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동아시아를 만나다 금강인문총서 2
석길암 지음 / 불광출판사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우린 아이들에게 박물관이나 유물전시관을 방문하라고 강요하며 위인전을 읽으라고 독촉하는 것일까? 정작 본인들의 역사관은 어떻게 형성되어있는지 문틈만한 의문이라도 해본적은 있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우린 역사에 관한한 작가의 상상을 빌린 미디어나 자극적인 소설에 의존할 뿐이다. 정작 자신의 과거에 대한 뿌리를 찾거나 지나간 시간에 대한 재해석 따위는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헌데 유독 아이들에게 역사관을 강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의 중요성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설령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있는 문화의 관습마저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전형적인 동아시아에 속한다. 수천 년 동안 흥망성쇠를 거듭해온 동아시아 국가들에겐 크게 세 가지의 공통된 코드가 존재해 왔는데 바로 한자와, 유교, 그리고 불교문화다. 특히 한자는 수천 년 동안 동아시아 국가들에겐 절대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에 필적할만한 코드가 바로 불교, 즉 대승불교다.

종교의 절대성에 대해선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단, 불교가 어떻게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파되어 한국과 일본에서 화려한 꽃을 피우게 되었는지, 또한 그들이 이룩한 사상과 문화가 어떠한 방식으로 동아시아에 자리를 잡게 되었는지 이에 대한 고찰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대부분의 종교들이 사회적 혼란이나 핍박 하에서 절대권자나 스승이라 불리는 자들의 통찰력이나 깨달음에 의해 시작되었듯이 불교 역시 극심한 혼란과 전쟁 속에서 석가모니의 다르마(깨달음)로부터 시작되었다. 석가모니 사후 아소카왕은 전쟁이 가져다주는 피폐를 깨닫고 불교에 귀의하면서 선정을 베풀었는데 그가 남긴 유산들은 후대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는 종교의 자유를 철저하게 보장했고 부처님의 사리를 안장한 사탑을 남겨 호법왕, 전륜성왕으로 불리며 신라의 왕들에게까지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호법왕을 자칭하는 법흥왕과 진흥왕이 그 대표적인 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아소카왕의 호법은 불교의 부흥을 일으켰고 수많은 전법승들이 목숨을 걸고 실크로드를 횡단하게 되는 계기가 마련된다. 동아시아로 불교가 전파되는 순간이다.

당시 인도의 전법승들과 중국의 구법승들을 역경승이라 불렸는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컸던지 왕과 상인들의 절대적인 호의는 물론이고 역경승들이 지나가는 도시마다 새로운 문화가 창조되거나 새로운 도시가 건립되었을 정도라고 한다. 이후 불교는 수나라 문제 시절 절정기를 맞이하게 된다. 권력과 어깨를 같이한 불교는 결국 스스로 위기를 초래하는데 측천무후 사후 불교는 폐단이라는 최대의 위기를 맞기도 한다. 이러한 혼란을 틈타 정통과 이단이라는 다양한 불교문화가 동으로 이전하게 되니 한국이나 일본 역시 이러한 상황을 벗어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시기에 간과해서는 안 될 사항이 사경과 인쇄기술의 발전이다. 역경을 통한 사경은 불교의 전파를 위한 핵심사항이었지만 인도어로 된 불경을 한자로 번역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불경의 번역이 1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루어지면서 동아시아 문화는 불교의 절대적 영향권에 들게 되었다. 현재 한국 유무형문화재의 85%이상이 불교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하니 당시의 불교문화가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영향력을 끼쳤고 발전해왔는지 짐작이나마 할수 있을 것 같다.

불교는 한국문화의 핵심 코드 중 하나다. 조선시대 성리학적 사풍이 아직까지 지배적이고 근대화를 통한 서구의 다양한 문화와 종교들이 우리들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우리의 마음 어딘 가엔 불교문화의 원형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손을 잡고 사탑을 돌던 기억이 사라지지 않았고 해마다 자식을 위해 삼천 배나 만 배를 올리는 부모의 고행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불교는 고려시대 이후 찬란한 명맥을 잃어버렸다. 물론 성철스님들을 비롯한 현대 불교의 위대한 스승들이 불교의 꽃을 피우셨으나 최초의 불교가 전하고자했던 문화로서의 불교 즉, 재가자와의 소통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불교가 동아시아를 만난 지 20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이중 1000년은 불교의 최대 부흥기였다. 종교를 선택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종교의 목적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불교의 새로운 탄생을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