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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ㅣ 21세기 시선으로 읽는 동양고전
박찬근 지음 / 청년정신 / 2026년 7월
평점 :

고대 중국엔 나라마나 국가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역이 있었습니다. 주나라 시대의 易(역)을 周易(주역)이라 말하는데 64궤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대에는 서죽을 사용했는데 홀수일째는 陽爻(양효)(긴막대기), 짝수일 때는 陰爻(음효)(끊긴 막대기)라 하며 이를 세 번 반복하여 괘의 상을 얻습니다. 그리고 여덟 가지 조합을 八卦(팔괘)라 합니다. 팔괘를 상하로 합하면 64궤가 만들어집니다. 64궤는 각 효를 중심으로 의미를 부여받고 세상을 길흉을 점치게 됩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불확실한 상황을 예측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왔습니다. 주역은 국가를 운영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심리적 안정감과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 또한 상당합니다. 하지만 주역은 일반적인 의미와는 다른 해석이 존재합니다. 주역이 특별한 이유는 자연과 세상, 인간의 합일이 인간사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팔괘는 주역의 8개 얼굴입니다. 乾(건)은 하늘입니다. 기원전 7세기, 변방의 작은 진나라 양공의 후손들은 중원의 주인이 되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세대를 거치며 적을 무너뜨렸고 결국 천하를 통일합니다. 건은 세 양효가 쌓인 모양입니다. 강건하고 굳센 기운으로 하늘의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 건은 지금 쉬지 않고 있는가를 묻습니다. 세 번째가 불을 뜻하는 離(리)입니다. 리는 삼고처려로 알려진 유비와 제갈량의 관계를 다룹니다.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는 유비의 마음에 파고들었고 그의 분석은 복잡한 천하를 환히 밝혀주었습니다. 리는 어둠을 밝혀주는 불입니다. 지금 내 앞을 밝히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리의 질문입니다. 여섯 번째는 물을 뜻하는 坎(감)입니다. 합종연횡으로 재상에 오른 소진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수많은 고행을 이겨내고 물처럼 막힌곳 을 뚫고 낮은 곳을 채우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지금 이 어려움을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 팔괘는 건, 태, 리, 진, 손, 감, 간, 곤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팔괘를 통해 64궤의 패턴을 읽을 수 있습니다. 64궤는 하괘를 순서로 상괘를 읽습니다. 건이 상하로 여섯양효인 괘가 건괘입니다. 고대인은 하늘을 신성시했습니다. 천자라 불렸던 황제도 하늘을 계승했다는 의미입니다. 하늘은 만물을 탄생하고 이롭게 하는 절대적 힘을 상징했습니다. 진 목공은 자강불식을 실천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잃지 않아야합니다. 건괘의 자강불식은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는 현재와 맥을 같이합니다. 세상이 무척 빠르게 흘러갑니다. 하늘이 멈추지 않고 우리를 비추어주듯이 오늘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미래를 결정합니다. 권력은 수많은 사람을 끌어들입니다. 방법은 다르지만 욕구충족은 같습니다. 개자추는 후일 진의 문공이 되는 중이를 19년 동안 묵묵히 지켰습니다. 중이가 왕이 되자 개자추는 조용히 물러나 면상의 상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곤위지는 땅의 포용력입니다. 곤괘는 여섯효가 음효인 순음지괘, 곧 땅을 의미합니다. 개자추의 침묵과 인내를 땅으로 비유한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공을 치부할 때 조용히 물러나 자신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 땅의 강인함과 포용력을 갖춘 후덕재물의 정수입니다.
주역은 점을 치는 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체로 많은 이들이 주역을 해석하며 길흉을 예측합니다. 저자는 64궤를 해석하며 삶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문제를 궤를 풀어 설명합니다. 고대문장의 유려함과 맥을 짚는 탁월함이 돋보입니다. 무엇보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주역의 한 글자가 무척 쉽게 다가옵니다. 과학기술이 인간의 삶에 접목되면서 엄청난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현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습니다. 노동의 가치도 달라졌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과거엔 존재하지 않았던 다양한 심리적 압박과 갈등이 혼란을 가중합니다. 주역은 2,500년 전 고대인들의 삶을 투영했던 책입니다. 하지만 내용은 현재 읽어도 손색이 없습니다.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고 명료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저자는 하는 일이 막히고 답답할 때, 29괘 감, 39괘 건, 47괘 곤을 추천합니다. 29괘의 감위수는 구천과 부차의 와신상담을 통해 험난함과 위함을 대비하는 방식을 이야기합니다. 구덩이가 깊을수록 바다가 가까워진다는 믿음이 삶의 형질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주역은 삶을 이해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책입니다. 저자의 표현대로 삶의 무늬를 읽는 책입니다. 주역에 담긴 깊은 통찰을 삶에 적용하길 기대합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