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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속 숫자의 거짓말 - 정부와 여당, 기업, 정치가는 통계로 우리를 어떻게 속이고 있는가?
게르트 보스바흐 & 옌스 위르겐 코르프 지음, 강희진 옮김 / Gbrain(지브레인)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상대후보자에 대한 비방이 시작된다. 비방의 순서도 상당히 계획적이고 전략적인데, 전략가들이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상대후보자의 지지율을 낮추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발표하는 지지율이 공정한 기관의 신뢰를 받고 있음을 강조한다. 상대는 즉시 지지율에 대한 의심을 제시하지만 대중은 이미 상황 파악이 끝난 상태다. 지지율은 마치 선거의 특별한 전략처럼 보인다. 그 내막에 대한 어떠한 추궁이나 조사도 없지만 마치 선거의 우선순위가 후보자의 공약이나 정책이 아니라 각본된 지지율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각 후보자들이 공표하는 지지율엔 엄청난 허점과 오류가 있다.
최소한 한번이상은 고령화에 대비한 개인연금 부족부분에 대한 보험사의 설계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영업사원들은 숫자놀음에 익숙하다. 마치 30년 후 고객의 모습을 눈앞에 있는 것처럼 그려준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이 제시하는 년 수익률과 연금으로 받게 될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그들의 말을 따르면 노후문제는 완벽히 해결될 것만 같다. 하지만 그들은 통계와 숫자를 읽을 줄 알뿐 장기예측에 대한 확률은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시간적 변수를 너무 쉽게 판단한다. 30년 전 어느 영업사원이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당신의 미래모습을 예견했다면 솔직히 웃음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개인연금은 판매사에 대한 음양이론과 통계적 수치의 오류, 무엇보다 예상하기 어려운 시간적 변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그들만의 통계놀음에 불과하다.
우린 숫자의 유혹 앞에 쉽게 허물어진다. 상대의 말과 글엔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지만 유독 숫자 앞에선 고개를 끄덕인다. 숫자의 통계엔 어떤 매력이 있길래 그토록 쉽게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숫자엔 우리들이 믿는 어떠한 매혹적인 답도 없다. 보기 좋고 이해하기 편한 통계숫자는 그야말로 거짓말을 진실로 포장하기위한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뿐이다. ‘통계 속 숫자의 거짓말’은 우리가 알던 숫자의 실체를 조목조목 비판한다. 숫자는 말이나 글과 달리 기억하기도 쉽지만 쉽게 바꿀 수 있다. 설령 잘못되더라도 통계적 계산에 대한 기준을 재편하면 그만이다. 특히 대부분의 언론보도에 등장하는 절대수치와 상대수치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순위에 따른 필연적인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숫자의 거짓말을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이론이 음양이론이다. 음양이론은 현상을 둘로 나누는 이분법을 경계하고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하는 것을 의미한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다는 것이다. 우린 대부분 장점이 부각된 포장에 관심을 갖지 이에 대한 이견을 고민하는 덴 익숙하지 않다. 좋은 현상이 있으면 좋지 않은 부분도 받아들여야 통계의 거짓말을 방어할 수 있다. 정책 관료자들이나 기업들은 음양이론의 대가들이다. 그들은 부정적이거나 단점이 될 만한 사항은 처음부터 전체비율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결국 그들이 만들고 배포한 통계자료는 그들의 입맛에 맞을 뿐이다.
숫자보다 더욱 많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 그림이다. 선이나 막대 혹은 입체적으로 표현한 통계치는 그 어떤 자료보다 믿음을 준다. 그렇지만 그래프는 자세히 보면 알 수 없을 정도로 교묘하리만큼 우리의 눈과 정신을 속인다. 가장 흔하게 속이는 방법이 x 축의 년도를 축소하거나 y 축의 기준점을 확대시키는 것이다. 이는 그래프가 왜 마케터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업적 요소인지를 적절하게 설명한다. 그래프는 가장 예민하고 민감한 사회적 자료를 통제하는데도 필연적으로 사용된다.
우린 과연 믿을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일까? 덕분에 믿음이나 신뢰라는 이름이 부각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통계를 위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마치 온 세상이 틀에 짜인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통계는 대중을 위한 자료라기보다는 통제를 위한 수단이 되었다. 분모를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분자, 백분율이 지니는 무소불위의 힘, 표본 추출방식의 오류, 사회적 현상을 둘러싼 예측의 결과 및 한계, 마치 인간의 불편한 진실을 보는 것과 같은 통계 속의 거짓말들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지를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