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숏 Big Short - 패닉 이후, 시장의 승리자들은 무엇을 보는가
마이클 루이스 지음, 이미정 옮김 / 비즈니스맵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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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사태가 월가를 휩쓸고 지나간 지 2년이 흘렀다. 퇴출된 몇 기업을 제외하곤 눈에 띄게 보이진 않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부었던 정부의 기대만큼이나 모든 상황들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더블딥이라는 공포가 슬며시 고개를 들며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누구도 현재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어려운 집안에 불을 지른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못된 부분에 대한 치료마저 은근슬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금융정책에 대한 한계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들이 뿌려놓은 찌꺼기들이 여전히 꿈틀거리며 세계 금융시장을 기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역시 그 대표적인 나라들 중의 하나다.

월가는 경영학도들에게 가장 선망이 되는 위대한(?) 금융시장이 펼쳐진 곳이다. 세계 유수의 천재들은 월가의 중심에서 세계금융시장을 호령하기를 희망한다. 일반인들이 1~2만 달러에 목숨을 걸때 그들은 수천억 달러를 좌우지하며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다. 이는 월가의 시스템과 그들이 만들어 놓은 골든룰을 더욱 곤고히 해야 할 강한 의무까지 포함되어 있다. 누구도 알지 못하도록 복잡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판매해야 하는 것, 상대보다 앞서 모든 정보를 만들어야 하는 곳, 또한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하더라도 자신들의 연봉은 바뀌지 않아야 하는 것, 아마도 월가의 천재들은 이러한 모든 것들에 인생을 걸만하다고 느낄 것이다. 사실적으로 엄청난 돈은 세상의 많은 부분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는 그 모든 것들에 최초의 경고를 보낸다. 사실적으로 조그만 경고들이 그들 앞을 지나쳤지만 누구도 자신들의 위치가 움직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덕분에 우린 본의 아닌 세상을 알게 되었다. 숨겨진 월가의 진실을 말이다. 우리의 주식시장이 얼마나 작은지를 알게 됐고 우리 존재감이 그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지는지 적나라하게 알게 되었다. 이제 많은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탐욕보다도 월가의 탐욕에 치를 떨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들은 여전히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있다.

최근에 경영학의 폐지론에 관한 논란이 자주 오르내린다. 사회 통찰에 대한 거시경제의 입장이라면 가치창출에 도움이 될 만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자본주의의 총아라 할 수 있는 경영학의 지나친 탐욕은 점점 세상을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자료를 통해서 돈의 교환가치가 이미 시장을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돈은 자율적인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치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공모나 정책으로 인한 절대적 가치로 변환중이다. 절대적 가치란 말이 거슬리겠지만 권력자들은 절대적 독점을 가장 좋아한다. 자신만이 만들어 놓은 룰은 세상을 다루기에 더할나위없는 조건을 제시한다. 모기지 대출을 이용한 월가의 투자회사들 역시 그러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세상이 혼란에 빠지면 소수의 영웅들이 탄생한다. 서브프라임의 영웅은 단연 신용부도스왑을 통한 공매도를 선택했던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레버리지를 이용해 작게는 수배에서 크게는 수십 배의 차익을 얻었다. 제로섬게임이라는 채권시장에서 얻는 이가 있으면 분명 잃는 이가 존재한다. 수천억 달러를 잃은 기관이나 투자회사들은 거대한 짐을 떠넘기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린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들 역시 최종적인 피해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피해는 결국 투자를 했든 하지 않았던 국민들에게 떠넘겨 진다.

빅숏은 마이클 루이스가 선택한 월가의 보고서다. 2004년 몇 차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 투자회사들이 서브프라임을 찬양하고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탐욕에 눈이 멀어 무분별하게 CDS 와 CDO를 발행했는지 월가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그는 월가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적당주의와 관료주의를 꼽는다. 어느 누구도 CDO 상품내용에 관심을 두지 않고 트리플 B가A로 둔갑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월가의 매니저들은 신용평가회사의 적당주의에서 무한한 기회를 포착한다. 그들은 기회를 이용하는데 천부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으며 교묘하게 눈속임하는 재주 또한 탁월하다. 결국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더 알지 못하는 영업사원들의 말에 모든 재산을 걸게 된다. 모순은 어디론가 귀결되는데 투지회사들 역시 그들이 파 놓은 구덩이에 점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 배만 부르면 모든 것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란 말은 이제 통용되기 어렵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매시간 누군가와 연결되어있고 크든 작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호작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나비효과는 이러한 현실적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해주고 있다. 루이스는 거대한 성으로 둘러싸인 월가가 얼마나 허무적이고 진실과는 거리가 먼 세상인지를 우리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사회적 교환가치에서 어느 한 곳이 무너지고 절대적이 되어 버리면 모든 관계가 한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루이스 역시 한때는 그러한 월가에 목숨을 바쳐 일을 했을 것이다. 그가 빠져나온 월가는 여전히 복잡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시장을 꿈꾸고 있다. 서브프라임 후 새로운 시장의 승리자들은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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