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 - 과학으로 헤쳐 나가는 죄악의 세계
가이 레슈차이너 지음, 이한음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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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이 없다면 다이아몬드가 가치를 지닐 수 있었을까? 분노가 없었다면 왕과 군주의 권력을 가로막을 수 있었을까? 탐식은 새로운 가치를 형성하며 현대사회 경제적 유용성의 중심이 되고 있다. 나태하다고 죄를 지은 것은 아니다. 단지 개인의 자유의지일 뿐이다. 분노, 탐식, 색욕, 질투, 나태, 탐욕, 교만, 단테의 신곡, 연옥을 통해 알려지게 된 일곱 가지의 죄악은 오랜 기간 부도덕한 생각과 행위의 토대로 여겨져 왔다. 신의 계율이 적혀있는 구약성서엔 죄악에 대한 신의 판단과 규칙, 처벌이 상세히 기록되어있다. 인류 최초의 죄인인 아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가? 또한 가인은 질투와 시기로 형제를 죽인 최초의 인간이 아닌가?

 

어쩌면 죄라는 개념은 인간이 갖추어야할 필연적 조건인지도 모르겠다. 죄악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간 역사는 어떻게 진전되었을까? 죄는 인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왔는가? 단지 표면적 죄악의 형태만을 강조한 채 판단과 처벌에 중심을 두지 않았는가? 무엇보다 죄의 근거를 개인의 일탈이나 신의 분노로 표현해 왔다는 사실이 죄의 개념을 더욱 축소시킨다. 대죄라 일컫는 일곱 가지의 죄는 시간과 함께 다르게 해석되었고 지금은 죄라 불리기도 어려운 항목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죄에 대한 인간의 생각과 행동이 당시의 지배관계나 이해관계에 따라 지나치게 구속되었던 것은 아닐까? 죄는 이원론적인 특성이 있다. 파괴적이지만 혜택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뇌과학과 신경심리학은 죄에 대한 질문을 교체하고 있다. 죄가 아직까지 존속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뇌전증의 폭력성, 공격성의 관계는 상당기간 주변인들을 괴롭혀왔다. 갑자기 일어나는 발작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결해야하는지, 충격적이고 괴롭다. 하지만 뇌전증이 공격성을 보이는 사례는 드물다고 한다. 오히려 뇌전증 이후 정신착란과 같은 사후효과가 치명적이다. 발작은 대개 짧게 지나가지만 간혹 뇌의 전기회로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킨다. 전기폭풍은 뇌를 교란상태에 묶어두고 공격성, 정신증, 망상이나 환각등의 증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정작 환자는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한다. 뇌 이상 때문에 분노가 일어나는 상황은 분명하다. 하지만 분노는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파괴적이고 부정적이지만 동기부여나 성취, 달성, 소유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분노는 이원론적 감정이며 통제가능 여부에 따라 전혀 다른 상황을 연출한다.

 

신경학 의학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내담환자를 통해 분노를 비롯한 일곱 가지의 죄를 뇌과학과 신경심리학을 중심으로 풀어간다. 죄에 대한 관점이 무척 애매하다. 죄는 무엇을 양산하고 어떤 피해를 주고 있는가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죄가 발생되는 범위가 확증적으로 증명됨에 따라 죄의 가여부에 대한 판단도 무척 어렵다. 최근의 판례에도 뇌 기능 이상으로 인한 죄는 대부분 무죄나 감형이 나오기 때문에 뇌와 신경심리학의 연구가 그 어느 때보다 확장되고 세분화되고 있다. 분노에 대한 의학적 판단 역시 의사의 처방이나 개인의 내외적 손상여부, 신경기능의 이상, 유전자이상이나 돌연변이등과 같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다르게 해석된다. 특히 편도체와 전두엽 이상에 따른 뇌 기능의 악화는 분노의 직접적 원인임이 밝혀졌다. 가장 인상적인 결과가 어렸을 적 트라우마와 환경적 요인으로 인한 내재적 분노다. 이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무의식을 자극하여 지속적인 고통과 분노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란 오랜 속담이 있다. 시기와 질투는 인류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가장 고전적인 대죄다. 저자는 질투를 더 나은 자질, 소유, 성취를 바라거나 누군가가 그것을 빼앗기는 것을 보고 싶은 욕망이라 정의한다. 상대의 자질을 바라는 욕망을 양성질투, 빼앗고 싶은 욕망을 악성질투라 한다. 질투보다 광적이 감정이 시샘이다. 시샘은 자신의 물건이나 사람을 빼앗아갈지 모른다는 위협을 느낄 때 강하게 일어난다. 우린 누구도 질투나 시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쩌면 인생의 대부분 시간을 질투라는 감정을 통해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질투는 대부분 자신과 비슷한 위치를 통해 발생되며 극히 상대적이다. 질투도 분노와 같은 이원론적인 특징이 있다. 특히 신경, 생리학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거나 번식을 위해 가장 중요한 진화적 체계로 인식되고 있다. 질투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저자는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이 질투와 시샘의 근본적 원인이라 설명한다.

 

뇌과학과 신경심리학은 인간의 생각과 행동스펙트럼을 광범위하게 넓혀놓았다. 도덕적 결함에 대한 죄의 토대를 생물학적 기능 장애로 확산시킨 것이다. 그렇다고 죄를 면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본 책은 일곱 가지의 대죄를 선택하여 인간이 추종해온 다양한 감정과 행동에 담긴 변화과정을 추적한다. 저자의 임상관찰은 독자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현대사회는 그 어느 시기보다 자유의지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죄에 대한 책임 역시 스스로에 부여된 의무에 가깝다. 탐식은 자신의 건강 위험 신호를 나타내지만 진화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이다. 색욕 또한 아름다움을 비롯한 다양한 범주를 형성하며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곤 한다. 나태와 탐욕은 개인적 의지에 가깝다. 인간의 결함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 저자의 탁월한 관점은 생각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일곱 가지 대죄를 선택한 이유는 죄에 대한 편협성을 꺼낸 것일까? 생물학적 고찰을 요구한 것일까? 인간 본성과 병리, 그리고 죄악사이의 경계는 어디쯤일까? 저자의 질문은 진행형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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