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경제 - 시대의 지성 13인이 탐욕의 시대를 고발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 마이클 루이스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한빛비즈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경제학이 이렇게 복잡한 학문인지 알지 못했다. 아니 원래는 단순했지만 복잡한 인간사회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해서일까? 경제학은 고전 경제학자들이 추구하고자했던 인류의 행복과 번영의 추구와는 달리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간사회를 코너로 몰고 있다. 이제 경제학을 금융학의 대부로 불러서는 곤란할 것 같다. 오히려 정치나 사회과학, 심지어는 철학과 심리학을 겸비한 초대형 학문으로 평가해야 그 전모나마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모순이다. 누가 이런 학문의 실질을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경제학의 그릇된 출발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서브프라임 사태 3년, 세계 금융가는 다시 한 번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이번의 위기 역시 노동자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위기의 본질은 일반 대중을 향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낙관론이 사라지고 비관론이 자리를 채웠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국채가격은 이상이 없다며 이번 위기가 단발성에 그칠 것이라 평가한다. 하지만 여전히 조심스럽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이번 위기를 조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우의 폭락과 함께 시작된 위기의 원인은 미국의 급격한 실물경기의 하락에 따른 불안감의 확대다. 더불어 팽창적인 양적완화가 세계금융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달러를 무제한적으로 찍어낼 수 있는 미국의 한계를 연상시키는 이번 위기의 본질은 빚 위에 놓인 자본주의의 허상이다.

유럽발 위기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결국 과도한 부채문제다. 무엇을 위해 그토록 많은 빚을 끌어다 사용하고 과도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일까? 예상했던 위기의 범위가 갑자기 늘어난 것일까? 동아시아를 공포에 떨게 했던 해지펀드들의 장난일까? 무엇이 원인이 되었든 이번의 위기는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 누구도 이러한 위기를 좌초한 근원적인 원인에 대해선 일말의 고찰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최근에 1000조가 넘는 가계부채 때문에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빚을 지려는 가게, 위험을 간파한 금융당국, 설왕설래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느슨한 금융정책과 무분별한 대출은 자본시장의 불안을 더욱 가속화 하고 있다.

경제의 비상을 꿈꾸는 자들은 눈이 멀어버렸다. 10년은커녕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탐욕에 눈이 멀어버렸다는 표현이 더욱 적절할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 자본주의에 대한 비관론이 심상치 않다. 특별한 대안이 없음에도 자본주의를 선택한 인류의 목적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석학들은 무분별하게 커져가는 경제학의 효용성에 제동을 걸고 있다. 경제학 역시 역사의 한 부분일 뿐 그 이상은 절대로 아니라는 것이다. 서브프라임은 다수의 묵인(?)하에 직접적인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누구도 가파르게 상승하는 금융장세를 깰 엄두를 내지 못했다.

‘눈먼 자들의 경제’는 늦게나마 위기의 원인을 파악해보고 반복되는 위기의 중심은 무엇인지, 최근에 일어난 금융사건을 중심으로 소설보다 재미있게 금융이야기를 전개한다. 책은 총 4부로 베어스턴스의 몰락을 필두로 숨겨진 월스트리트의 내막을 파헤치는 1부와 핸리 폴슨과 어리석은 자본주의자들이 펼치는 엉뚱한 구제금융을 다룬 2부, 그리고 일반인들이 알 수 없었던 아이슬란드 부도와 하버드대의 재정위기를 다룬 3부, 폰지사기로 금융사기의 절정을 다룬 메이도프의 일대기를 4부로 엮으며 금융자본주의가 전달하는 위엄과 허상을 가감 없이 다루고 있다. 저자는 스티글리츠와 니얼 퍼거슨등 당대의 석학들과 루이스를 비롯한 기자들이 중심이다.

월스트리트와 워싱턴DC의 넘치는 구제금융, 월가의 천문학적인 보너스, AIGFP의 신용부도스와프 판매등은 워낙 유명하기에 그리 특별할 것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금융자본주의를 받아들인 하버드대학의 재정논란은 상당히 뜻밖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파생상품의 덧에 걸려 커피한잔 공짜로 마시지 못하고 있다는 우스개스러운 이야기는 아무리 지성인인들, 자본의 탐욕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교훈을 남겨둔다. 그나마 천문학적인 기부가 가능하기에 하버드는 여전히 최고의 학부를 유지하고 있다. 메이도프 연대기는 한편의 영화를 연상시킨다. ‘속이려면 자식까지 속여라.’ 이 역시 금융위기가 발발했기에 포착이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문제는 가치의 변화가 일방적으로 흐른다는데 있다. 특히 돈에 대한 가치는 최우선적이며 최고의 우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그들도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돈은 아무리 많아도 결국 종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풍요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경제학의 명제, 경제학은 눈이 멀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일순간 눈을 감고 있는 것일까? 합리적이라는 시장의 논리도 지극히 이성적이라는 인간의 탐욕도 위기 앞에선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위기의 금융은 인류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 것인가? 금융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파헤친 ‘눈 먼자들의 경제’ 그 르포르타주를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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