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현자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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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흔히 중세를 암흑의 시대라 말한다. 자유와 평등은 물론이고 최소한의 인권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당시는 지독한 종교의 시대이기도 했다. 종교는 사실상 모든 권력의 중심이었다. 유럽 국가들은 저마다의 기득권을 수호하거나 생존을 위해 종교를 앞세웠고 항상 교황과의 거리를 지척에 두었다. 처세술에 능했던 역대 교황들이 이를 모를 리 없었기에 로마를 중심으로 한 이탈리아 공국들은 수시로 전쟁에 노출되어 있었다. 로마와 지척 간이었던 피렌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15세기, 메디치가는 엄청난 부를 기반으로 이탈리아반도에 새로운 부활을 일으킨다. 르네상스는 억눌렸던 예술가들의 혼을 불살랐다. 레오나르도다빈치, 미켈란젤로 등 당대는 물론이고 인간사를 뛰어넘은 위대한 예술가들이 탄생했다. 그리고 후일 온 세상을 들끓게 한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가 피렌체의 작은 마을에서 탄생한다. 뛰어난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마키아벨리 또한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덕분에 그는 어려서부터 생존에 대한 강한 집착을 드러내야했다. 당시 피렌체는 메디치가의 몰락과 함께 새로운 공화정이 출범하고 있었기에 마키아벨리는 그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마키아벨리는 유독 로마사를 비롯한 고전을 탐독했다. 한 시대를 빛낸 로마의 위인들의 흥망을 통해 변하지 않은 진리를 얻고자했다. 그를 가장 괴롭힌 질문은 왜 권력자들이 쉽게 무너지느냐는 것이었다. 권력은 대중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대중정치를 이해하는 자만이 권력의 정점에 오를 수 있기에 대중을 잘 다루는 리더들은 쉽게 권력을 차지한다. 하지만 권력은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마키아벨리는 포퓰리즘에 약한 대중의 이중적인 심리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그가 바라본 대중은 결코 현명하지도 예지를 갖춘 집단도 아니었다. 그는 메디치가의 몰락과 사보나롤라의 부침을 바라보면서 권력이란 대중을 다루는 방법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마키아벨리는 약관의 나이에 피렌체 2서기관으로 발탁된다. 더불어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당시 피렌체는 프랑스, 스페인, 독일등 강국에 둘러싸인 조그만 공국에 불과했다. 그는 소도시 피렌체를 보호하기위해 외교관으로서 최대한 역량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가 바라본 피렌체는 항상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 속에 놓여있었다. 그는 자신이 꺼질 듯이 위태로운 피렌체의 불씨를 잠시나마 살려놓을 수 있는 재주밖에 없음을 한탄한다. 그 자신이 약자로서 느꼈던 왜소함을 조국 피렌체를 통해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낀다. 이와 같은 그의 절치부심은 용병에 의존하는 당시의 군사정책을 비판하며 강자의 틈에서 살아남기 위한 약자의 인문학을 탄생시킨다.

 

본 책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의 다른 관점을 시사한다. 기존의 군주론이 다소 어두운 이미지였다면 본 책은 마키아벨리의 회고록에 가깝다. 마키아벨리는 왜 군주론을 작성하지 않으면 안되었을까? 그는 군주론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마키아벨리는 평생 약자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독히 가난했던 그의 일상과 강국의 장단에 목숨을 내 놓아야하는 공국의 운명, 마키아벨리는 체사레나 율리우스와 같은 강하고 독선적인 군주를 선망했다. 공화정의 몰락 후 마키아벨리는 무려 15년간을 무위도식하며 지낸다. 그는 당시의 삶에 무척 회의적이었다. 밥벌이를 하지 못하는 가장으로서 그가 느꼈을 고통은 생존에 대한 갈망뿐이었다. 삶을 영위하기 위한 군주론의 탄생, 비록 우르비노의 사냥개보다 못한 선택을 받았지만 누가 마키아벨리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군주론은 강자를 위한 책이 아니다. 마키아벨리 자신을 위한, 약자를 방어하기 위한 책이다. 왜 강해야하는가? 남보다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치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생존을 위해서 강해야한다. 마키아벨리는 놀라운 진리를 가르쳐준다. 수천 년전의 로마시대의 정치나 15세기의 정치, 그리고 21세기 정치 역시 위정자들과 대중들 간의 관계는 전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는 같은 수레바퀴를 돌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과거의 패턴을 반복하는 권력의 속성을 정확히 짚어냈다. 칼은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사람을 구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역시 받아들이는 자의 관점에 따라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받을 것이다.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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