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마음으로 읽는 다산 정신 청소년 철학창고 7
정약용 지음, 장승희 풀어씀 / 풀빛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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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썩은 지 오래다 (天下腐已久). 부패하다 못해 썩어 문드러졌다 (腐爛).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주장하며 조선의 대변혁을 주도했던 실학의 집대성자 정약용.

그 사후 유구한 세월은 쉼 없이 흘러갔지만 그가 남긴 위대한 철학은 한치 앞을 못 보는

범인들에게 가슴 어린 한줄기의 빛으로 다가오고 있다. 

1762정약용은 경기도 남양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가히 천재란 이름이 부족할 정도로 탄탄한 젊은 시절을 보낸다.

장원급제, 암행어사, , 우부승지, 정조를 위한 수원성 축조등

그런 그를 정조는 지극히도 아끼고 사랑했었다.

하지만 그의 입신양명과 그가 이룬 업적은 결국 그를 시기하는 벽파에게 화를 자초하게 된다. 시대는 너무도 많은 것들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는 신유박해와 황사영의 백서 사건으로 강진으로 유배를 간다.

바다 넘어 섬 하나면 다을것 같은 흑산도는 그의 형 정약전의 유배지다.

정조의 죽음과 세상에 대한 배신은 그에게 참기 어려운 고통을 주었을 것이며

천주교를 둘러싼 가족들의 피해는 그가 왜 정치를 해야만 했는가 라는 많은 의문을

남기게 된다.

조선 후기는 말 그대로 나라가 내리막을 걷는 시기다.

전쟁의 소용돌이는 미약한 정치세력들에게 새로운 권력을 추구하게끔 탐욕을 주었을 것이며

황폐해진 조선의 땅에서 백성들은 의지 할 곳 없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

약용은 암행어사와 고을 현령 시절 이러한 피폐된 백성들의 고통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사구시를 주장하던 그는 새로운 정치 인생에 돌아 갈수가 없었다.

 

19년 동안의 강진 유배는 그에게 새로운 삶의 지표를 열어준다.

그리고 그는 여유당 전서라는 조선의 보고를 남겨주었다.

저서 중 하나인 목민심서(牧民心書)는 그가 얼마나 백성을 위하고 사랑하는지를 보여준다.

목민(牧民)은 백성을 다스린다는 뜻이다.

무릇 벼슬을 하는 자는 임금의 명을 받아 백성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고 현명한 판단으로

백성을 다스려야 한다.

난세의 중심에서 세상을 올바로 바라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세상은 중심을 잃은 채 이리저리 표류하는 조각난 배와 같은데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는 선비는 목민하는 선비다.

다산의 정신 목민심서를 마음껏 호흡해 보자.

목민심서는 모두 12편으로 각 편을 6조로 나누어 72조로 되어있다.

 

그 첫번째가 부임의 길(부임 6)이다.

부임은 제배(除拜), 치장(治裝), 사조(辭朝), 계행(啓行), 상관(上官), 이사(莅事)로 이루어져 있다. 임금의 명을 받들고 수령으로 떠나는 목민관이 임금에게 임명장을 받는 제배에서부터 부임지에서 일을 시작하는 이사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벼슬은 구해도 좋으나 목민관은 구해서는 안된다

정약용은 매점매석이 판치는 정치 풍토 속에서 백성을 직접 만나고 구휼하는 수령의 역할을 스스로 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목적이 불분명한 수령의 역할은 결국 백성들의 고충만을 야기시킬 뿐 설령 임금의 허락도 능력이 부족하다면 자리를 물러나야 하지 않겠는가?

그만큼 수령의 역할은 목민에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수령은 검소한 치장과 과묵한 계행으로 부임지로 향한다.

 

다음은 목민관의 자기수양을 다룬 율기6조다.

율기는 칙궁(飭躬), 청심(淸心), 제가(齊家), 병객(屛客), 절용(節用), 낙시(樂施)로 되어 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란 고사성어를 풀이 한듯한 목민관이 갖추어야 할 자기수양의 길이다. 하지만 청심의 푸른 마음이 없다면 어찌 수신제가가 되겠는가?

청백리를 벼슬하는 선비의 최고의 우상이라 말만하지 않고 그릇된 사대부들의 관행을 바로 잡았더라면 조선은 결코 망하지 않았으리라.

또한 안에서 세는 바가지가 어찌 바깥에서 세지 않으리요?

권력을 힘으로 사적인 욕심을 가득 채운 위정자들의 말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들을 둘러싼 오욕이 어찌 찌꺼기라도 남아있으리요.

무릇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올곧은 마음으로 백성을 대한다면 백성들도 이를 겸허히 따를 것이며 권문세가에 대한 경계는 자신을 선택한 임금에게 크나큰 충성이 될 것이다.

 

봉공6조는 선화(宣化), 수법(守法), 예제(禮祭), 문보(文報), 공납(貢納), 왕역(往役) 이다.

수령으로서 법과 도리에 기초한 공무처리의 내용과 처리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수령은 하해와 같은 임금의 은총을 백성들에게 덕화시켜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백성들에게 미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수령은 법을 지킴에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며 서릿발 같은 공문서의 처리로 백성들에게 한치의 의심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

예나 지금이나 공직자 분들이 봉공 6조를 꽤 차고 있다면 무슨 걱정이겠는가?

 

다산의 지극한 백성 사랑은 애민 6조에 부족함이 없다.

양로(養老), 자유(慈幼), 진궁(振窮), 애상(哀喪), 관질(寬疾), 구재(救災)로 이루어진

애민 6조는 주례의 보식유정을 다듬어 그 부족함을 더했다.

노인이 문제가 되고 있는 시대에 양로를 말하는 게 너무 씁쓸하기만 하다.

한 시대를 이끌었던 전 세대에 대한 예우는 곧 나라의 아름다운 미풍을 남기는 일인데 우린

어찌하여 서구의 자본주의에 옛 정을 잃어가는가?

누구나 세월의 흐름을 비켜 갈수는 없다. 조그만 상 앞에서 훈시를 듣던 옛 정이 그립다.

전쟁 고아를 비롯한 버려진 아이들과 병들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구제 역시 수령의 막중한 역할이다. 결혼에 대한 관념이 지금과는 엄청나게 다른 시기이기에 남자 25세 여자 20세에

결혼을 하지 않으면 벌을 준다는 내용은 멋쩍은 미소를 짓게 한다.

,,,,, 6편은 수령을 도와 아전들이 행하는 업무에 관한 내용들이다.

 

다음은 진황이다.

진황은 비자(備資), 권분(勸分), 규모(規模), 설시(設施), 보력(補力), 준사(竣事)로 흉년에 가난한 백성을 구제하는 것을 말한다.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수령은 물자를 미리 준비해 흉년과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

백성들이 가장 힘든 것이 재난의 피해에 대한 구휼일 것이다. 어려운 일에 닥칠수록 사람의 재능을 알수 있는법 수령의 재능은 곧 백성들의 생과 사를 책임진다. 특히 나라가 어려울 때 스스로 나누어 도와준다는 의미의 권분은 10년 전 IMF를 생각나게 한다. 우리 민족은 언제나 일심으로 나라를 구하고자 했다. 하지만 정치는 언제나 뒷북만을 친다.

전황은 아주 자세하게 복구 사업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어려운 사람에게 몸과 마음을 잃은 슬픔을 되풀이 하지 않게 하기 위한 수령의 역할은 결코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권불 10년이라던가 아무리 막강한 권력도 결국은 내리막이 있다. 수령은 언제나 그때를 준비 해야 한다. 다음을 위해 권력이나 부를 남기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산의 해관 6조는 사랑을 남기고 떠남을 말한다.

체대(遞代), 귀장(歸裝), 원류(願留), 걸유(乞宥), 은졸(隱卒), 유애(遺愛)으로 이루어진 해관6조는 재임기간 수령의 모습을 그대도 알수 있다. 흔히 떠나는자의 뒷 모습이 가장 아름다워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수령의 덕이 온 고을에 미치어 수령을 잊지 못함에 떠나고 나서도 그 아이의 이름을 수령의 성으로 짓는 것을 보면 얼마나 백성이 그 수령을 사랑했는지 짐작이나 하겠는가?

철새처럼 나타나 물 한모금 마시고 사라지는 요즘의 정치 풍토에 너무도 갈망적인 말이다.

한달 전 지자제 선거가 끝났지만 우린 아직까지 당선자의 이름도 모른다.

아마도 다음 선거 때까지 그럴 것 같다.

 

조선 후기는 난세였다.

세상의 모든 이들이 권력의 품에 파고들기 위해 갖은 술수를 썼지만 역사는 부와 권력에 결

코 달콤한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진정 나라를 위한다고 소리치던 수 많은 위정자들은 어디로 갔는가?

세상의 풍파를 등지고 오롯이 강진에서 백성을 사모했던 정약용,

그의 서릿발 같은 눈빛이 매섭게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위엄 있는 선배로서의 훌륭한 기상과 넘치는 선비로서의 풍모는 비단 정치인이나 공무원들뿐만 아닌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우리들에게 가슴 속 깊이

깊이 새겨져 있다.

나라가 잘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백성의 만족이 곧 나라의 만족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모든 사회에는 규칙이 있다. 넘치거나 부족하진 않는 규칙들..

우리가 다시금 다산의 목민에 마음을 더하는 것은 그가 남긴 위대한 철학이 사라지지 않을

고전이라는 것이다. 결코 변하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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