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결사의 세계사
김희보 지음 / 가람기획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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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면허라는 이름으로 히트를 친 영화가 있다. 제임스 본드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세계적인 비밀 암살 집단의 실체를 알린 007이란 영화다. 너무 멋진 주인공은 세계 각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국가나 체제에 반항하는 정적을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들에겐 사법권을 능가하는 즉결처분권이 있다. 바로 살인면허다. 요즘 우리에게도 익숙한 드라마 아이리스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세상을 이분법으로 본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추구하고자하는 것은 정의이고 상대는 사라져야할 정적이다. 한마디로 선과 악의 대결이다. 상대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서로는 사라져야할 대상일 뿐이다. 결국 권력만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역사를 바꾼 비밀조직의 실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세계를 이끄는 리더들의 대다수가 프리메이슨 조직의 일원이고 그 배후에 유대인들이 있으며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그들에 의해 조작되었다면 당신은 역사적 사실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이는 단순히 비밀조직에 국한된 역사적 스토리가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된 계획적인 세계패권의 음모일수도 있고 종교적인 통합을 바라는 비밀조직의 암투일 수도 있다.

전쟁이나 테러 등이 일어나면 세계 언론은 즉각 배후를 지목한다. 서로가 배후자라고 나서는 상황이 벌어지는가하면 실마리도 풀지 못한 채 미궁 속으로 빠져버리는 사건들이 존재한다. 대중은 의문을 더하지만 사건 주변은 온통 비밀투성이다. 비단 외국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근대사에서도 크고 작은 비밀 조직들이 정치에 간여해 역사를 뒤바꿔 놓은 사례가 부지기수다. 권력에 반대한 수많은 인사들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갔다. 시간은 우리를 망각 속에 가두어버리고 언론은 늦게나마 조작된 결론만을 되풀이 한다.

로스챠일드가의 경제음모는 경제위기가 팽배한 요즘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제들 중의 하나다. 유대인 가문인 로스챠일드가는 워털루 전쟁을 통해 재벌의 반열에 올라섰고 현재 그들이 차지하는 세계경제의 위상은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동아시아의 통화위기 역시 그들의 작품(?)이라는 해석이 다분하다. 실마리를 푼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비밀조직이라는 배후의 실체가 보여주는 가공할만한 위력 앞에 세계는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댄 브라운의 전기적인 소설 다빈치 코드를 모르시는 분은 없을 것 같다. 다빈치 코드는 일신주의 사상과 믿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져야 했고 기독교 사상을 불신하는 사람들에게 종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일으켰다. 다빈치코드는 시온수도회라는 비밀조직을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한다. 사실적으로 종교만큼 비밀조직이 많은 집단도 없는 것 같다. 같은 뿌리를 지닌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구현하는 평화로운 세상은 그들만의 세상은 아닌 것 같은데 중세시대를 거쳐 그들이 벌려놓은 해악에 대해선 어떤 의문성도 제시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이 자주 말하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란 문구처럼 진정한 진리가 무엇인지 숨기고만 있지 말고 모든 것을 오픈한다면 훨씬 진리에 가까워 지지 않을까?

세계적 지도자들 역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비밀조직을 양성해왔고 핍박을 이기지 못한 농민이나 양민들 역시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 또 다른 비밀조직을 만들어 왔다. 우리가 아는 조직이든 아니든 그들이 말하는 바는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고 민중을 구한다는 명분이 대세다. 이는 히틀러도 마찬가지였고 볼세비키 혁명의 주인공들이나 중국의 홍건적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권력에 대한 집착과 과대망상증이 전혀 다른 역사를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권력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어떻게 정의 할 수 있을까?

인류가 탄생한 이래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한 일을 꼽으라면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언제나 역사적 회오리의 중심이 되는 종교의 탄생일까? 현생인류를 반석위에 올려놓은 과학의 발견일까? 아니면 모든 지적인 활동의 기초가 되는 철학적 사고의 탄생일까?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너무도 뚜렷하기에 한부분만 가지고 성공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류는 여러 공통분모들의 활약을 통해 서로 분리되고 통합되는 연속과정을 겪으면서 진화를 해왔다는 편이 훨씬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세계사도 바라보는 개개인의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역사관을 가질 수 있다.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비밀에 연루된 상황들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 세계사를 점령해온 비밀결사의 모든 것, 새로운 역사적 관점을 바라보는 것도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좋은 사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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