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카프카 단편선 소담 클래식 7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인섭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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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한테 이런 일이? 누구에게나 올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 있는 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린 불편한 관계를, 불확실한 미래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혐오하기에 항상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울타리를 준비한다. 어쩌면 인류의 역사가 인간 존재를 위한 하나의 큰 울타리인지도 모르겠다. 예측할 수 없는 운명, 운명이 신비하고 아름다운 것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인류는 예측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해 그토록 가혹한 흔적을 남기려하는 것일까? 운명에 대한 애찬은 운명이 알 수 없다는 것에 대한 특별한 메시지일 것이다. 실존주의는 나에 대한 운명적 고찰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린 태어나면서부터 불안했고 평생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카프카는 부유한 유대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프라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지만 결핵으로 고통스러운 말년을 살다간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육체적 고통보다 아버지와의 내적 갈등을 무척 힘들어했는데 그의 세 작품 화부, 선고, 변신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한 아들의 표면적, 내면적 의식을 다루고 있다. 변신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지만 곤충으로 변한 아들에 느끼는 부모의 감정과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현실적으로 교차되면서 무척 심란하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한 작품이다. 무능한 부모, 철없는 여동생, 오직 자신의 의지와 힘만으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그레고르는 눈을 떠보니 다리가 여러 개 달린 몸이 둥그런 곤충을 변해있었다. 하지만 그레고르는 자신이 곤충으로 변했다는 사실보다 직장에 대한 걱정에 온 정신을 쏟고 있었다. 이제 누가 가족을 돌봐야 하지?

 

변신은 해학적이라기보다 슬픈 개인의 자화상 같다. 어둡고 침침한 방안에서 가족에게 잊혀가는 먹이만을 탐내내는 혐오스러운 곤충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비통하고 원망스러운 운명이다. 하지만 그레고르는 단 한번도 자신에 주어진 운명을 비관하지 않는다. 오히려 곤충으로 변한 아들과 오빠에 대한 가족의 불편함이 사건의 중심을 이룬다. 결국 그레고르의 변신은 가족에게 새로운 삶이란 희망을 선물한다. 한 사람의 죽음이 가져다 준 운명이 이토록 가혹하다면 카프카는 변신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려 했을까? 첫 번째 작품 화부의 주인공인 카를 로스만은 더욱 극적이다. 과부와의 불편한 관계로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아 타국으로 떠나야했던 카를로스만은 우연히 화부를 만나 처음으로 자신이 해야할 일에 대한 자각을 하게 된다.

 

부조리한 삶을 볼 수 없었던 카를은 화부의 인생이 곧 자신에 닥친 삶의 일부임을 느끼고 선장에게 가차 없이 화부의 사정을 변론한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그의 의지와는 다르게 흘러간다. 거의 희박한 확률로 수십 년 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던 외삼촌을 만난 것이다. 친족과의 만남은 곧 신분상승을 의미했고 순식간에 달라진 자신의 지위를 인식한 듯 카를은 예상치 못한 삶의 전개에 당황하게 된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던 아들로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인생을 마주하게 된 카를에게 화부는 마지막 선택이었다. 그가 보트를 타며 마주한 외삼촌은 넘실거리는 피도만 바라보고 있었다. ‘화부가 나를 위해 맡았던 역할을 이 남자가 과연 대신해 줄 수 있을까?’

 

하룻밤에 완성했다는 선고는 카프카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고 한다. 선고는 카프카의 실존적 고통을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낸다. 가부장적 아버지를 벗어날 수 없었던 게오르크는 결국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갈 힘을 잃고 죽음을 선택한다. 아버지를 거스를 수 없었던 게오르크의 운명은 어떤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을까? 선고, 화부, 변신은 아들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카프카는 운명에 맞서 자신을 내세우는 인물이 아닌 운명이란 부조리에 빠진 아들의 표상을 통해 실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세 아들은 카프카의 분신이다. 하지만 변신을 통해 모두에게 희망을 선물하게 된다. 부조리한 운명이 결국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힌 것이다. 존재의 위기, 갇힘, 탈출, 낯선 공간, 세 작품에선 실존적 느낌을 주는 강한 이미지들이 연출된다. 우린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운명에 맞선 자신의 의지는 무엇인가? 결국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 것인가? 변신은 시대적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삶의 부조리와 실존적 고뇌를 놀라울 정도로 디테일하게 묘사한 세 작품을 적극 추천한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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