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첫사랑 ㅣ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승주연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평점 :

‘제 첫사랑은 정말로 평범하지 않습니다.’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일은 1833년, 16살의 여름에 일어났다. 당시 그는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었고 가정교사가 그만 두는 바람에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있었다. 5월에 이사 온 별장은 카이다노츠 강과 네스쿠치니기 공원을 마주한 채 석양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푸른 하늘과 어울리는 별장에서 그는 뭔가 마음을 뒤흔들 운명이 다가올 것 같은 예감을 느꼈다. 그리고 3주 후 그에게 운명과도 같은 사건이 발생한다. 세를 놓은 별채에 공작부인 가족이 이사를 온 것이다.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우연히 만난 매력적인 여인, 그는 단번에 사랑에 빠졌다. 심장이 뛰고 얼굴이 붉어지며 설렘으로 인해 부끄러웠지만 기쁨이 온 몸을 휘감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감정, 알 수 없는 흥분이 가슴을 휘감았고 세상이 온통 자신을 향해 환희의 축가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그의 간절함 바람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공작부인에게 인사를 드리라는 어머니의 명령으로 별채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응접실 문이 열리고 그녀가 나타났다.
자신에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엉킨 실타래 푸는 것을 도와달라며 방으로 안내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장난기 어린 미소가 띄었지만 그는 이미 기쁨에 취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그녀 얼굴에 빛나는 광채만 들어올 뿐이었다. 그녀 이름은 지나이다, 매력적이고 섬세하며 지적이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그녀 곁에 다섯 명의 사내가 항상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곤혹스럽고 당황스러웠다. 서로 다른 직업과 나이지만 그녀는 그들을 동등하게 대했다. 그녀는 언제나 다섯 남자의 가운데서 그들의 호위를 받으며 그녀가 원하는 파티에 열중했다. 그 누구에게도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다정했고 친절했다.
어머니는 쉽게 흥분하고 질투가 많으며 자주 화를 냈다. 하지만 10살 아래 아버지 앞에서 만큼은 무척 공손했다. 아버지는 매우 잘 생겼고 우아하고 차분했으며 확산에 찬 절대적 권력을 갖고 있었다. 집안은 어머니가 관리하지만 아버지의 명령을 어기는 경우는 불가능했다. 아버지와 나 사이엔 뚜렷한 벽이 있었고 아버지는 나의 사생활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버지는 언제나 가족보다 자신의 일이 우선이었고 네 능력으로 쟁취할 수 있는 건 쟁취하라며 삶의 어려움에 굴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자주했다.
그녀와 만날수록 다섯 남자의 비밀을 알수록 그의 삶은 불안과 우울, 기쁨과 즐거움이 교차해 갔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다.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사랑과 다른 사랑이다. 어느 날 그녀에게서 가슴 아픈 시를 듣는다. 그녀가 사랑에 빠진 것이다. 다섯 남자와 나는 그녀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해 여름이 지나가면서 그녀는 떠났다. 영원히 잊힐 것 같지 않았던 첫 사랑, 그렇게 이별 후 그녀를 만난 것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였다. 그는 16살에 만난 그녀를 기억하고 있다.
첫사랑은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거장 이반 투르게네프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그는 폴린 비아르도라는 오페라 가수를 사랑하면서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첫사랑은 그가 어린 시절 겪었던 부모와의 갈등, 사회제도에 대한 거부감을 중심으로 사랑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이다. 작품 속엔 별장을 중심으로 한 러시아의 아름다운 자연이 베어난다. 작가는 극적인 장면의 대부분을 자연과의 연결을 통해 플롯을 이어간다. 사랑과 자연은 공통적인 주제가 아닌가? 하지만 삶의 시간은 인간의 많은 것을 퇴색하게 만든다. 아름다웠던 시간은 단지 기억 속에만 저장된다. 두 번째 소설 무무 또한 메말라가는 감정을 붙잡아줄 너무 귀한 작품이다. 러시아 문학엔 서정성과 삶의 애틋함을 사로잡는 강렬함이 돋보인다. 올 겨울 귀한 소설을 만났다. 첫 사랑의 감정이 이토록 강렬하게 남아있을 줄이야!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