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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감정 수업 - 세상이란 파도를 거침없이 타기 위한 자현 스님의 가르침
자현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8월
평점 :

세상의 기준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요? 그것도 절대적인 기준, 인간은 무의식으로 주어진 기준에 부합된 삶을 갈아갑니다. 이미 내제되어있는 도덕과 윤리도 이런 기준 들 중 하나입니다. 특히 전통이라는 관념은 대표적인 절대적 기준이자 사회범주입니다. 사회적 관계를 통해 삶을 유지하는 인간에게 공동체에서의 소외는 죽음과 같았습니다. 그들은 부족의 일원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관념을 받아들여야했습니다. 국가, 종교, 사상, 이념, 우리가 규정하는 거의 모든 것은 상상의 관념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우린 이를 절대적 진리라 믿고 이를 벗어나면 실체를 잃어버릴까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그런데 관념으로 만들어진 세상이 다가올수록 불안합니다. 평온하고 안정적이어야 할 마음이 뭔가에 쫒기고 알 수 없는 혼란이 삶을 지배합니다. 무엇보다 현실에 대한 의구심이 자주 찾아옵니다. 소왕국의 황자였던 부처도 혼란으로 가득했습니다. 사회의 기준으론 남부러울 것 없었지만 주어진 삶에 대한 회의와 자신이 알지 못했던 사실을 인지했을 때, 불안과 충격이 마음을 괴롭혔습니다. 그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깨닫습니다. 나에 대한 자유의지입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그가 자신과 세상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가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는 문구입니다. 내가 존재하지 않으면 세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나의 생각으로 이루어져있고 나의 의지가 펼쳐지는 곳입니다. 그런데 나와 다르지 않는 수많은 이들이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감정에 쉽게 좌우됩니다. 감정은 대상이 존재해야합니다. 기쁨도 슬픔도 외로움도 모두 상대와의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감정은 인간의 삶을 괴롭히는 것이 아닌 더욱 간절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하지만 우린 감정을 무척 부담스러워 합니다. 때론 거부하거나 통제할 대상으로 여깁니다. 그렇지만 어떤 감정도 의지대로 통제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눌린 감정은 언젠가 더욱 강한 분노로 표출됩니다. 감정은 거대한 바다와 같습니다. 잔잔한 파도가 평온한 마음을 나타낸다면 거친 파도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합니다. 하지만 뿌리는 모두 바다입니다. 흔히 이성으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성은 감정이란 거대한 품안에서 탄생했습니다. 감정은 수십만 년동안 인간의 삶을 지배해왔고 스스로를 보호해왔습니다.
자현스님은 감정을 조절하거나 통제하려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바라보라고 조언합니다. 감정 때문에 괴로운 이유는 감정 자체가 아니라 스스로가 감정에 매몰되었기 때문입니다. 감정이 곧 나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감정을 느끼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감정을 느끼지만 휘둘리지 않는 것, 나와 감정의 분리는 삶의 유동성을 확장합니다. 공자가 안회에게 말한 상대에게 노여움을 옮기지 않는다는 불천노는 감정을 매번 리셋한다는 것을 의미입니다. 울라온 감정을 인지하고 그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 것, 삶을 대하는 최고의 자세입니다.
감정은 일상을 풍요롭게 합니다. 감정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하고 불안한 일상이 지속되겠습니까? 감정을 이해하면 훨씬 재미있는 삶을 만들 수 있습니다. 불교의 핵심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입니다. 감정은 자유롭습니다. 개인마다 느끼는 것도 표현하는 것도 같지 않습니다. 상대에 대한 무한성이 감정의 태도입니다. 직접적 원인과 간접적 조건이 만나 결과가 일어난다는 연기법은 불교의 핵심적 전제입니다. 변화는 개인의 구체적인 삶 안에서 검증됩니다. 누구를 만나고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감정을 공유하느냐에 따라 연이 결정됩니다. 감정을 바로보고 감정이 자신에 전달하는 메시지를 이해할 때 더욱 풍요롭고 행복한 시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 뜻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납니다. 결론에 도달하기도 전에 의도를 벗어나면 비판과 비평, 판단을 앞세웁니다. 그런데 모든 감정엔 대상이 있습니다. 돌부리에 넘어졌다고 돌을 향해 화를 내진 않습니다. 화는 분노의 감정이지만 수치심과 죄책감을 일으킵니다. 상대를 공격하지만 결국 자신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감정은 참으로 모순적입니다. 그럼에도 순간의 감정을 해결하지 못하고 무척 힘들어합니다. 부처의 철학은 시대를 넘어 여전히 삶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중요한 사상이자 삶의 종교입니다. 부처는 자비만 강요했던 인물은 아닙니다. 오히려 주역의 자강불식과 장재의 존 오순사 물 오녕야와 같은 스스로를 강하게 하는 삶의 철학을 강조했습니다. 감정은 삶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자신의 일부입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부처님의 지혜와 해학, 그리고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방법, 일체유심조란 말이 떠오릅니다. 모순 자체를 받아들일 때 삶은 유희가 되고 존재는 그 자체로 언제나 행복합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