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거짓말
이유리.임승수 지음 / 레드박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나치 선전당원 괴벨스는 거짓말에 대한 유명한 격언을 남겼다.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다음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괴벨스의 선전 문구는 가혹한 유럽의 처사에 불만을 품은 독일 국민들을 완벽하게 장악하는데 성공한다. 당시 유대인 학살을 주도했던 수많은 독일인들이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어떠한 가책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던 이유도 괴벨스를 비롯한 나치당의 지속적인 거짓말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괴벨스는 누구보다 언론의 효용성을 알고 있었다. 독일을 통제한 나치가 언론을 사유화한 것도 당연한 귀결이었다. 전쟁과 관련된 모든 소식은 사전검열을 받아야했고 나치의 입맛에 맞게 조작되었다. 결국 독일국민들은 거짓말로 포장된 방송을 통해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유대인들은 공공의 적이자 사라져야할 악이었다. 괴벨스는 그의 예언을 성실히 수행했다. 전쟁이 끝난 후 서방국가들은 독일의 잔인함에 놀랐고 소수의 광기가 어떻게 대중을 다루는지에 대해 두 번 놀랐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국가를 사칭한 권력가들의 거짓말이 비단 유럽을 초토화시키고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당만의 전유물이었을까?

 

인간은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상대를 위한답시고 하는 선의의 거짓말도 결국은 자기변명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개인이 행하는 거짓말이 국가의 거짓말보다는 훨씬 피해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거짓말에 익숙한 개인은 사회적 비난과 고통을 감수해야한다. 하지만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국가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국가를 비난하는 것은 곧 자신을 부인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가에 대한 믿음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하다. 괴벨스의 대중선전학도 이러한 대중의 믿음을 기초로 한 것에 가깝다. 비록 그것이 거짓말일지라도 지속적이고 반복적이면 누구든 믿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의 횡포와 같지만 거대조직을 상대로 개인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하지만 국가는 자신의 거짓말이 상대에게 어떤 공포를 만들어내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또한 그들의 거짓말로 피폐된 삶의 일부를 보상받기위한 처절한 몸부림조차 쉽게 외면한다.

 

북한에 대한 생각은 개인마다 너무 뚜렷하고 선이 분명해 쉽게 다가서기 어렵다. 분단 이후세대가 전쟁의 참상을 알 리 없으며 전쟁이 남긴 상처를 이해할 수 없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이 50년이 훌쩍 지난 현재에도 결코 변하지 않고 있다면 우린 사상이나 이념에 대해 지독한 세뇌를 당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인지 의문을 해봐야한다. 그러한 의문들 중의 하나가 북파간첩에 대한 사실이다. 북파간첩이 공론화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전란 후 50년간 남북은 끊임없이 간첩을 보냈지만 남측은 북파간첩의 존재를 항상 부정해 왔었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사후관리를 잘 못한 탓인지 특수임무 수행자들이 보상을 요구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피킷을 들고 데모하는 그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고 언론에 부각되었다. 결국 정부는 수십 년간 베일에 싸였던 북파간첩의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특수임무수행자들은 목숨을 바쳤지만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의 조국에 배신을 당한 것이다. 국가는 필요에 의해서만 국민을 이용하고 국가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삶마저 버릴 수 있는 것인가? 온갖 감언이설로 떠들어대는 그들의 애국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국가의 거짓말은 소수 조직원의 가슴에 피멍을 만들고 대중을 호도한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여론을 타파하기위한 수지김 간첩사건은 국가가 어떻게 한 개인의 죽음마저 철저하게 유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기억된다. 사건은 오랜 기간 미궁에 묻혔고 살인자는 내로라하는 사업가로 변신했지만 국가의 거짓말은 상당기간 지속되었다. 본 책 ‘국가의 거짓말’은 근현대사를 통틀어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믿기 힘든 국가의 거짓말을 다루고 있다. 특히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학등록금과 4대강, 그리고 부자 감세및 부동산 문제등 현 정권이 추진하는 정책을 거짓말로 규정하고 전면적으로 비판한다. 가장 눈에 띄는 주제가 ‘전쟁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미개한 원주민을 교육시킨다는 미명아래 혼혈 아이들을 강탈해 노예로 부린 호주 백인들, 무려 40년 동안 매독생체 실험의 대상이 되었던 미국 흑인들, 명분 없는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미국 정부 등 전쟁은 패권국과 열강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었다.

 

언론의 공정성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언론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드물다. 그들 역시 권력과 다름없는 생존에 대한 애착이 가장 강한 집단들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언론에 노출된 정보들에 대한 신빙성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어른들의 말씀은 강자의 틈에서 살아남기 위한 약자의 논리일 뿐이다. 괴벨스의 논리대로 우린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언론의 거짓말을 진실이라 믿어왔다.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자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최고 권력기관인 국가가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국가의 거짓말은 너무도 당당하고 치밀해서 여간해선 거짓말이라 생각하기조차 쉽지 않다. 더욱 문제는 국가의 거짓말에 침묵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이든 간에 결국 그들 역시 거짓된 세상에 살기는 원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들의 자식들에게 거짓된 세상을 물려주기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두 저자가 펼쳐내는 계란으로 바위치기, 그 진실한 내막을 파헤쳐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