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 라이프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인연을 강조한 불교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옷 깃 한번 스치는데 수 억년의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린 어떤 존재의 의미를 가지며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걸까?

Lush Life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센다이역은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상징물인 전망대가 있고 번잡한 도시의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 수많은 군상들이 각각의 생각과 행동에 잠긴 채 시간 속을 지나간다.

돈이면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믿는 자만감의 화신인 도다, 진정한 자신의 가치 보단 돈과 권력에 자신을 팔아 넘긴 시나코,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을 아주 잘아는 마음 좋은 도둑아저씨 구로사와, 다카하시라는 절대신의 믿음 속에서 자신의 불쌍한 영혼을 구원 받고쟈 하는 청년 가와라자키, 오만과 시기로 가득 찬 심리치료사이자 카운셀러인 교코, 실직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며 세상을 저주하는 도요타, 그리고 이모든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늙은 시바견.

러시라이프는 이처럼 다양한고 공통점이 없는 인물들이 어떻게 센다이역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지는지 현재에서 과거로 빠르게 사건을 돌린다.

메멘토라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중심은 자신이다.

자연이나 사회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의 의미를 주진 않는다.

설령 세상을 떠난다 해도 잠시 시간이 멈추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너무도 자명한 진리들을 우린 모른척하며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중요하기에 우린 더더욱 존재의 의미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히나코는 자신의 실력보단 사회의 힘을 강하게 생각한다. 자신은 언제나 부 앞에선 자존심도 버릴 수 있으리란 생각을 떨쳐버리지 않는다. 결국 불안 속에 자신을 내 맡긴 채 세상을 살아간다. 어렸을 적 아버지의 자살로 망령을 떨치지 못하는 가와라사키, 그는 그의 믿음을 신에게서 확인하고쟈 하는 인간의 대표 주자다. 신은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준다. 하지만 그는 살인자가 된다. 인간의 스스로가 자부하는 이성이 얼마나 나약한지를 철저히 보여준다. 잘나가는 여성의 상징 쿄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쿨한 여자다. 모든 것을 쉽게 생각하고 자신의 입장에서 판단한다. 부와 욕망은 그녀에게 필수이며 남이 자신을 이긴다는 것은 곧 죽음보다 못한 수치다. 그녀는 결국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의적이라고 해야 하나 구로사와는 세상을 통달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도 적지 않은 실수를 한다. 도둑이면서 세상을 가장 편하게 살아가는 현실에서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도요타는 대표적인 21세기의 주자다. 모든 이야기는 결국 그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업자인 그는 모든 불만을 사회에 돌린 채 자신의 무능력함을 비판한다.

언뜻 보기에도 딱할 정도로 불쌍해 보이지만 그에게는 인간미가 남아있다.

결국 그 인간미는 진정한 자신의 길을 발견하게 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Its all right

 

부와 명예는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니 물물교환이 일어나며 무엇인가를 축적하고픈 욕심이 생겼을 때부터 인간의 마음엔 끝없는 욕망들이 생겨났다.

죄 짓고 참회하면 인생이 달라지는가?

혹시 누군가가 전망대 위에서 우리의 억겁을 보고 있다면 우린 어떤 행동들을 취하고 있을까? 현실과 사후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면..

혼자 하는 것 같지만 사물의 이치는 결코 그냥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는 결국 유기체다.

끈끈한 점액이 있든 아니면 삐그덕 거리며 돌아가는 톱니바퀴든 간에 결국 우리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

다도의 엄청난 부도 결국 도요타를 바꿀 수가 없듯이 처음의 시작이 곧 마지막이 될련지도 모른다. 마치 에셔 성안에서 돌고 있는 병사들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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