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행복해지지 않는가 - 서울대 이정전 교수의 한국 경제에 대한 55가지 철학적 통찰
이정전 지음 / 토네이도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대선이 끝난 후 유독 눈길이 가는 기사가 하나 있다. 90%라는 엄청난 투표율을 기록한 50대에 관한 에피소드다. 언론들은 이구동성으로 베이비붐세대의 특별한 선거철학을 소개하며 한때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던 그들이 왜 갑자기 보수로 돌아섰는가에 특별한 메시지를 전했다. 대한민국 50대는 변화보단 부동산 가격을 선택했다. 한편으론 공감이 가기도 하지만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 대한민국 부동산 거품을 일으킨 이들이 누군가? 자본주의 논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그들이 자본주의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배고픈 자만이 배고픈 고통을 알 수 있다던데 그들이 배고픈 사회의 일원은 아닐 것이다. 부족분에 대한 욕망은 탐욕일 뿐이다. 한때 기득권 반대를 위해 젊음을 불살랐던 50대는 한국사회 새로운 기득권이 되고 있다.

 

세계를 주름잡는 이들은 경제학자다. 정치가 앞선 미국 역시 경제전문가의 입김에 의해 새판을 짜야할 정도로 세계사회는 경제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끝은 있는지에 대해 누구도 쉽게 답을 내리지 않는다. 영원한 이념이나 이상이 있을 수 있을까? 경제전문가들은 마치 그들이 세상의 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사고하고 행동한다. 그런데 과연 그들의 예언이 한번이라도 제대로 맞은 적이 있었던가? 수천 명의 경제학박사가 포진되어있는 미국경제가 서브프라임 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면 후속조치에 대한 일반인의 믿음을 곤고히 하는 전략에 미래를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제학은 인간의 행복추구를 위해 만들어진 사회과학의 일부분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함에 이를 통한 시장경제의 틈바구니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가치 있는 교환수단이 인간의 행복을 증진한다는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맞다. 그들의 이론은 완벽하리만치 훌륭하다. 하지만 왜 자꾸 그들의 이론이 제멋대로 빗나가는 것일까? 거기엔 완전시장이라는 함정과 완벽하게 합리적인 인간의 사유라는 망상, 그리고 전혀 동일시될 수 없는 지불능력이 배제되어있다. 처음부터 경제학적 명제는 완벽한 사회구조를 중심으로 전개되어왔던 것이다. 그런데 세상이 그들의 바람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으니 그들이 신성시하는 효율은 그야말로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현실과 교과서는 완전히 다르다.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을 빈부의 격차라 말한다. 실제로 정부에서도 이를 인식하고 해결하기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노력한 만큼 칭찬을 받는 일이 드물다. 이는 정책의 대부분이 실질적이라기보다 선심성 혹은 일회성에 불과한 땜방질이기 때문에 예산낭비만을 초래한 결과다. 대기업이 중심이 된 마트와 소시민이 살아가는 재래시장을 비교해보자. 어떤 전문가도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전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는 변화된 사회적 환경을 무시한 결과다. 바뀐 사회적 시스템을 재조절하는 방법이외 다른 방도가 있겠는가? 문제는 모든 경제적 상황이 상대적이라는데 있다. 하나를 선택하면 10가지의 문제가 터지는데 이를 막을 방법이 전무하니 사회갈등이 빠르게 증폭되는 것이다.

 

우린 지금 행복한가? 소득2만 불 시대를 넘어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지금, 한국사회는 진정한 행복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가?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경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다. 돈 만큼 상대적인 물건이 없지만 이를 절대적인 가치로 생각해 자신을 올인하는 사고와 행동이 우리의 모든 의식을 빼앗아 버렸다.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없다고? 그렇지 않다. 인간은 생계 이상의 물질을 축적하면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 돈이 쌓인다고 행복이 보장되는 것도 더욱 큰 행복이 뒤따르는 것도 아니다. 경제적 배상은 가난한 이들의 성공신화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다. 아마도 경제학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것 같다. 효율에 대한 재발견이다.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능력이 아니라 행복을 충족시켜주는 능력으로 말이다. 경제에 대한 55가지의 뛰어난 철학적 통찰이 돋보이는 이정진 교수의 우리는 왜 행복해지지 않는가?’ 경제학적 이해관계를 넘어 세상을 바로볼 수 있는 특별한 책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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