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불행사회
홍선기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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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리더의 그릇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확장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은 어떠한 것도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방을 돌며 직접적으로 의견을 듣고 질문에 답하는 것만으로도 서민들에겐 큰 위로와 희망을 안겨줍니다. 삶은 고민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힘이 됩니다. 대한민국은 사실상 초고령화 시대에 돌입했습니다. 고민이 많아집니다. 생활비는 물론이고 의료와 복지에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덩달아 최저로 치닫는 출산율은 미래마저 암울하게 합니다. 생산이 줄어드니 경기침체가 반복되고 물가상승으로 소비도 약화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천문학적인 자금이 부동산에 묶여있어 자금유동성도 원활하지 않습니다. 빈 부차는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쌓이는데 위기에 둔감한, 사실상 넋을 놓고 있는 실정입니다. 누구에게 폭탄이 떨어질지, 언제나 그랬듯이 위기는 서민들에게 가장 먼저 다가올 것입니다. 위기의 한국, 우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하는 것일까요?

 

중산층의 몰락은 위기를 가속화시킵니다. 이는 1990년대 일본의 사례를 통해 수차례 제시되어왔고 한국도 IMF를 겪으면서 중산층의 몰락과 함께 직업에 대한 의식변화가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생산과 노동을 통한 자본의 이동이 서비스와 금융으로 옮겨지면서 부의 재편이 빠르게 이루어진 이유입니다. 1985년 일본은 광란의 5년을 보내게 됩니다. 메이드 인 재팬 신화로 미국 땅에 깃발을 꽂은 일본경제는 플라자 합의와 함께 엔고 시대를 맞이합니다. 이후 일본사회는 전례 없는 투기열풍이 몰아치며 격동적인 버블시대를 열게 됩니다. 당시 도쿄땅값이 미국전체 땅값과 같았다고 합니다. 불과 몇 년 전 한국사회를 휩쓸었던 아파트 투기광풍이 연상됩니다. 닛케이지수도 3배가 올라 돈 벌기가 땅 짚고 헤엄치기보다 쉬었다고 합니다. 사회는 분리화, 파편화 개인화가 급속히 이루어졌고 프리터족의 급증과 출산율의 저하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1990년 닛케이지수가 붕괴되면서 30년의 장기침체의 서막이 열리게 됩니다.

 

이 시대를 관통했던 주요 이슈들 중의 하나가 오픈런입니다. 1988년 닌텐도 전용게임, 드래곤 퀘스트3를 구입하기 위해 전국에서 오픈런이 일어납니다. 오픈런은 저자가 본 책을 통해 일관되게 주장하는 각자도생, 즉 스스로 통제가능하고 즉각적인 만족에 흥분하는 개인들의 관심과 에너지를 이야기합니다. 사회가 제시했던 성공에 대한 비전이 무너질 때, 개인은 집단적 외면과 함께 문화적 도피처를 찾게 됩니다. 취업도 쉽지 않고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렵습니다. 결혼은 엄두도 못하고 생존마저 걱정해야 됩니다. 소유 가능한 성공, 온전히 내 것이라는 소유감, 인정받고 싶은 안정감, 내가 통제하고 획득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통제 가능한 쾌락의 도피처였습니다. 오픈런은 본 책의 주제인 최소불행사회와 맞닿아 있습니다.

 

최소불행사회, 위로는 힘드니 아래라도 붙잡고 더 이상 불행해지 않는 방법을 찾는 사회, 우리의 삶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주장 같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인 자료에 비해 우리의 심리는 최소불행사회로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90년 버블 붕괴는 일본사회에 큰 충격을 가져옵니다. 그 중심에 노력해도 보상받지 못한다는 공정성의 배신이 있었습니다. 부동산 버블을 막기 위한 대출총량규제는 금융시스템의 붕괴와 함께 사회, 공공시스템의 연쇄붕괴를 가져왔습니다. 또한 도쿄지하철테러와 한신 대지진으로 인한 국가위기시스템의 무능이 노출되면서 사회는 급격하게 공허함과 무료함, 무력감이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젊은 세대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체념이 일상화되면서 절망의 시대를 겪게 됩니다. 프리터, 은둔형 외톨이, 초식남, 무연사회, 청년들의 외침이 사라지고 묻히며 일본사회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한국사회는 어떨까요? 많은 부분이 교차되고 있습니다. 가계부채200%는 당시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습니다. 0.75명의 출산율은 거의 절망적입니다. 부동산 올인에 대한 국민정서는 극한상황을 치닫고 있습니다. 일상이 그럭저럭 흘러가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최소불행사회가 시작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요? 일본은 앞선 선진국으로 한국사회에 뚜렷한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일본과 한국은 많은 부분에서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의 각자도생이 미래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난 파급을 미칠 것입니다. 저자는 각자도생을 넘어 연대를 주장합니다. 연대를 위해선 지금과는 다른 시각이 요구됩니다. 사회변혁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를 위한 9가지 금기된 해법과 11가지 생존 매뉴얼을 제안합니다. 현실과 괴리되는 부분도 있지만 폐교를 활용한 시니어 대학 타운 설립은 무너져가는 지방을 살리고 상권보호 및 일자리 창출에도 꽤 의미 있는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본 책은 1985년부터 2025년까지 일본사회의 실체를 디테일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30년에 대한 실증적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한국사회의 현 주소를 포함합니다. 시간적 차이는 있지만 위기를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일본 젊은 세대가 희망마저 끊었다면 한국 젊은 세대는 영끌에 올인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이는 각자도생에 대한 다른 관점에 불과합니다. 국가시스템은 어디까지 개인의 생존과 안정을 보장할 수 있을까요? 최소불행사회를 바라는 국민은 없을 것입니다. 안타까운 건 세계 경제전략이 빠르게 각자도생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문제가 쌓여가는 한국에겐 그리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방아쇠는 언제든 당겨질 수 있습니다. 그나마 지금이 기회라면 좀 더 낳지 않을까요? 자신이 서 있는 현실이 지속가능할 것이란 생각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본이 충분한 메시지를 보냈으리라 생각합니다. 최소불행사회, 이제 우리가 그 대답을 준비할 시점입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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