸다. 벤이 없는 동안 다시 가정의 평화가 찾아오는 듯했던 로버트가의 분위기는 다시 삭막하게 가라앉고, 헤리엇은 벤을 낳은 여자라는 비난과 동시에 벤을 요양소에서 데려와 집안을 파탄 낸 여자라고 질타를 받는다. 헤리엇도 가정의 화목과 벤을 두고 선택의 저울질을 해보지만 벤에 대한 죄책감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다. 루크는 제임스의 집으로 떠나고, 헬렌은 몰리와 프레더릭의 집으로 떠나고, 제인은 도로시와 함께 로버트 가를 떠난다. 벤으로 인해 영아기에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해 정서적으로 불안한 폴은 벤을 두려워하며 가장 오랫동안 헤리엇과 데이비드와 함께한다. 그러다 우연히 벤은 정원 일을 도와주러 온 날품팔이 존을 따르고 신뢰하게 된다. 헤리엇은 존에게 대가를 치르며 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달라 부탁하고, 벤은 저학년까지 존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존도 곧 다른 일을 찾아 로버트의 가족을 떠난다. 헤리엇은 벤의 학교생활을 염려했지만, 벤은 존과 헤어진 후 다른 비행 청소년들과 함께 어울리며 각종 사건 사고를 일으킨다. 오랜만에 로버트 부부의 집에 모인 가족 모임에서 폴도 결국 제임스가 데려가기로 하고, 로버트 부부는 자신들의 꿈과 함께 빅토리아풍의 저택을 팔기로 결정한다.

헤리엇이 잘못을 했을까. 그녀는 왜 죄의식에 시달려야 했을까. 헤리엇의 선택과 그녀가 처하게 된 주변 상황을 중심으로 생각해 볼 점들이 많았다. 어떤 선택이든 주변의 인물들은 ‘벤’이라는 사태에 대한 책임과 비난을 헤리엇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 모순이다. 모성의 책임이 ‘벤’이라는 존재의 탄생에 대한 비난의 수단이었고, ‘벤’을 선택한 그 모성의 책임은 또 역설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결국 모성이라는 것은 어머니를 억압하고 비난하기 편리하게 만든 개념인지도 모른다.
벤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해 볼 수 있게, <세상 속의 벤>이 빨리 번역되어 나오길 바란다.

그가 루크의 머리를 쓰다듬고 자신에게 키스를 하기 위해수그릴 때, 해리엇은 그의 강렬한 소유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좋아했고 이해했다. 왜냐하면 그가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 자신이나 아기가 아니라 행복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녀와 그의 행복. - P26

그럴 만한 돈은 없었지만 제임스가 돈을 주겠다고, 해리엇이 나아질 때까지만 도와주겠다고했다. 제임스답지 않은 퉁명스러운 어조로 그는 해리엇이 이런인생을 선택했으니 다른 사람들이 그 값을 대신 치러주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선언했다. - P53

하지만 벤은 자기도 고통받는 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그 애는 고통을 받고 있는가? 그 애는 과연 무엇일까? - P91

그 애는 다른 아이들을, 특히 루크와 헬렌을 항상 쳐다보았다. 그들이 어떻게 움직이며 앉고 서고 하는지를 연구했다. 그들이 먹는 방식도 그대로 따라했다. 그 애는 이 두 나이 든 아이들이 제인보다 사회성이 더 발달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는 폴도 완전히 무시했다. 애들이 텔레비전을 볼 때 그 애는 그들 근처에 웅크리고 앉아 화면을 보다가 그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왜냐하면 어떤 반응이 적절한 것인지 알 필요가 있었기때문이다. 그들이 웃으면 잠시 후에 그 애는 딱딱하고 어색하게들리는 커다란 웃음소리를 더했다. 그 애에게 즐거운 순간에 자연스러운 것이 있다면 온 이를 드러내면서 적대적으로 웃는 미소였다. 그 웃음은 정말 적대적으로 보였다. 그들이 뭔가 흥분된 순간에 가만히 관심을 집중하느라 고요해지면 그 애도 그들처럼 자기의 근육을 긴장시키고 화면에 빨려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 그 애의 눈은 그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 P93

그녀는 전반적으로 안도하게 되었고 자신이 어떻게 그러한긴장을 그렇게 오래 견뎌냈는지 믿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벤을 추방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벤에 대해생각할 때 그건 사랑이나 온정의 마음에서가 아니었다. 그녀는자기 내부에서 정상적인 감정의 불티 하나도 찾을 수 없는 자신이 싫었다. 오히려 죄의식과 공포감으로 그녀는 밤새 잘 수 없었다. 감추려고 애썼지만 데이비드는 그녀가 깨어 있는 것을 알았다. - P105

「그래요, 로바트 부인.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시겠어요? 우선 저는 이것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씀드려야겠군요. 그리고 또한 이런 일이 희귀한 일도 아니라는 사실도요. 우리가 복권 추첨에서 무엇이 나올지를 선택할 수 없듯이 아기를갖는 일도 마찬가지랍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간에 우리는 선택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해야 할 첫번째 일은 자신을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 P139

「전 제 자신을 비난하지 않아요」 해리엇이 말했다. 「당신이그 말을 믿기를 기대하지 않지만요. 하지만 이건 정말 불쾌한농담이에요. 난 벤이 태어난 이후 줄곧 벤 때문에 비난을 받아온 것 같아요. 난 죄인처럼 느껴요. 사람들이 내가 죄인처럼 느끼도록 만들어요」이렇게 불평하는 동안 ― 신랄했지만 해리엇은 목소리를 낮출 수 없었다― 쓰라린 세월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 길리 박사는 책상에 앉아 쳐다보았다. 이건 정말희한해요. 이전에, 아무도 그 어떤 사람도 나에게 <네 명의 정상적이고 똑똑해 보이는 멋진 아이들을 갖다니 넌 정말 똑똑하구나! 그 애들은 모두 네 덕분이야. 훌륭한 일을 해냈어, 해리엇!〉이라고 말한 사람은 없었어요. 아무도 이제까지 그런 말을안했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아요? 하지만 벤에 대해서는 ―전 그저 죄인이죠!」 - P140

불쌍한 데이비드…………. 항상 그런 수식어가 붙는다는 것을 해리엇은 알았다. 때때로 불쌍한 해리엇, 그러나 그 경우는 드물었다. 대개는 항상 무책임한 해리엇, 이기적인 해리엇, 미친 해리엇………… - P158

「우린 애가 없어, 해리엇. 아니, 나는 애가 없어. 당신은 애가 하나 있지」 - P169

두루두루 둘러봐. 만약 내가 그를 죽게 내버려두었다면 그럼우리 모두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었는데.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었고, 그래서……..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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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와 진짜 - 김승옥 초단편 소설집
김승옥 지음 / 보랏빛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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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사람들의 가치관을 볼 수 있다. 옛날 생각들, 유행이 지나버린 사고방식들.

피투성이인 이웃집 부인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엄격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어떠한 부정不淨으로부터도자기 가정을 지키려는 여자들의 안간힘이 2월의 밤바람보다 더 매섭게 휘몰아쳐옴을 느꼈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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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5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30
빅토르 위고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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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시작해 보자고 책을 집어 들었고, 우려와는 달리 가독성이 좋아 완독까지 오래 걸리진 않았다.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제목답게 장발장을 비롯해 테나르디에 부부, 마리우스, 팡틴, 코제트, 에포닌, 가브로슈, 그리고 장발장을 끝까지 추격하는 데 인생을 건 자베르까지 비참한 운명 앞에서 저마다의 비극을 맞는다. 또 나폴레옹 시대부터 프랑스혁명까지 주요 세계사의 흐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답게 역사적인 배경지식도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장발장이 빵 하나 훔치다 수십 년 징역을 살았다고 알고 있었으나, 자신이 먹을 빵이 아닌 누이의 자식들(무려 7명)에게 먹일 빵을 훔치다 체포되었고, 4번의 탈옥시도 끝에 19년의 징역을 살게 된 것이었다. 석방 후 문전박대를 당하던 장발장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내준 미리엘 신부의 집에서 은촛대를 훔쳐 달아나지만, 은촛대를 들고 달아나던 장발장을 수상히 여긴 헌병에게 붙잡힌다. 하지만 미리엘신부는 자신이 장발장에게 준 선물이었다고 증언하여, 장발장은 풀려났고, 프티 제르베라는 소년은 장발장을 보고 도망치다 40수의 은화를 장발장 앞에 흘린다. 이 두 사건은 장발장을 새로운 인생의 길로 인도하였고, 마들렌이라는 가명으로 위장해 몽트뢰유에서 사업에 성공하고 시장에 임명되기까지 한다.
팡틴의 불행은 파리의 네 젊은이들 중 하나인 펠릭스 돌로미에스의 아이를 임신하면서 시작된다. 자기 연인의 임신 사실도 모른 채 파리를 떠난 펠릭스의 아이를 임신한 팡틴은 혼자 아이를 키우며 서서히 가난해지고, 끝내 자신의 아이 코제트를 테나르디에 부부의 여관에 맡기고 마들렌의 공장에 들어간다. 하지만 공장 사람들이 팡틴의 부정을 들춰내 팡틴은 공장에서 쫓겨나고, 악독한 테나르디에 부부는 계속해서 팡틴에게 양육비를 요구해 팡틴은 전치를 하고 매춘을 하다 싸움에 휘말려 자베르에게 체포된다. 그 과정에서 마들렌에게 자신을 공장에서 쫓아낸 사람이라며 화를 내자 마들렌은 팡틴의 오해를 풀어주고 딸의 빚을 갚아주며 반드시 코제트를 데리고 오겠다고 약속한다.
자베르는 20여년 전 간수로 일할 때 교도소에서 장발장을 본 적이 있었고, 마들렌을 장발장으로 추측하여 고소하지만 아라스에서 샹마티외라는 자로 살아가던 장발장이 사과를 훔치다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마들렌에게 자신이 상사를 오해했던 것을 자백하고 파면을 요청한다. 마들렌은 자신이 장발장임에도 누군가 무고한 사람이 자신으로 오해받아 은 촛대와 40수의 은화를 훔친 죄의 재판을 받는다고 생각하자 죄책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자신이 체포되면 공장과 노동자들의 생계가 막막해진다는 생각이 들어 갈등한다. 하지만 결국 아라스의 법원으로 가 샹마티외의 재판에서 자신이 장발장임을 자수한다. 재판장에서 떠나 몽트뢰유로 돌아온 장발장을 보며 코제트와 함께 돌아온 것이라 기대했던 팡틴은 마들렌이 혼자 돌아온 것을 보고 실망한 충격에 죽어버리고, 마들렌은 체포되지만, 팡틴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사업 자금을 챙겨 곧바로 탈옥해 버린다.
크리스마스에 테나르디에를 찾은 장발장은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거액의 현금을 주어 코제트를 구출하고, 고르보 저택에 머문다. 하지만 곧 자베르에게 발각되고, 장발장은 코제트를 데리고 달아나 우연히 수녀원에 들어간다. 장발장과 코제트는 수녀원에서 유일하게 남성이자 수도원 관리를 하는 포슐르방노인에게 발각이 된다. 포슐르방은 장발장이 과거 마들렌으로 살던 시절 마차에 깔렸던 포슐르방노인을 구출해 준 생명의 은인이었고, 장발장의 부탁으로 포슐르방은 크뤼시픽시옹의 장례식 일을 꾸며 장발장을 수녀원으로 들이고, 장발장은 포슐르방의 동생으로 위장해 수녀원에서 일하고, 코제트는 수녀원에 입학한다.
질노르망 노인의 딸은 워털루 전투에서 공화당의 편에서 싸운 퐁메르시 장교와 결혼하였지만, 질노르망에게 혁명군인 공화당은 불한당이나 다름없었고, 사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딸과 퐁메르시 장교 사이에 아들인 마리우스를 손자로 두고 있으나 질노르망 노인은 마리우스에게 죽은 아버지와의 연락을 막았다. 아버지의 임종도 보지 못한 마리우스는 생 쉴피스 성당에서 마뵈프 교구 위원의 도움으로 아버지의 묘를 찾는다. 퐁메르시는 과거 전쟁통에 테나르디에에게 우연히 생명을 빚진 적이 있는데, 마리우스는 아버지가 죽기 전 남긴 편지를 통해 테나르디에라는 인물을 아버지 생명의 은인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자주 집을 비우는 마리우스가 여인이 생긴 것으로 착각하고 있던 질노르망은 마리우스가 아버지의 묘에 다녀오는 것을 알고 크게 다투고, 마리우스는 집을 나온다. 마리우스는 우연히 파리의 ABC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앙졸라, 콩브페르, 장 플루베르, 푀이, 쿠르페락, 바오렐, 보쉬에데에글, 졸리 그랑테스 등의 친구들과 카페 뮤쟁에서 논쟁을 하며 고르보 저택에서 지내며 변호사 시험에도 합격한다. 마침 테나르디에도 종트레트라는 가명을 쓰고 고르보 저택에 머물며 파트롱 미네트라는 악당 무리들(괼메르, 바베, 클라크수, 몽파르나스)과 함께 파리에서 악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공원에서 아버지와 산책을 즐기는 여인에게 반해 그녀를 따라다니는데, 그 둘은 르블랑으로 생활하고 있는 장발장과 코제트였다. 테나르디에의 딸들은 거짓으로 부자들에게 적선을 구걸하며 살고 있었는데, 그중 에포닌은 마리우스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고르보 저택에서 에포닌과 아젤마는 르블랑을 불러 구걸을 하다가 테나르디에는 장발장과 코제트를 알아보았고, 이들을 알아보지 못한 장발장을 파리의 악당들과 계획을 꾸며 장발장을 잡는데 성공하는 듯했으나, 자베르가 난데없이 들이닥쳐 작전에 실패하였고, 벽 너머 이 과정을 지켜본 마리우스는 장발장의 도주, 테나르디에의 정체를 알고 혼란에 빠진다.
장발장은 포슐르방 노인이 죽은 뒤 수도원을 나와 포슐르방으로 코제트와 지내던 중이었고, 테나르디에와 자베르를 대면한 고르보저택 사건 이후 플뤼메 거리로 피신한다. 이런 장발장과 코제트의 거처를 마리우스에게 알려준 것은 에포닌이었다. 코제트와 마리우스는 점점 연인으로 발전해 가는 듯했지만, 계속해서 자베르와 테나르디에의 추적을 감지한 장발장은 도망가라는 에포닌의 쪽지를 받고는 영국으로 이민을 결심한다. 이 소식을 들은 마리우스는 질노르망 노인을 찾아가 코제트와의 결혼을 승낙해 주길 요청하지만, 질노르망이 코제트를 정부로 두라는 등의 발언으로 모욕만 느끼자 질노르망과 영원히 절연해 버린다.
그리고는 1832년 6월 항쟁이 발발하고, 혁명군으로 뭉친 가브로슈, ABC친구들은 자베르를 인질로 잡고 클라크수를 처단한다. 바리케이트 안에 대치하고 있던 혁명군은 마뵈프 교구 위원의 사망으로 분위기는 점점 고취되었고, 마리우스를 겨눈 총알에 몸을 던진 에포닌도 사망한다. 코제트에게 보내는 편지를 중간에 낚아챈 장발장도 혁명군에 나타나고 혁명군의 대표인 앙졸라는 자베르를 장발장에게 넘기지만 장발장은 허공에 총을 쏴 자베르를 죽인 척하고 자베르를 풀어준다. 가브로슈, 앙졸라 등이 전부 사망하고 전멸위기에 처한 상황에 장발장은 마리우스를 업고 그를 질노르망 노인에게 데려다 주려고 하수도로 들어선다. 하수도를 헤매던 장발장은 하수도 입구를 지키던 테나르디에를 마주치고, 그에게 돈을 건네 하수도를 나온다. 장발장에게 풀려난 자베르는 테나르디에를 쫓던 중이었고, 이를 눈치챈 테나르디에가 장발장을 하수도에서 마주치자 장발장을 자베르에게 내주고 따돌리려 한 것이었다. 하지만 장발장을 마주친 자베르는 마리우스를 질노르망노인 집에 같이 데려다 주었다. 자베르를 용서한 장발장을 생각하며 마음이 산란해진 자베르는 결국 자살을 한다.
혁명 이후 마리우스와 코제트는 결혼하고 장발장은 결혼 후 자신의 신분을 마리우스에게 자백한다. 장발장은 코제트를 점점 멀리했지만 코제트에 대한 마음만은 져버릴 수 없었고, 장발장의 정체를 알게 된 마리우스는 장발장의 재산과 자베르의 살인을 모두 장발장의 죄라고 의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결혼을 알게 된 테나르디에가 변장을 하고 찾아와 장발장을 고발하려 마리우스를 찾아오지만, 오히려 마리우스가 가지고 있던 장발장의 의혹을 풀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마리우스는 테나르디에를 쫓아내고 장발장을 찾아가 자신의 오해에 대한 용서를 구하지만, 그동안 노쇠해 병을 앓던 장발장은 결국 숨을 거둔다.

"하나의 수정물(修正物)이지. 하느님이 쥐를 창조하고 나서, ‘내가 잘못했군.‘ 하고 고양이를 창조하신 거야. 고양이, 그것은 쥐의 개정표(改같은 거야. 쥐에다 고양이를 더해야 마침내 천지창조가 바르게 고쳐지는 거지!" - P21

죽는 것은 자기마음이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죽게 하면 안 되오. 이곳에서 여러분이 하려는 자살은 숭고하오. 그렇지만 자살은 좁은 범위로 한정되어야지 넓게 전파되면 안 되오. 만일 가까운 사람에게까지 전이되면 자살도 살인이 되는 거요. - P27

"지혜로운 인간은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산단다. 아버지를 봐. 나는 호화로운 것을 욕심내지 않아. 내가 많은 돈을 가졌거나 비싼 옷을 입은 것을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런 겉치레는 지각없는 사람이 하는 짓이야." - P80

"신은 분명히 죽고 말았다."
언젠가 제라르 드 네르발은 나에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말은 진보를 신과 뒤섞어서 생각하고, 운동의 멈춤을 ‘존재‘의 사망으로 잘못 생각하고 한 것이다.
좌절하는 사람은 옳지 않다. 진보는 틀림없이 깨어난다. 또, 진보는 잠들어 있는 사이에도 역시 앞으로 나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진보가 다시 일어설 때마다 늘 예전보다 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변함없이 평화를 지켜 나간다는 것은 강이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진보 역시 똑같다. 그렇기 때문에 둑을 만들어서도, 바위나 돌을 던져서도 안 된다. 장애물은 물거품을 일으키고, 인류를 끓어오르게 한다. 그곳에서 혼란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 혼란이 사라지면 얼마간 앞으로 나간 것을 볼수 있다. 일반적 평화인 질서가 잡힐 때까지는, 조화와 통일이 계속될 때까지는 진보는 혁명을 수단으로 이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란 무엇인가? 그것에 대한 해답은 방금 전에 이야기했다. 민중의 꺼지지 않는 생명이다. - P98

근대의 이상은 예술에 양식을 두고, 방법은 과학에서 찾는다. - P103

장 발장을 통해 선의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죄수는 친절했다. 또한 그 자신도 예전엔 그러지 않았지만 얼마 전부터 친절한 행위를 해 왔다. 그는 변했다. 그는 자신이 비겁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두려움을 느꼈다.
자베르에게 이상이란, 아무런 결점도 없는 사람이 되는 일이었다. 인간답게 되거나 위대해지는 것, 숭고해지는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과오를 저지른 것이다.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솔직한 심정이었다. 두 손으로 머리를 끌어안고 곰곰이 생각했다. 도저히 말로는 설명할수가 없었다.
장발장을 법의 손에 넘겨줄 것도 생각했다. 장발장은 법률의 포로였다. 그리고 자베르는 법률의 노예였다. 장발장을 붙잡는 동안 그를 놓아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순간도 하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손이 벌어져서 장발장을 놓아 버린 게 맞았다.
수수께끼 같은 많은 일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는 자문자답했다. 자신의 대답에 두려움을 느끼며 자신에게 물었다.
"내가 박해라 할 만큼 집요하게 추적한 저 죄수, 절망에 빠진 저 남자는, 나를 짓밟고 복수할 기회가 있었다. 원한을 풀고 자신의 안전을해 당연히 복수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나를 살려 주고 나를 용서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랬던 걸까. 사적인 의무였을까. 아니다. 그것은 의무이상이었다. 그러고 나서 나도 그를 용서했다. 또 어째서였을까? 그것도사적인 의무였을까. 아니다. 의무 이상의 무엇이다. 그렇다면 의무 이상의 것이 있단 말인가?" 이 - P216

"목덜미를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는 것 같지 않소? 어떻소! 그런데런 주먹이 또 하나 있소. 그것이 양심이오!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사람은결코 의무라는 것에 깊이 빠져서는 안 되오. 왜냐하면 일단 의무에 깊이빠져들면 의무는 집요하게 사람을 공격하기 때문이오. 마치 의무에 깊이 들어간 것을 벌하는 것처럼 말이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소. 의무는 그것을 깊이 깨달은 사람에게 보답을 하오. 왜냐하면 의무는 사람을 지옥으로 떨어뜨리지만, 사람은 거기서 자기 옆에 신이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오. 사람은 자신의 창자를 찢는 순간, 자기 자신과 화해할 수가 있는 것이오." - P316

"게다가 의무를 다한다는 것은 의지할 수 있는 친구를 얻는 것과 같은 것이오. 또한 내게 필요한 사면은 단 하나뿐이오. 그것은 내 양심의사면이오." - P319

"죽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무서운 것은 진정으로 살지 못한 것이야." - P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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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4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29
빅토르 위고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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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세기가 흐른 다음에 어느 정도 추하게 변모했는가는 마키아벨리의 예로 쉽게 알 수 있다. 마키아벨리는 결코 악령도 악마도 아니었고, 비열하고 천한 저술가도 아니었다. 그는 단지 하나의 사실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도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의 사실이었고 16세기의 사실이었다. 그러나 19세기의 도덕관에 비추어 보면 그는 추악했다.
정의와 사실, 이 두 개의 투쟁은 사회가 시작된 이래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다. 이 싸움을 멈추게 하고 순수한 관념과 인간의 현실을 잘 융합해서 정의를 사실 속에, 사실을 정의 속에 평화롭게 스며들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현명한 인간이 할 일인 것이다. - P14

제1의 명제, 부의 생산
제2의 명제,부의 분배
제1의 명제에는 노동 문제가 포함된다.
제2의 명제에는 임금 문제가 내포된다.
제1의 명제에서는 노동의 사용 방법이 문제된다.
제2의 명제에서는 수익의 분배 방법이 문제된다.
노동을 바르게 사용해야 국민의 힘이 생긴다.
수익을 바르게 분배해야 개인의 행복이 생긴다. - P33

‘연민은 헝가리 병사가 아니다!‘ 같은 말이 있다. 그러나 코제트는 북을 사랑이라고 깨닫기에는 너무 일찍 수도원에서 나왔다. 그러므로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기가 걸린 병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해서 그만큼 병이 가볍다고 말할 수 있을까? - P118

그렇다면 혐오할 대상에 대한 연구가 금지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의사가 병을 멀리 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박물학자가 살무사며, 박쥐며, 전갈이며, 지네며, 독거미에 대한 연구를 거부한 채 "아, 이건 정말 하기 싫군!" 하고 그것들을 어둠 속에 던져 버리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다. 사상가가 은어를 피하는 것은 외과의사가 종기나 사마귀를 피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언어의 어떤 사실을 조사하는 것을 망설이는 언어학자에게도, 인류의 어떤 사실을 탐색하기 망설이는 철학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은어란 전체적으로 문학상의 한 현상이며 사회상의 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세하게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은어란 다시 말하자면 슬픔과 끔찍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 P240

은어, 그것은 그대로 혹사당한 말이다.
인간의 생각하는 힘이 이토록 깊은 나락에 빠져 그 깊은 곳에서 참담한 운명의 학대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움직이지 못하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슬에 묶인다는 것은 매우 놀랄 만한 일이다.
아아, 처참한 인간들의 불쌍한 세상이여! - P258

그러나 위슐루 부인은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해주는 것이 왜 자기에게 좋은 일이 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분풀이할 수 있는 것은 어느 아라비아 여자처럼 하는 것뿐이었다. 그 아라비아 여자는 남편에게 뺨을 맞고 곧장 아버지에게 가서 복수해 달라고 울며 말했다.
"아버지, 남편에게 받은 치욕을 복수해 주세요."
아버지는 말했다.
"대체 어느 쪽 뺨을 맞았니?"
"왼쪽이에요."
아버지는 딸의 오른쪽 뺨을 때리며 말했다.
"자, 이제 남편에게 가서 말해라, 넌 내 딸을 때렸지만 난 네 아내를 때렸다고 말이다." - P418

여든이 넘은 노인에 이어서 바리케이드 위에 등장한 마리우스, 그는 늙은 혁명의 망령 뒤에 등장한 젊은 혁명의 환상이었다. - P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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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3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28
빅토르 위고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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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수 없었소. 우리 같은 가난뱅이는 남들에게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죽는답니다." - P21

그는 정계나 권력층에 등장한 사람들 모두 비천한 속물들이라고 말하며 이맛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는 또한 여러 신문들을 읽었는데, 그것들을 가리켜 ‘새로운 소식 쪽지들‘ 혹은 ‘자질구레한 소문들‘이라고 말하며 숨이 넘어가도록 웃곤 했다. - P47

이처럼 인간이란 언제나 힘들게 대할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루이 14세왕관의 금을 지워 버리고 앙리 4세의 문장을 벗겼다고 해서 무슨소용이 있겠는가? 이에나 다리에서 N자(나폴레옹의 머리글자_옮긴이)를 지운 보블랑 씨를 우리는 야유한다. 그가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짓도 그와 같다. 부빈(1214년 필립 오귀스트 왕이 독일 황제 오톤 4세를 무찌른 곳_옮긴이)의 승리는 마렝고의 승리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것이다. 백합꽃은 N자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것이다. 그것은우리가 계승해야 할 재산이다. 그것을 지우는 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지금의 조국이나 과거의 조국이나 똑같이 부인해서는 안 된다. 어째서 역사의 전부를 원해서는 안 된단 말인가? 왜 프랑스의 전부를 사랑하지 않는단 말인가? - P83

그는 틀림없이 태평한 놈이지만 재미있는 놈일 거야. 학생으로서는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군. 품행도 방정하지 못하고, 점수를 따려고 애쓰지도 않고, 과학이니 문학이니 신학이니 철학이니 무턱대고 주워 담아서 그걸 자랑하기나 하는 박식한 풋내기도 아니고, 지나치게 엄하게 뽐내기만 하는 바보 재주꾼도 아닐뿐더러 대학 따위를고마워하는 남자는 아니다. 틀림없이 존경할 만한 게으름뱅이고, 거리를 빈둥거리고 다니든가 교외에 나가 틀어박혀 있거나, 가게에 근무하는 계집에게 반해 있거나, 미인의 뒤꽁무니를 쫓고 있겠군. 어쩌면 지금쯤 내 여자 집에 숨어 들어가 있는지도 모르지. - P139

어떤 일이든 극단에 이르면 서로 통하는 것을 그는 느끼고, 조심하지않으면 물질적 타락이 정신의 비참함을 초래할 것이라고 단정하여 자존심을 잃지 않도록 명심했다. 다른 입장에 처해 있었다면 오히려 당연한예절이라고 보아도 좋을 말씨나 태도도 현재의 그로서는 비굴한 것으로생각되어 애써 굳건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지나치면 오만으로 보일까 싶어 과도한 언동은 피했다. 그의 얼굴은 엄격한 마음가짐을 나타내어 언제나 붉은 홍조를 띠었다. 마리우스는 자신에게 무자비할 정도로 이성적인 자세를 취했다. - P173

이 세상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이끼와 풀과 나무가 있어 그것을 관찰할 수 있고, 2절판이나 32절판 같은 책들이 쌓여 있는데, 사람들은 왜 헌법이다, 민주주의다, 정통 왕위 계승권이다. 왕정이다, 공화제다, 하는 턱없는 일로 온 열정을 쏟아 가며 서로를 미워하는지 마뵈프 씨는 이해할 수 없었다. - P182

"지금 마리우스의 새 모자와 새 윗도리하고 만났지. 녀석은 속에 들어있던걸. 아마 시험이라도 치러 가는 모양이야. 몹시 멍청한 얼굴을 하고있더라고." - P208

거기서는 나를 잊는 마음도 사라져 버리고 악마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을 위해 산다. 맹목적인 자아가성난 소리를 지르고 뭔가를 찾고 뭔가를 더듬고 뭔가를 갉아먹고 있다. - P232

마리우스는 5년 동안 가난과 빈궁과 고뇌 속에 살아왔지만 자신은 아직 진정한 비참함은 잘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진정한 비극, 그것을 방금 본 것이다. 눈앞을 지나간 그 아귀 같은 여자가 바로 그것이다. 남자가 겪는 궁핍을 본 이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이다. 여자가 겪는 궁핍을 보아야 한다. 여자가 겪는 궁핍만을 본 이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이다. 어린아이의 궁핍을 보아야 한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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