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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적 혼자의 시대
김수영 지음 / 다산초당 / 2026년 1월
평점 :

개인의 삶은 타인에 의해 규정됩니다. 인간이란 단어에 사람 사이란 뜻이 담긴 것은 인간존재의 실체적 의미를 나타냅니다. 함께 살고자 하는 욕구는 본능적입니다. 매슬로우는 생존, 안전, 사랑과 소속, 존경, 자아실현을 인간이 충족하고 싶은 5단계 욕구로 설정합니다. 자아실현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공동체와의 연결에 집중되어있습니다. 사회적 연결이 생존과 정서적 안정의 최우선적 조건임을 표현한 것입니다. 비단 매슬로우의 욕구계층이론이 아니더라도 인간이 홀로 살기 어렵다는 것은 유전적 진화과정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가구의 변화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1인 가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핵가족화와 함께 탈가족화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2025년, 1인 가구 1,000만 시대가 열렸습니다. 전체가구의 42%가 넘습니다. 1인 가구는 한국뿐만이 아니라 세계적 현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1인가구는 왜 그토록 빠르게 확산되는 것일까요? 홀로서기를 선택한 이들의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1인 가구는 증가속도에 비해 여전히 아웃사이더로 인식됩니다. 가분수형 사회구조가 핵가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변화는 직장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인가구는 홀로서기를 선택한 이유로 자유를 손꼽습니다. ‘식구가 있으면 제약이 너무 많고 나의 자유로움이 사라지는 것 같다. 지금 상태가 편하다.’ 단순한 이야기 같지만 응답엔 복잡한 사회인식이 숨겨있습니다. 그들이 가족을 벗어난 이유가 단지 자유에 대한 갈망뿐이라면 얼마든지 다른 선택도 가능했을 것입니다. 급변하는 사회는 불안정성이 반복됩니다. 삶의 방정식이 재편되고 기존의 상식이 급격히 무너집니다. 결혼비용, 주거비용, 양육비용과 같은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자 불확실성이 커져갔습니다. 직업의 안정성도 사라졌습니다. N포세대와 함께 고가의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한 영끌족이 탄생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사회, 불안정한 시대에 굳이 결혼하면서까지 큰 변동성을 떠 앉을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자유를 선택합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개인의 선택과 함께 사회적 변동성이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1인 가구에 특별한 관심이 없습니다. 대부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가족이자 동료 그리고 친구들입니다. 같은 세계에서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이젠 그들이 원하는 삶의 방정식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본 책은 Alone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개인화시대 1인 가구 생활양식을 연구해온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6년간의 연구기록이 담긴 혼자의 시대 보고서입니다. 저자는 사회배제의 원인을 개인의 결함이나 선택이 아닌 사회적 조건의 산물임을 주장합니다. 1인 가구 또한 사회배제의 대상으로 인식되어왔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1인가구의 86%가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면엔 말 못하는 문제들도 많습니다. 집에 들어선 순간 복잡한 문제들과 직면하게 됩니다. 홀로 서기를 선택한 이들은 가장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몸이 아프거나 위급할 때라고 말합니다. 한명이라도 옆에 있으면 119에 연락이라도 해줄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홀로 산다는 가장 큰 두려움이자 불안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식사 해결의 문제입니다. 불규칙하고 질 낮은 식사가 반복되면서 이른 나이에 건강 적신호가 켜집니다. 대사이상이 진행되고 만성질환에 취약해집니다. 염증이 반복되며 신체적 건강이 악화됩니다. 외로움이 지속되면서 우울증이 반복되는 정서적 건강마저 심상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1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가장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을 합니다. 사회구조는 물론 공공서비스도 가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그런데 혼자 사는 사람들은 누구를 위해 일하는 것일까요? 핵가족의 라이프 스타일이 생산, 재생산이 중심이라면 1인가구는 자신이 최고의 가치이자 목적입니다. 이들에게 노동은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활동이고 여가는 자신을 계발하고 회복시키는 시간입니다. 일 중심으로 사는 싱글 직장인들은 거주지, 교통편, 휴식공간을 직장과 가까운 곳에 선택합니다. 일, 가정의 양립이 없기에 직장에 곧 삶의 주거지이자 목적이 됩니다. 싱글 직장인들의 미래는 오직 자신의 계획과 실행에 달려있습니다. 그들은 인풋을 들인 만큼 아웃풋이 분명하길 원합니다. 불분명한 비합리적 선택을 배제하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적 경쟁과 성과체계에 따라 움직이는 사회구조는 일과 직업에 매달리는 싱글족의 나르시시즘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일은 노동이라기보다 하나의 존재자체가 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인터뷰 참가자들은 일이 자신의 정체성이자 인생이며 삶의 형식이라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미셸푸코는 사회가 발전할수록 권력은 더욱 세련되게 개인의 삶을 규정한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어떤 가치와 규범을 좋은 것이라 믿게 만드는 것입니다. 통치성이라 불리는 원리는 개인이 자유로운 선택을 하는 것 같지만 실은 사회가 바라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관리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권력이라 강조합니다.
1인 가구를 위한 복지는 아주 미미합니다.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1인 식단이 유행하지만 범위는 한정되어있습니다. 직업에 올인하는 1인 가구의 경제적 만족도는 어떨까요? 돈에 대한 입장은 주관적입니다. 전문직 1인가구는 외식비율이 높지만 살림이 부족합니다. 저소득 1인가구는 상호부조를 활용한 연결을 중요시합니다. 돈이 많다고 행복하지도 없다고 불행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습니다. 1인 가구의 생애는 몸이 아프면서 빠르게 식어갑니다. 가족이 없다는 것은 자신을 돌볼 사람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살림과 돌봄은 생존에 필수적 조건입니다. 어떤 대상이 좋은 상태에 놓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된다는 살림은 애정과 같은 말입니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마무리가 따라옵니다. 1인 가구가 가장 두려운 것이 고독사입니다. 아무리 아파도 출근하는 이유로 자신을 돌봐줄 누군가 곁에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1인가구의 역설입니다.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타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1인가구의 선택은 개인의 의사라기 보단 사회구조의 변화와 관련이 짙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대부분의 상황을 개인이 처리하고 있습니다. 사회학자 카스텐바움과 모이먼은 인간의 죽음을 죽어감-사망-사후에 이르는 일련의 사건으로 확장합니다. 죽음의 과정에 지인들과 사회시스템이 동참한다는 것입니다. 주변인은 추모일을 통해 망자를 기억합니다. 사회는 살아있을 때뿐만이 아니라 죽음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1인가구는 개인의 선택이기 전에 사회변동성에 밀려나간 우리의 가족들이 아닐까요? 1인가구를 위한 따뜻하고도 냉철한 보고서‘필연적 혼자의 시대’ 홀로 서기가 필연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이 불편하기만 합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