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작은 미술관 - 골목길에서 만나는 예술가들의 삶
김정화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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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유럽의 중심은 파리였다. 산업혁명이 유럽을 휩쓸고 있었지만 파리는 새로운 정치적 혁명을 맞이하고 있었다. 프랑스 대혁명, 왕조의 몰락과 시민의 탄생, 잦은 전쟁은 새로운 시대의 개혁과 함께 안정과 위로가 필요했다. 예술가들은 파리로 모여들었다. 혼돈과 혼란은 새로운 질서를 요구했다. 예술도 예외가 아니었고 19세기에 들어서면서 뛰어난 예술가들이 등장했다. 오스만 백작의 파리 확장 정책은 과거의 흔적을 지우는 동시에 새로운 예술의 거리를 탄생시켰다. 사크레쾨르 대성당이 웅장하게 서있는 몽마르트르 언덕, 해발 130m의 낮은 지대지만 고즈넉한 파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파리는 높지 않다. 덕분에 자유와 평등, 독립이 가장 강하게 분출되었던 도시다.

 

몽마르트르는 19세기 중반까지 풍차가 돌아가고 포도밭이 펼쳐진 변두리 시골이었다. 1860년 도시개발이 확장되면서 외곽지역의 몽마르트르엔 술집과 카바레, 댄스홀, 공연장등이 들어서게 된다. 가난하고 자유분방한 예술가들이 꿈을 좇아 파리에 모여 들었다. 르픽가에 들어서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물랭루즈와 빨간 풍차가 한 눈에 들어온다. 툴루즈 로트레크는 물랭루즈에서, 을 통해 당시의 내밀한 분위기를 농밀하게 표현했다. 춤을 추는 무희를 바라보는 빨간 옷을 입은 귀부인의 표정이 인상적이다. 외로운 것일까? 삶의 욕구가 교차되는 작품을 통해 물랭루즈의 흔적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

 

몽마르트르엔 뛰어난 인상주의 대가들이 모여들었다. 외관의 묘사보다 정신과 감정을 강하게 표현하는 후기인상주의는 클로드 모네를 중심으로 크게 확장되었다. 드가, 마리조, 피사로, 카사트등이 새로운 화법을 선보이며 색을 회화의 중심으로 이끌었다. 고흐 역시 인상주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색의 조화를 통한 생명력을 일깨우는 작품에 집중한다. 몽마르트르는 예술가들에 깊은 감명과 감동, 영혼의 교차를 일으켰다. 물랭 드 라 갈레트, 갈레트라 불렸던 커다란 풍차는 몽마르트르의 대표적 놀이터였다. 갈레트는 고흐와 르느와르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었다. 르느와르는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를 통해 흥겨운 야외음악회를 표현했는데 다채로운 표정의 군중 이미지와 안정적인 구도는 마치 그곳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왜 이 작품이 전설로 인정되고 있는지 눈길을 뗄 수 없다,

 

불문학을 전공하고 미술에 푹 빠진 저자의 선택은 예술에 응축된 작은 세계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예술은 인간의 적극적인 의사표현이다. 작품은 작가가 세상에 자신을 알리고자 하는 특별한 메커니즘이다. 들라크루아는회화에서는 작품 속에 그려진 인물들의 영혼과 작품을 보는 사람의 정신 사이를 잇는 신비한 다리 같은 것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예술작품은 시간의 흔적을 좇아 정신을 일깨우고 삶의 희비를 정의하며 미래의 방향을 기대한다. 작품은 저마다의 해석을 통해 새롭게 탄생하며 작가의 생을 통해 삶의 본질을 담고 있다. 저자는 파리 골목에 담긴 조그만 미술관을 찾아가며 거리와 건물, 자연을 통해 작가의 숨결을 확인한다. 그리고 공간과 시간사이에 축적된 이야기를 풀어낸다.

 

부유층이 사는 파리 16, 개선문과 트로카데로 광장을 지나 서쪽으로 블로뉴 숲까지, 조용한 고급 주택과 매력적인 카페와 레스토랑이 많은 파시엔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이 있다. 이 곳 역시 19세기 중반 파리 개조사업과 함께 크게 번성한 지역이다. 광산업으로 큰 부를 축적한 마르모탕은 대단한 미술품 수집가였다. 대를 이어 왕정과 나폴레옹시대의 예술품을 수집했던 폴 마르모탕은 사후 저택과 수집품을 예술원에 기증한다. 당시 파리엔 모네를 중심으로 한 인상주의화가들이 대거 등장했으나 사실주의를 고수했던 마르모탕은 전통에 집착했다. 그런데 불우한 예술가들을 후원했던 빅토린의 등장으로 마르모탕의 의도와는 다르게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미술관을 채우게 된다. 르누아르, 카유보트, 그리고 모네의 작품들이 기증되면서 1993,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으로 재개장된다. 1층엔 제정기의 화려한 가구와 장식품이 전시실을 빛낸다. 마네와 모리조의 초상화를 감상하면 지하실로 모네의 특별 전시실을 만날 수 있다. 인상주의를 탄생시킨, ‘인상, 해돋이가 기다리고 있다.

 

고전과 현대가 어우러진 파리, 골목마다 예기치 않은 과거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예술은 시대의 혼을 반영한다. 개인이 겪는 고민과 고통, 기쁨과 슬픔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삶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완성한다. 시대는 변하고 있지만 인간의 마음은 고정적인 실체를 찾아 나선다. 위안과 위로가 필요하고 평온한 일상이 가장 원했던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종교적 환희나 엄격한 도덕적 책임감, 이를 너머선 자유분방한 개인의 일탈, 자유와 독립은 인간이 추구하고자 했던 삶의 열망이었을 것이다. 때론 거대한 성당을 통해 세상의 모습을 투영하지만 반복적인 일상은 새로운 형태로 태어난다. 들라크루아 미술관으로부터 자코메티 미술관까지 미술관에 얽힌 화가들의 생애는 파리의 다채로움 속에서 빛을 낸다. 허접한 마음을 위로해주는 아날로그 시대의 짙은 향기가 묻은 파리의 작은 미술관, 아름답고 솔직하다. 예술은 마음을 움직인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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