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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의 탄생 - 한 조각씩 꺼내 보는, 14가지 약 이야기
김효정 지음 / 반니출판 / 2026년 10월
평점 :

약은 어떻게 탄생되었을까? 자연재해로부터 인류를 벗어나게 해준 최초의 약은 무엇이었을까? 지금은 너무 흔해 과잉복용을 염려하지만 불과 100전만 하더라도 인류는 수많은 질병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어있었다. 전염병은 수천만의 목숨을 앗아갔고 전쟁은 무기보다 상처로 인한 감염이 승패를 좌우했다. 질병은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 자연치유나 과도한 수술이외에는 치료방법이 전무했다. 수명이 짧은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21세기, 인류는 건강한 노후를 걱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를 괴롭혔던 대부분의 질병들이 사라졌고 최근엔 맞춤형 개인의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의학의 발전은 수명연장뿐만 아니라 새로운 문명을 창출시키고 있다. AI는 인류에게 어떤 미래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반면에 인간은 여전히 약물중독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에 구속되어있다. 약은 어떻게 인류를 변화시켜왔을까? 약의 역사를 통해 문명을 반추해보는 것만큼 값진 시간도 없을 것이다.
꽃말이 쓰러진 병사인 양귀비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플랑드르 벌판에서 가장 먼저 피어나는 꽃이다. 유럽에선 전사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양귀비꽃을 가슴에 달았고 베이글이나 샐러드드레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양귀비는 꽃잎이 떨어지면 초록색 꼬투리가 부풀어 오르는데 살짝 금을 내면 우윳빛 진액이 흘러나온다. 아편(opium)이다. 고통을 잊고 깊은 잠을 선물해준다고 해서 고대인들에겐 기쁨을 주는 식물이었다. 양귀비는 무역로를 타고 빠르게 세계로 퍼져나갔다. 19세기, 양귀비 성분을 분석했던 제르튀르너는 꿈의 신 모르페우스의 이름을 따‘ 모르핀’이란 이름을 붙인다. 모르핀의 강력한 효능에 놀랐던 제르튀르너는 인류에 강한 경고를 남겼다. ‘부디 대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 하지만 그의 경고와는 달리 아편은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었고 동아시아를 처참하게 무너뜨렸다. 모르핀은 미국과 유럽으로 건너가 남북전쟁과 1차 세계대전의 포화를 견뎌야했던 병사들의 유일한 진통제였다.
거대 제약회사 바이엘은 모르핀에 아세틸을 합성해 헤로인을 탄생시켰다. 바이엘의 과장광고 덕분에 세계는 더욱 강한 중독에 빠져들었다. 20세기 초엔 코카인이 함유된 코카콜라, 헤로인 기침약, 모르핀 진통제를 어디에서든 쉽게 구입했다. 미국이 왜 그토록 마약에 취약하고 마약범죄와 중독자가 많은 지 이해되는 대목이다. 마약단속이 시작되면서 마약은 더 작고 강하게 농축되어 마피아와 카르텔의 손을 타고 암시장에서 거래되었다. 고통에서 인류를 구원해줄 영원한 치료약은 없었다. 마약은 순간적인 고통을 완화시켜준 대신 신경회로가 망가지는 중독을 가져왔다. 당시 독일의 거대 카르텔 IG 파르벤, 퍼듀 파마로 알려졌던 세클러 가문은 마약과 중독의 이해관계를 가장 잘 포착했던 거대 제약회사들이었다. 특히 환자를 고치기 위해 연구한다던 벨기에 과학자 얀센은 호흡 중추까지 마비시키며 모르핀보다 100배강한 펜타닐을 탄생시켰다. 이들은 인류에 거대한 코브라가 되어 극단적으로 사회를 붕괴시켰으며 뼈아픈 고통의 원인을 제공했다.
약학이 처음부터 모순을 따르진 않았을 것이다. 한 알의 약이 탄생하기 위해서 수많은 과학자의 노력과 희생이 담보되었고 희생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결과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과 발견을 통해 다양한 과학적 진보가 이루어졌다. 19세기 의학은 21세기 최첨단 의학의 초석이 되었다. 열이 나거나 몸이 조금만 아파도 타이레놀이나 아스피린을 찾는다. 최근엔 약물과잉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과도한 항생제 남용은 생태계 교란의 주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인간은 수시로 바이러스에 노출되어있다. 바이러스는 수십억 년 동안 지구를 지배해왔던 실체적 주인이다. 우리 신체도 절반이상이 바이러스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약은 몸에 크고 작은 흔적을 남긴다. 약은 아는 만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본 책은 인류 문명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며 약이 어떻게 탄생되었고 변화되었는지를 소개한다. 약학의 역사를 통해 과학의 발자취를 되짚어보고 인문학적 성찰을 덧붙인다. 1장은 타이레놀과 아스피린, 마약진통제, 마취제를 중심으로 고통을 벗어나려는 인간의 처절한 흔적을 추적한다. 고통이 곧 죽음으로 연결되었기에 마취제의 효능은 그야말로 신의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마취제는 진통, 환각을 통해 부족의 규합이나 종교. 전쟁등 새로운 세계관의 통로가 되었다. 인류는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전염병에 가장 큰 공포를 느꼈다. 자연에 대한 이해가 확산되었고 과학에 대한 의존이 더욱 깊어졌을 것이다. 엄청난 고통과 수많은 희생이 뒤따랐지만 과학자의 노력은 인류의 생명과 존엄성을 지켜나갔다. 인생엔 피할 수 없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고통과 감각, 생존과 공포, 욕망과 균형이다. 인류사를 바꾼 14가지 약 이야기, 친숙한 이름 밑에 숨겨진 약의 흔적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설계해본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