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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아름다운 가치사전
박원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저마다의 기준이 있지만 무엇에 어떤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인생의 가치도 달라집니다. 시민운동가로 알려진 박원순씨가 야권 통합 서울시장후보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명도가 그리 높지 않은 시민운동가가 보수층이 두터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는데 그는 안철수씨와의 통합을 통해 자신의 낮은 지지율을 폭발적으로 상승시켰습니다. 이는 우리사회에 보기 드문 통합선례를 남겼는데 지지율이 50%가 넘는 이가 5%의 지지를 받는 상대에게 시장후보를 양보한 초유(?)의 사건이었습니다. 시민들은 무척 신선한 자극을 받았고 정치권은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왜 안철수씨가 박원순씨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그렇게 쉽게 양보할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듭니다. 안철수씨는 박원순씨의 어떤 부분 때문에 시장후보를 양보했을까요? 아직은 미정이지만 이미 정치판의 거목으로 성장하고 있는 두 분의 만남은 향후 한국정치를 새롭게 변화시킬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박원순씨는 희망제작소라는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면서 시민운동과 인권운동가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중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즐기는 그가 서민의 고통과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는 사실입니다. 그는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를 받고 다각적인 사업을 펼쳐 수익을 창출하는데 많은 이들에게도 좋은 영감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는 이미 재야권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입니다. 그의 가치와 철학이 궁금합니다. 무릇 사람은 자신이 성장해온 과정과 경험을 통해 삶의 철학을 완성합니다.
최근 한국사회는 다양한 정치적 용어가 실험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센델교수의 ‘정의’가 세간의 관심을 끌더니 최근엔 월가에 대한 ‘분노’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둘의 공통점은 대중의 관심입니다. 박원순씨는 정의를 개인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신의 몫이라고 말합니다. 정의는 개인이 사회에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입니다. 그런데 우리사회엔 정의를 부르짖는 사람보단 기득권층에 기대거나 이를 따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정의를 부르짖는 사람들은 법이나 권력을 훨씬 선호합니다. 평등한 조건에서 정의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원순씨는 ‘정의로움은 마땅히 옷을 벗어야 할 때, 기꺼이 옷을 벗는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빽빽한 스케줄, 거의 쉴 틈이 없는 이들은 새벽에 출근해 자정이 넘어서야 집에 들어옵니다. 이토록 열심히 하건만 가능성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것 많아도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하는 시간들이라는 생각뿐, 그렇다보니 자유는 방종이 되고 삶은 수동적이 되어갑니다. 바로 우리 아이들입니다. 세상은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한다면서 온통 그들의 틀로 꽉 채워놓았습니다. 무엇을 위한 그릇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똑 같은 그릇들이 세상에 가득합니다. 창의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아야 만들 수 있습니다. 채우고 채운 것은 지식이 아니라 점수를 위한 암기일 뿐입니다. 생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비단 어른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요. 가진 게 없는데 어떻게 일을 하지요.’ 창의는 우리의 현실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통념으로부터의 자유, 자기만의 우주, 빈 종이에 그림을 그려 본적은 언제쯤인가요?
박원순씨는 정의, 상상, 함께, 겸허, 놓음이라는 주제로 가치사전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가 상상하는 사회는 상식이 지배하는 사회입니다. 한국사회는 부자도 가난한자도 행복하지 않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쁘게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습니다. 혹 누군가의 발길을 잡기라도 한다면 무척 화를 내곤합니다. 우린 공감과 배려는 아니더라도 스스로의 여유마저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그는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개인의 가치철학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있는 것일까? 뚜렷한 소명의식이 앞길을 밝히고 있다면 행복해야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그가 전달하는 20가지의 메시지를 생각하면서 혼탁한 정치판에 뛰어든 박원순씨의 선전을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