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는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 멘델에서 합성생물학까지, 유전자를 다시 읽다
김훈기 지음, 전방욱 감수 / 동아엠앤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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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게놈, 읽기에서 쓰기로의 전환, 생명의 설계와 제조를 꿈꾸어 왔던 과학자들의 연구가 현실화 되고 있다. 2013년 하버드대 의대교수인 조지 처치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의 화석 뼈에서 일부 유전자를 추출해 염기서열정보를 확인하고 유전자를 합성에 인간 줄기세포에 이식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네안데르탈인과 유사한 유전자를 가진 수정란을 만들 수 있다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생명공학이 합성생물학을 중심으로 세상에 나오는 순간이었다. 처치는 Regenesis(새로운 창세기)란 용어를 사용하며 세포 내 23개 염색체의 염기를 모두 합성해 낸다는 게놈프로젝트 쓰기를 사이언스에 게재한다. 그리고 2025년 영국은 인간 유전체를 인공적으로 설계하고 합성하는 대규모 국제 프로젝트, SynHG를 착수한다.

 

기존의 유전자 치료가 유전체 편집기술을 활용하여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찾아 고치거나 왜래 유전자를 덧붙이는 국소적 방식이었다면 인간게놈합성프로젝트는 애초에 결함이 없는 유전정보를 설계하고 새로운 살아있는 세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편집에서 설계로 유전체의 활용이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생명공학에서도 눈부신 성장이 이루어져왔다. 분자생물학을 중심으로 컴퓨터과학, 나노공학이 융합되며 생명체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응용하려는 흐름이 시작된 것이다. 합성생물학은 시스템생물학의 결정체다. 시스템생물학은 유전체학, 전사체학, 단백질체학, 대사체학등 오믹스분야의 지식과 기술을 통해 세포내 다양한 성분들의 상호작용을 밝히고 동적변화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분야다.

 

자연세계에 존재하지 않은 생물 구성요소와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일, 자연세계서 존재하는 생물시스템을 재설계해 제작하는 합성생물학은 생명공학의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와 해결방식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다. 유전자를 레고와 같이 모듈화 한다면 이를 생명으로 인식할 수 있을까? 수십억 년의 시간에 대한 역설은 진화로 증명된다. 합성은 진화가 아니라 새로운 기계의 출현에 가깝다. 또한 유전자를 부품화, 표준화하는 작업이 일부 의료적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지 몰라도 생명 본질에 대한 의구심을 내려놓기 어렵다. 만약 조그만 오차라도 발생한다면 후폭풍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생명공학에 쌓인 질문은 그들이 추구하는 연구만큼이나 큰 사회적 파장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본질에 충실해온 생명체다. 그 어떤 유기체보다 미시적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기에 자신의 생물학적 정체성을 찾고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그 대가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21세기 초를 장식한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완성과 오믹스의 확장으로 인한 포스트 게놈시대의 개막, 후성유전학과 장내미생물과 유전학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유전체에 대한 구체적인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엔 도덕적이고 윤리적, 사회적 판단이 뒤따른다. 유전자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면서 사회적 합의과정도 확산되고 있다. ELSI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유전정보에 대한 공개방식과 프라이버시 보호가 중점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는 분명 인류에 엄청난 혜택을 줄 수 있지만 빛이 강한만큼 그림자도 짙다. 과학계와 인문사화학의 통합된 사고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유전자결정론은 오랫동안 사회의 원칙으로 여겨져 왔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부모의 유전자를 계승하며 초기 삶을 결정짓는다. 하지만 유전자는 파헤쳐갈수록 경이롭고 신비하며 생각보다 훨씬 방대함을 보여준다. 유전자의 정의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바뀌어왔다. 또한 오믹스학의 확산과 함께 유전자와 단백질간의 관계, rna의 새로운 특성과 활동이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본 책은 1부를 통해 유전학의 역사를 소개한다. 멘델의 고전유전학으로부터 왓슨과 크릭의 DNA이중 나선구조의 규명, 분자생물학의 전개, 그리고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장대한 과정을 디테일한 그래픽을 통해 세세히 설명한다. 2부의 유전자를 사용하는 인간을 통해 생명공학의 흐름과 발전방향, 그리고 사회적 연계와 문제점을 꺼낸다. 생명공학은 생명체에 대한 거대한 지도와 같다. 여전히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호기심과 노력이 생명체의 본질에 성큼 나가선 느낌이다. 하지만 생명은 하루아침에 형성된 구조물과는 다르다. 유전학이 발전할수록 수많은 난제가 발생할 것이며 사회적 과제도 늘어날 것이다. DNA가 모든 답을 알고 있다는 사실은 틀린 믿음이다. DNA는 설계도에 불과하다. 어쩌면 이런 인식이 생명체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포스트 게놈시대에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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