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 대한민국 사법부를 향해 석궁을 쏘다 우리시대의 논리 12
서형 지음 / 후마니타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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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엔 권력과 비권력이 있다. 비권력은 말 그대로 국민이다. 그런데 헌법엔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선포한다. 권력에 대한 이해가 올바르지 않다면 권력은 영원히 비권력자를 권력의 울타리에 가두려 할 것이다. 권력은 참으로 용의주도하다. 한번 움켜쥐면 절대로 놓지 않으려하기에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권력을 보호한다. 결국 권력에 대한 비애는 권력 스스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러한 권력의 주체들 중의 하나가 대법원이다. 워낙 난잡스러운 정치와 교묘한 기업의 행태에 대중의 눈과 귀가 가려있을뿐이지 법원이 추구하는 권력유지의 방법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즉, 그들에겐 스스로의 권위와 존중 그리고 존경을 받을 당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법 앞에 그리고 자신의 양심 앞에 정당했을 때 가능한 부분이다.

최근 사회는 불편한 진실에 관한 에피소드(?)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이해 당사자들에겐 그리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그동안 눈과 귀가 가린 국민들에겐 가치관의 변화마저 가져올 수 있는 주요한 소식들이다. 개인이 거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건다면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될까? 잘못에 대한 판단을 떠나 대부분의 개인들은 스스로 소송을 포기할 것이다. 물론 이길 확률도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개인이 거대 권력기관을 상대로 홀로 외롭게 사투(?)를 벌인다면 이를 받아줄 기관은 몇이나 될까? 그들 역시 기관이라는 옷을 벗으면 일개 개인에 불과하지만 결국 기관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기에 개인의 선택은 발악이라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영화 ‘부러진 화살’로 세간의 화제를 끌고 있는 대법원과 한 수학교수간의 처절한 사투(?)도 그것이다.

 

‘부러진 화살’은 이미 대중화되었지만 대법원의 불편함과 묵묵부답만이 무거운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본 책은 사건 당사자인 전 성균관대 수학과 김명호 교수가 쓴 책은 아니다.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기관에서 일인시위를 취재하던 서형기자가 우연한 기회에 ‘석궁사건’ 을 접하면서 한국사회의 권력과 개인의 대결을 구도적으로 묘사한 책이다. 기자는 그간 언론에서 볼 수 없었던 김 교수와 판사들 간의 논쟁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기자의 입장은 중립적이다. 김명호 교수는 이미 실형을 살다 나왔고 판결이 끝난 상황이기에 이들의 논쟁이 얼마나 재 확대할 수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가 주장하는 것은 한국 권력, 그것도 대법원의 권력이 어떻게 한 개인의 인생을 망칠 수 있는지를 철저히 파헤친다.

 

법 앞에 선 개인은 어떤 존재일까? 한없는 두려움과 공포, 그동안 자신이 행했던 수많은 과오들을 반성할 수 있는 시간으로 인정할까? 아니면 끝없는 두려움과 싸우면서 자신의 결백함을 증명해야하는 난제의 시간을 보내야할까? 어떤 상황이든 법원에 가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법을 매일 접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에게 법은 어떤 효용성을 지니며 그들이 바라보는 국민은 어떤 존재여야만 할까? 사건을 바라본 기자는 김 교수의 타협할 줄 모르는 고집과 편견을 비판한다. 만약 그가 처음부터 잘못을 시인하고 갔다면 최소한 4년형은 살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이 대세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법 앞엔 법, 오직 법으로만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고집을 내세웠다. 법원의 판결문 역시 그의 사회부적응을 꼬집는다. 하지만 문제는 김 교수의 현란한 언변과 해박한 법률적 지식, 그리고 대중성을 이끌어내는 과감한 행동이 아니었다.

 

수많은 오류와 증거불충분이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법원을 상대했다는 이유만으로 김 교수가 입은 상처는 너무도 컸다. 결국 권력은 그것이 잘못되었든 잘못되지 않았든 건드린다는 것 자체만으로 법 위에 군림하는 것인가? 그래서 권력에 대한 대중의 논리는 참으로 무섭다. 그들이 권력과의 거리를 두려는 이유도, 무섭거나 두려워서가 아니라 정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판결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집단들의 생각과 행동까지 변화될 수 있는 주요한 문제다. 하지만 권력은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두루뭉술하게 넘어간다. 두렵다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 한정된다. 자신이 올바르다면 두려울 이유는 협박이나 공갈밖에 없을 것이다. ‘부러진 화살’은 사회에 만연된 불편한 진실을 그대로 재현한다. 자신의 분을 이기지 못해 판사의 집에 석궁을 들고 간 김 교수를 옹호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공정성과 정당성에 대한 평가다. 법은 강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약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법이 존재하는 목적이 이분법적인 사회현상을 암묵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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