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1
EBS 역사채널ⓔ.국사편찬위원회 기획 / 북하우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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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르게 달아오르는 실업률 때문일까? 지도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세계를 강타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그 어느 곳보다 복지시설이 잘 갖추어진 유럽국민들의 점령에 대한 호소는 아시아 지도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배고픈 건 참을 수 있지만 불합리한 불평등은 참기 어렵다. 누구보다 생존권을 부여잡은 이들이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악순환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은 권력의 무궁한 힘을 자랑하지만 권력은 생태적으로 한 주인을 섬기지 않는다. 이를 증명하는 건 역사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자기기만을 감추기 위한 기득권의 권리가 아니다. 사회 지도층으로서 베풀어야할 지극히 당연한 도덕적 의무다.

 

독립운동은 상놈들이나 하는 짓이다.’ 경술국치로 기억되는 1910년 일제는 양반들에게 귀족의 작위를 부여한다. 놀라운 건 과거 그들의 자손이 여전히 한국정치를 뒤흔들고 있다는 사실이지만 경성 최고의 갑부 이회영은 조심스럽게 가문의 모든 재산을 처분한다. 외롭고 힘든 망명길을 선택한 것이다. 압록강을 건너던 그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만주로 간 이회영은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한 무장투쟁을 전개한다. 눈여겨볼 부분은 그의 무정부주의 세계관이다. 그에게 조국은 오직 조선 하나였고 그는 또 다른 권력을 극히 경계했다. 독립을 위해 가산을 탕진하는 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사회적 책임 운운하며 뒤에선 온갖 불법과 불평등을 저지르는 지도자들이 그의 발자취라도 따라올 수 있을까?

 

우린 어떻게 역사를 인식하는가? 망국적인 병에 시달리는 일본이 호전적이 아니라고 말할 한국인이 있을까? 가장 근접한 국가지만 일본만큼 한국에 정서적으로 피해를 준 민족이 있을까? 최근 일본 극우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세계대전 후 묶였던 자위권을 풀기위해 헌법 개정을 서두르는가하면 틈만 나면 독도문제를 들고 나와 극우세력을 자극한다. 그들에게 있어 한반도는 대륙을 침탈하기위한 교두보에 지나지 않는가? 그렇다면 섬나라 일본은 한국인들에게 어떤 국가이자 민족일까? 백제와의 문물교류, 신라와의 투쟁, 왜라 불리며 오랑캐로 천대받던 민족이 우리가 알던 일본이다. 하지만 그들은 조선을 수차례 유린했고 정복했다. 불과 100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 다시 피어오르는 일본군국주의, 역사를 인식하는 것은 현재를 바로 보는 것과 동시에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안이다.

 

긴 문장이 아름답지만 짧은 문장은 강렬하다. 미디어가 눈과 귀를 잠식하는 시대에 페이퍼가 설 땅을 만들기 위해선 조그만 자극이 필요하다. 바로 역사에 대한 근원적인 고찰이다. 읽히고 생각하는 역사가 재미있는 역사다. 우린 역사를 너무 무겁게 배워왔다. 창의적이고 활동적인 역사보단 매번 전쟁을 통해 방어에 익숙한 역사가 우리가 아는 역사다. 저자는 팩트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우리에게 팩트란 무엇일까?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맞서 우리가 아는 역사는 모두 팩트일까?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역사는 역사가 아니다. 역사적 팩트를 극복하는 일은 자기 상실을 극복하는 첫 단계다.

 

역사e는 우리가 알던 역사의 틈바구니를 파헤친 역사서다. 무엇보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해석이 무지를 깨우쳐준다. 병자호란에 끌려갔던 사대부여인들은 왜 자살을 선택했을까? 중국에서 들여온 환관제도가 고려시대에 꽃(?)을 핀 이유는? 왜 일본인들은 그토록 한국문화에 열정적이었을까? 역사e는 지루하지 않다. 역사에 대한 소명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증명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기억해야하는가? 과거의 앎이 현재의 삶에 던지는 화두, 역사e, 짧지만 강렬한 역사서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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