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걸지 않은 자에게 세상은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는다 ㅣ 서양철학전집 하이엔드 고전 4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 클래시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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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왠지 거북하다. 비토정서가 유난히 눈에 띄어 대화와 타협이란 말이 어색할 정도다. 편견이 가득한 개인의 정치 성향도 한 몫 한다. 자신에 맞지 않는 정치풍토를 굳이 인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다양한 정치적 색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절대자의 독재로 얼룩질 것이다.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한국정치의 풍토는 다양성에 그 목적이 있다. 반면에 상대의 의견도 존중해야한다. 정치에 당위성이 존재할까? 일부정치인들의 호소와는 달리 정치는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 이해하기도 판단하기도 난해하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이익집단의 움직임이 교차되면서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다. 마키아벨리는 움직이는 정치판을 아무런 조건 없이 기록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그는 희대의 작품 군주론을 통해 굴러가는 권력의 흐름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서술했다.

 

1502년 피렌체는 최고 행정직의 임기를 종신으로 바꾸고 피에로 소데리니를 앉혔다. 그는 마키아벨리의 상관으로 14년 동안 행정수반을 수행하며 합리적인 원칙주의자란 존중을 받았다. 하지만 1512년 메디치 가문의 출현과 함께 갑자기 축출되었다. 그를 가장 근접에서 바라보았던 마키아벨리는 소데리니의 착한 성품이 그를 무너뜨렸다고 판단했다. 돌아오는 권력 앞에 인내와 선의는 무용지물이었다. 억울할 수 있다. 우리의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관용이란 말로 대체되는 대부분의 상황이 억울함으로 끝난다면 판단을 잘못한 것이다. 소데리니에게도 충분히 고려할 시간이 있었고 이를 새롭게 인식할 계기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좋은 것이 현명하다는 감정과 분위기는 당장의 피로를 덜어주지만 결국 가장 뼈아픈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억울함은 세상이 보내는 청구서가 아니다. 자신 안에서만 유통되는 화폐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결론만을 기억한다. 누가 그 자리에 남았고, 누가 밀려났는가?

 

조금씩 양보하면 모든 이들에 혜택이 돌아갈까?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분명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는데 왜 그 손해가 모두를 위한 것이란 이름을 달고 나온 것일까? 도덕, 양심, 양보라는 말이 등장하면 반박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도덕이 아닌 도구의 문제다. 누가 이것을 말하고 어떤 의미를 내포하느냐에 누군가는 보호받고 누군가는 피해를 입게 된다. 권력자는 명분을 들먹이며 양심에 호소한다. 하지만 그 자리엔 분명하게 이득을 보는 이가 존재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 21장을 통해 가장 성공한 군주로 추앙받는 페르난도를 예로 든다. 그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치렀고 미라노를 추방하며 재산을 몰수했다. 경건함의 이름으로 가장 잔혹한 행위를 저질렀다. 마키아벨리는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아무도 반박할 수 없는 구조의 변화는 신앙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질문하는 자는 반역자가 된다. 이것이 명분의 실체다. 명분은 행동을 정당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반대의견 자체를 도덕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

 

본 책이 전달하는 첫 번째 주제는 현실 직시다. 마키아벨리의 사실성을 가장 정확하고 실체적으로 만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두루뭉술한 전략과 경계를 명확히 짓지 않는 어떤 행위도 현실정치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분명 호의는 중요하다. 하지만 한 번의 실체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게 된다. 마키아벨리의 전략은 잔인하고 냉철한 공격이 아니다. 오히려 잔혹한 공격에 대한 방어에 가깝다. 현실직시는 상황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가장 현명한 판단을 이야기한다. 그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아닌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는 지를 기록했을 뿐이다. 기록이 불편한 이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쉬운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좋은 말에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다. 누군가 당신을 호의적으로 평가한다면 부정하지는 말자, 단 누가 값을 치르게 되는지. 조용히 생각해보자.

 

존경받지 못할 바에는 철저히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라. 마키아벨리의 통제기술을 관통하는 말이다. 가장 성실한 사람이 마지막에 남는다. 문제는 그가 거절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상대는 상황을 계산한다. 그리고 부탁에 대한 결과를 예측한다. 사람은 상대의 성격을 보고 대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반응을 보고 판단한다. 안전하다는 것은 함부로 해도 된다는 반증이다. 군주론 17장의 질문은 사랑과 두려움을 주제로 한 통제의 기록이 등장한다. 사랑은 상대의 마음에 달려있다. 또한 상대의 기분,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반면 두려움은 자신이 정한다. 마키아벨리는 두려움에 규칙을 정한다. 무엇에 화를 내는지 정확히 알려줄 때, 두려움은 예측이 된다. 사랑으로 정치를 계산할 수 없다. 처벌을 아끼면 질서가 무너져 훨씬 많은 이들이 다친다. 반면 몇 번의 단호함은 더 작은 혼란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 마키아벨리가 참기 어려웠던 부분은 어정쩡한 관계설정이었다. 자신의 시스템을 정하고 그 틀 안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최소한의 방식을 요구했다.

 

정치는 악이 선이 되고 선이 악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론 과정보다 결과가 운명을 가른다. 마키아벨리는 악을 선이라 말하지 않았다. 그는 악을 악이라 말하며 있는 그대로의 실체를 보여주었다. 그의 사상을 관통하는 두 단어가 있다. 비루투와 포르투나다, 포르투나는 바꿀 수 없는 운명이나 우연한 사건의 흐름이다. 반면 변덕스러운 운명에 맞서 판을 비틀고 역량과 다하는 판단력과 감각, 결단력을 비루투라 부른다. 마키아벨리는 운명에 인생을 걸지 않았다. 오히려 준비되지 않은 운명의 비참함을 강조했다. 그는 시종일관 공격보단 방어, 방어를 준비하는 이의 처절한 준비를 주장했다. 어설픈 생각과 행동이 자신에 미치는 영향을 해석하고 이런 사고의 원인이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갈지를 철저히 분석했다. 이는 무례한 시대를 직시할 수 있는 뚜렷한 혜안을 제시한다. 신과 권력에 맞선 자유의지를 가장 존중했던 마키아벨리, 그는 스스로 운명을 지배하기를 원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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