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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친한 친구들 ㅣ 스토리콜렉터 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6월
평점 :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는 비결, 에어컨 바람보다 뒷목을 서늘하게 하면 된다. 상상의 동물인 인간은 특별하게도 뇌의 작용만으로도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낸다. 소설은 상상을 이끌어내는 최적의 장소다. 그런데 왜 우린 비현실적인 세계를 탐닉하는 것일까? 혹 자신의 처지를 빗대어 대리만족이나 카타르시스에 빠져들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일상적이지 않은 사건을 평범하게 만들어버리는 소설의 매력, 누가 거부할 수 있을 것인가?
‘타우누스 시리즈’로 일약 세계적 문학가가 된 넬레 노이하우스, 그녀의 네 번째 소설 ‘백설 공주에게 죽음을’ 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이유는 흔하게 볼 수 없는 플롯과 범죄를 만들어가는 군중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한 덕분일 것이다. 그녀의 소설에서 군중은 절대적인 역할을 작용한다. 군중은 기득권을 위해 완전범죄를 가장하지만 진실을 수렴하지 못한다는 진리를 알지 못한다. 그녀가 선택한 등장인물들은 모두 범죄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가지고 있다. 즉, 누구든 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동기만으로 범인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긴박한 사건진행과 인간이 지닌 본연의 욕구에 충실한 넬레의 타우누스 시리즈, 그녀가 선택한 스릴러의 한계는 어디일까?
동물원에서 절단된 손과 발이 발견된다.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는 지점, 부패를 시작한 시체가 발견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보덴슈타인과 직관력이 뛰어난 여형사 피아가 사건현장에 도착한다. 일상적인 탐문이 이루어지는 순간, 살해된 시신이 정치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지녔던 인물인 파울리임이 밝혀진다. 비록 지역교사였지만 자연보호, 환경연합, 동물보호등 다수의 단체를 이끌고 있었던 파울리는 그 영향력만큼이나 정적이 많았다. 보덴슈타인은 사건이 광범위하게 퍼질 것이란 예상을 한다. 파울리와 크고 작은 영향력을 맺은 어떠한 사람이든 세상에 비판적인 그를 죽일만한 충분한 동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넬레 노이하우스는 시작과 더불어 사건을 오리무중으로 빠뜨린다. 그녀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인 범죄에 대한 구성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동물원장에 대한 의심으로부터 사건은 꼬리를 물고 퍼져가며 의심스러운 인물들이 한 둘 등장한다. 하지만 사건의 중심인물이 되는 루카스의 등장은 다소 의아스러울 정도로 조용하다. 노엘의 소설은 빼어난 사건구성 못지않게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이는 살인사건과 교묘한 교차를 이루며 색다른 흥분을 유발시킨다. 사랑에 실패한 피아, 그녀는 용의대상자인 동물원장과 루카스에게 애정공세를 받고 자신이 처한 현실에 혼란을 느낀다. 그런데 간혹 보덴슈타인의 집안배경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 같은데 작가는 보덴슈타인과 아내와의 갈등관계를 부각시킨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형사지만 그들 역시 내면적인 갈등 앞에선 사건의 대상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하지만 보덴슈타인은 특유의 감각으로 복잡한 사건을 능수능란하게 풀어나간다.
범인은 뜻밖의 인물이다. 헌데 한 가지 미심쩍은 것은 루카스에 대한 오해(?)를 전혀 풀지 않았다는 점이다. 왜 보덴슈타인의 직감이 지속적으로 빗나가는 것일까? 이에 반해 피아의 직감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 루카스를 바라보는 둘의 차이는 본 소설이 지닌 극적인 반전을 예상한다. 대부분의 살인이 그렇듯이 동기 또한 무척 빈약하다. 살인사건으로 이해득실을 따지는 사람, 그 이면에 가려진 추악한 사회의 내면, 탐욕에 찌들어가는 기득권 세력, 무엇보다도 질투 때문에 ‘너무 친한 친구들’을 배신한 그들에게서 우린 어떤 모습을 투영할 수 있을까?
넬레의 작품엔 다수의 주변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모두 이웃들이며 친척들이다. 같이 웃고 같이 슬퍼하지만 어느 한 순간 누군가를 살인자로 지목한다. 그들에겐 저마다의 충분한 동기가 있다. 팍팍한 삶속에 가려진 인간의 비관적인 내면을 꺼내려는 것일까? 일순간 우린 넬레의 움직임에 모든 것을 사로잡히고 만다. 각박한 사회, 하나를 더 가지고 있어야만 안심이 되는 사회, 그들은 입으로는 공존을 외치지만 마음엔 탐욕이 가득하다. 파울리의 이상도 루카스의 열정도 지배권을 확보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결국 소유로 인한 불행이라는 마지막 결론은 넬레가 전해주고자 하는 극렬한 메시지다. 당신의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인가? 더위를 한방에 식혀줄 ‘너무 친한 친구들’ 무척 매력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