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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몰락 - 내 집 마련이 절실한 3040세대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진실
남우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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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파트의 기준점은 어디일까? 아파트에 관한 소식만 나오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지역이 대치동의 은마아파트다. 1987년 7월, 한보기업은 평당 68만원이라는 가격에 은마아파트를 분양한다. 인근의 아파트와 비교해도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2,000만원 남짓한 가격임에도 미분양이 속출한다. 당시 신문을 보면 은마아파트는 선착순 입주를 서두르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폭등하기 시작한 은마아파트 시세는 2년 후 5,000만원을 넘고 곧 1억을 호가한다. 서브프라임이 터지기 직전인 2007년, 11억을 돌파한 은마아파트는 대한민국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되었다. 덩달아 수십억을 호가하는 아파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지어지고 서울은 부동산 공화국으로서의 명성을 이어간다.
은마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해는 베이비붐 세대의 급격한 증가와 경제발전에 따른 2차 부동산성장기와 맞물린다. 80년대 후반 아파트가격은 3년간 무려 160%가 상승한다. 특히 강남은 200%가 넘었다. 문제는 폭발적인 아파트 가격 상승에 비해 물가는 겨우25% 올랐다는 사실이다. 이후 신도시 개발과 정부의 압력에 힘입어 아파트 가격은 조정기간을 거친다. 숨죽일 것 같았던 아파트 가격이 폭등시세를 연출한 건 98년 IMF라는 최대 위기의 순간을 겪고 나서다. 2000년 밀레니엄 벽두부터 10년간 이어진 아파트 가격 폭등은 상상이상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대한민국을 아파트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아파트 투기에 뛰어든다. 묶여있던 땅이 풀리고 재개발이라는 호재가 만발하니 누가 아파트에 대한 욕망을 제어할 수 있겠는가? 시중에 돈이 넘쳐나고 넘치는 돈은 수익처를 찾기 마련이다.
헌데 화룡점정을 찍던 아파트 가격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자 최근 고점(?)에 아파트를 구입한 소유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빚을 얻어 구입한 아파트가 빛을 보고 있지 못하는 까닭이다. 특히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정부의 다양한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지만 어느 것 하나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이익창출이라는 면에서 더할 나위 없는 재산증식 수단이 이젠 생존의 발목까지 잡고 있는 지경이다. 그런데 우린 과연 아파트라는 시장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대해 얼마나 알고 대책을 논의하는 것일까? 또한 현 시세의 가격에 대한 부담감이 전혀 없다고 말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결국 어떤 상품이든 거래가 성립되려면 이익이 수반되는 수요가 있어야 한다. 어느 정도의 가격이 수요를 폭발시킬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현재 가격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크기만 하다.
아파트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서민의 꿈이다. 더불어 가지고만 있어도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거의 완벽한 재산증식 수단이었다. 한국은 70년 이래 부동산 불패라는 웃지 못 할 신화를 만들었다. 반복되는 정부의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쏟아지는 아파트만큼이나 정책의 효용성을 찾기 어려웠다. 2012년 과연 서울 아파트 가격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소유자들은 초과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세 번의 상승에 대한 원인을 분석해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연 이번에도 그러한 징후가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답은 상당히 회의적이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몰락’의 최우선순위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손꼽는다. 그동안 아파트 가격을 상승시킨 인구의 변화가 오히려 암초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코앞이다. 이들의 은퇴규모로 볼 때 추가로 아파트를 구입할 여력은 없어 보인다. 또한 잠시 보류했던 가계대출에 대한 문제가 상당기간 한국사회를 짓누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담보대출로 시세차익을 노린 아파트에 대한 원리금 상환이 곧 다가온다. 특히 가처분 소득의 감소는 아파트 가격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저자는 아파트 몰락을 준비하라고 경고한다. 몇몇 전문가들의 투기어린 감언이설에 속아 막차를 타지 말 것을 경고하며 현재의 상황을 과거 3차례의 폭등기와 비교해보며 과연 아파트 가격이 정상적인가를 생각해보라고 충고한다. 아직까지 암운이 걷히진 않았지만 세계경제가 언제까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한국 아파트 시장엔 폭탄이 될 가능성이 많다. 금리상승은 이자와 원리금에 직격탄을 줄 것이며 이는 아파트 가격에 대한 메리트를 더욱 감소시킬 것이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아파트 문제에서만큼은 상당히 우호적이다. 정부도 대놓고 빚을 권장하며 아파트 투기를 부추긴다. 결국 아파트는 이해당사자간의 생각이 완전히 다른 시장으로 변모할 것이다. 한국사회의 기둥이랄 수 있는 아파트, 그 불편한 진실을 알아보는 것은 아파트 시세 못지않게 중요한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