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자는 가장 완벽한 노예가 된다 ㅣ 시대철학 3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라스푸틴 지음 / 비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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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는 왕이 되길 원한다. 인사권뿐만이 아니라 상대의 생존권까지 통제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한국정치는 왕조를 벗어난 지 100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왕조의 그늘에 가려있다. 권력자들은 대부분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그들이 이루고자했던 수많은 기대와 업적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기억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권력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국가를 해체하고 대중을 소용돌이 빠뜨리며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남기기도 한다. 권력은 수많은 추종자를 만들지만 치명적인 적을 탄생시킨다. 권력에 취할 때, 최고 권력은 가장 나약하고 취약해진다. 내부의 적은 치밀하고 교묘하게 권력의 틈새를 파고든다. 모든 것이 일상적이라고 믿을 때, 권력의 심장부는 서서히 파괴되고 순식간에 무너진다.

 

그리고리 라스푸틴, 로마노프 왕조를 파멸로 이끌고 러시아 제국의 몰락을 앞당긴 제정러시아 시대의 수도사다. 국가적 혼란을 틈타 권력을 사유화하고 내부분열을 일으켜 러시아를 파탄시켰다. 라스푸틴에 대한 스토리는 전설처럼 전해진다. 어떻게 변방의 수도사가 유럽의 맹주 제정러시아를 무너뜨릴 수 있었을까? 당시 러시아는 내외적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었다. 황제는 무능했고 국정은 분열되었다. 관료들은 자신의 생존과 이익에만 몰두했다. 라스푸틴은 권력의 가장 약한 부위를 건드렸다. 유일한 독자였던 황태자 알렉세이의 혈우병을 치유한다는 명목으로 황후의 신임을 얻게 되었다. 그는 조금씩, 하지만 과감하게 궁정을 파고들며 인사권을 전횡하며 국정을 농단하기 시작했다.

 

라스푸틴이 유명세는 러시아의 몰락뿐만이 아니라 그가 선택한 행적이 여전히 현실에 실용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라스푸틴은 철저히 자신을 속이고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장악해 나갔다. 황후는 독자를 살려야했다. 또한 이 모든 상황은 비밀에 붙여야했다. 거짓을 감출수록 라스푸틴의 권력은 확장되었다. 몇몇 왕족과 귀족들은 라스푸틴의 전횡을 경고했지만 황제내외에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성이 잠든 제국에서 완벽한 광기가 지배자로 군림하기 시작한 것이다. 라스푸틴의 생애는 의심투성이였다. 하지만 가장 아픈 부위를 볼모로 잡힌 권력자는 스스로 모든 것을 포기했다. 역사는 아이러니하게 이러한 일들이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자는 가장 완벽한 노예가 된다. 라스푸틴의 행적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까? 혹자는 권력의 이면을 말할 수도 있지만 현대사회를 관통하는 생각 없는 대중을 일컫는 것은 아닐까? 국가는 계약에 의한 합의적 기관이다. 개인은 자유를 저당잡힌채 국가에 권력을 위임했다. 하지만 대중은 권력을 감시하며 권력의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본 책은 라스푸틴의 전횡을 고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식이 해체되고 타인의 잣대에 의존하는 사회구성을 비판한다. 특히 인간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치명적인 결핍징후와 이를 착취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권력의 잔혹성을 가감 없이 폭로한다.

 

저자는 권력을 결핍의 지도를 손에 쥔 자에게 주어지는 조용한 특권이라 말한다. 목소리가 큰 것이 권력이 아니라 목소리가 큰 자가 권력이 부재한 자다. 권력은 굳이 소리치지 않아도 내부의 공기에 따라 움직인다. 대중의 호소는 잠자는 권력을 깨운다. 누군가의 결핍은 결국 권력을 움직이게 만든다. 결핍을 대면하라. 결핍을 직시한 자의 얼굴은 고요함이 깃든다. 황후가 자신을 직시하고 궁정의 결핍을 알렸다면 라스푸틴도 없었을 것이고 제정러시아도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은 나약하다. 절대 권력을 지닌 황제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치명적인 결핍이 더욱 그에게 두려움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인생은 불완전하다. 권력자라고 이를 부인할 수 없다. 오히려 권력에 가까울수록 불완전한 인생을 왜곡하거나 축소시킨다. 정보가 불분명하다고 신비주의를 선택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정보의 거짓과 왜곡을 바로보고 세상을 직시해야한다. 삶은 불안정하다. 불안이 가중될수록 권력자의 노림수는 극대화된다. 분열과 분리, 파열과 혼란은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정치적 신호다. 한국정치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을 위한다고 정치판에 뛰어들지만 그들의 내면은 라스푸틴과 다르지 않다. 그들은 수많은 결핍을 파고든다. 그리고 광기의 철학을 내세우며 대중을 선동한다. 혼란할수록 구원자를 자처하는 악마들이 판을 친다. 사회의 불안요소는 권력자의 가장 좋은 먹잇감이다. 지금 당신이 선택한 권력은 무엇인가?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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