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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조각 난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가 - 교육이 답이라는 거짓말
롭 헨더슨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6년 8월
평점 :

부족민이 200명이 내외인 시절, 원시인류는 주변의 모든 것을 알아야했고 배운 것을 후대에 계승했다. 능력의 차이는 특별하지 않았고 오히려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할 때 생존이 보장되었고 평화가 유지되었다. 아이들은 평등했다. 부모의 위치와 지위가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하지 않았다. 또한 공동육아를 통해 미래의 자원을 보호했다. 각자 스스로의 재능을 발휘하며 살아갔다. 국가가 탄생했다. 공동체가 가족으로 분화되며 계층, 지위가 확산되었다. 수십만 년 인류 공동체가 단위로 해체되는 순간, 하층으로 구분된 아이들은 가장 큰 손실과 피해를 맞게 된다. 안타까운 사실은 누구도 시스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순응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상류와 하류,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비슷한 외모와 학벌, 직업이 다르지 않다면 구분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둘은 보는 순간 확연이 구분된다. 품성과 태도가 외적인 변수라면 부모의 위치와 지위는 내적변수다. 특히 미국사회에서의 부모의 위치는 거의 절대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상하의 뚜렷한 구분을 증명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희망이 아니다. 상류와 하류층에서 바라본 이미지는 확연히 다르다. 상류층은 1%를 유지하기 위해 아메리칸 드림을 상상하지만 하류층은 생존을 위해 하루를 버틴다. 시작부터가 다르다. 환경이 같지 않다. 그런데 세상의 시선은 다르지 않다. 왜, 라는 논제는 상류층의 무지와 하류층의 무관심으로부터 비롯된다. 둘은 같은 세상을 살지만 전혀 다른 생각과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태어나면서 불평등이 시작된다. 덕분에 세상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반면에 사회는 가파르게 양극화되었다.
문제는 상류층이 일으키지만 피해는 모든 이들이 감당해야한다. 우수한 대학교를 나와 공공기관과 정부요직에 앉는 이들은 대부분 상류층이라 불리는 이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특별하다는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무엇보다 스스로에 부여한 당위적 생각이 국민에게 이롭다는 맹목적인 사고에 집착한다. 대부분의 정책이 성공보다 실패를 반복하며 실질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소수자들의 정책은 놀라울 정도로 집요하게 하류층을 파고든다. 상류층은 자신들이 특별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본인들은 거의 아무런 비용 없이 스스로에게 지위를 부여하거나 부여받는 특별한 지위를 누린다. 특히 미국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은 거친 말을 통해 스스로가 대단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반면에 하류계급의 의견과 아이디어는 대가를 지불해야한다.
로버트 킴 핸더슨, 한국인 어머니와 이름도 모르는 아버지를 통해 태어났다.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혹독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저자는 책의 대부분을 통해 그가 느꼈던 위탁가정의 한계와 가족의 부재, 교육환경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음에도 ‘문제가 있다’는 설정을 만들고 대부분의 위탁아를 문제아로 취급하는 사회복지시스템과 장부정책의 미숙함을 토로한다. 아이는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상처를 감추고 내면의 폭력을 정당화한다. 환경은 또 다른 변수다. 하층계급의 대부분은 마약에 노출되어 있으며 음주와 폭력을 통해 그들의 고통을 희석한다. 문제는 축적되고 결국 뜻하지 않는 사고가 반복된다. 저자는 10대를 거치면서 자신과 같은 아이들이 어떻게 무너지고 사라지는지, 누구보다 뚜렷하게 자각했다. 누구도 그들에게 세상의 다른 모습을 이야기하거나 보여주지 않았다.
로버트를 변화시킨 건, 아이러니하게도 군대였다. 군대는 로버트의 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질서가 잡혔고 자신에 갇혔던 생각이 조금씩 풀려나갔다. 단 한 번도 스스로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지 않았던 로버트는 스스로의 인생을 바로보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그를 괴롭혔던 수많은 인간적 갈등과 삶의 조건을 새롭게 인식하면서 그가 가야할 최선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예일대를 거쳐 케임브리지 심리학 박사를 취득한다. 그에게 자수성가란 말이 어울릴까? 세간의 평가보다 세상을 직시하는 그만의 생각과 신념이 로버트의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로버트는 사치신념을 꺼낸다. 대학캠퍼스는 낭만이 가득한 곳이 아니었다. 미래의 계급을 준비하는 곳이었다.
대학과정을 통해 만난 부유한 젊은이들은 자신을 보호해줄 부모가 존재했다. 부모는 보호막이자 지위를 유지해줄 든든한 디딤돌이었다. 부모의 부재를 뼈저리게 체험했던 로버트의 시각은 기존의 생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20%가 80%의 이익을 차지하는 팔레토의 법칙은 1%가 99%를 착취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뛰어난 지식과 품성, 태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면 세상을 비관하고 자신에 가혹한 이들도 쉽게 변하기 어렵다.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 공정하다고 말하는 이들의 속내가 의심스럽다. 정부 또한 불공정한 시스템을 인정하고 활용하길 원한다. 결국 세상은 자신의 의지와 주변의 도움으로 희망을 건질 수 있다. 로버트는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면서 상반된 생각에 젖는다. 자신이 힘들지 않았다면, 지금의 성공이 가능했을까? 반면에 부모가 자신을 케어하고 최선의 교육을 받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했을까?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