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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탄생 - 우리가 찍은 낙인의 역사
수레카 데이비스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26년 8월
평점 :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의 열풍이다. 영화의 성공은 물론 다양한 판본이 서점가를 강타하고 있다. 수천 년이 지난 오디세이의 방황이 왜 이토록 강렬하게 21세기를 휘젓는 것일까? 전쟁, 음모, 방황, 인간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불안을 안고 현재를 살아간다. 경계와 범위를 규정짓고 영역을 확장하며 표면적인 안정을 추구한다. 불안은 삶을 벼랑으로 내몰았다. 예측할 수 없는 것은 생존을 답보할 수 없기에 제거되어야했고 사라져야했다. 이는 외부의 시선뿐만이 아니라 내부에서도 시작되었다. 자신과 다르다는 느낌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공동체의 시선을 벗어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기에 규정과 범위, 차이와 구별을 통해 집단을 유지해야만 했다. 오디세이아엔 다양한 괴물이 등장한다. 인간이 괴물이고 괴물이 인간으로 변신한다. 호메로스는 인간과 괴물의 연속성을 이해했다. 그렇다고 결론이 바뀌지는 않았다. 서사는 끝없이 반복되었다. 역사는 인간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해왔는가? 무엇이 인간을 규정하는가?
인류 역사엔 수많은 괴물이 등장했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괴물이 등장했던 가장 오래된 장편문학이다. 길가메시엔 태곳적 신들의 행위와 우주의 태동을 알려주는 수많은 신들이 등장한다. 길가메시 역시 1/3이 인간이었고 2/3이 신이었다. 길가메시는 수세기후 그리스와 로마, 중앙아시아에 광범위한 신화적 소재를 제공하며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길가메시 시대의 신은 인간과 밀접한 연관을 맺었다. 반면에 잔인하기도 했다. 길가메시는 신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와 불안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시대적 갈망은 수많은 괴물과 함께 문명의 흐름을 주도해 왔다. 그리스 시대, 신의 존재와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신은 더 이상 인간의 존재와 입장을 대변하지 않았다. 신은 만물을 통제하는 전지 전능자였다. 인간과의 뚜렷한 경계가 그어졌다. 신과 인간은 서로에게 괴물이 되었다. 반면에 반인반신으로 인간과의 관계를 이어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반신들의 존재를 괴물이라 정의했다.
과물은 무엇인가? 우리는 괴물을 악마로 상상한다. 하지만 고대 괴물은 악마라기보다 인간의 경계에 위치한 회색지대의 생명체에 가까웠다. 종교의 축이 지배하던 시대, 괴물은 신의 형상을 한 인간과 동일한 영역을 공유할 수 없었다. 인간조건은 더욱 까다로워졌고 다르다는 이유는 혐오와 차별의 신호가 되었다. 수많은 사람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라지거나 처형되었다. 외적인 범주를 넘어 정서적 이상까지, 경계와 범위를 넘어선 이질적인 존재는 혐오와 처벌의 대상이 되었다. 괴물화과정은 타민족과 외부로 시선을 돌리며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원주민을 노예화하는 과정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확장되었다. 서유럽의 침략 전 대부분 고대문명은 신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동물, 몸과 영혼이라는 주제를 삶의 영속성과 존재의 유무, 내세에 대한 다양한 관점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미지의 종은 유럽인들에게 괴물과 다름없었다. 자신과 다르다는 낙인찍기가 문명을 파괴하는 시대였다.
인간은 왜 괴물을 만들었을까? 가장 깊은 의문은 괴물의 탄생이유다. 신과 히어로의 등장이 고단한 현실과 내세를 책임져줄 희망을 의도했다면 괴물의 등장은 두려움만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괴물은 인간에 내재된 수많은 불안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불안한 마음을 괴물로 바꿔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어렸을 적부터 다양한 괴물스토리를 듣고 자랐다. 말하는 동물, 움직이는 나무, 영혼의 교체, 신과의 대화, 수많은 문명과 문화는 괴물이야기를 통해 형성되었다. 베스트셀러 역시 괴물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괴물이 등장하지 않으면 스토리가 무료할 정도다. 그런데 왜 현실에선 괴물과의 경계를 확정짓고자 했을까? 가장 친밀해야할 주인공이 적이 되고 악마가 되었을 때, 인간의 범주는 더욱 왜소해지고 불안전해진다. 괴물화과정은 인류를 극한으로 몰아세웠다. 차이와 구별이 일상이 되었고 경계가 마음을 구분 지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상황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괴물이라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괴물은 어디에든 존재한다.
본 책은 인류의 역사를 통해 인간이란 존재의 의미를 해석하는 방식에 대한 다양한 문제들을 괴물의 생태학을 통해 되짚어본다. 특히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구분하는 방식이 어떻게 타인을 배제하고 인류학을 후퇴시켰는지를 문명적 관점을 통해 소개한다. 인종에 대한 편견과 이해부족, 젠더갈등, 노예제도, 다름의 문명이 세상을 지배해왔던 방식이 괴물화과정을 통해 어떻게 이해되고 해석되었는지, 구체적 자료를 통해 설명한다. 괴물의 조건은 시대마다 달라졌다. 환경이 변화하면 상상의 조건도 달라진다. 현대는 과거와 같은 괴물을 상상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계문명에 대한 과도한 이질감이 괴물화를 일으킨다. AI는 인간을 어떻게 이해할까? 괴물을 고찰하는 것은 인간 존재의미를 고찰하는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규정하고 범주 지으며 한계를 규정해왔다. 괴물의 탄생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괴물을 이해하면 인간이 지닌 수많은 가능성과 잠재된 욕망, 감정의 소용돌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괴물의 탄생은 인류사의 반복이자 문명의 재탄생이다. 생각과 행동이 변화하면 상상의 원동력도 끊임없이 움직인다. 인간 역시 누군가에겐 괴물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