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일의 스캔들 - 창조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0.1% 변화 전략
민병국 지음 / 황금부엉이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북적대는 병원,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데 놀라고 마치 관공서 같은 딱딱함에 두 번째 놀란다. 그나마 아이들을 상대하는 소아과는 덜하지만 조금만 이름 있는 병원들은 하나같이 위엄과 권위를 병원 문 앞에 세워놓은 것 같다. 좋은 인테리어와 훌륭한 시설들은 나무랄 데가 없지만 관념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는 어쩔 수가 없나보다. 태어나서 병원에 가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가 아는 어느 가게보다 친숙해야할 병원이 이토록 멀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병원 역시 영리사업이다. 엄청난 투자와 지적자본이 투여되는 사업이다 보니 그에 대한 보상심리 또한 강할 것이다. 하지만 병원은 사업이기 전에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다. 그 무엇보다 생명의 기본권이 우선시되는 분야인 것이다. 때론 소수의 권익을 위해 지나친 무게감을 얹기도 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자신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 병원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의 생각과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일까?

 

누구나 번듯한 사람에게 신임이 가듯이 환자 역시 번듯한 건물을 선호한다. 아무리 뛰어난 의료진이 있더라도 낙후된 건물에 들어가기란 여간 껄끄러운 일이 아니다. 곧 흡수될 병원이라면 이러한 상황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임하던 민병국 교수는 2005년 중앙대학교 용산병원장에 취임한다.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선뜻 병원장을 수락한 민교수의 배짱은 누가 보더라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민교수는 자신의 일을 좋아했지만 새로운 일을 도전해 보고 싶었다. 비록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최소한 있는 동안만큼은 기억에 남는 병원을 만들고 말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한다.

 

첫 출근, 모든 상황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완강했고 보수적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직원들의 굳어진 마음을 푸는 것이 우선순위라 여기고 병원의 개보수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과거에 얽매여 있는 직원들의 마음은 민교수의 의견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졌다. 결국 민교수의 선택은 자신이 직접 행동을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는 병원 담장을 허물고 경비실을 없애는 것을 시작으로 병원과 관련된 모든 일에 간섭을 하기 시작했다. 일견에선 저러다 말겠지 라는 생각에 젖어 여전히 비호의적이었지만 그의 신념은 ‘나로부터 변화’ 였기에 주어진 일보다 찾아가는 길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로부터의 변화는 빠르게 직원들의 마음을 파고 들어갔다. 병원은 예전과 같이 활기가 넘쳤고 방문하는 환자들 역시 달라진 분위기에 놀라는 눈치다. 하지만 민교수의 고민은 활력이 넘치는 병원을 넘어 환자들과 함께 가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의 노력은 병원의 잡다한 업무를 없애고 모은 상황을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만들었다. 병원의 문턱이 놓은 이유는 권위적인 의사의 말투와 이해하지 못하는 필기가 한몫을 차지한다. 물리적인 치료를 위해 찾아왔지만 정신적인 치료가 환자의 안정을 찾는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그는 병원의 모든 이정표를 단순하고 알기 쉽게 만들고 고객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한다.

 

용산병원을 주도한 민교수의 변화들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환자에 대한 공감과 배려다. 어느 병원인들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마는 정작 병원에 가면 환자는 이리저리 움직이는 환자에 불과할 뿐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리운 이들인데 대부분의 의사나 간호사들은 너무 바쁜 나머지 환자들과의 대화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 비단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만 병원에 가는 것은 아니다. 민교수는 모든 것을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했다. 결국 용산병원이 잘되리라는 것은 누구나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1500일의 스캔들’ 민교수가 용산병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겪었던 변화를 기록한 책이다. 그는 자신의 선택을 믿었기에 지금껏 시도하지 않은 변화의 가운데 뛰어들었다. 그의 변화는 많은 이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우린 인생이 확정적이라고 믿곤 한다. 자신의 경험이 우선적이라 여기고 변화를 싫어하는 이유도 불확실한 인생의 미래를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서지고 파편만 남은 결과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변화는 누구에게나 두려움을 안겨준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선택하는 방법은 우리의 인생을 결정짓기도 한다. 큰 도움도 좋지만 사소한 배려와 조그만 공감이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 민교수의 0.1% 변화전략을 통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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