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들은 어떻게 정치를 농락하는가?
김영수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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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간신이고 누가 충신일까? 정치사를 주름잡았던 수많은 권력자들을 단번에 간신과 충신으로 구분 짓는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하지만 역사마저 등을 돌린 이들이 있다. 역사는 그들이 자행했던 권력찬탈에 의외로 관대하다. 누가 제왕이 되었든 백성들은 로또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역사가 증언하는 간신들은 지나칠 정도의 권력욕망과 한번 잡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처절한 살육을 자행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모든 이들이 그들 앞에 무릎을 꿇어야했고 심지어 왕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마도 무능한 황제는 간신들에게 더할나위없는 먹잇감이었을 것이다. 현재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국가의 존망을 위태롭게 하는 간신의 역할, 그들이 존재했기에 시대가 변화했을까? 그렇다면 그토록 수많은 사례를 남겼지만 여전히 간신들이 들끓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 비정할 정도로 비참한 말로를 남긴 중국고대사의 간신들, 그들이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무엇일까?

 

중국 고대사를 통틀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간신이 남송시대의 진회다. 600년이 지난 후 그의 자손들마저 부끄러워 할 정도라니 그가 중국인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진회는 자신의 영달과 출세를 위해 간신으로서 모든 것을 갖춘 인물이다. 난세를 틈타 권력의 틈바구니에 끼어든 것이나 수많은 우국지사를 헤치고 적에 투항하여 목숨을 보존한 일을 보면 그가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해왔는지가 분명해진다. 문제는 그의 간신 횡보가 중국인이 우상으로 여겼던 악비 장군을 해했다는데 있다. 조선에 이순신이 있다면 송엔 악비가 있었다. 패망해가는 국가를 몸으로 막았던 악비. 진회는 적의 첩자가 되어 왕의 비위를 맞추며 송을 멸망의 길로 이끌었다. 악비를 죽이고 금과의 회의를 대가로 그가 얻었던 권력은 후세인들의 원망뿐이었다. 무능한 국왕, 그들의 눈과 귀를 어둡게 했던 진회,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진회는 악비 사당을 향해 처절한 참회를 하고 있다.

 

간신과 충신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당대의 충신도 한순간에 간신이 되고 간신으로 멸족을 당했지만 충신으로 복권되기도 한다. 그렇고 보면 간신과 충신을 나누는 기준은 후대의 평가가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당대를 주름잡는 충신들도 있지만 이들이 자신의 영역을 펼쳐나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대다수의 정치인들은 스스로의 평가를 후대에 맡기는 것을 선택한다. 당대엔 선택이 불가능한 것일? 올바른 사견이나 판단을 보류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혹 권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아니면 진정으로 역사의 판단을 믿는 것일까? 모난 돌이 정에 맞는다는 속담이 있다. 정치가 어지러운 건 분명 사익을 추구하려는 간신들이 득실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무서운 건 입과 귀를 막은 채 권력만을 추종하는 방관자들의 복지부동이다.

 

고대사를 읽다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한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스토리다. 너무 각박해 생존조차 불투명한 시대, 대부분의 영웅들은 특별한 지기를 통해 난세를 극복한다. 서민들은 처지가 비슷한 이들의 무용담을 들으며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정치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고행 길을 같이 걸어본 사람들은 찐한 동료애를 나눈다. 하지만 권력은 나눌 수 없다. 고생은 함께하지만 권력은 유한하다. 때문에 대다수의 정치인들은 유아독존을 꿈꾼다. 그들에게 서민과 백성은 권력을 차지하고 유지하기위한 최소한의 도구일 뿐이. 역사는 이와 같은 사실을 완벽하게 증명한다. 한명의 권력자와 소수의 피해자 그리고 대다수의 복종자. 그럼에도 우린 이와 같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간신들은 어떻게 정치를 농락하는가?’ 태어나면서 간신이라고 쓰인 사람은 없다. 간신은 분명 시대를 명확히 파악하며 최선의 처신에 성공한 이들이다. 문제는 그들의 욕망이 너무 개인적이고 독점적이어서 국가의 존망마저 위태롭게 만든다는데 있다. 권력의 독점화가 당연성을 만들듯이 세상은 그들의 발아래 놓여있다. 간신들이 득실거리는 사회는 군주의 영향력이 제로다. 무능한 군주를 둔 백성들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 상상이나 해 보았을까? 정치인들은 왜 스스로를 유능하다고만 생각할까? 혹 자신이 처신에 능한 간신이라고 생각해보진 않았을까?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 그들이 생각하는 간신과 충신은 무엇인지, 혹 모른다면 중국고대사의 간신들을 눈여겨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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