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키리크스 - 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지식갤러리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인사이드 위키리크스’ 폭로 전문 사이트의 내부를 폭로한다. 폭로에 관한한 예외조항을 인정하지 않는 위키리크스에 절체절명의 순간이 다가온 것인가? 익명을 자랑하는 위키리스크를 폭로한 사람은 다름 아닌 돔샤이트 베르크다. 그는 최근까지 줄리안 어산지와 위키리크스의 2인 체제를 운영해온 인물이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뒤집어 놓은 조직이라서 그런지 위키리크스를 떠났지만 돔샤이트 베르크 역시 뜨거운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그는 현재 오픈리크스를 운영 중이다. 한때 젊음을 바쳐도 좋다고 생각했던 위키리크스를 떠난 그가 비슷한 사이트를 운영한다는 것이 뜻밖이다. 그는 떠나기 전 위키리크스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그의 신랄한 비판과 진심어린 우려에 비해 줄리안과 위키리크스는 놀라울 정도로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돔샤이트 베르크는 왜 위키리크스에 관한 글을 써야만 했을까? 읽는 내내 감출 수 없었던 불편함은 돔샤이트 역시 위키리크스의 권력일부를 차지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즉흥적이고 제멋대로인 줄리안에 비해 상당히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인물이었다. 돔샤이트는 노력한 대가를 원했고 위키리크스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싶었다. 힘든 일을 겪은 다음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왜 처음부터 줄리안과 정확하게 선을 긋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몇 번의 폭로로 위키리크스의 인지도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돔샤이트는 머리 아프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오랫동안 간직해 온 위키리크스의 가능성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돔샤이트와 줄리안의 관계가 급속히 나빠지게 된 시기가 이때쯤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는 그동안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줄리안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위키리크스는 둘을 묶어 놓을만한 충분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었다.
‘인사이드 위키리크스’는 줄리안과의 결별 후 돔샤이트 베르크가 자전적으로 폭로한 위키리크스의 내부문서다. 줄리안과의 처음 만남부터 위키리크스의 운영과 관련된 세부적인 사항, 무엇보다도 자료를 입수하기까지의 과정이 세세하게 드러나 있다. 그는 시종일관 위키리크스를 떠난 것을 줄리안의 탓으로 돌린다. 자신의 명백한 의도와는 달리 줄리안은 처음부터 위키리크스를 자신을 우상화시키기 위한 사이트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최근 줄리안의 행적을 보면 돔샤이트의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줄리안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위키리크스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위키리크스를 통해 변화를 꿈꾸었던 두 천재의 운명은 안타깝게도 빗나갔지만 그들은 느슨한 세상에 누구보다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엄청난 위험이 수반되었음에도 위키리크스가 단기간에 그토록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그들은 가감 없이 증명하였다. 인간은 누구나 비밀을 간직하고 있고 폭로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만약 충분한 익명이 보장된다면 주위는 폭로로 넘쳐날 것이다. 이에 반한 비밀을 간직하고픈 기득권자들의 욕망 또한 위키리크스에겐 충분한 먹이가 되었다. 위키리크스는 잘 꾸며진 플랫폼으로 인간의 욕망을 거래한 것이다. 줄리안은 위키리크스가 지닌 엄청난 힘을 알았다. 하지만 누구나 고민하는 미래에 대한 비전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러한 그의 선택은 내분을 일으킬 원인을 제공했으며 돔샤이트는 단번에 줄리안과의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돔샤이트는 위키리크스를 줄리안의 사이트가 아니라 폭로전문사이트가 되기를 원했다. 또한 줄리안의 구속이 위키리크스에 어떠한 피해를 입힐지 상당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위키리크스 내에서의 줄리안과 돔샤이트를 원했던 것이다. 어느 해보다 추었던 겨울을 뜨겁게 달구었던 줄리안 어산지에 관한 소식이 잠시 수그러든 분위기다. 향후 비평가들이 위키리크스와 줄리안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모르겠지만 2010년, 그들은 금기의 영역을 넘어선 최초의 조직으로 기억될 것이다. 물론 세계 어느 곳에서나 스파이나 폭로자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위키리크스는 최소한 어떠한 대가없이 비밀문서 전문을 폭로한 최초의 웹사이트로 기억될 것이다. 돔샤이트는 위키리크스에 모든 것을 걸어도 좋을 만한 가능성을 보았다. 하지만 그 역시 권력의 다툼이라는 유혹을 넘어서지 못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을 때 세상은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쉽게 잊혀간다. 자극은 순간적이며 모순은 지속적으로 우리를 괴롭혀 왔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위키리크스를 주목하는 이유는 정치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앎의 과정을 통한 통로의 부재가 얼마나 자신을 얼마나 왜소하게 만들고 있는지 스스로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