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튀고 싶다~

남쪽으로 튀어! 1 ㅣ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째진 눈매 각진 턱, 왠지 현실 사회에 불만이 많은 표정이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남쪽으로 튀어’

억누르는 서민들의 고민을 가슴 시원하게 풀어 헤쳐주는 오쿠다 히데오는 그 명성만큼이나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는 가슴 가득한 희망을 안겨준다

이 소설은 지로라는 도쿄의 평범한 가족을 중심으로 범상치 않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공무원들과 이익 집단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평범한 일본 가정과 주위를 이루는 이웃들에겐 무슨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지로는 12살의 초등학교 6학년 생이다. 또래 보다 키가 큰 그는 다소 장난기가 있으나 언제나 현실을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보려고 애를 쓴다. 그와 준을 괴롭히며 거들먹거리는   중학생 가쓰와 친구 구로키와의 인연에서 새로운 인생의 방식을 배우게 되는데 결코 비겁하거나 도망가지 않는 정면 승부를 선택한다.

하지만 비정상적인(사회에서 보는) 아버지는 그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진 못한다.

아버지는 언제나 집에 있다. 아버지를 찾아오는 사람은 공무원들이다.

무슨 일일까?  왜 아버지는 평범한 아버지들과 다르게 살아가는 걸까?

지로는 매일 커가는 자신의 키만큼이나 자신의 가족에 모르는 것과 의문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점점 내성을 키워 간다.

하지만 아버지의 후배 아키라의 살인사건에 말려들게 되고 결국 그들 가족은 도쿄를 떠나게 되는데…

그들은 거의 빈손으로 이리오모테 섬으로 이사를 간다.

쓰러져가는 폐가만이 그들 앞에 서있다.

하지만 도쿄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아버지에게 너무도 호의적이며

살아가는 모든 것들을 전수 해준다.

사유 재산의 개념보단 공동체적인 삶의 방식이 몸에 벤 순수한 섬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범상치 않은 아버지는 또 다른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이젠 정말 끝을 일 수 없는

길을 떠날 시점이 다가온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남쪽으로 튄다.

이 소설은 두 가지의 큰 주제를 던져 준다.

첫 번째, 자유의 범위는 어디까지 인가?

지로의 아버지가 품은 무소속, 혹은 무정부의 개념에 대한 개인의 자유의 의지와 범위다.

울타리는 장벽을 만들고 장벽은 국경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태어난 사람들, 혹은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 나라의 체제에 순응을 해야 한다. 그리고 체제는 그에 대한 간섭과

세금을 부과한다. 단지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다음 세대는 거부할 수 없는 진실로 모든 것들을 수용하게 된다.

지로의 아버지는 체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상식은 체제 안에서의 상식이며 인간은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다.

누가 땅을 나누어 놓았는가?

원래 땅의 주인은 없다. 발 닿고 경작하는 그곳이 삶의 터전이 아닌가.

그들은 전설의 파이파티로마를 향해 떠난다.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는 신비의 땅, 파이파티로마.

우린 체제 속에서 이미 길들어져 있으며 어떤 야성도 드러내지 못한다.

결국 그들의 방식에 인생의 방식을 맡기고 어떤 자유가 있었는지 알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지로 아버지는 남긴 한마디~

추구하지 않는 놈에게 어떤 말도 소용없다.

또 다른 한가지는 가족에 대한 자유 분방함이다.

부모님이 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다고 하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은 가치관의 혼란을 겪을 것이다. 지로도 물론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는 친구의 그리움과 소중함을 안다, 그리고 학교를 선택한다. 이 부분은 대단히 사실적이며 공감이 많이 가는 구절이다. 그리고 자유연애를 꿈꾸었던 요코가 삶의 진실을 알아가는 데는 도시가 아닌 섬의 지극히 평범한 구도였으며 부모 역시 모든 것을 그녀의 의지에 맡겼던 것이다.

한가지는 부모 둘 다 대학을 나왔고 나은 세상에는 지금의 교육이 아무런 가치를 주지 못한다고 자식에게 서슴없이 말한다는 것이다.

고민하는 아이들, 선생님을 중심으로 한 현실과 부모의 틈에서 그들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지로의 엄마와 아빠는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아이들에게 맡긴다.

이 역시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삶의 방식을 몸소 가르쳐 주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히데오의 소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그리 중요 한게 아닌 것 같다.

그의 소설들은 평범한 우리의 일상을 다시금 되돌아 보게 하는 진지함과 쾌할함, 그리고

따뜻한 사랑을 듬뿍 안겨주기 때문이다.

‘남쪽으로 튀어’

우리들 마음 모두 어디론가 튀고 싶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