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전쟁 3 - 금융 하이 프런티어 화폐전쟁 3
쑹훙빙 지음, 홍순도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무제한적이라 여겼던 달러의 팽창에 제동이 걸리는 것일까? 탈출구가 없다는 위기론이 급상승중이다. 이미 2차 양적완화정책에 대한 필요성이 충분히 무르익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마치 태풍이 몰아치는 것 같다. 6조원에 달하는 단기주식융자금액이 새로운 폭탄으로 지목되고 있으나 한국자본시장은 ATM(현금인출기)라는 불명예를 기록 중이다. 유동성이 넘치는 것은 좋으나 그 도가 지나치면 새로운 위기를 몰고 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나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한국금융의 갈대와 같은 현실을 지켜보면 정말로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그 잘난 정책지도자들은 위기 때 마다 무얼 하고 있다는 말인가?

한국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취약하다. 자본규모도 작거니와 더욱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건 환율에 대한 공포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는 환율과 가장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향후 폭락하는 달러에 대비한 미국의 정책에 따라 한국경제도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대폭락 전조가 무서운 것은 그들이 펼쳐낼 경제정책에 대한 변수가 너무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우린 무엇을 준비해야하는가? 정부는 고공비행을 하는 물가를 잡고 싶은 마음이 없는 듯하다. 오히려 최근의 대외적인 위기덕분에 또 한 번의 물가상승이라는 단기위기를 넘어가는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물가에 대해선 두루뭉술한 정책으로 일관한다. 하지만 미국이 통화팽창으로 한 번의 위기를 넘겼다고 위기가 사라지는 게 아니듯이 우리 역시 위기를 뒤로 미루기만 하는 것은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하는 전조 가될 가능성이 높다.

폭풍이 몰아치는 하루가 지속된다. 뜨거운 태양이 지속될 것 만 같았는데 어느새 하늘은 온통 먹구름으로 가득하다. 화폐전쟁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이념전쟁은 여전히 세계금융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통화의 흐름을 놓치는 기업이나 국가는 즉시 ‘부도’라는 위기에 직면한다. 그런데 이러한 위기가 21세기 벽두에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이미 18,9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자들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치열한 통화정책을 추진했다. 그런데 왜 그토록 동아시아의 통화정책에 대해선 그리도 몰랐던 것일까? 아마도 1949년 공산화된 중국에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중국은 청나라시절까지만 하더라도 세계경제의 수출과 수입의 절반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상업적 국가였다. 하지만 영국이 주축이 된 ‘아편무역’은 중국이 그동안 이룩해놓은 역사와 경제를 하루아침에 몰락시켜버렸다. 화폐전쟁 3는 당시 중국 최고의 부자였던 호설암을 무너뜨린 동정산방과 그 배후 홍콩상하이 은행을 필두로 동아시아 화폐전쟁의 서막을 열어젖힌다.

화폐전쟁의 저자 쏭홍빙은 왜 서구에 비해 발전된 금융체계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중국이 글로벌 제국으로 발전하지 못했을까 에 의문을 제기한다. 중국은 쏭홍빙의 말대로 유럽열강이 가장 탐내는 수출품과 은을 수입하는 최고의 국가였다. 하지만 중국이 글로벌 제국이 되지 못했던 원인은 외부보다는 내부에 있었다. 양매판은 외국정부나 기관과 청과의 교류를 위해 만들어진 독자적인 특수세력이었다. 혼란의 틈을 타 그들이 외국은행과 손을 잡고 외국은행이나 기관의 앞잡이가 되는 것은 무척 쉬운 돈벌이 수단이었다. 결국 양매판은 국가를 좌우할 정도로 세력이 커지자 국가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세력으로 돌변했다. 쏭홍빙은 중국경제의 실패가 곧 청일전쟁, 청러전쟁의 패망으로 이어졌고 이는 동아시아에 커다란 짐을 만들어놓았다고 비판한다.

이에 반해 메이지유신을 성공적으로 이끈 일본의 근대경제를 무척 호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국가를 우선시하는 일본제국주의자들의 통화정책이 일본의 선진국화를 앞당겼다는데 무척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가 펼치는 중국의 화폐역사는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움직인다. 장제스의 실권, 마오쩌민의 공성계든 중국근대사는 전쟁으로 얼룩졌지만 결국 그 중심에 화폐가 지배적이었음을 간과하지 않는다. 앞선 두권의 화폐전쟁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자들의 화폐음모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3권은 동아시아, 특히 중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이 중심이다. 그는 최근에 급격하게 성장하는 중국의 경제를 한걸은 뒤로 물러서 바라보며 기축통화로서의 위엔화의 위상을 높일 것을 촉구한다. 그 역시 중국인의 한사람으로 과거 화려했던 중국의 금융시장재패를 꿈꾸고 있는지 모른다. 그는 줄기차게 금융 하이 프론티어와 인민폐의 국제화를 이야기한다.

최근의 위기덕분에 온스당 금 가격이 1700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이제 금의 단기고점을 예측한다는 것은 효용성이 없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는 부분이 ‘은’이다. 이미 작년부터 중국은 은 사재기를 통해 엄청난 은을 모았다고 한다. 덕분에 은 가격도 연일 고공비행중이다. 헌데 아직까지 금과 은의 교환비율이 1:15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쏭홍빙은 은의 가치가 재평가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은은 금과는 달리 산업용으로도 널리 사용된다. 은은 빠르게 소모되고 있는 금속들 중의 하나다. 중국이 은은 화폐로 사용했던 적이 불과 200년 전이다. 은에 대한 중국의 집착이 그들을 어두운 과거로 몰아세웠지만 쏭홍빙은 은을 새로운 가치의 실현으로 평가하고 있다. 쏭홍빙은 화페전쟁 4편으로 한국의 금융시장을 주제로 선택했다. 화폐전쟁은 한권의 소설 같은 책이지만 우리들에게 여느 역사서나 경제서 못지않은 무거운 교훈을 암시한다. 우리에게도 이와 같은 경제학자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지나친 욕심일까?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시대지만 우리들이 선택해야할 부분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위기의 순간, 쏭홍빙의 화폐전쟁을 들추어보는 것도 큰 힘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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